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양갈비! -2- : 당신의 위장은 안녕하십니까?
[안녕, 양갈비! -2-]
-당신의 위장은 안녕하십니까?-
이른 아침 씻고 후라이팬을 잡았다. 아.. 얼마만에 느껴보는 그립감인가. 어차피 아침을 담당하기로 했으니. 남자답게 요리를 시작한다. 남자답다. 불은 중약에 맞추고. 후라이팬 연기나는 거 봐서 버터 덩어리 채로 비빌려는 찰나. 나를 막는 자가 있었으니..
지숙 자매다.
주부생활 백년차의 그녀다.
그녀 말이. 버터를 조금씩 잘라서 투하하라는 것이다.
스미마셍~ 왓따시와 요리 처음해봐요데스.
떨어진 버터를 밥숟가락 등으로 고르게 푸는 내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멋있다♡
식빵을 올리고 한 쪽이 타기를 기다린다. 역시.. 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간질난다. 마치 이성에게 고백하고 반응 없는 그녀를 기다리는 심정이다. 자꾸 뒤집어봐도 내 가슴만 까맣게 탄다. 참지 못하고 그만 여러번 뒤집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살짝 구워진 식빵. 접시에 옮기고 티슈로 후라이팬을 닦는다. 검게 탄 버터를 닦아내면서 드는 생각이. 어차피 탈건데 버터는 왜 후라이팬에 발라야 되는 걸까 생각해봤다. 너도 나처럼 까맣구나.
다른 한쪽도 뒤집어서 굽는다. 이번에는 치즈를 얹어서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치즈가 녹는 동안 체다 치즈에게 묻는다. 여자들은 널 좋아하더라. 그래서 슈퍼에서 두 종류나 사왔지. 너랑 에멘탈이랑. 덕분에 손이 두 번이나 갔어. 치즈는 적당히 녹은 것 같다.
후라이팬을 잠깐 따로 놓고. 준비된 터키런천이랑 계란후라이를 올린다. 계란후라이는 특별히 도환 형제의 협찬이 있어서 가능했다. 참고로, 도환 형제는 보디빌더다. 내가 형이라서 다행이다. 전자렌지에서 계란후라이를 내오는 도환 형제의 섬김이 참 값지다.
생각해 보니 웃기다. 레바논팀에 남자가 딱 둘인데.. 도환 형제가 나 때문에 어쩔줄 몰라한다. 본래 본인 짬밥에 신입생 동생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왠걸 같이 온 사람이 직장인 아저씨다. 억울하면 일찍 태어나던가.
...
아니야 도환아.
때리지만 말아줘.
내가 잘 할게.
마무리는 꿀이다. 처음에는 그냥 막 뿌렸는데. 레바논에서 매일매일 빵을 굽다보니 요령이 생겼다. 마치 파티셰가 된 것 마냥 예술적으로 꿀을 바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 그래도 됐었다.)
팀원들이 토스트를 먹으면서 '나중에 학교 근처에서 토스트집 할 생각 없냐'고 얘기한다.. 하하하하 나 안 해.
근데 우리의 식탁 교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교수님이 타준 생과일 주스.
이어서
조교님이 타준 커피.
또 이어서
수영 자매가 타준 비타민수...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아니...
이럴거면 대체 왜 먹는 거냐..
아무튼 우리의 소박한 조찬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근데..
난민학교엔 언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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