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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알고 보니 엄마가 마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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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3.05.20 05:10
최근연재일 :
2023.05.27 17:15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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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51,705

작성
23.05.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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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뜻밖의 동행

DUMMY

“늦어요, 세스 아저씨.”

“그게······ 몸이 근질거려서. 잠시 훈련을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더라고.”


약속한 시각이 몇 시인데······.

만약 이른 새벽부터 시작했다면 대여섯 시간을 내리 훈련했다는 소리다.


좀 과하다······.


어이없다는 듯 보자, 남자―― 세스도 좀 무안했는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아저씨도 여전하네.’


정말 언제나 이런 식이다.

매사 설렁설렁, 즉흥적으로 마음이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산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이 사람―― 세스타스라는 남자다.

약속을 딱딱 지키는 것과는 거리다 멀다.


슬쩍 웃은 아르에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저씨, 부탁이 있어요.”

“응?”

“대련 좀 해 주세요. 다만, 이번에는 전력으로.”


세스는 평소와는 다른, 조건이 있는 부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뜬금없다? 조금 있으면 출발이잖아.”

“그래서예요. 불안하달까, 마지막으로 현재 제 수준을 알고 싶어요.”

“호오······.”


순간 분위기가 진지해진 세스가 무표정으로 내려다본다.

그저 그뿐이었다.

하지만――


“큭.”


신음을 낸 아르에스는 이를 꽉 악물었다.


몸이 짓눌린다.

마치 모종의 압력이 이 주변에 생긴 것처럼.

조금만 긴장을 늦춘다면 곧장 무릎을 꿇고 말리라.


마법은 아니다.

마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마찬가지.

아르에스에게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현상이기만 했다.


다르다.

굉장하다 못해, 차원을 달리한다.

그렇게 열심히 수련했음에도 아직 그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


이것이 바로 세스.


그는 분명 느긋하고 온순한 사람이다.

보기와는 달리 책임감이 강하고 배려심마저도 좋아, 마을 내의 평판은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다.

기묘하게 인기가 좋은 엄마를 제외하고는······.


그렇지만 그는 마냥 상냥한 사람이 아니었다.

애초에 상냥하기만 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강해질 리가 있겠는가?

강해지는 것도 투쟁심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다.

상냥한 것만으로는 쟁취할 수 없다.


그리고 눈앞의 이 남자는 그러한 모든 걸 두루 갖춘 남자 중의 남자.

흔하디흔한 마을 사람 같은 차림이라고 만만히 보면 안 된다.

괜히 존경하는 게 아니다.


그런 사람에게 한심한 모습을 보일 순 없어 버티고 있자니, 잠시 후 압박감이 사라졌다.


“장난은······ 아니었구나?”

“당연하죠!”


외치는 말에 세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좋은 마음가짐이야. 자신을 안다는 건 무척 중요하니까. 하지만, 안 해.”

“왜요?!”

“객기야. 마력의 방출도 아니고, 압력만 살~짝 내보였을 뿐인데 똥줄 타고 있었으면 말 다 했지. 전력은 무슨. 주제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순순히 인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꼭 기억해 둬. 죽는 건 한순간이다?”


그리 말하면서 세스는 오른손을 가슴께로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귀여운 제자인 데다, 아가씨의 아들이기도 한 너의 부탁을 안 들어주기엔 좀 그래. 그래서 딱 한 번만. 내 전력을 보여줄게.”


씨익――.

세스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그게 어찌나 소름이 돋는지······.


본능이, 세포 하나하나가 그가 진심임을 강제로 깨닫게 해줬다.

한순간에 온몸의 피부가 솟은 아르에스는 자세를 취했다.


동시에 세스의 주먹이 내질러졌다.

그 속도는 신속을 초월했다.

너무 빠른 탓에 아르에스의 눈에는 팔이 통째로 사라진 듯하였다.


죽는다······.


모든 감각이 말했다.

나는 분명 죽는다고.

오체는 일순 분쇄, 나라는 존재 자체가 흔적도 없이 소멸할 것이라고.


――직격했다면 반드시.


후우우웅.

몰아치는 바람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다.


마침내 긴장이 풀린 아르에스는 털썩,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멍하니 바라본 시야에 비치는 건 제법 덩치가 큰 도넛.

구멍이 뻥 뚫린 구름이었다.


