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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님의 서재입니다.

객점에 헌터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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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작품등록일 :
2024.09.03 22:25
최근연재일 :
2024.09.13 17:3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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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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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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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강남객점 006

DUMMY

- 콰앙!


순식간이었다.

지욱이 발을 구른 충격이 얼마나 거대했는지 3국 직원들이 황급히 국장실로 달려 들어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직원들은 곽운규의 손짓에 조심스럽게 물러갔다.

그러자 차가운 얼굴의 지욱이 더욱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 이야기를 안 하고 날 보낸 이유가 뭡니까?"

"우리가 충분히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판단했네."

"컨트롤이요? 정보가 샌 것은 알고 있습니까?"

"그건...조직 내부의 일이라 대답하기 힘들군. 어쨌든..."


말을 멈춘 곽운규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네. 강 객주에게 미리 말을 했으면 아이의 엄마가 그렇게 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누구에게 고개를 숙이는 겁니까?"

"응?"

"국장님의 그 안일함 때문에 이 아이가 엄마를 잃었습니다. 난 그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봤고. 나중에 이 아이에게 뭐라고 할 겁니까?"

"그렇군. 그런데 조금 핑계를 대자면 안일하지는 않았네. 물론 결론은 엉망이 되었지만, 어제 강 객주가 움직이는 내내 우리 3국 직원들이 주변 경호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도 막지 못했다?"

"감쪽같이 속았어. 민창기가 레드컴퍼니를 들러리로 세울 줄은 몰랐거든."

"자랑이십니다."

"후우, 솔직히 이 화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화가 나. 하지만 인정해야지. 내가 무능했다는 것을 말이야. 총을 쏜 건 이놈이야."


- 투툭...


곽운규가 책상에 놓여있던 서류철을 들춰 사진을 찢어서는 지욱에게 내밀었다.

사진 속 인물은 검은 여우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사실 어제 강 객주 주변은 난리도 아니었어. 우리야 당연했고 일본 이능국놈들이 끼어들어서 사실 살얼음판이었거든."

"일본? 그 새끼들이 왜요?"

"강 객주, 게이트 내부에서는 일반 통신 기술로는 통신이 불가능한거 알고 있지?"

"묻지 말고 말하세요."

"거 참...말뽄새 하고는...아무튼 민화 그룹 계열사 민화 정보통신이 게이트 내부 통신에 관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게이트 내부 통신을 전문으로 하는 전 세계 회사들이 민화 통신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그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 완전 알짜 회사야."

"그런데요? 그게 일본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그 기술을 일본만 못 쓰고 있거든."

"왜요?"

"민 회장이 일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 부친을 강제 징용으로 잃었다는 분노를 갖고 살았던 분이거든."


거기까지만 들어도 대강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민창기가 회장이 되려고 일본 손을 잡은 후 아버지와 형, 형수와 조카를 죽이려고 한거다?"

"강 객주도 알다시피 국내 특급 헌터들 절반이 10대 재벌에 소속되어 있어. 말석이긴 하지만 민화 그룹도 엄연한 10대 재벌이니 민 회장의 주변에는 특급 헌터 세 명이 항시 경호를 하고 있었던 것은 당연하고. 민창기 혼자의 힘으로 민회장과 형을 그렇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 "

"그 대가로 회장이 되면 일본에 기술을 넘기고?"

"맞아."

"그럼 이 가면 쓴 놈은 일본 이능국 소속입니까?"

"그건 아냐. 레드컴퍼니가 일본 이능국의 한국 비밀 지부역할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일본 이능국은 레드컴퍼니를 제공했다고 봐야겠지."

"그럼 그놈은 뭔데요?"

"이게 좀 애매해. 쿠로키츠네, 한국말로는 검은 여우라 불리는데....어쨌든 국제 수배된 놈으로 일본인이야. 실체는 공개된 것이 없고. 성별도 모르는 상태지. 공식적으로 다섯 건의 국제 범죄를 저질러서 적색 수배된 상태야. 그런데 어제 일을 보면 이능국 소속은 아니더라도 손발을 맞추는 관계라고는 보는게 맞겠지."

