퀵바

아이스바인™ 님의 서재입니다.

망생역전 재벌전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아이스바인™
작품등록일 :
2024.07.28 15:41
최근연재일 :
2024.09.19 10: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49,852
추천수 :
910
글자수 :
310,404

작성
24.09.16 10:20
조회
328
추천
8
글자
12쪽

롤플레잉 게임 합시다

DUMMY

“나한테 많이 숨기셨더군요.”


“죄송합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제 목숨이 위험해서···”


아마도 그것도 거짓말이겠지.

원래 사람 말을 잘 믿지 않지만 한번 믿음을 져버린 이의 말은 당연히 절대 믿지 않는다.

이제 이을지가 하는 말들은 믿을수가 없다.


“약속대로 생송에 관련된 정보를 말씀드···”


“됐어요!”


“네?”


“말한다고 한들 내가 믿을거 같지도 않으니까 서로 힘빼지 말죠.”


“아니 그래도 일단 들어는 보시고 판단은 나중에라도.”


“아니!”


박민기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이을지의 말을 거부했다.

당연히 이을지는 오선영의 아빠가 누군지 알았을 것이다. 오동선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니까. 그 중요한 사실을 말하지 않고 도와달라는건 말 그대로 넌 죽던지 말던지 상관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다름이 없다.


“그렇군요. 어쨌든 이번 일로 제가 큰 신세를 졌습니다. 약속한대로 앞으로는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언젠가 이 일을 만회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뭐 그정도면 됐습니다. 우리 이제··· 만나지 말죠.”


박민기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앉는다. 대신 한번 믿으면 자신의 몸처럼 믿는다.

그의 허들이 높은 대신에 그 허들을 넘어온 사람들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버리지 않는다.

지금 박민기의 허들을 넘어 온 사람은 진기진, 박세창, 최강찬, 이지호 정도.

차영근과 유지연이 들으면 섭섭할지 몰라도 그만큼 박민기는 까탈스럽다.


박민기가 몸을 돌려 고시원으로 들어가려 한다.


“저어!”


이을지가 입을 열자 박민기가 돌아서서 이을지를 바라본다.


“이건 진심입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말과 함께 박민기에게 고갤 90도로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박민기는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고갤 돌려 고시원 안으로 들어갔다.




***




호의를 베풀려고 하다가 괜히 쓸데없는 것에 엮이다니.

정신없이 바쁜 상황에서 전설의 주먹, 정략 결혼 같은 남의 일에 엮이는건 별로다.


박민기가 이을지의 청을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는, 오선영을 위해서였었다.

한번 만나 사귀고 있는척 연기만 하면 직장동료이자 같은 고시원에 사는 오선영의 삶이 편안해 질수 있다고 하니 번거로운걸 무릅쓰고 시간을 좀 투자한 것 뿐이었다.


“풋!”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다.

제임스 유, 그 키크고 잘 생긴 훈남.

미국 월스트리트에 있다가 5년쯤 전에 귀국한 검은머리 미국인.

TV에도 곧잘 나와서 세계경제 동향과 미국의 경제정책에 대해 설명해주더니 한때는 예능에도 나오곤 햇다.


친숙하지만 이질적인 느낌이 동시에 존재하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인 같지 않은 매너로 여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운동, 규칙적인 루틴.

그가 자주 들리는 청담동의 베이글 가게는 대박이 났었다고 했다.

그가 입은 옷들이 트렌드가 되고 그가 손만 대면 불티나게 팔렸다.

지적이면서도 세련되고 비주얼도 멋진 그 제임스 유, 이름이 유병달이라니.


“풋!”


뉴욕 고층빌딩의 펜트하우스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아래를 내려다 볼 것 같은 사람이 순식간에 옆집에 살고 있는 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임스 유가 바로 전설의 건달 유만석의 아들인 셈이네.

검버섯이 피어오른 70대 할아버지 였지만 그 노인 몸이 어쩐지 짱짱하더라니.


[똑똑···]


누군가 노크를 했고 누가 문을 두드렸는지는 알것 같았다.


[왜 자꾸 밤늦게 남자방에 와?]