공간 자체가 출렁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아르에스는 허무한 웃음소리를 냈다.


세스의 말대로였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객기도 이런 객기가 없다.

전력을 다한 대련은 개뿔.

대련으로 성립하기 위한 최소 조건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물론 자만하진 않았다.

절대 못 이긴다고 애초부터 생각했었다.


단지, 보는 안목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어때? 조금이나마 도움은 되셨나?”


평소대로 돌아온 세스가 물으며 손을 뻗었다.


‘다 알고 있으면서.’


아르에스는 참 능글맞다고 생각하면서 세스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곧장 물음에 대한 답을 했다.


“아뇨. 전혀.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나 보다.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세스가 끄덕였다.


“그래. 보는 것만으로도 분명 상대를 평가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실력이 비슷하거나, 우위일 때야.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인 상대에게는 대충 강하다는 것만 느낄 뿐, 당최 얼마큼 강한지는 알 수 없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자신처럼 마력조차 느낄 수 없다며, 세스는 진지하게 충고했다.


“그런 상대에겐 어떻게 대처하면 되나요?”

“적대하지 말고 도망쳐. 알겠어? 가늠이 안 된다는 건 애시당초 맞설 수 없다는 소리야. 버티면서 기회를 엿보겠다는 알량한 생각 따윈 버려. 아까도 말했지만――”

“――죽는 건 한순간이라는 거죠?”

“그렇지. 성급하게 결단을 내리지 마. 살아만 있으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어. 그때 가서 어찌할지 정해도 늦지 않아.”

“알겠어요.”


뼈와 살이 되는 이야기다.

진지하게 조언을 새겨들었다.


“후하~ 아! 아저씨, 한 가지만 더.”


굳어진 몸을 풀다 떠오른 생각에 아르에스는 손을 번쩍 들었다.


“응? 너, 출발 안 할 거냐?”

“딱 한 가지만요.”


간곡히 부탁하자 세스는 한숨을 쉬면서도 말해보라 하였다.


“마력이요. 어떻게 하면 하나도 안 새요?”


마법이나 몸을 강화하는 등의 투기술을 사용할 때는 거의 필연적으로 잉여분의 마력이 밖으로 샌다.

하지만 세스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마법이면 마법, 투기술이면 투기술, 어떠한 때라도 일절 마력이 새지 않는다.

구름을 꿰뚫었던 일격에서마저도 그러했다.


원리는 들어서 대충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뭔가 세스만의 비법 같은 게 있으면 듣고 싶다.


그런 바람을 담아 간절히 보았는데······, 돌아오는 건 꿀밤이었다.


“악! 왜 때려요?!”

“요행을 바란 벌이야. 말했었을 텐데? 거저 얻어지는 건 없다고.”

“그렇긴 한데······.”

“없는 걸 바라지 마. 오로지 반복 연습뿐이야. 무한에 가까울 만큼 연습하고 또 연습해. 그럼 저절로 마력조작에 능숙해지고, 마력을 흘리지 않을 수 있어.”


말이야 쉽지.

그게 안 되니까 묻는 게 아니겠는가.


“애당초 아저씨 말고는 마력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본 적이 없거든요? 사실 아저씨가 세상에서 제일 강한 거 아니에요? 은둔 고수라든가 있잖아요.”

“뭐, 내가 강하긴 하지. 하지만 위에는 위가 있어. 아직 내가 못 이기는 놈들은······ 어디 보자, 하나, 둘, 셋――”


세스는 손가락까지 접어가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실로 진지하게.


‘그냥 농담이나 하려 한 건데······.’


누가 미쳤다고 저런 소릴 진심으로 하겠나.

하지만 차마 말릴 분위기가 아니다.

농담이라는 소리는 꺼내지도 못하겠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얌전히 그가 다 셀 때까지 기다렸다.


“열하나, 열둘······ 정도려나? 아니다. 다섯을 더 포함해야 하니까, 열일곱이나 있네.”

“뭐, 뭔가 애매한 숫자네요. 근데 다르게 말하면 아저씨가 18번째로 강하다는 거예요?”

“그렇지······?”


실로 미묘하다.

세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별로 기뻐 보이지 않는다.


‘하긴 저리 애매하면 누구라도 그러겠지. ······그런데, 농담이지?’


이 넓은 세상에 누가 있는 줄 알고 순번을 매기겠는가.