"이 쪽발이 새끼들이..."

"그런 이유로 삼 일 전 강서영씨...아이 엄마 이름이 강서영이네. 강서영씨가 남편이 사망하자마자 국가 안보국에 연락을 했고 안보국에서 우리에게 비선으로 도움을 요청한 거라네."


제기랄, 하필이면 강씨야.

지욱의 인상이 잔뜩 구겨졌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는 아이를 내려다 보았다.

젠장, 젠장, 젠장...


"다 좋습니다. 그런데 왜 날 끼워 넣은 겁니까?"

"말했잖나, 비선으로 도움 요청이 왔다고. 우리가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없어서 강 객주에서 부탁을 한 거지."

"3국이 언제 공식적으로 움직였다고 비선 타령입니까?"

"그거야...크음..."

"재벌 건드려봐야 좋을 거 없다?"

"뭐...그렇다기보다는..."

"나는 재벌하고 싸워도 되고?"

"크음...사실 이 건은 남산캐슬에 의뢰하려고 했던 거야. 근데 어제 강 객주가 날 찾아온 것이고. 그러니 이 일은 사실 강 객주가 스스로 맡았다라고 볼 여지도 있지 않겠나?"

"장난해요?"

"장난이라니. 내가 볼 때 이건 인연이네. 그 아이가 강 객주 품에 안겨있는 이 상황을 인연이라는 단어 말고는 어떻게 설명을 하겠나?"


후우...

그래. 이제 상황은 모두 파악했다.

그렇다면 이제 핵심 질문.


"좋아요. 그럼 날 막은 이유는 3국이 민창기를 잡아 처넣을 수 있다는 뜻으로 봐도 되겠죠?"

"그래. 딱 일주일. 일주일만 주면 우리가 어떻게든 민창기를 잡아 넣겠네."

"일주일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증거 다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 왜 일주일입니까?"

"알잖나? 우리가 가진 증거가 법적 효력이 없는 거."

"도청, 감청, 해킹으로 얻은 정보다?"

"에이...알면서."

"그럼 진짜 일주일이면 잡을 수 있습니까? 국장님 말대로 10대 재벌인데? 회장 쓰러지고 장남 죽고. 지금 완전히 민창기 세상일 텐데?"


지욱의 질문에 순간 곽운규가 멈칫했다.

하지만 임세라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객주님. 팔 아프실 텐데 소파에 아이를 잠깐 눕히시죠?"

"내가 지금 이 애가 좋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아나 보네."

"네? 그럼..."


지욱은 당황한 임세라에게 보란 듯이 천천히 아기를 옆자리 소파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그 순간...


- 쩌적!


순식간에 소파가 얼어붙어 버렸다.


"아..."


임세라가 놀란 탄식을 지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이의 등으로 시작된 냉기가 소파를 순식간에 얼리고는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악!"


임세라의 비명과 동시에 곽운규도 화들짝 놀라며 땅에서 발을 떼었다.

땅을 타고 번져온 냉기가 신발을 뚫고 들어오며 마치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통증이 발에서 느껴졌던 것이다.


"가...강 객주! 봤어! 봤다고!"

"객주님!"


두 사람의 비명에 지욱이 다시 아이를 안아 들자 냉기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욱이 몸에서 열기를 방출하여 남은 냉기를 없애버리자 두 사람은 당황한 얼굴로 아기를 쳐다보았다.


"뭐...뭐야? 이거 지금 그 애가 한 건가?"

"다시 보여줘요?"

"아니! 하지마. 아프다고! 진짜 아파!"


지욱이 다시 아이를 소파에 내려놓는 시늉을 하자 두 사람은 후다닥 소파에서 일어나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지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거 어떻게 할 겁니까?"

"뭘...뭘 말하는 건가?"

"이 애요. 어떻게 할 거냐고요."

"어떻게 하냐니? 객점 손님이잖나? 강 객주가 어제 픽업 서비스를 한 손님."

"뭐요?"

"객점 손님을 객점에서 데려가는 게 당연하잖아? 뭘 그리 놀라? 그리고 숙박료도 오억팔천 넣었잖아?"


