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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이중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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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1,068
추천수 :
258
글자수 :
355,081

작성
23.05.2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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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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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단체손님 환영

DUMMY

그렇지만 악운룡은 태연히 반말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히 친한 사이로 보일 정도

실은 그도 무척 긴장하고 있었지만 여기서 기세가 밀리면 절대 안 된다는 일념으로 스스로를 다잡고 있었다.


‘내가 너무 나갔나?’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한 번 약하게 보이면 이 뒷배 튼튼한 연쇄살인마의 발 아래를 벗어날 수가 없다.

지금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이끌고 무령을 상대하러 가야 하는데

이 여자에게 휘둘리면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


“바가지 긁는 마누라도 너보다 잔소리가 심하지는 않겠다”


주홍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것과 동시에 손가락을 꼿꼿이 세우더니 천천히 찔러왔다.


손가락이 하얗게 변한 것으로 보아 빙옥지(氷玉指)

전설로만 전해질뿐 실제로 목격하기는 극히 어려운 무공이다.

아무리 고수라도 일단 적중 당하면 피가 얼어붙듯이 굳어버린다.

격렬한 고통 속에 죽는다는 지독한 빙공이다.


죽인다고 말했으면 곧장 실천이지 다시 중언부언하지 않겠다는 태도

고수를 열두 명이나 죽였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악운룡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으므로 재빨리 도약하여 물러났다.

그러나 그녀의 손가락은 그림자처럼 따라붙더니 더욱 빠르게 찔러 들어온다.


천천히 찔러온다는 것은 상대에게 어느 방향으로도 피할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상승의 무리를 담은 절기였다.


어쩔 수 없이 장심에 호신영기를 전력으로 집중해서 일장을 쳐냈다.




나직한 울림과 함께 손바닥이 찌르르 울리는 동시에 어깨에까지 충격이 전해진다.

음한계열의 무공이므로 강력한 충돌음은 없었지만 그 위험도는 상상 이상이다.


한 걸음 크게 물러났지만 피할 틈도 주지 않고 다시 차가운 손가락이 다가든다.

더 이상 피할 틈이 없다.

이 여자의 무공은 확실히 나보다 한 수 이상 높다.


호신영기와 내공으로 몸을 보호했는데도 마치 문풍지에 바람이 새듯 거침 없이 뚫고 들어온다.

괜히 절기가 아니다.

계속 막는 것은 불가능

중요한 혈도에라도 맞으면 즉사다.


절체절명의 순간


누군가의 신형이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더니 주홍의 빙옥지를 받아내었다.




두 사람의 신형이 떨어졌다.


주홍의 공격을 받아낸 사람은 화려한 장포를 입고 있는 중년인


“누군데 우리 일에 끼어드는 거야? 당신도 죽고 싶어?”


주홍이 날카롭게 소리쳤지만 중년인은 정중하게 포권을 하고 말했다.


“저는 목가장주 목위방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두 분이 싸울 때가 아닌 듯 합니다”

“당신은 내가 저 사람과 싸우는 것으로 보이나? 나는 저 사람을 죽이려는 것이야”


살인마다운 차가운 말에도 목위방은 침착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악소협을 따라 보물을 찾고 있습니다. 그가 죽으면 그들의 분노가 대주님에게 쏠릴 겁니다”

“흥, 내가 그걸 두려워할 줄 알아?”

“물론 그러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상황이 그렇게 확대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는 입장입니다”

“당신이 뭔데? 여기 있는 저 많은 사람들의 대표라도 돼?”


목위방의 목소리가 더욱 진중해졌다.


“사실 저는 구룡사에게 큰 은혜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구룡대주가 많은 사람들의 공적이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군웅들은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목위방의 명성이 무림 전체로 볼 때는 결코 높다고 할 수는 없어도

수안성에서는 가장 존경을 받고 위명을 떨치는 정파의 대협이다.

그가 모든 사람들 앞에서 구룡성의 은혜를 입었다고 공언한 상황

사파의 본산 격인 구룡성과 긴밀한 관계라는 것이 알려진다면 여파가 크다.

그의 명성이 하루 아침에 무너져버릴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한 행동이었다.


목위방은 전음으로 잠시 주홍에게 뭔가를 이야기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주홍의 굳은 표정이 살짝 풀린다.

잠시 후 그녀의 조그마하고 붉은 입술에서 놀라운 말이 흘러나왔다.


“악운룡,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지나친 행동이었어, 미안해, 하지만 앞으로 내가 죽인다고 말하면 그냥 흘려 듣지 말아줘, 구룡사에서는 한 번 죽인다고 말했는데도 실천하지 않으면 남들의 빈축을 사거든”


어느 틈에 그녀의 표정은 밝게 풀려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놀랐다.


