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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출난

로또방 사장이 번호를 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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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출난
작품등록일 :
2023.07.19 19:22
최근연재일 :
2023.08.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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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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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 6 - 그날을 위해

DUMMY

2003년 12월 31일.

수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백유진은 당당히 두 회사의 연말 휴가를 지시했다.

G&B투자야 개인 고객도 없고 문제가 없었지만, 로또방이라면 충분히 뒷말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

하지만.

그 사유가 사유인지라 로또방의 이틀 연속 휴무를 지적하는 고객들은 없었다.


[신화역 수목 휴일이랍니다.]

[매주 일요일도 휴무인데 수목이라니······.]

[그래도 보육원 아이들이랑 여행 가신다던데요?]

[헛. 역시 신화역입니다! 매번 그렇게 베푸시면 도대체 신화역은 뭐가 남나요?]

[저를 포함한 여러분이 남겠죠. 저는 금요일에 이미 예약했습니다!]

[이번에 놓쳤는데··· 축하드립니다!]


보육원 아이들과 보내는 연말과 신년.

이걸 걸고넘어질 로또사랑 회원이 있을 리 만무하다.

무엇보다 현재 로또사랑에 자리매김한 특유의 문화를 생각하면 오히려 환영받을 일이기도 했다.

백유진이 처음 보육원 후원을 진행한 이후. 로또사랑에서도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후원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32회차 로또사랑 모금함 – 현재 모금액 4,528,500원]


주 단위가 아니라 회차마다 500만 원이 모이면 후원하는 방식.

후원의 투명성을 위해 로또사랑 운영진은 이러한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고, 현재까지 후원한 금액이 무려 1억 5천 하고도 오백이었다.


‘이제 저 금액도 다 모일 테니······.’


1.6억을 후원한 셈.

현재 시기, 고작 인터넷 카페 한곳에서 후원하기에는 큰 금액이 분명했다.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자 장장수가 다가왔다.


“이놈아! 버스 왔어! 얼른 나와!”


신년을 맞이하는 1박2일 여행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서 그런지 장장수의 외형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정장은 왜 차려입으셨어요? 애들한테 잘 보이려고요?”

“뭐, 뭔 소리래. 그, 그냥 빨래해서 입을 옷 없는 겨!”


너무 티가 나는 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삼켰다.

그러자 강호준이 문을 벌컥 열며 들어선다.


“사장님들 어서 나와요! 애들 기다린다니까!”

“아, 미안, 미안. 금방 갈게.”

“진짜 좀 빨리빨리 준비하시라니까!”

“그래서 너는 답도 빨리빨리 썼냐?”


원래라면 G&B투자의 장수장학금에 선정됐을 놈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아이, 씨······ 그 얘기 하지 말라니까요.”

“그렇게 자신만만 해놓고 답을 밀려 쓰는······.”

“아, 진짜 좀! 빨리 나오기나 해요!”


언어영역의 답지를 밀려 쓴 탓이다. 그래도 공부를 잘한다는 건 사실인지 다른 영역은 전부 1등급이었다.


“네에~ 네에~ 어서 갑니다~.”

“······에휴.”


한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선 강호준이지만, 그 뒷모습이 초라하지는 않았다.

원체 긍정적인 놈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실수마저 긍정적으로 넘기는 녀석이었다.

여기서 1년 더 돈 벌고 입학하면 도움 안 받고 멀쩡히 사시 패스를 할 수 있다나 뭐라나.


‘저보다 힘든 학생들도 있을 텐데, 장학금은 그런 애들이 받는 게 맞잖아요.’


수능 성적표가 나왔을 때 저리 말했던 강호준이다.

단 하나의 아쉬움도 없이 진심을 담아 말했으니, 뭐가 돼도 될 놈이긴 한가 보다.


“갑시다, 아저씨.”


이내 장장수와 함께 가게를 나와 버스를 바라봤다.

늘푸름 보육원 아이들과 직원들.

그리고 장수상가 사람들이 함께 탑승해야 해서 총 두 대의 버스가 자리한 상태다.

당연히도 그 버스는 원래 운영되어야 했을 로또방 버스다.


‘시에서 지원해 주는 버스이긴 해도······.’


어차피 늘푸름 보육원과 함께 탑승할 버스다 보니 아산시에서도 흔쾌히 허락했다.

