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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님의 서재입니다.

객점에 헌터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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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작품등록일 :
2024.09.03 22:25
최근연재일 :
2024.09.13 17:3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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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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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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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강남객점 008

DUMMY

민화병원 12층 VIP 병동은 철통같은 감시속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물론 12층으로 올라오는 모든 출입구에 경호원이 서 있었으며 간호사와 의사들은 병실을 드나들 때마다 삼엄한 감시를 받았다.


그런 가운데 민창기는 병상에 누워 호흡기에 의지한 채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부친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 이게 뭡니까. 이게. 좋게 끝날 수 있었잖아요. 계집애 하나 죽은 게 뭐 대수라고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드냐고요."


민창기는 답답하다는 듯 누워있는 부친을 내려다 보았다.

이 일의 시작은 아주 작았다.


비서로 일하던 여직원의 몸을 조금 만졌을 뿐이었다.

그런데 여직원의 반항이 심했으며 순간 화를 참지 못해 몇 대 때린다는 것이 죽어버리면서 문제가 커져 버렸다.


‘아니지. 사실 거기까지도 별 문제는 아니었지.’


그냥 계집애 하나 죽었을 뿐이었다.

직장인은 누구나 죽는다.

택시 기사는 운전하다 죽고, 건설 노동자는 현장에서 사고로 죽는다.

하다못해 변호사도 과로사로 죽는 마당에,

비서로 근무하다가 죽은 것이 뭐 그리 큰일인가.


대충 위로금 받고 산재 보상받고 끝나면 모두가 좋은 일이었다.

유족은 그 돈으로 남은 삶을 풍족하게 살면 되는거고 자신은 재수 없는 일을 툴툴 털어버리면 끝날 일이었는데...

아버지가 그 일을 알아 버렸다.

그리고 아버지가 한 말은 딱 한 마디였다.


"사내답게 책임져라."


책임?

더 이상 무슨 책임?

개나 고양이를 죽였다고 사람이 감옥에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물론 미안하다.

죄책감도 있었다.

그리니까 돈으로 해결을 하겠다는 건데 아버지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된 것이었다.


- 드르륵...


그렇게 민창기가 부친을 내려다보던 그때 병실 문이 조용히 열리며 비서가 들어왔다.


"실장님, 아이를 놓쳤답니다."


- 쩌억!


비서의 말이 끝나는 순간 몸을 돌린 민창기가 따귀를 갈겨버렸다.

그리고 따귀를 맞은 비서의 얼굴에서 안경이 튀어 나가 바닥을 굴렀지만 비서는 황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 돈을 쓰고?"

"죄송합니다. 예상치 못한 인물이 개입하는 바람에..."

"남산캐슬 헌터가 아니었다는 거야?"

"네. 강남객점 객주가 직접 움직였습니다."

"강남객점? 영감들 해장국 먹으러 가는 여관?"

"그...네."

"그래서?"

"강서영씨는 확실히 처리를 했는데 아이를 놓쳐서...아이는 지금 강남객점으로 들어갔습니다."


매섭게 비서를 노려보던 민창기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3국은?"

"검찰을 통해 레드컴퍼니를 압수수색하려고 시도 중이랍니다."

"깨끗이 청소해놨지?"

"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저희 쪽과 연결 고리는 절대 찾지 못할 겁니다."

"저희쪽?"

"아, 죄송합니다. 저와 연결 고리입니다.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 진행된 일이니까요."


비서는 자신의 대답에 민창기가 만족한 표정을 짓자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레드컴퍼니는 엄연한 일본 기업입니다. PMC는 민감한 정보를 많이 다루는 기업이라 일본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항의하기로 했으니 영장이 쉽게 발부되지는 못할 겁니다."

"그래. 그건 그쪽에서 알아서 할 테고. 어쨌든 일본 애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쿠로키츠네가 실패했단 말이지?"

"네. 예상했던 것보다 상대가 강했답니다."

"강남객점이라...썩어도 준치라는 건가."

"이십여년 전만해도 꽤 유명했던 곳이니까요."


김비서의 말에 민창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과거의 망령에 휩싸이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이렇게 되는거야. 이렇게."


민창기는 손을 들어 병상에 누워있는 자신의 부친을 가리켰다.


"명심하겠습니다."

"가서 애 데려와."

"네. 알겠습니다."


김비서가 고개를 숙이고 병실을 나가자 민창기는 부친의 가슴을 툭툭 두들겼다.


"아버지, 잘 지켜보세요. 내가 회사를 어떻게 키우는지. 제가 누누이 말했죠? 애국이 밥 먹여주는 거 아니라고."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병실을 나가버렸다.



-**-



객점의 하루는 이른 시간에 시작된다.

물론 객점의 특성상 24시간 열려있지만 야간조가 퇴근하는 일곱 시를 기준으로 활발해진다.

주방에서 아침을 먹고 퇴근하려는 직원들과 아침을 먹고 근무에 들어가려는 직원들로 번잡해지는 것이었다.

그중 지욱도 있었다.


"어? 객주님.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주방의 부방주 동구가 지욱을 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욱은 아침을 늦게 먹는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편이었으니까.

그런 지욱이 일곱시 땡 치자마자 주방에 나타났으니 동구가 놀랄밖에.

하지만 동구의 뒤에서 장우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객주님, 얼굴이 왜 그러세요?"

"안 자."

"네?"

"애가 안 잔다고."

"지금 잘 자는데요?"