이...개새...

순간 지욱의 머리 위로 불길이 화르륵 치솟아 오르자 내내 품에서 얌전하던 아기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바바...꺄아..."


그리고 아이가 두 손을 지욱의 얼굴을 향해 뻗는 순간,


- 파아악!


임세라가 그토록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지욱의 머리에서 솟아오른 불로 스프링클러가 터져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꺄아아...꺄아..."


아기가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며 손짓을 하는 순간,


- 투두둑...투두두두둑....


스프링클러의 물방울이 마치 유리구슬처럼 얼음으로 변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꺄아아...꺄아..."


뭐가 그리 좋은 걸까.

아기는 지욱의 머리 위로 솟구친 불길과 주변에 떨어지는 얼음 조각을 보며 방실방실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지욱의 터지는 속도 모른 채 말이다.



-----------------



객점으로 돌아온 지욱을 맞이한 것은 오랜 휴가를 떠났다 돌아온 본방의 방주 장우였다.

장우는 본방을 이끄는 방주였지만 다른 방주들과 나이차이가 많이 났다.

지욱보다 한 살이 어렸으니까.


지금 다른 방들도 부방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기였지만 본방이 가장 먼저 세대교체를 한 덕분이었다.


"객주님,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그래. 더럽게 긴 휴가 다녀오느라 좋았겠다."

"그닥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뭡니까?"


장우의 장점은 저것이었다.

평정을 잃지 않는다는 것.

늘 진중하고 침착하다.

지금 지욱이 아기를 안고 나타났음에도 장우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욱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장우의 옆에 서 있던 태웅이 툭 하고 말을 뱉었다.


"내가 객주님 이럴 줄 알았다니까."

"뭐가?"

"애 엄마는요?"

"뭐? 네가 얘 엄마를 알아?"

"모르죠! 하지만 어떻게 안 물어볼 수 있어요? 사모님인데? 설마 하룻밤 실수라고 하실 건 아니죠? 와, 객주님, 진짜 그렇게 안 봤는데...너무했네. 애가 그렇게 될 때까지 모른 척 하셨던..."


- 따악!


순간 지욱이 손가락을 튕기자 태웅의 상의가 화르륵 타올랐다.


"아뜨! 아, 뜨거!"


상의 아래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면으로 된 상의를 뒤덮었다.

그리고 그 불이 막 얼굴로 올라가려는 순간 부욱! 태웅이 상의를 잡아 뜯어서 옆으로 던져버렸다.


"객주님! 뜨겁다고요!"

"한 마디만 더 하면 이번에는 바지다."

"헙!"


그렇게 태웅의 입을 다물게 만든 지욱은 장우에게 한 마디를 남기고 몸을 돌렸다.


"방주들 다 소집해."

"네. 객주님."


장우의 목소리는 언제나 그렇듯 차분했다.



-**-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인지.

본방 회의실로 들어오는 방주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번들거렸다.


"그렇게 보니 닮은 것도 같고..."

"그치? 나만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니지? 그래서 씨도둑은 못 하는 법이라니까."

"허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객주가 이런 일을..."


회의실에 들어온 방주들은 지욱의 눈치를 보며 수근거렸다.


"딸이랍니다. 선대 객주께서 보셨다면 얼마나..."

"그만들 하시죠."


방주들을 말린 것은 장우였다.

그러고 나서야 방주들은 지욱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리 위에서 하얀 김이 풀풀 올라오고 있는 모습 말이다.

앗! 헛!

지욱의 모습이 터지기 바로 직전의 징조라는 것을 알아챈 방주들은 급하게 헛기침을 하며 입을 다물었다.


"큼..."

"크음..."


후우...

회의실이 겨우 조용해지자 지욱은 긴 한숨을 내쉬며 화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잠시 방주들을 쳐다본 지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제 제3국에 쳐들어간 것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도 남김없이 이야기했다.


그가 이렇게 빠짐없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문제가 품에 안긴 아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제 객점의 미래에 대해 방주들과 솔직한 의견을 나눌 때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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