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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님의 서재입니다.

객점에 헌터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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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작품등록일 :
2024.09.03 22:25
최근연재일 :
2024.09.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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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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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객점 009

DUMMY

게이트가 안정화되기 전에 헌터는 상, 중, 하 세 등급으로만 구분했다.

고양이 손이라도 필요하다고...

헌터의 등급을 세밀하게 나누면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상위의 괴수와는 싸움을 피하려 할 수도 있다는 판단때문이었다.


내가 5등급인데 괴수가 4등급이면 위축될 것은 당연하니까.

그렇기에 뭉뚱그려 상중하로 나눠 헌터들을 괴수와의 싸움에 밀어 넣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공식적으로 헌터는 4종 9등급으로 나뉜다.

육체계열, 원소계열, 정신계열 그리고 두 가지 능력을 보유한 다중계열.

그것을 순서대로 1~4종으로 부르며 종마다 능력의 우열을 가려 1~9등급까지 나눈다.


지금 지욱의 도발에 걸린 돼지 사내는 1종 4급으로 어디서도 무시받지 않을 실력이었다.

그렇기에 지욱이 사내를 콕찝어 도발을 한 것이었다.

고상표가 무력으로 객점을 진입하려는 생각 자체를 없애고자 한 것이었다.


"뭐? 이 새끼가!"


그리고 지욱의 생각대로 돼지 사내가 버럭하며 성큼 앞으로 걸어 나왔으며 고상표는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지욱과 마찬가지로 이 기회에 자신들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완벽한 동상이몽.


그렇게 앞으로 성큼 나온 돼지 사내가 지욱의 가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가슴을 툭하고 밀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 터억!


지욱의 한걸음 뒤에 서있던 태웅이 언제 앞으로 나온 것인지 사내의 손목을 잡았다.

그건 평소의 느리고 여유만만한 태웅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내는 자신이 손목을 잡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어쭈? 안 놔?"


와락 얼굴을 구기고는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태웅에게 잡힌 손목을 빼지 못했다.


"이...이익!"


그러길 잠시, 사내의 얼굴이 시뻘게질 무렵,


- 쿠당탕...


태웅이 잡은 손을 놓자, 돼지 사내는 볼품없이 뒤로 나자빠져 바닥을 굴렀다.

데굴데굴...

그렇게 몇 바퀴를 구른 사내는 붉어진 얼굴로 벌떡 일어나 태웅을 향해 거친 욕을 내뱉었다.


"이 개새끼! 너 뒤졌어!"


4급은 4급이었다.

사내의 몸은 돼지라 불릴 정도로 육중했지만 태웅을 향해 달려오는 그의 속도는 매서웠다.


- 쉐에엑!


그리고 그의 커다란 주먹이 태웅의 턱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그때였다.


- 콰앙!


마치 대포가 터진 것처럼...

프론트에 굉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돼지 사내는 달려왔던 것보다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속도로 날아가 문을 박살내고는 데굴데굴...객점 바닥을 굴렀다.


그렇게 바닥을 구른 사내는 잠시 후, 두 손으로 땅을 짚어 상체를 세웠다.


"커억...컥!"


그러나 거친 기침을 하고는 결국 휘청하더니 풀썩...바닥에 널부러졌다.


"뭐...뭐야?"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카운터에 몰려있던 민화그룹 직원들은 순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어..."

"말도 안 돼..."


잠시의 침묵이 깨지고 민화그룹 경호팀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자신들 동료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1종 4급...

우습게 볼 능력이 아니었다.

4급은 민화그룹 경호팀을 통틀어 8명밖에 되지 않는 숫자였으니까.

그런데 지금 단 한 방에...

발길질 한 번에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자신들은 태웅이 발길질하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말은 안했지만 모두의 시선에 깃든 감정은 하나였다.


‘뭐야? 도대체 랭크가 어떻게 되는 거야?’

‘1종은 분명해 보이는데...설마 1급이라는 거야?’

‘말도 안 돼...이런 곳에 1급이 왜 있어?’


그때였다.


"부방주."

"네. 객주님."

"좀 살살해야지. 문 부서졌잖아."

"제가 부순건 아닌 것 같은데요?"

"아, 그렇네. 저놈이 부순거지? 손해배상 받아야겠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웅과 대화를 나눈 지욱이 고상표를 향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거지? 빨리 정해. 나 피곤하니까. 갈거면 빨리 가고. 뭐든 할 거면 빨리 해."


이제 고상표의 표정에는 처음처럼 여유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겁을 먹었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껄끄럽다는 감정은 분명했다.

그는 잠시 지욱을 노려보다가 법무팀장을 향해 몸을 돌리고는 무언가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곳 강남객점은 특징이 하나 있다고 들었어. 오는 손님은 거절하지 못한다지?"

"틀렸어. 들어온 손님은 보호한다는 거야. 둘은 완전히 다른 말이고."

"어쨌든, 우리가 여기 좀 묵지. 방을 줘."


지욱은 고상표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속이 뻔히 보이는 행동이었으니까.

어떻게든 안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좋아. 몇 명?"

"열 명."

"어이쿠. 큰 손님이네. 남자 열 명이라...대빵은 혼자 쓸 테고 그럼 최소 방을 여섯 개는 써야 한다는 건데. 근데 어쩌나? 방이 특실밖에 없네. 하루에 오십만 원인데 어떻게 할래?"