[할 말이 있어서요.]


[연애는 밖에서 해!]


[그런거 아니에요.]


고시원 아저씨가 주의를 주었고 그때 박민기가 문을 열었다.


“올라와봐요!”


박민기를 보자마자 툭 말을 던지곤 오선영이 돌아서서 옥상으로 가버린다.

아니 택시에서 주고 받은 말로 부족햇어?

무슨 인턴이 이사를 오라가라 부려먹냐고? 아무리 근무시간 아니라지만.


“저기 아무리 회사 밖이라지만 난 이삽니다. 그것도 아주 바쁜 이사. 그리고 그쪽은 인턴이고요.”


박민기가 옷상에 올라가자 마자 투덜거리자.


“미안해요.”


오선영이 두 손을 모으고서 고개를 조아리고 사과한다.


“괜히 저 때문에 불편한 일에 휘말리게 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조금 뻔뻔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사과까지 받고보니 짜증났던 마음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네 사과 받겠습니다. 그게 보자는 목적이면 이제 돌아가도 되는 건가요?”


“왜 화를 내지 않는 거죠?”


“왜 화를 내야 하는 건데요?”


“갑자기 이런 일에 휘말리면··· 일도 바쁘신데 곤란하실거 아닙니까?”


“맞아요. 이제서야 다른 사람 입장도 고려해 보시는 군요.”


박민기의 말에 오선영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한번 사겨봐요!”


박민기의 말에 오선영의 눈이 야구공만하게 커졌다.


“아니··· 나 말고··· 그 제임스··· 크크큭··· 미안해요 제임스 유. 그분 우리나라 여자들이라면 다 좋아하는 그런 남자잖아요. 보니까 이름말고는 흠잡을데도 없는 분인거 같은데···”


“그렇게 쉽게 말할 내용은 아니죠. 박··· 아니 이사님이라면 여동생 같은 사람하고 결혼할 수 있어요?”


“없어서 모르겠네요.”


“그럼 누나나 이모, 고모라도···”


“없어요. 다!”


오선영은 새삼 눈앞의 박민기라는 인간이 얼마나 황량한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달았다.


“제임스 오빠는 내게 큰 오빠, 삼촌 같은 분이에요. 어릴때부터 보아왔거든요. 아마 오빠도 나랑 같은 생각일 거에요. 부모님들끼리 결정한 정략결혼을 그대로 따르는 사람이 요즘 세상에 어딨어요?”


“뭐 거기까지 내가 신경쓸건 아니고··· 그쪽이 나한테 빚졌습니다.”


박민기가 손으로 권총을 만들어 검지로 오선영을 가르킨다.


“네··· 언젠가 갚도록 하죠.”


“자 그럼 이 이야기는 이정도만 하죠. 괜히 더 엮이는거 별로네요. 먼저 내려갑니다.”


박민기가 돌아서서 손을 흔들곤 계단을 내려간다.




***




청담동의 술집 ‘디폴트&널’.

큰 세단이 들어오고 차에서 내린 사람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곧바로 술집 골목으로 들어간다. 초라하고 좁은 이 작은 골목을 신경쓰는 사람들은 없다.

사람들에겐 가려진 보잘것 없는 뒷문이지만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평범한 대중들이 알게된다면 세상이 뒤집힐 것이다.


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종업원이 방으로 안내한다.

종업원도 남자도 서로 얼굴을 보지 않는다.

봐봐야 서로 좋을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남자가 종업원이 열어준 문안으로 들어가 고개를 꾸벅숙인다.


“안녕하십니까?”


남자의 인사에 술이 거나하체 취한 배현도가 벌떡 일어나 양손을 펼치고.


“키무라상! 왜 이리 늦었어요?”


“어서오세요.”


그 옆의 이휘도가 앉은 채 고개를 까딱 숙인다.


“자자자! 늦게 왔으니 벌주··· 술 세잔.”


배현도가 빈 위스키잔 세 개에 술을 가득 따르자 기무라가 세 잔을 연거푸 벌컥 들이켰다.

