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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알고 보니 엄마가 마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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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3.05.20 05:10
최근연재일 :
2023.05.27 17:1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385
추천수 :
3
글자수 :
51,705

작성
23.05.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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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위선자(1)

DUMMY

중립국가 벨루디스.

인마전쟁 혹은 인마대전이라 불리는 대전쟁 시기에 건국된 이 나라는 주변국들에 비해선 다소 짧은 역사를 지녔다.

그렇지만 다소 늦은 후발주자였음에도 그 지리적 특성 덕분에 900여 년 동안 태평성대를 누리었고, 현재는 타국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 대국이 되었다.

물론 위기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30여 년 전, 이전 국왕이 다스릴 시기에 처음으로 국정이 크게 휘청거렸었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이 되었다.

현왕의 통치 아래 평정을 되찾았고, 지금은 이전과 다를 것 없는―― 오히려 어느 때보다도 찬란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었다.


그런 벨루디스의 황금기를 이끈, 현재진행형으로 이끄는 국왕의 집무실.

조용히 펜 소리만이 울리는 그곳에 평온을 깨는 노크 소리가 울렸다.


이윽고 허락을 맡고 들어온 것은 이 나라의 재상.

전 국왕에 이어, 지금도 재상의 자리에 있는 그가 체면 불고하고 고풍스럽게 기른 수염을 휘날리며 다가왔다.


“폐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예의조차 생략할 정도로 다급하다.

사안이 중하다는 걸 바로 파악한 국왕은 곧장 집무실에 있던 대신들을 모두 내보냈다.

하지만 모두가 나갔음에도 재상은 안심되지 않았나 보다.

품에서 [방음]의 마도구를 꺼내 새어나가는 소리가 없게 차단하였다.


몹시도 조심하는 그 모습에 국왕은 의아해 물었다.


“당최 무슨 일인가? 긴급을 요하는 사안은 없을 텐데?”


국왕이 알기로는 분명 그러했다.

시급을 다투는 일은 없었다.


“어제까진 그러했지요.”

“이젠 아니라고?”

“예. 베스티디논 쪽 관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것도 직통으로.”


직통 연락망은 여러 절차를 생략하고 왕궁에 곧장 연락되는 것으로,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사용하지 않는 연락망.

어지간하면 없는 일에 국왕은 표정을 굳혔다.


“말해보게. 어떤 연락이었나?”

“그것이······ 왔다고 합니다.”

“누가 말인가?”

“그녀의 아들이 말입니다.”


재상이 그녀라고 말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짐작이 갔던 국왕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놀람은 이내 반가움으로 바뀌었다.


“아이리스가 왔는가. 후훗. 정직하게 관문을 통해 오다니. 착실한 게 실로 그답군. 아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얼른 환영회를 준비하지 않으면······. 아아. 다른 볼일 때문에 왔을 수도 있으니 먼저 [염화]로 연락해봐야겠어.”

“그건 상관없으나, 그게 아닙니다, 폐하.”

“뭐가 아니라는 겐가?”

“아이리스 군이 아닙니다. 둘째입니다.”

“둘째?”

“예. 그녀의 둘째 아들, 아르에스 군이 벨루디스에 왔습니다.”

“자세히 말해주게.”


오랜만의 재회에 들떴던 마음이 착 가라앉은 국왕은 차분히 재상이 전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국왕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음. 성인이 되어 여행을 떠났다라······.”

“어찌하시겠습니까?”

“어쩌긴. 그냥 놔둬야지. 듣자 하니 아르에스 군은 자신의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모양이지 않나. 그러한데 왕궁으로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지.”

“괜찮으신지요? 만약 아르에스 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국제 문제가 됩니다만? 경우에 따라선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국왕은 능글맞게 묻는 재상을 슬쩍 째려보았다.


“장난은 그만하게. 그녀가 그럴 사람인가?”

“당연히 아니죠. 그렇기에 아르에스 군에게도 아무것도 안 알려준 것이겠지요.”

“우리와는 달리 혈통으로 이을 자리도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천하는 건 또 다른 문제죠.”

“그 점은 그녀답다고 해야겠지.”

“하면······?”

“그녀가 바란 대로 처리하게. 짐의 나라에 방문한 건 마왕의 아들이 아니라, 아르에스라는 일개 시골 청년일세.”

“분부대로.”


예를 취하고 재상은 즉각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국왕은 생각했다.

제법 떠들썩해지겠다고.

그녀의 아들인데 얌전히 지낼 리는 만에 하나도 없다며, 국왕은 그립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스르르.

아르는 탑승감은 최고지만 시끄러운 소음 탓에 매너모드로 전환한 바이크를 세웠다.


“후아~ 시원하네.”


헬멧을 벗은 아르는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숲을 봤다.


