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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님의 서재입니다.

객점에 헌터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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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작품등록일 :
2024.09.03 22:25
최근연재일 :
2024.09.13 17:3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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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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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글자수 :
56,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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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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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강남객점 001

DUMMY

"우리 객점은 구십 개의 일반 객실과 열 개의 특실이 사만팔천 평의 자연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객실의 간격은 최소 사십 미터로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이 우리 강남 객점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욱의 말에 사내의 표정에 만족함이 떠올랐다.


"잘 압니다. 무엇보다 우면산의 위치상 서초, 방배, 반포로 이어지는 강남 교통권이 무엇보다 매력적이군요."

"네. 맞습니다. 솔직히 마음먹고 뛰면 객점 입구에서 강남 사거리까지 오 분이면 갑니다. 완벽한 강남권이죠."


두 사람은 객점 입구 주차장에서부터 식당과 객실을 거쳐 다시 입구 쪽으로 걷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욱은 이 분위기 이대로만 간다면 대출이 성사될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사내의 얼굴이 객점을 둘러보는 내내 만족한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어느 정도 대출을 원하..."

"백억!"


지욱은 사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금액을 불러버렸다.


솔직히 객점은 산이라 치자.

예술의 전당 바로 뒷자락에 있는 이천 평의 객점 주차장만 떼어서 팔아도 사백억은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떼어서 팔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런 객점을 담보로 백억의 대출을 받겠다는 것은 상당히 겸손한 태도였다.

그렇기에 사내는 금액을 듣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흐음...솔직히 전 두세 배쯤 부르실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금 의외군요. 그런데 아시죠? 대출 수수료 20%라는 거."

"그럼요. 대출만 나온다면야 그 정도 수수료는 드려야죠. 그럼 대출 나온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당연합니다. 제가 해결 못 한 대출이 없습니다. 전혀 걱정 마시고. 그럼 마지막으로 아주 기본적인 것 하나만 확인하겠습니다. 허가는 받으신 거죠?"

"허가요? 설마 사십 년 된 객점이 무허가로 운영되었겠습니까? 사업자등록증 보여드려요?"

"아니요. 그 허가 말고. 문화재청 허가 말입니다."


아, 씨바.

지욱은 사내의 말에 얼굴을 와락 찡그렸다.


'이 개새야. 그게 됐으면 내가 백억 불렀겠냐?'


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 왔지만 일단은 꾹 눌러 참았다.

오늘 이 일은 어떻게든 성사시키고 싶었으니까.


"사장님. 이 객점은 분명 제 소유입니다. 토지, 건물, 객점 허가까지 모두 제 이름으로 되어 있는 거 확인했죠? 우리 객점의 가치는 잘 아실테고, 만약 대출금을 못 갚는 상황이 벌어져도 은행이 손해 볼 일은 전혀 없을 겁니다."


지욱의 열변에 사내가 비릿하게 웃음을 지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각성자 전용 객점인 강남객점의 가치야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쭤보는 것은 그게 아니라 문화재 거래 허가를 말하는 겁니다. 만약 은행이 압류를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도 강남객점이 거래 금지로 묶여있으면 이곳에서 풀 한 포기 강제적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거 잘 아시잖습니까?"


후우...

지욱은 사내의 또박또박한 말을 들으며 고개를 숙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사내를 보는 지욱의 표정은 조금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가."

"네?"

"가라고. 새끼야."

"그게 무슨..."

"다 알고 왔으면 처음부터 그걸 물어보던가. 이 더운 날 귀찮게 온 산을 다 싸돌아다니게 해놓고 마지막에 그걸 물어봐? 너 양아치냐?"

"이봐요. 강 객주!"

"그리고, 그게 됐으면 피 같은 수수료를 20%나 떼주면서 너 같은 브로커를 왜 만나? 그냥 은행에서 직접 대출 받고 말지."

