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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6.26 23:47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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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29
글자수 :
942,693

작성
23.09.1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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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인연 (6)

DUMMY

78화


하지운은 지금 너무 신이 나서 돌아 버릴 지경이다.

방금 전까지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던 놈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모습이다.


승아의 다정하고 살가운 위로가 큰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옷 위로 만진 건 무효라는 문자가 하지운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줬다.

잘 씻어서 애용할 테니 걱정 말라는 문자에, 고함을 지르며 화를 냈지만, 사실 너무 고마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미안해서 울었지만, 나중에는 고마워서 울었다.

승아가 자신을 책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한숨 돌린 하지운이었다.


한결 마음이 놓이자, 그제야 상태창에 떠 있는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능력 ‘기력 흡수’를 강탈하셨습니다. 흡수하셔서 사용하시겠습니까?」

「능력 ‘염동력’을 강탈하셨습니다. 흡수하셔서 사용하시겠습니까?」


이인조 보이 그룹 ‘사랑들’은 사랑이었다.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이런 천금 같은 능력들을 하지운 자신에게, 목숨과 함께 상납하는 ‘사랑들’은 그저 빛이었다.


이들이 지금 당장 다시 부활하여 하지운의 발 앞에 비누를 던진다면, 눈 딱 감고 한 번씩은 주워 줄 의향이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는 철저한 이성애자지만 말이다.


‘사랑들’이 베푼 것은 ‘능력’만이 아니었다.

몰랐는데, 다른 참가자를 죽일 경우, 죽은 참가자의 ‘수납장’까지 그대로 취득해 버린다.


지금 이 순간, 하지운의 ‘수납장’ 저장 용량은 무려 삼십 톤이다.

옆에 있는 노출증 환자를 포함해서, 두 명의 참가자만 더 죽이면 ‘수납장’ 안에 K-9 자주포도 수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들의 소유물까지 전부 넘겨받았다.

사람이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수납장 속의 저장물 구성이 비슷했다.

여벌 옷, 물을 포함한 비상식량, 무기류 그리고 제 놈들 집에서 털어 온 패물.


패물과 무기류만 남기고, 나머지는 넘겨받는 과정에서 삭제 처리했다.

이제는 굳이 남이 먹던 것과 입던 것을 탐할 정도로, 사정이 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결벽증 때문에 찝찝하기도 했고 말이다.


‘총 몇 명이 참여할지는 모르겠지만, 못해도 스물은 되겠지. 내가 그중에 반만 죽여도... 수납장 총용량이 백 톤이 된다. 최대한 금과 보석으로만 채워서 돌아가면... 대한민국 부자 순위 삼십 위 안에 무난하게 진입할 거다. 승아야! 순금으로 널 빼다 박은 여신상을 만들 거야! 물론 옷 입혀서! 넌 나의 여신이야!’


‘사랑들’의 멤버 중 한 명인, 피어스 군이 남긴 염동력으로 오십이 인의 남성 전사들의 무릎을 박살 냈다.

그리고 바람의 칼날로 남은 여성 전사 일 인의 양 발목을 잘랐다.


바람 마법은 늪에서 뗏목 몰고 나오면서 익혔다.

오늘 새벽에 일찍 출발하면서, 아침 댓바람부터 승아를 깨우고 싶지 않아, 입 닥치고 노만 열심히 저었다.


그러다가 심심해서 여우머리 족장이 하던 것처럼 바람을 느껴 보려 하였다.

그리고 바로 느꼈다.

놀란 하지운이 잡고 있던 노를 놓칠 뻔했다.


처음 불을 느끼려 했을 때를, 남녀 간의 대화로 빗대어 보면 다음과 같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지운이라고 하는데요. 저, 우리 친하게 지내면 안 될까요?”

“꺼져, 븅신아! 얻다 대고 들이대? 찐따 같은 게!”


물을 느끼려 했을 때는, 그나마 조금 양호했다.


“안녕, 나는 지운이라고 하는데. 너 불 알지? 나 걔랑 친해. 너도 나랑 친하게 지내면 안 될까?”

“아, 뭐야? 오빠, 뇌 없으세요? 제가 불이랑 친하겠어요? 저 오빠한테 별 관심 없거든요. 가서 불하고나 노세요.”


바람에게 말을 걸었을 때는, 하지운도 큰 기대가 없었다.

욕만 안 먹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녕, 난 지운이야. 불이랑 물이랑 친구 먹었어. 너와도 친해지고 싶어. 바로 대답 안 해도 돼. 차츰 시간을 가지면서, 친해져 보자. 만나서 반가웠어.”

“오빠! 무슨 소리야? 나 오빠 엄청 기다렸어! 왜 날 두고, 딴 애들한테 먼저 말 걸었어? 무지 섭섭했다고! 오빠한테서 반가운 기운이 느껴져! 개좋아!”


혹시나 싶어서 멀찍이 떨어진, 늪가의 울창한 숲에 바람을 한번 날려 보았다.

여우머리 족장 놈이 하던 것처럼, 바람의 원소들을 끌어와 날카롭게 만들어, 손 위에 올려 두고 휘둘러 봤다.

세 그루의 아름드리나무가 두 동강이 났다.

하지운이 거듭 노를 놓칠 뻔했다.


너무 쉬워서 화들짝 놀란 것이다.


아무래도 여우 피가 지나치게 흡수가 잘된 듯하였다.

바람의 원소들이 하지운 자신을 여우머리 족장과 동일시하는 모양이다.


