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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알고 보니 엄마가 마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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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Lastia
작품등록일 :
2023.05.20 05:10
최근연재일 :
2023.05.27 17:1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301
추천수 :
3
글자수 :
51,705

작성
23.05.21 10:34
조회
44
추천
1
글자
10쪽

작별 인사

DUMMY

엄마는 지금 막 일어났음에도 광채가 흐르는 듯한 은발을 쓸어 넘기며 길게 하품했다.


정말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여전히 아침잠이 길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외견까지도······.


아르에스의 기억 속, 제일 오래된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그러했다.

손을 잡고 올려다본 엄마의 모습은 지금과 조금도 변함없었다.

그래서 당시엔 어린 마음에 엄마가 아니라, 사실은 누나이지 않을까 싶은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래 보여도 분명 자신을 낳은 엄마가 분명했으니.


그 근거로는 마력.

아르에스와 엄마와의 마력적 특성은 꽤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실제로도 타인의 마력은 독이지만, 둘 사이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두 번째 근거로는 23살 터울의 형이 있다.

형과 아르에스의 머리카락 색은 물론이거니와, 눈동자 색마저도 똑같은 회색이다.

만약 엄마가 누나였다면 완전히 같진 않더라도 일정 부분은 닮았을 터.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르에스는 엄마와 제법 생김새가 닮긴 했지만, 그건 아들이기에 닮은 느낌이었다.

남매이기에 닮았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고, 그리 생각하면 엄마가 은발과 연분홍의 눈동자인 것도 설명이 가능했다.


‘아니, 이러한 것을 다 떠나, 엄마가 아니라면 그리도 지극 정성으로 날 키웠을까? 처음부터도 내 이름은 엄마와 아빠의 이름을 따 온 것이기도 하고.’


아르에스는 킥, 웃음을 터뜨렸다.


떠날 때가 돼서 그런가, 별생각을 다 한다고 생각했다.

소름 돋게.


아르에스는 여전히 엄마 같지 않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여동생쯤으로 보일 엄마를 잠시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얼른 나와서 밥이나 드셔.”

“아, 응. 먼저 가 있으렴. 금방 준비하고 갈게.”


부스럭.

엄마는 곧장 본인이 어렸을 때 할머니들에게 받았다는―― 기장조차 맞지 않아 팬티가 보일 듯한 낡은 잠옷을 벗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내가 나간 다음에나 갈아입지······. 암만 아들이라지만 진짜 무방비하네.’


아르에스에겐 낳아준 엄마가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직관하고 싶은 마음 따윈 1도 없었다.


더군다나 질투의 화신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건지, 엄마와 관련만 되면 무지하게 귀찮게 굴어대는 통에 피하는 게 상책이다.


개인적으로도 눈이 썩을 것 같아 아르에스는 빠르게 방을 나갔다.


거실에는 모두가 식탁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생각지 못한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형아!”

“오~ 아르.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외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친형.

결혼한 뒤로 도시에서 사는 형을 보는 건 3달 만으로, 너무나 반가웠던 아르에스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어쩐 일이야, 형! 찾아온다는 소리도 없이!”

“네, 생일이잖아. 놀라게 해 주려고 했지.”

“형수님들은? 같이 안 왔어?”

“왔는데,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즐기라고 배려해줬어.”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형수님들도 우리 가족이잖아?”

“고맙다. 아아. 아내들은 다른 분들과 인사를 나눈 뒤에 올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형은 상냥한 눈웃음을 짓고 아르에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여전히 아이 취급이다.

아직도 나는 형의 눈엔 귀엽게만 비치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나이 차가 제법 나서 그런지, 쑥스러우면서도 그다지 거북하진 않았다.


원래부터도 다정한 형을 좋아하기도 했던 아르에스는 그렇게 밀린 회포를 풀었다.


한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으니 이내 엄마도 거실로 나왔다.


“왔니, 아이리스.”

“네. 잘 지내셨어요?”


분명 화기애애하다.

뭐, 모자 사이인 데다, 우리 집안은 가족 간에 화목하니 당연하긴 했다.


하지만 아르에스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엄마치고는 반응이 시원찮은 것이다.


평소에 엄마가 어떠냐 하면, 일단 달려든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형을 향해, 본인보다 훨씬 커진 아들을 끌어안고는 이산가족 상봉한 것 마냥 기뻐한다.

거기에 킁카킁카―― 채취를 탐하기까지 한다.

꽤 오랫동안······.


그런 꼴불견인 모습인 것에 비해 지금은 너무 침착하다.


“혹시 형이 오는 걸 알고 있었나?”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답한 건 형이었다.

그런데, 조금 낌새가 묘하다.

안절부절못한 달까······, 이상하게도 형의 시선이 자꾸만 엄마에게로 향했다.


“너, 널 위한 서프라이즈니까. 당연히 어머니는 내가 온다는 걸 알고 계셨지.”

“어, 어.”

“――그만 떠들고 앉기나 해라. 다들 기다리는 게 안 보이느냐?”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말한 아빠가 슬쩍 눈치를 준다.

그 시선의 끝에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었다.


형이 반가웠다지만 더 꾸물대기엔 눈치가 보인다.

더욱이 필리카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기까지 한다.

