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양갈비 In Greece -7- : 막내 이순찬
[돌아온 양갈비 In Greece -7-]
-막내 이순찬-
저녁 식사 이후 아테네 시내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가보기로 했다. 거리가 좀 되서 둘셋 택시 타서 가기로 했다. 이번엔 지숙 자매랑 순찬 형제랑 같이 탔다. 택시를 타고 나는 조수석에서 목적지를 설명한다.
잠깐! '짬 순서'대로면, 순찬이가 조수석에 앉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하하 농담이다. 순찬아, 진짜 농담인 거 알지? 근데 뒤에서 편하게 가더라. 그냥.. 그렇다고. 뭔 말인지 알지?
아저씨랑 대화하다가 역시 마음이 상했다. 나도 모르게 한국말로 궁시렁 대는 걸 순찬 형제가 들었다. 욕 안 한 게 천만다행이지.. 순찬 형제가 볼 때 내가 아저씨랑 대화할 때 영어로는 젠틀하게 얘기하고. 한국말로는 궁시렁 거리는 거 다 듣고 있자니 웃음이 터졌나 보다.
하하하하하.
웃어?
차는 오르막길 따라 쭈욱 올라가서 정상 근처에서 우리를 내려준다. 난 사실 야경 보는 건 별로다. 애인이랑 보는 것도 아닌데 즐거울 게 뭐 있나. 그냥 같이 가는 사람이 즐거우면 됐다. 다들 그리스 야경에 흠뻑 빠져서 신나서 사진 찍고 있다.
근데 조교님이랑 다른 분들이 자꾸 내 사진을 찍으려고 든다. 그냥 일반인들 앞에서 포즈 좀 취해드렸더니. 내내 좋아 죽는다. 이제 그만 사진 찍고 싶은데..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인해 하는 수 없이 프레임에 내 몸을 맡긴다.
사진 다 찍고 내려오는 길에 순찬 형제가 핸드폰을 갑자기 꺼내든다. 인터뷰다. 전에도 식당 찾으러갈 때 본인이 Vlog 유투버라도 되는 듯이 순찬 형제는 동영상으로 현장 인터뷰를 주위분들한테 즉석에서 땄다. 전망 좋은 이곳에서 내려오는 길에도 다시 나의 인터뷰를 한 셈인데. 선교 갔다온 영상 편집하려는 속셈이겠지.. 그 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당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기억나는 게 있다면 순찬 형제가 내가 입만 열면 계속 빵빵 터졌다는 거다. 나란 사람.. 그대가 지금까지 겪었던 사람들이랑은 많이 다른가 보지..? 신학대 출신인 착실한 순찬 형제는. 출석하는 교회 식구나 같이 수업듣는 신학대 사람들과의 교제가 대부분인 것 같아 보인다.
지금 와서 이런 말은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참 다양하다. 지금 그대가 만나고 있는 이 사람은 그냥 스페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허허.
계속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한 사람이 택시에 타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수영 자매는 그렇게 유유히 택시를 타고 우리 앞을 지나쳤다. 유리창을 내린 채...
나머지 사람들은 얼마 안 되는 택시비 아끼겠다고 굳이 숙소까지 걸어내려갔다. 확실히 그리스 아테네의 밤은 좀 위험하다고 느껴진다. 원주민 때문이 아니라.. 외지인들이 항상 문제다. 아무튼 꽤나 긴 시간을 줄줄이 걸어서 숙소까지 갔다.
근데 예리한 내 눈에 포착되는 게 있다. 내가 좋다면서 내내 깔깔대는 형제의 웃음 끝에. 왠지 '쓴 맛'이 묻어나온다. 난 담배를 안 펴서 모르지만. 사람들 말이 담배를 피고 나면 입안이 쓴 내가 남는다고 하더라.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너 혹시...
우리 몰래 한 대 빤 거니?
오른손 이리 내. 냄새나는 것 같은데?
순찬아. 너 그거 아냐. 인생의 쓴 맛을 아는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가 너한테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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