"후우, 그래. 지금은 잘 자. 근데 밤에 안 자. 이게 말이 돼? 응? 놓으면 울고, 안으면 자는데. 놓으면 또 울어. 나도 자야 할 거 아냐? 난 어쩌라고? 응?"


혹시라도 아이가 깰까봐 지욱의 목소리는 조근조근했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아, 힘드셨군요. 그럼 전 일이 있어서 이만..."

"스톱!"


장우가 황급히 뒤로 도는 순간 지욱의 묵직한 목소리가 그를 잡아 세웠다.

그리고 장우의 어깨를 잡아 자신의 방향으로 돌린 지욱이 장우의 품에 서우를 넘겨주었다.


"이제 난 몰라. 네가 하다가 다른 방주들에게 넘겨주던지 알아서 해."

"객주님. 객주님!"


뒤에서 장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지욱은 쏜살같이 달렸다.

너무 졸리고 피곤했으니까.

그렇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지욱은 침대에 푹 쓰러졌다.

하지만 채 십 분이나 지났을까.


- 쿵! 쿵!


"객주님! 태웅입니다."


- 쿵! 쿵! 쿵!


저 새끼는 저걸 노크라고 하는 것일까.

그러나 지욱은 못 들은 척 베개에 머리를 처박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때였다.


- 우지끈!


"어? 열렸네. 객주님, 주무세요?"


이 개새야. 그게 열린거냐? 부순거지?

소리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차린 지욱이 몸을 돌리며 베개를 냅다 문쪽으로 던졌다.


"뭔데? 이 새꺄! 장우 있잖아?"

"아이 봐야 한다고 객주님께 보고하라던데요?"

"뭔데? 별 일 아니면 넌 오늘 뒈지는 거야."

"민화그룹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애 데리러 왔다는데요?"


하아...젠장. 씨바랄...

결국 지욱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야만 했다.



-**-



터벅터벅 걸어 지욱이 도착한 곳은 본방이 아니라 상방이었다.


"오셨습니까. 객주."


그리고 상방주 도진상은 돋보기를 코에 걸고 태블릿을 쳐다보다가 지욱을 맞이했다.


"어떤 놈들이에요?"

"민화 그룹 직원들입니다."


도진상이 내밀 태블릿에는 인물 정보가 주르륵 떠 있었다.

지욱은 정보를 대충 훑어보고는 태블릿을 다시 상방주에게 넘겨주었다.


"변호사 하나에 헌터 열이라. 상급 하나에 중급 셋...여차하면 밀고 들어오겠다는거네."



상방의 기본 업무는 객점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것이었다.

객점에서 손님들이 사용하는 기본 물품에서부터 특별 주문 물품을 판다.

또한, 주방에는 식재료, 의방에는 약재, 공방에는 공구나 건축 재료를 조달하며 객점에 전반적인 물품을 관리한다.


하지만 상방의 숨은 업무는 정보였다.

상인은 정보에 민감하다.

정보는 물류와 함께 움직이니까.

상방주는 지욱이 오기 전에 이미 숙박 명부를 보고는 바로 놈들의 정체를 확인한 것이었다.


"가자."

"네."


짜증 가득한 얼굴로 상방을 나온 지욱은 정문 옆에 위치한 본방 건물로 들어갔다.

그러자 프런트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앞에 서있는 것은 본방 카운터 담당 직원이었다.

직원은 안경을 쓴 남자와 무언가 대화를 주고 받는 중이었다.


"오셨습니까. 객주님."


직원이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서자 안경을 낀 남자가 지욱의 앞에 섰다.


"사장님이십니까?"

"그런데요?"

"민화그룹 김호영 법무팀장입니다. 민화그룹 민영기 부회장님의 딸, 민서우양이 이곳에 있다고 알고 왔습니다."

"그런 사람 없어요."

"어제 강서영 사모님께서 사망하...네?"

"그런 애 없다고."


너무 자연스러운 대답에 상대 변호사는 잠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알고 왔습니다. 현재 민서우양은 부모를 모두 잃어 민화그룹 민창기 기획실장님께서 민서우양의 법정후견인의 권한을 갖고 계십니다. 그러니 민서우양을 내놓으시죠?"

"누가 그러는데?"

"네? 법정후견인은..."

"그게 아니라 그 애가 여기 있다고 누가 그러냐고?"

"그건..."


지욱이 이렇게 나올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김호영이 순간 어버버거렸다.

그러자 그의 한걸음 뒤에 서있던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


"정말 없다면 우리가 들어가서 확인해 봐도 되겠지?"


지욱은 사내의 얼굴을 보며 조금 전 상방에서 보았던 자료를 떠올렸다.

민화그룹 비서실 경호팀장 고상표.

상급의 헌터였다.

하지만 지욱의 표정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누구 마음대로?"

"뭐?"

"영장 있어? 니들이 뭔데 객점을 뒤지네마네야? 건방지게."


지욱의 말투가 좀 그랬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밀고 들어갈 상황까지 감안해서 열 명이나 온 것은 맞다.

그러나 지욱이 저렇게 나온다는 것은 나름의 준비를 했다는 뜻으로 봐야했다.

그렇기에 김호영과 고상표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어떻게 하죠?’

‘밀고 들어갈까?’


하지만 그때였다.


"어이, 돼지! 침 삼켜. 바닥에 가래침 뱉으면 입 찢어버린다."


지욱의 목소리가 뒤에 몰려있던 사내들 중 덩치를 향해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뭐? 이 새끼가!"


그리고 돼지 사내의 반응으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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