"브로커? 강객주!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후우, 말이 심할 때 가라. 너 내 소문 들었지? 혹시 못 들었으면 온 김에 그것도 확인해 보고 가던가."

"어허, 그 사람 참..."


사내는 순간 변한 지욱의 태도를 보며 혀를 찼지만 조금씩 뒷걸음을 치더니 후다닥 객점 정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지욱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씨바, 되는 게 없네. 하여간 문화재청 이 개새끼들을..."

"개액...주우...니임...!"


하지만 그때였다.

저 멀리 산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마치 커다란 바위가 굴러오듯이 거구의 사내가 다다다다...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맹렬하게 달려온 사내는 지욱의 앞에 도착해서는 허리를 꺾고 숨을 거칠게 쉬었다.


"객...주님! 헥...헥."

"넌 차라리 굴러오는 게 더 편하지 않냐?"

"지난 번...헥...해봤는데...옷이 다 찢어지더라고요."

"대단하다. 그걸 또 해봤어? 근데 왜?"


사내의 이름은 태웅이었다.

클 태자, 곰 웅자, 큰곰이란 말이었다.

태웅의 부모님은 이놈이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자랄 것을 알았던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면 이렇게 딱 맞는 이름을 지어주었을 리가 없었으니까.


대충 숨을 고른 태웅이 허리를 펴자 순간 지욱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졌으며 몸통 두께 또한 두 배 정도가 되어 버렸다.


"408호 손님이요."

"본론만 말해."

"숙박비가 오늘까지였거든요. 연장 요청도 없었고요. 그런데 시간이 됐는데도 안 나가기에 제가 갔는데..."

"갔는데?"

"총을 쏘는데요?"

"총?"

"네. 총."

"그럼 너도 쏴. 뭐가 문제인데? 상방에 총 있잖아?"

"에이, 그래도 어떻게 손님한테 총을 쏩니까."

"그럼 몇 대 그냥 맞던가. 넌 몇 대 맞아도 안 죽어."

"안 되겠던데요? 이거 보세요."


태웅이 손을 들어 상의를 가슴까지 훌러덩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가슴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멍을 보자마자 지욱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런 개새끼를 봤나. 근데 넌 이걸 그냥 맞고 있었어?"

"에이...그럼 어떻게요."

"명색이 부방주라는 놈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알죠. 알지만 때리면 죽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요."

"하아...장우 이 새끼는 언제 오는 거야?"

"방주 휴가는 내일까지인데요?"

"하여간 이 새끼 오기만 해 봐. 무슨 휴가를 한 달씩 쳐 가고 지랄이야."

"한 달 아니고 이십사 일인데요. 주말은 빼셔야죠. 그건 법으로..."

"시끄러! 닥쳐! 꼴에 지 방주라고 끔찍이 아껴. 응?"

"헤헤헤...방주 좋잖아요."

"지랄한다. 앞장서."

"넵!"


태웅이 마치 꿀을 발견한 곰처럼 산을 오르자 후다닥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지욱은 그 뒤를 어슬렁거리며 따랐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408호.

지욱은 문을 두들기려는 태웅을 옆으로 밀었다.


"비켜."


그리고 그는 발을 들어 문을 냅다 걷어 차버렸다.


- 콰앙!


당연하게도 지욱의 발에 차인 문짝은 포탄처럼 안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문이 사라지자 뻥 뚫린 입구로 지욱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바닥에 나뒹군 문짝을 으적...밟으며 거실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 탕! 타앙!


두 발의 총성이 들려왔으며 그 총탄은 정확하게 지욱의 양쪽 허벅지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탄환은 지욱의 허벅지에 닿기 전에 마치 비 오는 날 길바닥에 던져진 담배꽁초 마냥 피식...하얀 연기를 내며 사라져 버렸다.


"허억!"


놀란 비명이 들려온 것은 그 다음이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총을 쏜 사내는 사라진 총알을 보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탄이었다.

육 연발 리볼버에 자신의 마력을 담아 쏜 마탄은 최대 위력일 때 일 센티미터 강철을 뚫는다.