"저...객주님. 방 많은데요. 그리고 특실은 하루 이십...어흑!"


순간 눈치없는 태웅이 귓속말을 했지만 지욱이 지그시 발등을 밟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지."

"통 커서 좋네. 콜. 태웅아, 손님들 방 안내해 드려라."


고상표.

민화그룹 비서실 경호팀장.

능력은 2종 1급으로...

지욱은 상방주가 보여주었던 정보를 떠올리고는 고상표를 향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어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 네 마음대로 되는지.’



-**-



고영표 일행을 뒤로 한 지욱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다가 장우의 문자를 받고 의방으로 향했다.


"왜? 나 좀 자면 안 되겠냐?"

"애가 자꾸 칭얼거리는 게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싶어서요."


지욱은 빨리 용건을 해결하고 돌아가 쉬려고 했지만 아이 이야기에 일단 의방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자신도 이 문제는 중요했으니까.

분명 저녁이 되면 아이가 자신에게 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의방주가 대기실로 나왔다.


"객주도 오셨습니까?"

"아기 상태 좀 제대로 봐주세요. 장우가 봐도 좀 이상하다니까."

"흐음...대강 예상은 됩니다."

"뭡니까?"

"어제 안았을 때부터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긴 했소. 신체가 좀 불안정했거든. 다만, 환경이 바뀌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하루 정도 두고 보자고 한 것인데..."

"심각한가요?"

"마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후우...

모든 헌터는 몸안에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마력의 크기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 것이고.

하지만 지욱은 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100을 가지고 10을 쓰는 것보다 11밖에 없지만 그것을 온전히 쓰는 헌터가 더 강하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현재 등급 기준이 왜 마력의 크기가 되었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마력이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기운이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가진 마력을 100%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통상적으로 35% 정도의 기운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었으며,

그건 등급이 높다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만큼 마력은 불안정하다.

상급 헌터조차 아차하는 순간 몸안의 마력이 폭주하여 몸을 망치는 경우가 있을 만큼 말이다.

그렇기에 좋은 놈이건, 나쁜 놈이건,

성격이 급한 놈이건, 침착한 놈이건,

모든 헌터는 마력의 안정화를 위해 주기적으로 관조의 시간을 갖는다.

명상하듯 앉아서 하는 사람도 있고,

음악을 듣거나, 산책하듯 혼자 걷거나...

각자의 방법으로 몸안의 마력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서우의 마력이 흔들리고 있단다.

더구나 서우가 가진 마력의 크기는 상당하다.

그 큰 마력이 몸안에서 폭주하면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이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지욱의 한숨은 그래서였고.


"방주께서 마력을 안정화 시켜주시면 되는 것 아닌가요?"


지욱과 마찬가지로 무거운 표정으로 변한 장우의 질문에 의방주가 고개를 저었다.


"할 수야 있겠지만 위험해. 그것도 매우. 지금 서우의 상태를 빗대어 말하자면 유리그릇 안에 안전핀이 풀린 폭탄이 들어 있는 거야. 까딱 잘못하면 터진다고. 그 결과는 말 안해도 알 테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일이 아주 드물지는 않아. 서우처럼 선천적으로 각성하여 태어난 아이들이 종종 겪는 문제니까. 답은 아주 간단해. 정서적 안정이야."

"하긴, 갑자기 환경이 바뀌었으니..."

"환경뿐인가. 말못하는 아이라도 다 느끼고 있을 걸세. 부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이야."

"흐음..."


장우와 의방주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지욱도 속이 쓰릿한 기분이었다.

저 작고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아이가 부모의 죽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일단 아이를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제가 아이를 안는 것이 서툴러서 그런건가 싶어 다른 직원들도 안아봤는데 서우가 영 힘들어합니다. 어떻게 하죠?"

"어제 답이 나온 문제 아니던가?"

"아, 그렇군요."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지욱을 향했다.

그리고 지욱은 결국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줘! 내가 보면 되잖아!"


지욱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장우가 서우를 넘겼다.

그러자 칭얼거리려던 서우가 지욱의 손길을 느끼자마자 방긋 웃음을 지었다.


"꺄하하..."


젠장...

이 모습을 보며 어떻게 화를 낼 수 있을까.

사실 어차피 아이를 자신이 볼 생각이었다.

민화그룹에서 저렇게 대놓고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자신 말고 누가 아이를 맡을 수 있을까.


그렇게 서우를 안자 장우가 자신이 하고 있던 포대기를 벗어 지욱의 몸에 걸어주었다.

그리고 포대기를 이용해 서우를 앞으로 안은 지욱은 터덜터덜 의방을 나왔다.

졸음이 밀려왔던 것이다.


"특실에 민화그룹 헌터들 와있다."

"네. 들었습니다."

"아이를 내놓으라는 압박을 하며 깽판을 치려 들거야."

"걱정마십시오."

"그래. 그럼 난 자러간다."

"네. 쉬세요."


장우의 대답은 간결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믿음직스러웠다.


그렇게 서우를 안고 숙소로 돌아온 지욱은 평소처럼 침대에 털썩 앉으려다 멈칫하고는 조심스럽게 포대기를 풀어 서우를 침대에 눕혔다.

하지만 그때...


"아바...아바바..."


서우가 작은 두 손을 뻗으며 옹알이를 했다.

그리고 지욱은 그 작은 목소리에 흠칫하고 말았다.

에이, 설마...

아닐거야.

그치? 아빠라고 한 것 아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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