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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님의 서재입니다.

객점에 헌터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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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작품등록일 :
2024.09.03 22:25
최근연재일 :
2024.09.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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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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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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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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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객점 011

DUMMY

"후우..."


육도철의 코앞에서 주먹을 멈춘 동구가 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리고 숨을 고른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주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앞을 막어선 것은 고상표였다.


"그 실력으로 왜 여기 있는거지?"

"네?"

"4종맞지? 화염은 4급 정도 되어 보이고. 육체도 잘하면 4급 정도 되겠네."

"아닌데요."


전혀 아니었다.

일단 동구는 4종 즉, 다중각성 헌터가 아니었다.

하지만 고상표는 자신이 말한 등급이 틀렸다고 받아들였다.


"좋아. 어쨌든, 내 밑으로 와.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와 외제차, 연봉 10억을 주지. 테스트 결과에 따라 더 줄 수도 있어. 어때?"

"오...좋네요. 근데 누구세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고상표는 미간을 살짝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그만큼 동구가 탐이 났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민화그룹."

"아, 민화그룹 구내식당에서 오셨구나."

"뭐?"

"근데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아직 여기 방주님께 더 배울 것이 남아서요. 죄송합니다."


고상표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동구가 그를 스쳐지나 허규태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방주님."


그러자 허규태는 흐믓하게 웃음을 지으며 동구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죄송은. 음식을 대하는 마음이 그 정도는 되어야 강남객점 주방 방주의 자격이 있지. 그리고 사람이 너무 순하면 재미없어. 들어가자. 손님들 음식 기다린다."

"넵!"


허규태의 말에 허리를 다시 편 동구의 얼굴은 평상시로 돌아와 있었다.

동글동굴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그렇게 동구가 먼저 주방으로 들어가자 허규태는 지욱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남기고는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였다.


- 쩌억!


북터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고상표가 육도철의 앞에 서있었다.

소리로 보아하니 따귀를 갈긴 모양이었다.


"죄...죄송합니다!"


따귀를 맞은 육도철은 허리를 넙죽 숙였다.

하지만 고상표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뭐가 죄송하지?"

"그게...문제를 만들..."


- 쩌억!


대답이 끝나기 전에 두 번째 따귀를 얻어맞은 육도철은 상체를 휘청했지만 곧 자세를 바로했다.


"무조건 죄송합니다!"

"내가 팀장이 된 날 분명히 말했을 텐데? 내 얼굴에 먹칠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그게...팀장님 얼굴에 먹칠을 한게 아니라..."

"닥쳐! 한 번만 더 날 실망시키면 네가 김상무 아들이건 뭐건 민화그룹에 네 자리는 더 이상 없다는 것만 알아둬."

"네...명심하겠습니다."


싸늘한 눈으로 잠시 육도철을 노려보던 고상표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지욱을 향해 다가와서는 지욱의 품에 안겨있는 서우를 쳐다보았다.


"꼭꼭 숨겨놓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직접 데려 나올 줄은 몰랐네. 잘 생각했어. 애를 넘겨줘."

"얘가 누군줄 알고?"

"누구긴. 민서우지."

"얘, 민서우 아닌데?"

"장난해?"

"아니. 이 애가 민서우라는 증거 있어?"

"그럼 그 애가 누구라는 거지?"

"내 애."

"강남객점의 객주는 미혼으로 알고 있는데?"

"꼭 결혼을 해야만 애가 있는건 아니잖아."


지욱의 대답에 고상표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리고 그의 분위기가 전달되며 그의 주위에 있는 열 명의 헌터들이 기민하게 움직여 지욱과 장우를 포위했다.

하지만 정작 지욱과 장우의 표정은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을 포위하자 고상표가 지욱의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좋게 말할 때 들어. 굳이 곤란한 상황을 만들 필요 없잖아?"


- 파지직...파지직...


고상표의 손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전격계 헌터...

