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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님의 서재입니다.

객점에 헌터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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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작품등록일 :
2024.09.03 22:25
최근연재일 :
2024.09.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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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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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객점 004

DUMMY

지운이 약속 장소인 부산 남항대교 진입로에 도착한 것은 정확히 열두 시였다.

일부러 시간을 정확하게 맞춘 것이었고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서울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다음부터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이니 기준을 확실히 잡아두려는 것이었다.


‘어?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가 진입로 모퉁이에 도착하는 순간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절반쯤 실망했지만, 그림자를 확인한 지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저거 뭐야?"


당연히 한 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남자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나타난 것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이었다.


'아, 아기는 좀...'


아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좋아하지 않을 뿐.

좋아하지 않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법이니까.

그렇게 지운이 미간을 살짝 구기는 그때 여인이 창문을 가볍게 두들겼다.


- 통! 통!


"강남 객점에서 오셨나요?"

"민서우...씨?"

"네. 이 아이가 민서우입니다."


아, 아이 이름이었구나.


"타세요."

"감사합니다."

"벨트 매세요. 그런데 베이비 시트가 없는데 괜찮겠어요?"

"제가 꼭 안고 있으면 되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처럼 출발을 하려던 지운은 순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차를 몰기 시작했다.

물론 속으로는 엄청 투덜거렸지만...



-------------------



나름 나쁘지 않은 여정이었다.

칠곡 휴계소를 지나올 때까지 아기는 깨지 않았고 여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

단 하나, 여인이 상당히 불안해한다는 것만 빼고는 말이다.


특히나 자꾸 뒤를 돌아본다거나 과속으로 자신의 차를 추월하는 차량을 보면 화들짝 놀란다거나 하면서 지운의 신경을 자꾸 건드렸다.

그리고 지금도...


"핫!"


조금 과한 속도로 트럭이 옆을 지나가자 여인이 또 다시 화들짝 놀라며 짧은 비명을 질렀다.

결국, 어지간하면 객점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으려던 지운이 참다 못하고 입을 열었다.


"거 참, 불안해서 운전을 못 하겠네. 무슨 죄 지었습니까?"

"아니요. 절대 그런거 아닙니다."

"근데 왜 그렇게 놀라세요?"

"죄송해요. 제가 신경을 쓰게 해 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주의할게요."

"아니, 그 말이 아니라..."


하지만 그때였다.


- 퍼퍼퍽! 퍼벅!


"끼아악!"


지운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자동차 뒤 창문을 가격한 것은 총알이었다.

그 증거로 룸미러로 본 뒷유리에는 다섯 개의 거미줄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차가 방탄유리라는 점.


객점 소유 자동차는 고객에게 대여도 하고 있기에 특수 방탄유리를 기본 옵션으로 설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뒷창문의 흔적을 보니 마탄은 아니고 일반 총알이 분명해 보였다.


뭐야? 일반탄으로 이 차를 공격한다고? 제정신이야?

분명 차량 외부에 헌터 전용 강남객점이라고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건 이 차에 헌터가 타고 있을 확률 백프로라는 뜻.

그런데도 총을 쐈다.


‘미행을 했지만 내가 올 줄은 몰랐다는 건가?’


하지만 그때였다.


- 퍼버벅! 퍼버벅! 퍼버벅!


점사로 갈겨대는 총알이 뒷창문을 거칠게 두들겼다.

달리는 차에서 이 정도로 정확하게 총을 쏘는 것을 보면 상당한 훈련을 받은 놈들이라는 뜻이다.

물론 원거리 공격 능력이 없는 헌터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지만 그건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


그렇다면 뒤에서 총을 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추월을 하여 차를 막아 세운 후 싸우려 들었을 테니까.

결국, 저 뒤에 놈들은 일반인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일단 지운은 뒤를 돌아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긴장하지 마세요. 이 차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벨트 풀고 천천히 차 바닥으로 엎드리세요."


아무리 방탄 유리라고 해도 무한 방탄은 아니다.

더구나 저 정도 정확도로 계속 두들기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기에 일단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운의 차분한 목소리 덕분인지 여인은 몸을 떨면서도 나름 침착하게 벨트를 푼 후 아이를 꼭 끌어안고 바닥에 엎드렸다.

하지만 엎드린 여인의 등과 어깨가 마치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모습을 보며 지운은 미간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여인의 몸은 공포에 물들었다.

그러나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아마도 품에 안은 아이가 놀랄 것을 걱정하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런 여인의 모습에 지운의 분노가 불처럼 일어났다.


‘어떤 개새끼들이...’


정황상 자신을 노릴 이유는 없을 테고 저놈들의 목표는 이 두 사람이 분명했다.


‘하여간 3국...이 개새들...내가 이럴 줄 알았다.’


순간 제3국장 곽운규를 떠올린 지운은 이를 부드득 갈면서 운전대를 굳게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 퍼벅! 퍼버벅! 퍼버벅!


또 다시 자동차로 총탄이 쏟아지자 지운이 백미러와 룸미러를 쳐다보았다.


'어쭈! 아주 영화를 찍고 있네.'


상대 차량은 네 대였다.