세 종류의 원소 마법과 두 종류의 복구 마법을 익혔다.

하찮은 다른 참가자들 따위와 겸상도 할 수 없는, 지고한 경지에 다다른, 불세출의 마법 천재 하지운 님이셨다.


거기다 저승에서 제공하는 초능력 중에서도, 최상급의 능력을 둘이나 획득했다.

소중한 곳을 만짐당하는 대참사만 없었다면, 현수막을 걸어 놓고 잔치를 했어도 될 만큼 경사스런 날이었다.


새삼 냄새나는 가냘픈 꽃송이, 미오 짱에 대한 억하심정이 깊어져만 갔다.

두리안 같은 매력을 지닌 그녀가, 자신의 잔칫날에, 똥을 뿌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구취와 암내에 지린내까지 추가되어서 그런지, 더욱 살심이 깊어져만 가는 결벽증 환자 하지운이었다.


피어스 군에게서 선물 받은 ‘염동력’은 레벨 업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다.

철저히 사용자의 역량만큼 위력이 발산되는 것이다.

딱 자신의 힘만큼 전달하고, 전달 범위도 자신의 의지력에 의해 결정된다.


크랜베리 뭐시기의 영주 피어스 군이, 이 좋은 능력을 내버려 두고, 검을 휘두르며 달려든 행위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피어스 군의 신체 능력이 본래 적잖이 허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념의 화신 군이 건네 준 ‘기력 흡수’는 경험치를 필요로 하는 능력이다.

레벨이 상승할수록, 상대에게서 뽑아낸 기력 중, 자신의 체내에 쌓이는 흡수량의 비율이 올라간다.


현재 하지운의 ‘강탈’ 능력은 무려 팔십삼 레벨이다.

그 덕에 ‘기력 흡수’ 능력이 시작부터 육십 레벨이다.


‘기력 흡수’ 능력의 흡수율은 50레벨 이전까지는 5퍼센트, 70레벨 이전까지는 10퍼센트 그리고 100레벨 이전까지는 30퍼센트이다.

경험치를 다 모아서 백 레벨을 찍으면, 최종적으로 흡수율이 오십 퍼센트가 된다.


현재 레벨이 육십이나 되지만 정작 흡수율은 고작 십 퍼센트다.

욕심이 목구멍까지 차 있는 하지운의 입장에선, 십 퍼센트는 병아리 쿠퍼액만도 못한 하찮은 수치이다.

무조건 최단 시간에 백 레벨을 찍어 버리고 싶은 것이 하탐욕의 본심이었다.


괴물이 되었든 괴물 피를 먹은 사람이 되었든, 한 개체를 죽을 때까지 기력을 쪽 빨아먹으면 0.001레벨이 오른다.

괴물 피를 먹지 않은 평범한 인간에게 능력을 사용한다면, 기력은 흡수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경험치는 붙지 않는다.


백 레벨까지 사십 레벨이 남았으니, ‘명’이든 ‘마리’든, 사만 개체만 더 기력을 빨아먹으면 된다.

괴물 종류는 개돼지든 여우든 상관없다.

그냥 머릿수만 채우면 된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저승의 요구 사항은 정말로 간단명료하다.


‘이놈의 저승사자들이 제정신으로 일하는 거 맞아? 근무 시간에 다들 한 잔씩 하는 거 아냐? 일 레벨 올리는데, 천씩 죽이라는 거 실화냐? 설마 나 아직도 제재당하고 있는 건가? 아니, 사만이가 옆집 애새끼 이름도 아니고... 늪에서 한 짓을 또 하라는 거야? 저승에 죄다 나 같은 놈만 있나?’


정리하자면, 염동력은 굳이 의식해서 ‘반복 사용’ 할 필요가 없다.

하지운의 신체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염동력의 위력도 자연히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기력 흡수는 무조건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해야 한다.

그동안 개무시하고 있었던 개돼지들도 몸소 찾아다니면서 죽여야 한다.


만약 이 사만이라는 숫자를 인간으로만 채우게 된다면, 하지운은 이곳의 역사책에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다.

유사 이래 최악의 씹새끼로.


일단은 바닥에 쫙 깔린 쉰셋의 애피타이저들부터 섭취해야 할 것 같았다.

조금만 더 딴생각을 하고 있다가는, 놈들이 죄다 과다 출혈로 죽어 버릴 거 같았다.

거기다 놈들이 질러 대는 비명 소리 때문에 고막이 맛이 갈 지경이다.


심지어 이미 몇 놈은 계단을 기어서 내려가고 있었다.

놈들이 흘려 놓고 간 피 때문에, 뒤따라 도망치던 놈들이 미끄러지고 난리였다.


“미오 씨, 얘들 정리할 동안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

“네... 네?”

“도망치라고.”

“왜... 왜 그러시는데요?”

“그래야 네가 도망치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다리까지 잘랐다고 변명하지.”


작가의말


 어제 올렸어야 할 지난주 금요일 분량을 이제서야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쓰기는 토요일에 다 쓰고, 어제 낮에는 철자만 고치고 올리면 되는 거 였는데...

 제가 어제 조금 아팠습니다.

 오늘 오전에 병원 가보니 별 거 아니더라고요.

 스트레스, 피로 뭐 등등

 간단한 몸살이더라고요.

 갔다 와서 집청소하고 이제야 올립니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올리며,

 오늘 분량은 지금부터 쓰고 자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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