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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님의 서재입니다.

객점에 헌터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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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작품등록일 :
2024.09.03 22:25
최근연재일 :
2024.09.13 17:3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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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6
추천수 :
141
글자수 :
56,132

작성
24.09.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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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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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강남객점 005

DUMMY

처참했다.

총탄이 여인의 등을 지나갔는지 여인의 등이 처참하게 뜯겨져 있었다.

어떻게 지혈을 해야할지 엄두가 안 날 정도의 상처...

하지만 그때였다.


"아이를...내 딸 서우를..."


아이를 꼭 끌어안고 돌처럼 굳어있던 여인이 힘겹게 입을 열며 지운을 향해 손을 조금씩 내밀었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지운은 뒷좌석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손을 내밀어 여인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 순간...


- 푸쉬이이익!


또 다시 총알이 날아왔지만, 이번에는 지운이 쳐놓은 열장에 의해 녹아버렸다.

지운이 고개를 돌려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노려보았다.

오른쪽 산 중턱 어딘가...

분명 투시 능력을 사용하여 저격을 하는 것일 터.

하지만 지운은 움직일 수 없었다.

여인이 자신의 손을 굳게 잡고 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까?"

"서우를...제 딸을...꼭...살려주세요..."


괜찮을 리가 없다.

등의 절반이 뜯겨 나갔으니까.

하지만 여인은 오직 아이의 안전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기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발...서우를 부탁합니다."


여인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 품속의 아기를 조심스럽게 꺼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죽을 듯한 고통이 있을 텐데도 아이를 감싼 여인의 손은 조심스럽기만 했다.

그렇게 지운의 앞으로 내밀어진 작은 아기는 너무도 천진하게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아기를 안기는 안아야 하는데 지운은 아기를 쳐다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아기의 크기는 두 뼘 정도였다.


보기에도 포근한 포대기에 싸여 있었지만, 도무지 이 작은 것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던 것이다.

만지면 부서질 것 같아 무섭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지운은 아기의 앞까지 손을 내밀었지만, 순간 주춤했다.

대신 여인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경찰차와 구급차가 오고 있을 겁니다."


그때였다.


- 푸쉬이이익!


또 다시 한 발의 총알이 날아오는 그 순간이었다.


"어..."


여인이 지운의 손을 끌어 품에서 꺼낸 아이의 손을 잡게 하였다.

순간 지운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그때...

아기의 작은 손가락이 지운의 검지손가락을 꼭 움켜잡았다.


"그래도...다행이네요. 이렇게 손이 따뜻한 분을 만나서..."


그렇게 지운의 손을 아기에게 인도한 여인의 손이 툭...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젠장..."


지운은 한동안 숨을 거둔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가락을 잡고 있는 아기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꿇었던 무릎을 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 순간...


- 푸쉬이이익!


또 다시 날아온 총탄...

이제 확실해졌다.

저것들이 노리는 것은 여인이 아니라 이 아기였다는 것 말이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고.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지운은 총탄이 날아온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총탄이 날아온 곳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 콰아아앙! 콰아앙!


두 번의 거친 충격에 지운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뭐지?

잠시 흔들린 지운이 고개를 돌려 도로를 바라보자 차량 밖으로 나온 사내들이 유탄 발사기를 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지운은 저들과 저격수가 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과거 객점을 떠나 해외를 떠돌았을 때,

잠시 용병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험을 수도 없이 했었으니까.


지금 유탄을 쏘는 저들은 미끼가 분명했다.

아마도 여자와 아이를 죽이는 간단한 일이라고,

헌터가 올 것이지만 하급이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칠곡 휴게소에서 반드시 차를 세울 수밖에 없게 만들어 줄테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왔을 것이다.


그러면서 저격수에게 따로 의뢰를 넣은 것일 테고.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저격수가 진짜였을 터.

칠곡에서 반드시 차를 세울 것이며 헌터를 내리게 만들테니 그때를 노리라고 이야기를 했겠지.


아무리 특급이라고 해도 특수 방탄 유리가 장착된 차 안의 타겟을 정확하게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테니까.

각도가 조금만 안 맞아도 총알이 빚겨 나갔을 것이고,

그렇게 초탄을 실수하면 자신이 역장을 펼쳐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것이 분명했기에 자신을 차에서 내리게 만든 것이었다.


‘내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건가? 아니, 내가 아니었으면 곽국장은 마녀에게 이 일을 맡겼을 거야. 어쨌든 나나 마녀를 대비했다는 거네.’


하지만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 콰아아앙! 콰아앙!


두 발의 유탄이 또 다시 날아왔지만, 지운이 쳐놓은 열의 장막에 막혀 거센 충격을 일으키며 터져 버렸다.

그러자 상대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도망가려는 건가...

그러나 그 이후의 대응은 지운의 예상을 빗나갔다.

상대가 택한 것은 도망이 아니라 돌진이었다.


