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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님의 서재입니다.

객점에 헌터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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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작품등록일 :
2024.09.03 22:25
최근연재일 :
2024.09.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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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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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강남객점 012

DUMMY

민창기는 하루의 대부분을 민화병원 VIP병실에서 보냈다.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중요했으니까.

의식이 없는 부친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효자...

지금 민화그룹 홍보실에서는 그런 민창기를 그런 모습으로 포장하여 기사를 내보내는 중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달랐다.


- 드르르륵! 드르륵! 콰아앙!


"야이, 병신들아! B섹터 밀리잖아!"


- 드르륵! 드르르륵!


"오케이! 컷! 어? 어? 야! 막아! 막으라고! 이런...씨발! 하여간 조선 새끼들은 이래서 안 돼. 희생정신이 없잖아. 가미카제 몰라? 닥돌이라도 했어야지!"


화면을 보며 신나게 욕을 내뱉은 민창기는 병실로 법무팀장이 들어오자 휴대용 게임기를 소파에 휙 던져버렸다.


"실장님, 기무라 상 오셨습니다."

"그래? 들어오라고 해."

"네."


법무팀장이 문 옆으로 비켜 서자 그의 뒤로 안경을 쓴 남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가 병실로 들어오자 민창기가 소파에서 일어나 맞이했다.


"여어! 히사시부리! 기무라."


민창기가 다가가 손을 내밀었지만 기무라는 손을 잡는 대신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고속도로에서의 일,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우리 쪽 일 처리가 미숙했습니다."


기무라를 보는 민창기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깃들었다.


"크으, 일본 사람들은 이게 좋다니까. 자신의 실수를 정확하게 인정하잖아. 변명이나 해대는 조선 놈들이랑은 차원이 다르단 말이지."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냐. 됐어. 어쨌든 형수는 죽었으니까. 어른들이 문제지, 애새끼야 뭐. 앉아."

"네. 감사합니다."


기무라는 병상에 누워있는 민 회장을 잠시 흘깃 쳐다보고는 소파에 앉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나? 병문안 온 것은 아닐테고? 설마 내가 약속 안 지킬까봐 걱정되서 온 건 아니지?"

"그럴리가요. 다만 걱정되는 일이 하나 생겨서 찾아왔습니다."

"걱정?"

"네. 3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요."

"아, 영장? 그거 기각될 거야. 내가 뿌린 돈이 얼마인데. 그거 하나 처리 못하면 뒈져야지."

"그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김상수 비서가 안 보이는군요."

"김 비서? 아, 그러네. 이 새끼 어디 갔지? 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민창기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기무라가 품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내밀었다.

그리고 두리번거리던 민창기가 휴대폰을 쳐다보자 화면에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거 뭐야?"

"김상수 비서가 조금 전 지하 주차장에서 체포되었습니다. 지금 3국으로 이송 되는 중입니다. 우리 쪽 직원이 지금 뒤를 따라가면서 찍고 있는 영상입니다."

"뭐? 아, 나 진짜...가지가지하네. 야! 법무팀장!"

"네. 실장님."

"가서 이 새끼 데려와."

"네."


법무팀장이 황급히 몸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법무팀장을 세운 것은 기무라였다.


"가셔도 김상수 비서를 데려오지 못할 겁니다."

"무슨 말이지?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3국이 김비서를 노릴 것은 예상하고 있었어."

"변수가 생겼거든요. 오전에 김상수 비서 모친이 사기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뭐? 근데 그게 왜?"

"김상수 비서는 모친에 대한 마음이 유난한 사람입니다. 지금 김상수 비서는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3국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이 병신새끼..."


민창기가 벌떡 일어나 초조한 얼굴로 병실을 서성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싸늘한 얼굴로 걸음을 멈춘 그는 법무팀장을 노려보았다.


"이 새끼가 어디까지 불 것 같아?"

"그게..."

"아니. 그 전에...이 새끼가 날 엮을만한 증거를 가지고 있나?"

"있습니다."


민창기의 질문에 대한 답은 법무팀장이 아니라 기무라의 입에서 나왔다.


"뭐?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김상수 비서는 실장님과의 모든 대화를 녹음했습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고!"

"도청 감지기에 걸리지 않는 기계를 우리 쪽에서 제공했으니까요."