물론 아까 태웅에게 쏜 것과 지금 지욱에게 쏜 것은 최대 위력은 아니었다.

그저 위협이었지만 그렇다고 맞으면 아프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녹아?

아까 저 곰같은 놈은 가슴에 정확히 맞았는데 움찔도 안하더니...이번에는 녹아?

그리고 그때서야 사내는 지욱의 몸 전체에 은은히 흐르는 기운을 볼 수 있었다.


"이 새끼 봐라. 진짜 쏘네. 너 이리 와."

"우...움직이지 마! 움직이면...진짜...제대로 된 총알을 먹여줄테니까."

"지랄한다. 쏴! 이 새끼야. 하지만 알아둬라. 쏘는 순간 넌 뒈지는 거다."

"며...며칠만 더 있겠다고 했잖아!"

"누가 뭐래? 돈을 내! 그리고 있고 싶은 만큼 있으라고."

"며칠 있다가 준다고. 그러니까..."

"세상에 후불인 숙박업소 봤어? 우리 객점도 당연히 선불이야. 돈 없으면 꺼져."

"준다고! 준다고 했잖아!"


사내가 버럭 고함을 지르자 강지욱은 양손을 모아 벨트 중앙에 걸치고는 고개를 숙였다.


"하아, 안 그래도 기분 잣 같은데 더 잣같이 만드네. 지금 없는 돈이 며칠 있으면 하늘에서 떨어져? 내가 이 장사 원박 투데이 하는 줄 알아?"

"뭐...뭐?"

"너 이 개새끼야. 일반인 줘패고 여기로 도망 온 거 내가 모를 줄 알지? 객점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잡힐 걸 아니까 방구석에 처박혀서 꼼짝도 못 하는 거잖아!"

"드...들어온 손님은 무조건 보호한다! 그게 여기 강남객점의 철칙 아냐?"

"그래. 그 잣 같은 원칙! 지킨다고. 지켜. 그러니까 구역질이 나도 너 같은 새끼들까지 보호하잖아. 근데 그건 돈을 냈을 때 이야기고!"


- 콰아아앙!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말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몸을 날린 지욱이 사내의 턱주가리를 어퍼컷으로 갈겨 버렸다.

그러자 소파에 앉아있던 사내는 위로 퉁...튀어올라 천장에 정수리를 찧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사내는 그대로 쭉 뻗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어마어마한 괴력에 놀랄 법도 하지만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태웅은 양손을 내밀며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객주님. 짱!"

"시끄러. 이 새끼 금이빨 있더라. 돈 되는 거면 껍데기까지 싹 벗겨. 그리고 밖에 내버리면 알아서 주워갈 거야. 공방에 연락해서 문 고쳐 놓으라고 하고."

"넵!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 이렇게 흐물흐물하게 일할 거면 부방주 자리 내려놔."

"아닙니다. 잘 할 수 있습니다. 근데 객주님."

"뭐?"

"딱 보고 모르셨어요?"

"뭔 소리야?"

"아까 그 사람 한눈에 봐도 사기꾼이던데..."

"야이...씨!"


지욱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는 순간 그 곰 같던 태웅이 다람쥐처럼 후다닥 소파로 달려와 사내를 대충 한 손으로 들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보던 지욱은 또 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씨바..."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방과 거실, 화장실 등을 둘러보았다.

깨진 곳은 없는지, 없어진 것은 없는지...

그렇게 습관적으로 방을 살펴보고 나온 지욱이 터덜터덜 산길을 내려와 객점 손님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주방에 다다랐을 때였다.


- 콰장창창!


식당 창문을 부수며 사람이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사내는 마치 공처럼 바닥에 통, 통 튕기더니 그대로 쭉 뻗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지욱은 오늘로 네 번째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하아, 제발. 좀! 응? 하루만이라도 조용하면 안 되겠냐?"


그리고 터벅터벅...쓰러진 사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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