아들뻘 밖에 안되는 배현도지만 대 생송의 부회장이었다.


“역시 우리 키무라상! 내가 이래서 좋아한다니까.”


“그렇스무니까 하하하. 한잔 받으십시요.”


속으로는 열받을만한데 기무라는 환하게 웃으며 배현도의 잔에 위스키를 따랐다.

기무라 테츠오 64살, 일본 영사, 기무라는 이름이니까 테츠오 상이라고 불러달라고 몇번이나 말했지만 저놈의 빌어먹을 자식은 계속 ‘키무라 상’이라고 부른다.


“자자··· 들어요! 우리 모처럼 만났는데 달려야지···”


배현도가 분위기를 잡고 이휘도가 그저 흐믓하게 웃으며 배현도를 바라만 볼 뿐이다.

그렇게 위스키잔이 몇번을 돌고 돌아 한참 술을 먹고 나서야 들떴던 분위기가 좀 가라앉았다.


“그래서··· 말씀하신 중요한 일이 뭡니까?”


어느 정도 이야기할 분위기가 되었다고 판단한 기무라 영사가 물었다.

공개되어도 괜찮은 자리라면 시마 노보루 대사와 만나 이야기를 하겠지.

자신을 이렇게 비밀스러운 장소로 불러서 보자고 하는건 매우 중요하지만 대중에게 공개되어선 안될 이야기를 하자고 부른 것이리라.


“레지던스!”


“네?”


언제 술을 먹었냐는듯 기무라 테츠오의 흔들리던 눈에 촛점이 선다.

일본정부가 100조를 투자해 일본 최고의 반도체기업들을 모아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굴기 사업, 대만과 한국으로부터 빼앗긴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빼앗아 오기 위한 필살의 프로젝트였다.


1차 라피더스 사업이 실패한 건, 겉만 그럴듯했지 실제로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업들도 심지어 일본정부도 요란한 선전문구만 필요했지 실제로 모든걸 쏟아붓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레지던스’ 사업은 말그대로 절벽위에 서서 사느냐? 죽느냐? 를 놓고 모든 걸 건 프로젝트였다.


“말씀하십시오. 부회장님···”


기무라 테츠오가 고개를 조금 숙이며 양 무릎에 손을 얹어놓았다.

마치 오래전 사무라이들이 쇼군을 영접할때처럼 반듯한 자세였다.


“레지던스를 성공하도록 도와주겠습니다.”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말이 너무 빨리 튀어나왔다. 조금 시간을 두는 건데. 속마음을 들킨것 같았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대만과 한국 기업들, 그중에 생송은 시장지배력은 작지만 기술력은 대만의 1위 업체에 뒤지질 않는다.


“네! 그럼요. 우린 오랫동안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지내왔지 않습니까? 그러니··· 서로 도와야죠.”


“가, 캄사하무니다.”


아주 오래전 20세기 말, 1980년대 일본 회사가 전세계 반도체 생산의 80%를 점유했었다.

생송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할 때, 모두가 비웃었다.

성공 가능성은 4%도 안된다고 전망했다.

기술도 없고 TV나 베껴만든 조센징들이 반도체를 생산해?

옆집 개가 웃을 일이었다.


몇몇 반도체 설계관련 직원들이 주말마다 한국 생송으로 출장을 가서 단 이틀만에 몇달치 월급을 벌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가르쳐줘봤자! 그 바보들은 따라하지도 못하더라니까. 걱정 하지마요!’


신기술을 넘겨주는건 아니었고 1년이나 2년 지난 기술을 가르쳐 주는 거였지만 그래도 되겠냐고 물었을때 그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었다.

하지만 1990년을 기점으로 세상이 갑자기 요동을 쳤다.

일본이 가라앉기 시작할 무렵, 대한민국 생송의 반도체 산업은 전세계 최고 자리에서 깃발을 펄럭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럼 제안을···”


저 배현도가 공짜로 그런 일을 해 줄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뭐 잠깐 롤풀레잉 게임 좀 하고 서로 지원도 해주는 거지. 롤풀레잉 게임 아시나? 에이 설마 게임의 원조국 일본인데 아시겠지.”