누가 누가 강한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저씨의 지인 중에서라는 거겠지?’


여러모로 세스의 주관적인 판단이다.

등수 자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신뢰가 떨어지니 대충 흘려들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넓구나. 아저씨보다 강한 사람이 다 있고. 그 사람은 진짜 괴물이겠는데?”

“그 괴물 중에서 둘은 이 마을에 있어.”

“네······? 뭐라고요?”

“나보다 강한 자 말이야. 둘은 이 마을에서 살고, 넷쯤은 가끔가다 놀러 와.”


······어째 더 늘었다.


‘아,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충격적인 이야기에 잠시 넋이 나갔던 아르에스는 정신을 차리고는 곧장 세스에게 달려들었다.


“누구예요?! 아저씨보다 강한 사람이?!”

“글쎄?”

“아이. 그러지 말고요.”

“알아서 뭐 하게?”

“그냥 궁금해서······.”


진짜다.

마을의 주민은 마수, 마물까지 모두 포함하여 대략 130쯤.

작은 촌락 규모인 이 마을에서 세스보다 강한 자가 누구인지 순수하게 알고 싶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


‘정말 누굴까? 그리 강하다면 분명 눈에 띄었을 텐데.’


열심히 고민해봤으나 모르겠다.

세스와 비견된다면 동년배쯤일 터.

하지만 그런 사람이나 마수, 마물 중에선 짐작 가는 자가 없었다.


그래서 알고 싶은 것인데······, 돌아온 건 딱콩이었다.


“괜한 관심은 넣어둬라. 어차피 좀 더 강해지면 자연스레 알게 돼. 그보다는 여행 말이야. 너 혼자 갈 거냐?”

“어······ 그런데요?”


맞은 이마를 문지르며 대답하자 세스는 그러냐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르에스는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누군지 알아내는 건 포기했다.

한 번 정한 이상 세스가 의견을 바꾸진 않을 테니.


내심 불만이기는 했으나 별수 있나.

좀 더 강해진다면 안다니 그때 스스로 알아낼 수밖에.


“아르, 너 말이야. 혼자서 심심하지 않겠어?”

“그게 묘미 아니에요?”

“아니. 네 상상보다도 여행이란 건 훨씬 고독해. 생각해 봐. 도시에서 도시까지 며칠이나 걸리는데, 그때 동안 뭐 할 거야? 빈둥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진짜 할 거 없다? 혼자 다닌다면 더더욱 그렇고.”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마치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세스는 회심의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는 입가에 손을 가져갔다.


삐익――!


피치가 높은 휘파람이 울리고, 근처 수풀에서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이 났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건 새하얀 털이 인상적인 울프독으로, 카니스 루프스라는 명칭의 마수였다.


“화이트 팽?”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카니스 루프스―― 화이트 팽은 천천히 세스의 곁으로 왔다.


“아르, 팽을 데리고 가라.”

“네?”

“여행에 있어 길동무는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나도 우리 이쁜이들이 없었더라면 그 지루한 시간들을 버틸 수 없었겠지. 팽은 반드시 너에게 좋은 말벗이 되어 줄 거야.”


확실히 팽이 함께 가준다면 덜 심심할 거 같다.

딱히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되려 어렸을 때는 팽의 등에 타고 다니는 등, 사이가 좋은 편이다.

갑작스럽기는 해도 팽만 괜찮다면 같이 가도 상관없었다.


“팽, 정말 괜찮아? 아저씨가 억지로 시킨 건 아니지?”

《그래. 같이 갈 자를 묻긴 했지만, 강제는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아저씨는 처음부터 누군가를 나에게 붙여주려 한 거였네.’


슬쩍 시선을 보내니 세스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뭘 잘했다는 듯이.

괜한 오지랖이나 부리고.


하지만 투덜대는 것과는 다르게 아르에스의 입가에는 옅게 미소가 머물렀다.


“응. 그럼 갑작스럽지만 잘 부탁해, 팽.”

《맡겨둬라.》

“아저씨도 고마워요.”

“뭘. 당연한 거지.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즐기다 와라, 아르.”

“네.”


이걸로 인사는 끝.

서로 해주고 싶은 말은 다 했다.


마지막으로 깊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전한 아르는 그대로 팽과 함께 공터를 빠져 나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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