잔잔하니 마음에 든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느긋하게 있고 싶다.


하지만 슬슬 시작해야 한다.

오늘 이곳은 의뢰 때문에 온 것이니 말이다.

뭉그적거리면 돌아갈 때쯤엔 날이 저물고 만다.


아쉽지만 아르는 헬멧을 [수납]에 넣고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팽, 그······, 이번에도 어떻게 좀······ 도와줄래?”

《하아.》


팽이 거하게 한숨을 쉰다.

깊고도 깊게······.


몹시도 귀찮아하는 모습에 아르는 움찔했다.

하지만 그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왜냐하면 사실상 의뢰의 달성 여부는 모두 팽의 손―― 아니, 그의 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이번 의뢰에서 아르의 역할은 그저 병풍······,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실질적으로는 혼자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아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그 선택지의 폭이 넓지 않았다.

얼른 팽의 바지 끄덩이―― 뒷발을 붙드는 것 이외에는······.


생각을 마치자마자 아르는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팽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뒷다리를 붙잡혔다.


“제발, 팽! 사람 하나 살린다는 셈 치고. 응? 팽도 길거리에 나앉고 싶진 않을 거 아냐?”

《오, 오버하지 마라! 여태 번 게 있는데 길거리에 나앉을 리가 없잖나! 그보다 빨리 놔라!》

“그럼 도와주는 거야?!”

《왜 따라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어서 놔라!》


언제 마음이 변할지도 모른다.

확답을 얻자마자 냉큼 손을 놨다.


구속에서 벗어난 팽은 마치 더러운 거라도 묻었다는 듯 발을 탈탈 털었다.

그리고 찌릿 째려보는데, 여러모로 눈치가 보였던 아르는 하지도 못하는 휘파람을 불면서 딴청을 피웠다.


따져봐야 본인만 피곤하다고 생각했는지, 팽은 재차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킁킁거리더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잠시 후, 팽이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여기다.》

“벌써 찾은 거야? 3분도 안 지났는데?”


과연 대단하다.

감탄하며 아르는 서둘러 팽이 가리킨 지점으로 갔다.


“있다.”


팽이 예민한 후각으로 찾아낸 건 가시처럼 뾰족한 잎을 가진 풀.

아르는 조심스럽게 잎을 땄다.


이것이야말로 오늘, 이 숲에 찾아온 목적으로, 그 정체는 바로 어지간한 독과 복통에도 약간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해독초였다.

물론 완치할 정도로 효과가 좋은 건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해독하는 작용이 있었고, 덕분에 수요도 있는 약초였다.

다만 문제는 냄새.

약초였던 만큼 코를 찌를 만큼 냄새가 고약하다고 한다.


‘팽에 의하면 말이지. 나는 암만 맡아도 모르겠던데?’


다시 맡아봐도 아무 냄새가 안 나는 해독초를 [수납]에 넣었다.

이로써 1개 수확했다.

목표는 최소 5묶음.

1묶음당 10개니까, 앞으로 49개 남았다.


“팽, 이대로 쭉 가자!”

《형님이라 부를 때가 엊그제인데······. 염치라는 건 없는 거냐?》


뭐, 그런 적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몇 살이든 팽은 팽이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고들 하는데 여태처럼 지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암암. 그렇고말고.’


일찍 죽고 싶은 마음 따윈 없었던 아르는 웃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당연히 직접 찾을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어쩌겠나, 한두 개라면 모를까, 지형도 익숙하지 않은 이곳에서 50개나 찾으려면 날밤을 새워야 하는데.

일찍 돌아가면 서로서로 좋은 게 아니겠는가.


그렇게 재차 부탁하자, 팽은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다시금 해독초의 수색에 들어갔다.


빨리 돌아가고 싶었던 팽은 서둘렀고, 그의 헌신 덕분에 해독초는 착착 쌓여갔다.

그러던 때였다.

웬 인기척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팽도 감지했는지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는데, 거기엔 60cm쯤 되는 인상이 험악한 토끼가 있었다.


“페리고 레빗이네.”


페리고 레빗은 토끼의 한 종류로, 험악한 인상 그대로 성격이 사납고 고약하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이라면 날카로운 이빨로 일단 물어대는 통에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물론 위협을 느끼진 않는다.

그냥 귀찮기만 할 뿐.

마수도 아닌, 성격 더러운 토끼에게 신변의 위협을 느낄 자는 이곳에 없다.


긴장이 풀린 아르는 의욕 없이 팔을 내저었다.


“워이워이~ 그냥 가슈. 먹을 건 없으니까.”

《잡진 않는 건가? 페리고 레빗의 가죽은 비싸다고 들었다.》

“에이. 비싸면 뭐 해. 가죽을 손질할 줄도 모르는데. 그냥 갖다 판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 게다가 구매처를 찾는 것도 일이라고? 괜한 힘 뺄 바엔 보내는 게 낫지.”