손에서 튀는 스파크의 위력만 봐도 고상표의 능력을 대강은 알 수 있었다.

물론 상방에서 자료를 보기도 했고.


2종 1급.

국내 40,000명의 헌터중에서 1급은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전체 헌터의 0.25%.

그중 75%가 1종이었으니 2, 3, 4종 헌터의 희귀성이 어떠한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100명의 1급 헌터중 절반가량이 재벌 기업에 소속되어 있으며 10대 그룹의 말석인 민화그룹에는 현재 세 명의 1급 헌터가 있었다.

그 중 한명이 고상표였다.

민화그룹 비서실 경호팀장.

고상표의 얼굴에 비친 자부심은 당연했다.


"대단하네."

"그래. 그러니까 좋게 말할 때 아이 내놔."

"아니. 강남객점에서 객주를 위협하는 그 깡다구가 대단하다고."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받겠다는 건가?"

"뭐? 권주, 벌주? 무협지 많이 본 모양이네. 어쨌든 그딴 소리는 네 가슴이나 본 후에 말하지 그래?"


순간 고상표가 고개를 내려 자신의 가슴을 쳐다보자 그곳에는 열 개의 붉은 점이 박혀있었다.

그 모습에 흠칫 놀라 주변을 둘러보자 객점 건물의 지붕마다 객점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겨눈 총에서 나온 레이저가 고상표의 가슴을 조준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상표가 자신의 가슴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직원들이 화들짝 놀라 몸을 움직다.


- 촤르륵...촤르륵...


그리고 다섯 명이 휴대용 방패를 펴며 고상표의 주변을 감쌌다.

그 행동이 무척이나 기민했지만 지욱의 눈에는 한참 모자라 보였다.

실전이었으면 이미 죽거나 부상을 당한 이후였으니까.


"흐음..."


고상표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헌터전용 객점이었으니 이곳의 종업원들도 모두 헌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객점 직원들이 강해봐야 얼마나 강할까.


정보에 의하면 지욱은 2종 2급, 화염계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마지막으로 테스트에 응한 것이 십 년 전, 해외로 나가면서였으니 지금은 1급이 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지욱 외에 두세 명 정도는 상급 헌터가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별 걱정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신호만 하면 지금 객점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민화그룹 소속 헌터 오십 명이 이곳을 순식간에 장악할 테니까.


‘어쨌든 객점 직원들이 이 정도로 훈련이 되어있다는 것은 조금 놀랍군.’


그러나 거기까지.

놀란 것은 분명했지만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아이를 무사히 빼낼 수 있냐는 것인데...


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이 온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작전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 법.

그렇다면 지욱은 1급이라고 예상을 해야 했다.

그러면 1급이 품에 안고 있는 아이를 무사히 빼내야 한다는 건데...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일단 아이가 있다는 것은 확인했으니...살려서 데려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를 해야겠군.’


고상표는 상황에 대한 결정을 마치자 한 걸음 물러났다.


"좋아. 지금은 물러나 주지."

"왜?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살려서 빼낼 방법이 없어 보여?"

"뭐?"


정곡을 찔렸다.

하지만 고상표가 채 놀라기도 전,


"그럼 내 품에 안겨있는 아이를 죽일 수는 있을 것 같고?"

"왜? 못할 것 같아?"

"그래? 그럼 최선을 다 해봐. 대신 목숨을 걸어야 할거야."

"건방진 놈.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고상표의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했지만,

피식...

지욱은 가볍게 비웃음을 날려주었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본 고상표는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뭐지? 저 자신만만함은? 정말 민화그룹을 상대할 수 있다고 믿는건가? 아냐. 믿는 구석이 있다고 보는게 맞아. 설마 3국? 밖의 상황을 알아봐야겠어.’


고상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분명 이 객점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이 작전의 난이도는 중간 정도였다.

그런데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프론트에서 일도 그렇고, 주방장도 그렇고,

지금 이 상황도 그렇고 말이다.