- 부르릉! 부르릉! 부르릉!


거센 엔진소리를 내며 네 대의 차량이 거칠게 지운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뭐야? 자폭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도대체 어떤 의뢰이기에...

이건 습격, 공격의 범위를 벗어났다.

너 죽고 나 죽자...

말 그대로 동귀어진이었다.

어떻게든 아이를 죽이겠다는 뜻이기도 했고.

그 모습을 본 지운의 기분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그 기분이 그의 몸짓으로 고스란히 흘러나왔다.


- 파앙!


지운은 한 발을 들어 땅을 힘차게 굴렀다.

그러자 조금 전 펼친 열의 장막과는 달리 확연하게 눈에 보이는 흰 연기가 그의 앞으로 넓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기가 달려오던 차량의 바퀴에 닿는 순간...


- 끼기기기기긱....콰아앙!


순식간에 녹아내린 타이어로 인해 네 대의 차량이 방향을 잃으며 서로 부딪치고 가드레일을 박으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그 결과 두 대는 차가 완전히 뒤집혔고 두 대는 반대방향을 보며 멈춰 섰다.

그러길 잠시, 차 안에서 사내들이 꿈틀꿈틀 기어 나왔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것은 도망이 아니라 또 다시 총질이었다.


- 콰아앙! 콰아앙!


또 다시 발사된 유탄...

물론 지운의 열의 장막에 의해 막혔지만, 그 모습을 본 지운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이 정도면 자신으로서는 최대한 참은 것이었다.

상대가 일반인이었으니까.


만약 저들이 헌터였다면 자신에게 처음 총을 쏜 순간 모두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저들은 선을 넘었다.

이제 저들의 정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지운이 또 다시 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더욱 강하게 발을 굴렀다.


- 파아앙!


그러자 아까보다 더욱 크고 선명한 흰 연기가 반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커억!"

"허어어억!"

"누...눈이...크어억!"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운은 상대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가장 먼저 고통이 전해진 것은 눈일 것이었다.

거센 열기는 눈을 먼저 태웠을 것이며 그 다음 들이킨 숨에 의해 기도와 폐가 타들어 갔을 것이다.

물론 피부도 타들어 갔겠지만, 그 고통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모두 죽은 이후였을 테니까.


"흐음..."


그렇게 눈앞의 상대를 처리한 지운이 고개를 돌려 산 쪽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있다.

다만 총을 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누구지?

한국에 자신이 모르는 저런 실력자가 있었나?

그렇게 지운이 산을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 애애앵...애애애앵...


경찰차가 몰려온 것은 그때였다.

현실에서건 영화에서건...

이들은 언제나 한발 늦는다.



---------------



지운이 서우를 안고 제3국에 나타난 것은 아침 아홉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 콰아앙!


그리고 임세라는 처음으로 지운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았다.


"그...강 객주..."


먼저 입을 연 것은 곽운규였다.

하지만 지운이 매섭게 노려보자 곽운규는 흠칫하고 입을 닫았다.


"처음부터, 하나도 빠짐없이.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좋을 겁니다."


지운의 말에 곽운규와 임세라가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임세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객주님을 습격한 사람들은 레드컴퍼니입니다."

"레드컴퍼니?"

"네. PMC라고 하죠. 우리 말로는 민간 군사 기업이라 부릅니다."

"내가 PMC가 뭔지 몰라서 묻습니까?"

"레드컴퍼니에 청부를 한 것은 민화그룹 기획실장 민창기입니다. 이유는 그 아이가 얼마 전 사망한 민화그룹 장남 민용기씨의 아이이기 때문이고요."

"뭐요? 삼촌이 형수와 조카를 죽이려 한 거다?"

"네."

"회장은 아들놈이 그런 짓을 하는데 두고 보기만 했고?"

"회장은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야. 의료진 말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거라더군."


대충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막장 드라마에서 수백 번도 더 다뤘던 이야기였고.

그러나 백 번, 천 번을 생각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생각을 정리한 지운이 의자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가...강객주! 어디가나?"

"개 잡으러요."

"아이고...강 객주! 내 말 좀 들어봐. 응?"

"객주님! 잠시만요. 네? 잠시만요!"


순간 벌떡 일어난 곽운규가 지운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임세라가 팔을 잡으며 매달렸다.

지운의 성격을 잘 알았으니까.

홧김에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지금 지운을 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필사적으로 말리자 지운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참으려는 건가?

곽운규가 지운의 표정을 살피려 고개를 드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차가웠다.

평소의 불같은 지운이 아니라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 모습을 본 곽운규가 황급히 몸에서 떨어지자 임세라도 한 걸음 떨어졌다.

그건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 콰앙!


지운이 발을 구르자 그가 서 있던 곳이 마치 거미줄처럼 쩍 갈라졌다.

경고...

강력한 경고였기에 곽운규와 임세라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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