쟤한테 저리 보이는 건 수치나 다름없다.

냉큼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모두가 앉고 시작된 식사는 조용했다.

16세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한마디씩 건네고는 묵묵히 자기 앞에 놓은 요리를 먹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형과의 대화조차도 거의 없었다.

그저 안부를 묻는 것에 그쳤다.


언제나 아이처럼 활기차게 먹던 엄마도 그러했다.

채식주의자인 그 식성에 맞춰 따로 차려진 요리를 아무 말 없이 먹었다.


“저기······ 나, 잠시 모두에게 인사 좀 하고 올게.”


왠지 무거워진 분위기가 거북했던 아르에스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핑계를 대듯 말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상쾌한 아침의 공기를 맞으며 잠시 걸었다.

그러다 집과 제법 떨어진 위치에서 크게 숨을 토해냈다.


“다들 왜 그러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가족들의 반응에 고개를 꼬고 있으니 다가오는 존재가 있었다.


위이이이잉――.


빠른 날갯짓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건 30cm의 꿀벌―― 정확히는 마물화한 꿀벌이었다.


아피스라는 명칭의 꿀벌은 익숙하게 곁으로 다가와 눈높이를 맞췄다.


아르에스는 태평했다.

사소한 경계조차도 없었다.

만약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본다면 삶에 비관한 자살희망자, 혹은 공포에 잠식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을 것이다.

위험한 마물을―― 몬스터를 앞에 두고도 이처럼 태연자약하다면······.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마을은 다른 곳과는 조금 달랐다.

마수와 마물을 몬스터라면서 무조건적으로 배척하지 않는다.

그뿐이랴, 우호적이라면 차별하지 않고 주민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일종의 융화정책인데, 이 아피스도 그중 하나였다.

우리 마을에 처음 정착한 마수, 마물들의 2세로, 아르에스와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소꿉친구였다.

위험 따윈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그러긴커녕 흰 털목도리를 두른 것 같아서 귀엽기만 한데.’


《안녕, 아르. 오늘은 빠르네? 설레서 잠을 설친 거야?》

“대충 그런 거지. 너는? 아침부터 뭐 해?”

《꿀 채취지. 밭일도 거의 안 돕고 놀기만 하는 너랑 달리, 난 맨날 이 시간에 일어나서 일한다고?》

“쳇. 그래, 너 잘났다.”

《네가 게으른 거겠지. 밖에 나가서는 그러지 마라?》

“괜한 오지랖이네요.”

《쯧. 괜한 자존심하고는. 아주머니가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된다. 뭐, 금방 질질 짜고 돌아오진 마라. 보기 안타까울 테니.》

“뭐라고?!”

《――아아. 난 바빠. 네 투정을 들을 시간 따윈 없으니 이만 간다.》


일방적으로 말을 끊은 아피스는 그대로 날아갔다.


잔뜩 악담을 퍼붓고 내빼다니······.


딜교에서 압도적으로 밀린, 그냥 두들겨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 분함에 아르에스는 이를 갈았다.

당장 따라가서 2차전을 벌이고 싶다.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터.

그 정도라면 금방 따라붙을 수 있다.


그러나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인사를 할 주민은 많은 것이다.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지만 집집마다 일일이 방문하다보면 제법 시간이 걸린다.

시간을 헛되이 보낼 여유 같은 건 없다.


“빌어먹을 자식. 나중에 돌아오면 보자.”


호된 신고식이라 여기기로 한 아르에스는 기분을 풀고 다른 주민들을 보러 갔다.






“후~”


길게 숨을 토해낸 아르에스는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제법 사람의 손때를 타다 못해, 엉덩이 자국이 남은 바위였다.

다만, 제법 작다.

꽉 끼는지라 별로 편하지가 않다.

하지만 주변에 달리 앉을 데도 없다 보니 불만을 삭였다.


“힘드네······.”


작별 인사는 거의 대부분 나누었다.

사람은 물론이고, 마수와 마물들까지도. 촌장인 증조할아버지까지도 만나고 왔다.

그들 대부분은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안위를 염려해줬다.

일부 몇몇은 이쁜 마누라나 데려오라면서, 뭐라 반응하기 힘든 농담을 건네 진땀을 뺐지만······.


그렇게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낮이다.


이제 남은 건 한 사람.


잠시 기다리니 등 뒤에서 인기척이 나타났다.

아무런 조짐도 없이 갑자기.

직전까지도 무엇 하나 감지해낼 수 없었다.


이런 게 가능한 상대가 달리 있을 리 없다.

슬쩍, 돌아보니 역시나. 만나려 했던 남자가 있었다.


“여~ 아르.”


손을 드는 남자.

반갑게 인사하는 그의 등 뒤로는 살랑살랑, 사자의 꼬리가 흔들렸다.


남자는 보이는 대로 인간이 아니었다.

마족과 함께 마을에 정착하게 된 호인족으로, 이 남자는 그 호인족 무리를 이끈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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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뜻밖의 동행 23.05.22 45 0 12쪽
» 작별 인사 +2 23.05.21 45 1 10쪽
2 상쾌한 아침이었는데…… 23.05.20 64 1 13쪽
1 프롤로그 23.05.20 67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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