그렇게 버스에 올라서자, 이제는 친근해진 기사님이 우리를 반겼다.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정동진까지 고생해 주시는데요, 뭐.”

“저희는 돈 받고 하는 일이잖습니까? 하하. 관광버스 일도 좀 해보긴 했지만··· 이 정도로 기사들 신경 써주는 곳 없습니다.”


행복은 나누면 나눌수록 좋은 법.

먼 미래, 장장수가 해주는 말을 떠올리며 고생해 주시는 기사님들에게도 정동진 도착 이후 여행 및 수식을 전부 해결해 준 백유진이었다.

백유진은 웃으며 안전에 주의해달라 당부했다.


“늦게 도착하는 건 상관없으니까, 혹시 졸리시거나 피곤하시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하하, 물론이죠!”

“걱정도 팔자다 이놈아! 기사님이 어련히 잘 하실 텐데 괜히 부담을 주고 그려!”

“아이고, 아닙니다, 장 형님!”


장장수의 장난 섞인 실랑이를 몇 차례 받은 뒤에야 백유진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가장 늦게 버스로 와서인지 그가 앉은 자리는 자연스레 가장 뒷자리였다.

복도가 없어 흔히 다섯 명이 앉는 자리.

백유진은 그곳 정중앙을 차지했고, 강호준과 장장수. 그리고 김철민과 김진성이 나란히 앉은 상태였다.

한번 김진성에게 호되게 당했던 강호준은 백유진을 넘어 김진성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김진성은 찌릿 강호준을 째려보며 툭 말을 던진다.


“왜요? 엄마 없는 사람 처음 봐요?”

“······.”

“······.”


진짜 미쳐 돌아가는 세상.


‘이번 여행······ 잘 끝나겠지?’


걱정이 많아진 백유진이다.


* * *


한편 그 시각.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신문사 중 한 곳에서, 신년을 맞이하여 내보낼 기사를 검토하고 있었다.

기삿거리야 항상 많았지만 새롭게 한해를 맞이하는 만큼.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국민을 보듬을 그런 따뜻한 기사를 싣기 위해서였다.


“어이, 진국철이. 뭐 특별한 거 없어?”


보도국장의 물음에 기자 진국철은 볼펜으로 제 머리를 긁었다.


“그······ 로또사랑 이야기는 어떠신가요?”


로또사랑의 주기적인 후원 이야기. 충분히 괜찮은 소재였지만, 보도국장은 곧장 커트했다.


“안 돼. 로또 엮이는 순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아, 그렇긴 하죠.”

“다른 거. 주 기자는? 방 기자는?”


하지만 다른 기자들의 입에서 쉽사리 좋은 기삿거리가 나올 리 없었다.

애초에 기사란 게 그렇다.

원래 좋은 기삿거리는 매 순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내보내기 때문이다.

갑자기 연말 한 자리에 머리를 맞댄다고 순식간에 생길 리 없었다.


“사장님은 왜······ 하아.”


보도국장도 그 사실을 알기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흔들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 순간 진국철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 이건 어떠십니까, 국장님.”

“뭔데?”

“최근에 여의도에서 거액의 장학금 산정한 기업체가 하나 있습니다.”

“여의도?”


보도국장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여의도 기업체라면 당연히 투자증권사인데, 그곳 역시 소시민 입장에서 안 좋게 볼 껀덕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국철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것들과 달리 특이하다며 설명을 이었다.


“장학금 총액이 300억입니다. 심지어 50억 정도는 이미 보육원 쪽에 기부한 거로 나오고······.”

“호오.”


꽤 끌리는 기삿거리다.

다만, 언론사 입장에서 정·재계에 얽히고설킨 관계를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 현실이 조금 슬프긴 하지만, 탈 없이 보도를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진국철이 물어온 기사는 가산점을 받기 충분했다.


“올해 설립된 신생 투자사입니다.”

“신생? 자금출자는 어디서 했는데?”

“국내 기업이나 정치권 중 어디에도 엮인 곳 없습니다.”


순간 보도국장의 눈이 반짝였다.

드라마 하나 뚝딱 만들기에는 차고 넘치는 베이스였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던 자잘한 기사들을 다 넘긴 채, 보도국장은 진국철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리고··· 파면 팔수록 신기한 G&B투자란 곳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반년 사이에······ 영업이익이 1천억이 넘어? 근데 거기서 300억을 기부했다고?”