‘이 빠가야로가···’


나이가 많아도 모를리가 있나? 기무라 테츠오도 닌텐도를 하고 놀았는데.


“아주 간단합니다. 내가 생송 회장자리에 올라가는걸 도와주세요. 그러면 내가 레지던스 성공하게 도와드릴게. 뭐 그정도면 딜할 맛 나지 않아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걸 뭐 일일이 말해야 겠어요? 일본기업들과 일본투자회사들에 생송전자 지분을 사라고 하세요.”


‘그것만으로 배현도가 회장이 될 수 있다고? 설마.’


“그렇게 한 모두 합쳐 10% 정도 지분을 사 모은 다음 빵 터트려야지.”


“빵! 터트린다고요?”


생송의 시가총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10% 지분을 사 모으는건 가능할지 몰라도 그런다고 배현도를 회장으로 만들수는 없다.


“왜 예전에 써먹은거 있잖습니까? 키무라상! 정말 날 실망시키네.”


“수출규제 말입니다. 일본 정부에서 프로필렌 글리콜 메틸 에테르 아세트산하고 이트롬옥사이드랑 불화클립톤, 불화아르곤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라는 말입니다.’


기만히 듣고만 있던 이휘도가 나서며 말한다.

부회장 배현도에게는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것인지, 배현도는 그정도 전문적인 용어는 몰라서 나선 것인지는 구분이 되지 않지만.


“그러면 내가 짠 나서는 거지! 알겠어요? 무슨 뜻인지?”


“아항!”


이제 알겠다는듯 기무라 테츠오가 고갤 끄덕인다.


“우리 일본이 나쁜 악당 역할을 하라는 거네요. 롤풀레잉 게임처럼.”


“빙고!”


배현도가 기무라 영사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생역전 재벌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망생역전 재벌전기'로 제목 변경합니다. 24.08.03 242 0 -
공지 본 작품은 허구입니다. 24.07.29 87 0 -
공지 매일 아침 10시 20분에 뵙겠습니다. 24.07.28 1,067 0 -
55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 NEW +2 17시간 전 184 7 12쪽
54 검증이 되어야 제왕이 되지 +2 24.09.18 270 9 12쪽
53 고래만한 피래미 +2 24.09.17 307 7 12쪽
» 롤플레잉 게임 합시다 +2 24.09.16 329 8 12쪽
51 전설의 인물 +2 24.09.15 378 9 12쪽
50 불루 마불 +1 24.09.14 396 9 13쪽
49 저돌적인 풋내기 기자 +2 24.09.13 416 10 13쪽
48 채권단 지분을 샀다 +2 24.09.12 459 12 12쪽
47 시대가 변하면 사람도 변해야 +2 24.09.11 473 10 12쪽
46 스케일이 너무 커 +2 24.09.10 466 12 12쪽
45 비즈니스를 거꾸로 +3 24.09.09 513 14 13쪽
44 배현도 드림팀 +3 24.09.08 515 11 12쪽
43 호호견손 +3 24.09.07 566 13 12쪽
42 문제인데 아니라네 +2 24.09.06 608 16 13쪽
41 남자에 목 메는 여자 +2 24.09.05 659 16 13쪽
40 미친놈인가? 천재인가? +2 24.09.04 627 15 13쪽
39 안경알 크기 컴퓨터 +2 24.09.03 651 16 13쪽
38 사고 한 번 칩시다 +2 24.09.02 681 14 13쪽
37 사직서 +2 24.09.01 714 14 13쪽
36 TF팀이 끝나면 +2 24.08.31 664 16 12쪽
35 사전주문 +2 24.08.30 664 13 13쪽
34 지나간 악연 +2 24.08.29 684 13 12쪽
33 기우연인 +2 24.08.28 702 17 13쪽
32 보완계획 +2 24.08.27 681 14 13쪽
31 시제품이 나왔다 +2 24.08.26 729 15 12쪽
30 최강찬이 미쳤어요 +2 24.08.25 717 15 12쪽
29 누가 먼저 뒈지나 봅시다 +1 24.08.24 712 1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