《흐음. 그렇군. 아가씨나 다른 자들은 쉽게 하길래 간단한 건 줄 알았다.》

“다 단련돼서 그런 거지. 축제 때 야생동물을 많이 잡고는 하니까. 우리 같은 초짜들이랑은 달라. 멋모르고 손대면 상품 가치를 살리지도 못할걸?”

《과연. 납득했다.》

“그래그래. 우린 남은 일이나 마저 하자고.”


흥미가 사라진 아르는 팽과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상대는 아니었나 보다.

시선을 돌린 게 기회라 보고 빠르게 덮쳐왔다.


“아이고. 뭐가 그렇게 거슬렸던 거냐. 우릴 잡아먹으려는 것도 아니면서. 성깔하고는.”


아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이 통하면 설득이라도 했겠지만, 저 페리고 레빗은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아직 지성을 갖출 수준에는 이르진 못한지라 대화로 풀 순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가볍게 겁이나 주고 내쫓자. 어떤 마법이면 좋으려나······.’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빠르게 생각을 마친 아르는 손가락을 튕겼다.

발동한 마법은 [빙하의 창]으로, 딱 소리와 함께 어깨 위로 팔뚝만 한 얼음의 창이 형성됐다.


완성과 발사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빙하의 창]은 대기 중에 냉기를 흩뿌려가며 날아갔다.

그 숫자는 도합 10개.

[빙하의 창]은 페리고 레빗의 돌진 경로에 정확히 꽂혀 길을 막았다.


――끼깅끼깅.


페리고 레빗은 당혹스러운 울음소리를 냈다.


그럴 수밖에.

지금의 [빙하의 창]은 과투자다.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면 한 개만으로도 충분하고 남았다.


‘암만 지성이 없다지만 그래도 야생동물인데, 느끼는 게 있겠지.’


생각했던 대로 잠시 갈등하던 페리고 레빗은 제 성질을 죽이고 꽁지 빠지게 수풀속으로 달아났다.

그 뒷모습을 쳐다보던 아르는 [빙하의 창]을 없애버렸다.


“자. 빨리빨리 하고 돌아가자.”


어깨를 으쓱이며 하는 말에 아르는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수색을 재개했다.






페리고 레빗이 습격한 이후로는 별다른 헤프닝이 벌어지진 않았다.

순조롭게 해독초를 찾을 수 있었고, 1시가 될 때쯤에 목표한 수량에 도달했다.


꼼꼼히 확인을 마친 아르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으아~ 이제 돌아갈까? 고생했어, 팽.”

《점심은 스테이크다.》

“또?”

《불만이냐?》

“그건 아닌데······, 질리진 않아?”

《전혀.》


단호하게 대답하는 팽.

물론 불만은 없다.

자금에 여유는 있고, 애초에 이 자금조차도 팽이 없었으면 벌지도 못한 것들이니.

하지만 매일 먹으니 역시 좀 물린다.


‘아니다. 그냥 각자 다른 걸 먹으면 되잖아? 뭘 어렵게 고민하고 있었냐?’


쉬운 해결책을 떠올린 아르는 자화자찬하고는 바이크를 꺼냈다.


“가자.”


지이이익――

매너모드 특유의 조용한 시동 소리가 나고 바이크는 숲속을 내달렸다.

보통의 바이크라면 수풀과 울퉁불퉁한 노면의 상태로 인해, 끔찍한 탑승감을 맛보았을 거다.

그렇지만 아르는 그러지 않았다.

이 바이크는 특제품이라 지면을 평평하게 하는 것과 바람 저항 감소의 마법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충격 감소, 온도 조절, 습도 조절 등의 마법이 있던 터라, 나무와 도랑 정도만 유의하면 숲속이란 환경에서도 꽤 쾌적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역시 엄마가 아낄만해.’


――꺄악!


“응?”


여자의 비명이다.

작았던 터라 잘못들은 줄 알았는데, 옆에서 뛰던 팽도 들었는지 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봤다.


《어쩔 거냐?》

“어쩌긴. 가 봐야지.”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보냐.

즉시 핸들을 꺾어 비명이 난 곳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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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위선자(2) 23.05.27 19 0 20쪽
» 위선자(1) 23.05.27 17 0 12쪽
7 신분증 23.05.25 22 0 20쪽
6 의사소통 23.05.24 24 0 10쪽
5 출발 23.05.23 39 0 14쪽
4 뜻밖의 동행 23.05.22 49 0 12쪽
3 작별 인사 +2 23.05.21 57 1 10쪽
2 상쾌한 아침이었는데…… 23.05.20 76 1 13쪽
1 프롤로그 23.05.20 83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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