"......"


얼마나 놀란 것인지 민창기는 한동안 멍한 얼굴로 기무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기무라는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들고 온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었다.


"김상수 비서가 3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12분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를 처리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입니다. 지금 이 서류에 싸인을 하면 김상수 비서는 우리가 처리해 드리죠."


그때서야 민창기는 기무라가 내민 서류를 쳐다보았다.


[민화정보통신 주식양도계약서]


그리고 서류의 타이틀을 확인한 순간 민창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개새끼가...너 지금 내 뒤통수 치는 거야?"

"3분 27초. 쿠로키츠가 대기하고 있는 장소를 지나가면 우리도 김상수씨를 처리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빨리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기무라를 노려보는 민창기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2분 57초 남았습니다."


냉정한 기무라의 목소리에 민창기는 결국 버티지 못했다.


"씨발! 펜!"


버럭 욕을 내뱉은 민창기가 소파에 거칠게 앉으며 손을 내밀자 법무팀장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펜을 꺼내어 황급히 건네주었다.

그리고 펜을 낚아 챈 민창기는 서류에 거칠게 싸인을 하고는 기무라에게 휙 던져버렸다.


"됐지? 빨리 죽여!"


기무라는 면전으로 날아온 서류를 챙겨 싸인을 확인하고는 귓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쿠로츠키, 처리해."


민창기는 그때서야 기무라의 귀에 무선 인이어가 끼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건 지금 이 상황도 모두 녹음이 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열불이 터졌지만 일단 민창기는 테이블에 올려진 기무라의 휴대폰을 쳐다보았다.


영상은 검은 승합차를 뒤따르는 차에서 찍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 부우우웅...


영상을 찍는 차량이 가속을 하더니 앞에 달리고 있는 검은 승합차의 뒤를 그대로 박아버렸다.


- 쿠우웅...쿠웅...쿠우웅...


서울 시내였다.

앞차와의 간격이라고 해봐야 2~3미터인 서울 도심에서 급가속을 하며 앞차를 들이 박아버렸으니 2차, 3차 추돌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앞뒤로 충격을 당한 검은 승합차가 일순간 멈추자 그 순간,


- 퍼석! 퍽! 퍽!


휴대폰 스피커로도 선명하게 들려올 정도로 날카로운 굉음이 들리더니 검은 승합차의 뒷 창문에 세 개의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민창기는 그 구멍을 본 순간 차 내부의 상황은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 총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때였다.


[간료!]


결과를 확인 시켜 주듯, 휴대폰 스피커에서 중성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끝으로 기무라는 영상을 끄고 휴대폰을 안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김상수씨가 보관한 녹음 데이터는 저희가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시길."

"뭐야? 그걸로 날 협박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천만에요. 안전하게 보관해 드리겠다는 겁니다. 실장님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랄까요. 냉정하게 생각하십시오."

"뭘 냉정해! 이 개새끼야!"

"우리의 도움이 없었으면 민회장님과 부회장을 처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까? 경호팀조차 완전히 장악하지 못해서 고 팀장도 우리가 보내준 사람이라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니지요?"

"지랄하지 마!"

"앞으로도 민실장님은 우리의 도움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겁니다. 예를 들어 이사회 장악이라던가."

"이..."


민창기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지만 기무라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도 문제지만 앞으로 해결할 일 또한 산더미였다.

그중 가장 큰 산이 바로 이사회였다.


아버지가 쓰러지고 형이 죽었으며,

형수가 죽은 것이 삼 일전이었다.

아버지야 아직 죽은 것이 아니었으니 큰 문제 없지만 형과 형수의 죽음은 살인 사건이었다.


그렇기에 형사적인 결론이 나와야 상속에 대한 문제가 정리된다.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와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이었다.

애초에 계획한 기간은 일주일이었다.

일주일이면 모든 법적인 책임에서 벗어날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것이 지금 삐걱거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중간에 이사회가 장난질을 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이에나 같은 새끼들...'


이사회가 장난질을 치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민서우뿐이니까.

그 어린것만 남으면 민화그룹의 경영권은 공중에 붕 뜨게 된다.


적의 적은 동지라던가.

평소에는 그렇게 원수처럼 싸워 대던 이사들이 지금은 하나로 똘똘 뭉쳐있었다.