“이미 내년 충남권에 기부할 100억, 기존 기부금 50억을 합치면 벌써 450억이고요.”

“······.”


······여기 뭐 하는 곳이야?

그런 생각과 함께 조금 더 자세히 G&B투자를 살피는 보도국장이다.

그들이 반년 가까이 펼쳤던 기업의 일대기를 샅샅이 파헤치니 더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H 엘리베이터로 반짝스타가 된 양기호가, 어디 거물 하나 물어서 시작하자마자 팜바이오로 돈 쓸어 담고. 이제는 또 종목을 확장해서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네.”

“······어이가 없네.”


얘는 뭐 투자의 신이냐고.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양기호를 밀어주는 인물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보도국장은 만년필로 진국철의 수첩을 탁탁 치며 물었다.


“그래서. 도대체 누군데?”

“알아봤는데 딱히 나오는 건 없었습니다.”

“허. 무슨 자기가 홍길동이야? 하나도 알려진 게 없다고?”


G&B를 밀어주는 사람이 무슨 재벌 사생아라도 되는 건가 싶었다. 그게 아니면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고.


“어떻게 알려진 게 하나도 없냐고. 하아. 귀신이 따로 없네.”

“한번 제대로 알아볼까요?”


따악!


보도국장은 만년필로 진국철의 이마를 때리며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지, 자식아.”

“아윽··· 죄송합니다. 딱히 정·재계에 연은 없고, 불법적인 일도 안 저지른 거 같아서 그냥······.”


진국철의 말에 보도국장은 쯧 혀를 차고는 말을 바꿨다.


“그럼 됐어. 더는 알아보지 마.”

“네?”

“알아보지 말라고. 더러운 거 없다며?”

“아, 예.”

“근데 캐서 뭐 하려고?”

“아무래도 이미지 메이킹해서 사기라도 치려는 건가······.”


따악!


“아윽!”

“야 이 자식아. 개인 투자 안 받아, 뒷돈 안 받아. 정·재계랑 안 엮여. 도대체 뭐로 사기를 친다고?”


나중에 괜히 뒷말 나올 짓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며, 진국철에게 단호히 경고한 보도국장이다.


‘여기는 나도 좀 궁금하기는 한데······.’


기자의 감이란 게 있다.

좋고, 나쁘고.

그게 기업의 시선일지도 모르고, 기자로서의 시선일지도 모르지만.

가끔 본능적으로 해도 괜찮은지. 혹은 아닌지 느낄 때가 있었다.

지금 G&B투자가 딱 후자의 느낌이다.


‘괜히 자세히 파보려다가 역풍만 맞을 느낌.’


이런 느낌일 때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보도국장은 깔끔히 포기하고 G&B투자에 관한 이야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1면에 나갈 기사도 아니고, 그리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도 아니라지만.

매일 아침 국민에게 전달되는 조간신문은 하나하나가 중요한 법이다.

기자들은 종합된 정보를 깔끔히 편집하고, 기사로 내보낼 정도로 여러 차례 문장을 고쳐가며 기사 하나를 완성했다.

보도국장은 흐뭇한 얼굴로 그 기사를 바라봤다.


『여의도에 떠오르는 샛별. G&B투자의 따뜻한 보살핌.』


최대한 어려운 단어들을 지우고,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깔끔히.

원래 이런 기사일수록 그래야 하는 법이다. 물론 그저 따뜻한 이야기만 있다면 심심하기도 할 테니 또 다른 내용 역시 추가했다.


『미래를 선도할 전문투자자를 양성하는 G&B투자는 1월 7일부터 새롭게 직원을 채용······.』


‘미래, 선도, 양성.’


지금 시기.

사람들을 끌어당기기에 이것만큼 좋은 단어들은 없었다. 보도국장은 완성된 기자에 흡족했다.


“좋아. 이렇게 올린다.”


그렇게 백유진은, 메이저 신문사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채용 공고를 올렸다.


작가의말


10화 초반 라인부터 약간의 수정이 있을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스토리 라인에 변화는 없을 예정이지만, 주인공의 방향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며 이른 시일 내로 수정하고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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