그리고 그건 그를 조금씩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



허규태가 만든 이유식을 맛나게 먹은 서우는 만족한 듯, 지욱의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그러니까 너무 재우는 것도 안 좋다고요?"

"네. 아기라고 너무 자거나 누워만 있으면 안좋습니다. 적당히 놀아주면서 운동량을 채워야 먹는 것도 잘 먹고 잠도 잘 잡니다."

"그럼 지금 깨울까요?"

"아뇨. 5개월 아기는 하루에 보통 12~15시간 정도는 자야 해요. 그런데 요 며칠 서우의 수면량이 부족한 상태이니 지금은 재우는 것이 좋습니다."

"휴, 어렵네."


객점에서 서우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것을 도와준 것은 의방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다.

그녀는 지욱의 한숨에 웃음을 지었다.


"사모님도 객주님을 이렇게 키운 겁니다."

"그렇겠죠."

"선대 객주님께서도 종종 이렇게 객주님을 안고 이유식을 먹이셨고요."


지욱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직원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았으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십 년.

두 사람의 관계는 혈육이라 부리기 힘들 정도로 최악이었다.


자신이 이곳에 돌아온 것도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온 것이니까.

그것을 안타까워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신이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을 어떻게든 풀어주려 하고 있었다.


"사모님께서 돌아가신 날 선대 객주님께서 그러신 것은..."

"그만하시죠."

"아...네."


지욱이 직원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듣고 싶지 않았으니까.

객점 식구들은 서운할 수 있었지만 그건 자신과 엄마와 아버지의 문제였다.

그렇게 자리를 일어나 객점 밖으로 나온 지욱은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었다.


"접니다.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전화를 건 상대는 3국장 곽운규였다.


"강 객주.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던 참이었네."

"네. 그래서 어떻게 되고 있어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네. 곧 영장 신청이 들어갈거야."

"법원에서 재벌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내주겠습니까?"

"48시간만 잡아놓으면 돼. 그 시간이면 주변을 탈탈 털 수 있으니까. 그럼 법원도 어쩔수 없을거야."


곽운규의 대답에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런 사람이지.

치밀하고 빈틈없고.

곽운규의 실수는 절반 정도는 의도한 것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렇기에 믿고 싶지만 믿기 어려운 사람이었고.


"그럼 그게 언제입니까?"

"오늘 저녁."

"그럼 이쪽도 오늘 움직이겠군요."

"그래.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민창기의 성격으로는 영장이 떨어지면 움직일 것이 분명해. 그래서 말인데. 우리 인원 좀 보내줄까?"

"아뇨. 객점 일은 객점에서 해결합니다. 민창기나 잘 잡으세요. 외국으로 튀면 골 아파질 테니까. 3국에 쥐새끼 있는거 아시죠?"

"그래. 명심하지. 아무튼, 그럼 부탁하네."


전화를 끊고 난 지욱은 서우를 데리고 객점을 천천히 돌아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가득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털어내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객점 산책을 마친 지욱은 숙소로 돌아와 서우에게 어색한 손놀림으로 분유를 먹였다,

산책 후 먹은 분유로 기분이 좋았던 것일까.

서우가 새근새근 잠이 들자 지욱은 서우를 배위에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자신도 나른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단잠은 길지 못했다.


- 지이잉...지이잉...


그리고 휴대폰 화면에서 곽운규의 이름을 본 순간 뭔가 일이 틀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작가의말

모든 독자님들, 즐겁고 행복한 명절 되세요.

이번 명절은 불가피하게 휴재를 할 예정입니다.

사실 비축이 없는 상태로 연재가 시작된 터라...

(연휴 내내 작업에 몰두할 예정입니다)

조금 안정적인 연재를 위함이라 너그러이 생각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따라서 다음 연재는 명절 연휴가 끝난 19일이 될 예정이며,

이 점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감사와 죄송의 말씀을 전하며 즐거운 추석되세요.



십오기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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