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양갈비! -3- : 사역 첫날
[안녕, 양갈비! -3-]
-사역 첫날-
사역 첫날부터 지각했다. 목사님께서 늦었다고 살짝 짜증을 내신다. 목사님.. 스미마셍~ 용서해 주세요 구다사이~.. 우리가 아침부터 너무 잘 먹어서 그랬어요.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ㅠ
목사님 입장에서 여러 단기 선교팀을 받으셨겠지만. 우리처럼 잘 먹는 팀은 처음 봤을 것이다. 이것도 '인연'이고 '헤프닝'입니다. 좋았다고 생각되면 추억이고 나빴다 생각하시면 경험입니다... 싸랑합니다~.
우리는 서둘러서 안폴 목사님의 차에 올라탔다. 거칠게 운전하시는 목사님. 중동에서 운전대 좀 잡아보신 게 티가 난다. 중동에서 '안전거리 확보' 그딴 거 없다. 그냥 앞이든 옆이든 깻잎차이로 스치듯 지나가는 '호연지기'가 있으면 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목사님.. 탁월하시다.
난민학교 가는 길에 시리아 교사 두분 태우고 그 다음엔 싱가포르 선생님 두분 태우고 나서야 꿈에 그리던 난민학교에 도착했다. 차들이 쌩쌩 지나다니는 시골 도로가에 공장 건물 같은 곳에 차가 내려간다. 외관상 학교라고 보기에는 너무 열악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목사님은 우리를 내려주자마자 급하게 차를 돌리신다. 학생들 픽업하러 나가신다는데 그 모습이 꼭 봉고차 모는 태권도장 관장님 같으시다.
목사님이 다시 오실 때 까지 우리는 학교에서 잠시 목사님을 기다린다. 난민학교에서 잠시 기다리는 시간. 나는 주위 환경과 사람들을 관찰한다. 학교 건물은 컨테이너 박스 몇개에 지붕을 얹어서 만들고. 벽이 없어서 뚫려있는 공간을 공업용 두꺼운 비닐로 장막처럼 덮었다. 비닐이 바람에 찢어지지 말라고 안에 파란색 플락스틱(단프라) 박스를 댔다. 이런 건 어디서 구해오셨을라나...
좀 더 학교 안 쪽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곳곳에 간격을 맞춘 케이블타이랑 테이프 그리고 봉걸레용 나무자루들이 어딘가 곳곳에 달려있다. 흔히 건물하면, 이미지가 철근콘트리트 구조물이나 깔끔한 직육면체의 컨테이너 박스 등이 떠올라질거다. 근데 여기는 컨테이너박스/비닐/각목/플라스틱박스/케이블타이/테이프/봉걸레 자루 등으로 지은 '움막'이다. 어지간하시다.
목사님 입장에서 난민학교 건물을 지어주겠다는 오퍼가 없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믿음의 공동체가 아닌 NGO 단체 등에서 주는 돈이라면. 자동적으로 사역하는데 선교적 색깔을 지우라는 내정간섭이 들어올 수 밖에 없다. 그걸 쳐냈으니깐. 몇년간 구멍난 양말 깁는 심정으로 난민학교를 꾸려가시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이런 사역 현장을 보라고. 권교수님께서는 매년 단기선교팀을 꾸려서 오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신 교수님. 나를 막 혼내시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스럽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런 장면이 익숙한 듯 조교님이랑 지숙자매는 말없이 눈빛으로 잘 버티라고 얘기하는 것만 같다. 아 이 사람들아.. 이런 건 미리 말해줬어야지.. 갑자기 쑥 들어온 교수님의 랩이 끝날 줄 모른다. 아이 좀... 그만해요 교수님.. 내가 당신 학생도 아닌데..
근데 누가 좀 말해주세요..
내가. 왜. 지금. 혼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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