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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변
작품등록일 :
2018.02.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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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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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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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284

작성
19.07.25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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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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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쪽

안녕, 양갈비! -4- : 무제

DUMMY

[안녕, 양갈비! -4-]


상황은 이렇다.


어제 권교수님이 나랑 룸메에게 선물을 주셨다. 독일제 비타민약 + 독일제 치약. 좋은 제품이다. 나 역시 독일에 가 본적이 있어서 안다. 어쨌든 너무 감사하다. 그날밤 숙소에 잘 뒀는데. 웬걸 다음날 아침 난민학교에 와 있다. 움, 그렇군.. 근데 왜지?


나중에 알고보니, 같은 방 쓰신 안폴 목사님께서 오늘 아침 본인 물건인줄 알고 챙기신 거다. '해프닝'이란 게 이런 걸까. 그날 난민학교에 나와있는 선물 꾸러미를 보고는. 교수님이 나를 막 혼내신 거다. 잘 안 챙겼다고. 잘 챙기라고. 영문도 모른 채 난 꾸중을 듣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게 교수님의 애정이라는 것도 알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내가 안 했다고 얘기하는데도. 교수님이 계속 혼내신다. 한 텀 두 텀 세 텀. 웃고는 있지만 짜증이 올라온다. 내가 분명 아니라고 얘기하는데도. 그 얘길 듣고도 본인 얘기를 계속하시는 교수님.


교수님은 내가 언제 그랬냐고 하겠지만. 사람마다 받아드리는 상황은 다 다르지 않나.


이젠 그만해라.

칼에 찔리기 싫으면.


선교 현장에서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근데 과연.. 넘기기만 해도 되는 걸까.


누군가에게는 그게 스쳐지나가는 '별 거 아닌 것' 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게 '스티그마(stigma)'를 건들거나 '트라우마(trauma)' 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인생에 마주치는 사소한 순간들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현재까지 이번 편 글을 쓰면서 유난히 글 쓰는 게 어렵다고 느껴진다. 도무지 왜 그런지 알 수 없고 답답하다. 계속 컨텐츠를 바꾸는 데도 영 이상하다. 그 놈의 답을 좀 얻어보겠다고.. 그 장면 속으로 수십번을 들어갔다 나온다. 굳이 이렇게까지 탐문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그 짧은 순간 속에 자기 자신을 대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새 깨달은 사실 하나.

내 어렸을 적에 상처가 아직 내게 남아있다.

이번 글에 굳이 이런 내 모습을 표현해야만.

다음으로 이어지는 글이 연결될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기 까지 '미움'을 마음에 품는다면. 사람들은 대개 그 사람을 비판하고 정죄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렇게 된 배경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또한 피의자 역시 대개 아무것도 모른다.


그리고 이 정제받지 않은 미움은 때때로 엉뚱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것 같다. 사회 생활하려니 자제할 뿐. 그게 여전히 내게 남아 있다. 그래서 그런가?


내가 살려면. 나는 내 고통을 가장 정확하게 공감하신다는 예수님을 찾고 구한다. 비워지지 않는 이 분노의 잔이 누군가에게 향하기 전에. 이 잔을 가져가 주세요. 나를 좀 만나줘요. 이젠 나도 지쳤어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어디든 누구든 손을 잡아보고 싶은 내 마음을. 이젠 좀 알아줘요.


이런 얘기들을.. 그 당시 선교 현장에서는 얘기하지 못했다. 일단 선교는 진행 되어야 했으니깐. 그리고 이런 얘기는 나와 하나님 사이에 해결을 봐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빈정 상해서 시시비비를 따지려 들었다면. 과연 교수님은 (이런 배경을 지닌 나의) 예상치 못한 반응을 잘 대처하고 넘어갈 수 있었을까. 그냥 선교를 망치는 길로 갔겠지. 은혜고 나발이고 없는 거다.


교수님과 마주한 시간..정말 몇 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게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그러는 사이 시리아 난민 아이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온다.

마음을 추스리고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마주한다.


안녕,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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