버스 전용차선까지 포함하여 모든 차선에 나란히 달리며 다른 차량들이 추월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과 동시에 차 밖으로 상체를 내민 두 명의 사내가 총을 쏘고 있었다.


‘그런데 뭐 하자는 거지?’


총을 쏘기는 하지만 추월을 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추월을 하여 앞을 가로막거나 하다못해 차 옆으로 붙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기분 나쁘네.’


뭔지 모르지만, 놈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간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차를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은 자신보다 여인과 아이의 안전이 우선이었으니까.


‘일단은 달리는 방법밖에 없네.’


그렇게 결정한 지운은 전화기를 들고 112를 눌렀다.


"네. 신고 좀 하려고요. 지금 칠곡 휴게소에서 서울 방향으로 3킬로미터 지점인데요. 총격전이 벌어졌어요."

".........."

"네. 총격전이요. 차량 네 대가 달리면서 총을 쏘고 있으니까 빨리 출동해 주세요."

".........."

"헌터냐고요? 뭔 소리야? 내가 지금 과속 신고합니까? 총을 쏜다니까!"

"............"

"서울 방향이요. 서울!"


그렇게 신고를 한 지운은 일단 갈 수 있을 때까지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새벽이라지만 이곳은 경부 고속도로였다.

자신도 신고를 했지만 저것들의 후방에서 달리는 차량이나 전방에서 마주 오던 차량 중 이 모습을 본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었다,


그중 단 한 명이라도 신고를 했다면 아무리 길어봐야 이삼 분 정도면 고속도로 순찰대가 나타날 테고.

그렇게 되면 귀찮게 나서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행운은 지운의 편이 아니었다.


"아이, 씨. 사고났네."


전방에서 번쩍번쩍 경광등이 빛나는 것을 보고 지운은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사고가 크게 났는지 사람들이 도로 위에 서 있었던 것이다.

총을 쏴대는 미친놈들을 끌고 저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설마 일부러 여기까지 끌고 온 건가?’


강한 의심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지운은 몸을 기울여 조수석을 뒤로 최대한 밀어 바닥에 엎드린 여인의 몸을 지탱해 주었다.

그리고 운전석도 최대한 뒤로 밀고는...


"차가 좀 흔들릴 겁니다. 몸에 조금 힘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역시 여인은 침착했다.

하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공포까지는 어쩔 수 없었는지 그녀의 등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여인을 잠시 뒤돌아본 지운은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

그리고 손을 밖으로 내미는 순간...


- 화르륵...


그의 손에서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시뻘건 불길이 치솟아 나왔다.


- 끼이이이익!


그러자 예상대로 뒤를 따르던 네 대의 차량이 급정거하는 소리가 귀를 찢을 듯 들려왔다.

그 모습을 확인한 지운은 차의 속도를 줄이며 차를 돌렸다.


"흐윽..."


속도를 줄였다고는 하지만 차가 반 바퀴 돌아가자 바닥에 엎드려있는 여인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일단 지운은 차를 세우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 픽! 피식! 피식! 픽! 픽!


얼굴과 상체에 집중적으로 총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완벽한 조준 사격...

하지만 그렇게 쏟아진 총탄은 지운의 몸에 닿기도 전에 하얀 연기를 내며 사라져 버렸다.

그의 몸 주위를 둘러싼 고온이 탄을 순식간에 녹여 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총탄을 맞으며 차량 앞으로 나선 지운은 헤드라이트를 비추는 네 대의 차량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런 순간에도 족히 백여 발은 되는 총탄이 그에게 쏟아졌지만 단 한 발도 그의 몸에 닿지 못했다.


그러자 총탄이 지운이 아니라 뒤의 차량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픽! 피식! 피식!


그러나 지운이 양손을 옆으로 펼치자 그 어떤 총탄도 그가 서 있는 라인을 넘지 못했다.

그의 좌우로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열의 장막이 쳐졌기 때문이었다.


"이것들 봐라? 대충 이 정도 했으면 꼬리 말고 도망을 가던가 할 것이지 아주 죽자고 덤비네."


쓸데없는 살인을 하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생각을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하자 효과가 있었는지 총소리가 뚝 하고 그쳤다.


"그래. 잘 생각했어. 좋은 게 좋은 거잖아. 형이 보내줄 때 가라."


상대가 헌터라면 망설이지 않고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라는 생각에 지운이 준 마지막 기회였고 상대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지운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 상대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시켜 주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차로 돌아가려는 순간...


- 퍼석!


자동차 앞 유리가 깨지며 커다란 구멍이 나버렸다.


"엇!"


특수 방탄유리였다.

그런데 그 방탄유리가 뚫렸다.

그것도 주먹만한 크기로...


- 카아아아앙!


총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 이후였다.

시간의 간격으로 보아 총을 쏜 곳은 최소 일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는 뜻이었다.

더구나 총성으로 보면 마탄이 분명했다.

일반 총알과 마탄은 소리부터 확연히 다르니까.

그런데 대물 저격총으로 마탄을 일 킬로미터 밖에서?


하지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순간 지운은 급하게 주변에 열장을 펼치며 차로 달려갔다.

유리창이 뚫린 각도가 너무도 안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뒷문을 여는 순간 그는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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