일단 자신을 제거하고 난 이후 자신들의 싸움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그룹의 알짜 회사인 민화 정보통신의 지분을 일본에 넘겼다.

이 사실이 이사회에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

그러면 이사들은 미친 하이에나처럼 자신을 물어 뜯으려 들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되면 비서실이나 경호팀이 완전히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


물론 자칫 잘못하면 기무라에게 약점을 잡혀 평생 끌려 다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마치 민창기의 생각을 훤하게 읽고 있다는 듯, 기무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일단은 민화그룹을 갖는 것만 생각하시지요?"


맞는 말이었다.

지금은 나중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일단 민화그룹을 먹는 것이 우선이었다.


"좋아. 우리 문제는 일이 마무리되면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3국을 건드렸으니 우리는 일단 잠시 물러나겠습니다."

"뭐? 여기서 발을 빼겠다고?"

"민실장님에 대한 모든 증거는 사라졌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의심 뿐입니다. 물론 그 의심만으로도 3국은 움직일 겁니다. 하지만 설마 이 정도 문제도 처리할 능력이 안되는 것은 아니겠죠?"


기무라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그 말 속에는 무시가 가득했다.

민창기의 눈이 이글거리는 그때, 기무라의 입이 다시 열렸다.


"충고 하나 드리자면 민서우는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사회가 이용할 가능성이 크거든요. 무엇보다 아무리 작은 화근이라도 남겨두면 반드시 후회하는 법입니다. 일처리, 지켜보죠."


그 말을 끝으로 기무라는 병실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민창기는 기무라가 사라진 문을 한동안 매섭게 노려보다가 몸을 돌렸다.


"고 팀장에게 연락해. 처리하라고."

"네."


고개를 숙인 법무팀장이 황급히 병실을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네? 더 하실 말씀이라도..."

"너도 녹음 하냐?"

"아...아닙니다! 절대로..."

"씨발...됐다. 나가봐."

"네..."


그렇게 법무팀장이 병실을 나가자 민창기는 병상 옆에 서서 누워있는 부친을 내려다보았다.


"왜요? 또 악마 같은 새끼라고 욕하게요? 근데 뭐요. 씨발...어쩌라고! 그러니까 그깟 계집애가 뭐라고 이렇게 일을 만드냐고!"


그렇게 부친을 향해 고함을 지르던 민창기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소파에 던져두었던 게임기를 다시 집어 들고는 게임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



- 지이잉...지이잉...


지욱은 배 위에서 잠든 서우가 깨지 않게 조심히 전화기를 들어 귓가에 가져다 대었다.


"일이 꼬였나 보네요."

"미안하네. 강객주. 민창기의 약점은 그의 비서였어. 그래서 비서를 잡아들였는데...사고가 났네."

"죽었군요."

"쿠로츠키에게 당했네."


쿠로츠키의 이름을 듣는 순간 욱하는 감정이 떠올랐지만 순간 배 위의 서우가 칭얼대자 황급히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지욱은 마치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는 듯한 서우를 보며 묘한 느낌을 받았다.


"됐습니다. 어쨌든 민창기가 급해졌다는 뜻이니 이쪽도 움직이겠군요."

"맞아."

"저한테 빚지신 겁니다."


지욱의 말에 곽운규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지욱은 전화기 너머로 그의 당황을 고스란히 느꼈다.


"역시 강객주는 못 당하겠군. 그래. 내가 빚진 걸로 하지. 평화가 너무 길었나봐. 3국에 두더지가 너무 많아."

"끊습니다."


전화를 끊은 지욱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곽운규는 그렇게 허술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천만에.


비서를 잡으면 잡는 대로 좋은 것이고,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것을 핑계 삼아 3국 전체를 뒤집어 엎으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곽국장에게는 민창기를 잡는 것보다 3국의 청소가 더 급한 일이었을 테니까.


그것을 지욱은 바로 알아차린 것이었고.


어쨌든 그건 그거고.

지욱은 휴대폰 화면을 가볍게 눌렀다.


"장우야. 특실애들 움직인다. 잡아놔."


그렇게 전화를 끊은 지욱이 서우를 안고 천천히 일어났다.

이제 자신도 움직일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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