자신의 행동을 즉시 사과하는 것은 누구라도 쉽지 않다.

주홍은 솔직하게 사과했다.

또한 구룡사에서는 죽인다고 말했으면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도 충격을 받았다.


악운룡은 일면 남자보다도 흉금이 넓은 주홍에게 약간 호감을 느꼈다.


“사과 받아주지, 하지만 앞으로 그런 사소한 이유로 사람을 죽이려 든다면 곤란해”

“물론 구룡사에서도 죽인다는 말은 함부로 하지 않아, 그런데 강호에 나와 보니 더욱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느꼈어”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자 목위방이 악운룡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했다.


“목가장의 목위방입니다, 악소협의 영웅적인 기개에 감탄했습니다”


그는 아직 자신의 딸이 악운룡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상태

눈치를 보니 만약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곤한했을 것 같다.

그를 사위로 삼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악운룡으로서는 큰 다행이었다.

그와 목소소가 겪고 있는 갈등은 제삼자에게 설명 불가능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짐작조차 어렵다.


“화산의 악운룡입니다, 목대협의 적절한 중재에 감사 드립니다”


목위방은 명성에 걸맞은 무공과 품위를 지니고 있었다.


두 사람은 금새 전과 같이 대화를 계속했다.


“아까 나를 공격했던 수법이 뭐야?”

“그거? 빙옥지”

“그건 어떤 무공인데?”

“한 번 맞으면 피가 굳어서 동태가 돼 버리는 거야”

“그럼 진짜로 날 죽이려는 생각이었어?”

“네가 보기에는 내가 장난으로 한 것 같니?”


조금 전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를 기도했다는 것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의 모습은 곁에서 보기에는 아주 다정해 보이기까지 했다.


대화를 하다 보니 주홍은 생각보다 기분에 따라 살인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막가파는 아니었다.

상대가 선을 넘으면 죽이겠다는 말을 분명히 표현한다.

그게 일반적으로는 위협으로 그치지만 이 여자는 곧바로 실행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더 찾아볼 곳도 없지 않아?”

“연못을 조사한 후에는 마치기로 하지”


잔소리는 멈추었지만 그래도 변함 없이 못마땅한 표정

그렇지만 서로가 지켜야 할 선을 알게 된 후 오히려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악운룡은 주횽이 생각보다 상당히 순수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고수 열두 명을 죽인 여자라면 거의 연쇄살인마 수준

고수가 아닌 사람은 얼마나 더 많이 죽였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걸 제외하면 그냥 자신보다 한 두 살 많은 평범한 여자와 별다르지 않다.

오히려 순수했다.


외부 사회의 경험이 적은 것과 성장과정이 그런 이유로 보인다.

구룡사는 힘과 무공에 치열하게 집착하는 반면 거짓과 속임수, 비열한 암계 등이 횡행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세상에서 사파의 본산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면이었다.


맹탕이 큰 소리로 보고한다.

겉으로는 악운룡에게 말하는 것이지만 모든 사람이 들으라는 의미


“웅덩이를 샅샅이 조사했지만 뭔가 숨겨둘 만한 곳은 전혀 없습니다”


악운룡이 엉덩이를 일으켰다.


“여기는 충분히 조사를 했습니다,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전에 다시 강조하지만 이번에는 대단히 위험한 곳입니다, 본인이 명백한 고수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면 선두의 무리와 열 장 이상 떨어져 있기 바랍니다”


다시 목위방을 향해 정중하게 부탁했다.


“제가 이곳의 지리에 어두워서 목대협께 부탁 드리겠습니다, 흥령사로 안내해 주십시오”


목위방은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근방에는 흥령사 외에 특이한 지형지물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모두 저를 따라 오십시오”


악운룡이 그의 뒤를 따르자 군웅들이 뒤따른다.

그의 말대로 자연스럽게 두 개의 무리로 나뉘었다.

선두에 소수의 고수들이 서고 뒤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르는 형세가 되었다.


물론 선두의 무리 중에는 고수라기에는 약간 함량미달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십여 명이나 있었다.

절반은 전가보의 무인들이고 나머지는 실력을 과신하거나 욕심에 눈이 먼 사람들

그들은 위험하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보물에 한 발작이라도 앞서 접근하기 위해 욕심을 내고 있는 만큼 완전히 하수는 아니었다.

각자 나름대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흥령사로 향하는 길은 좁고 가팔랐다.

절이 워낙 작기도 했지만 향화객이 거의 없는 모양

아무리 산길이라도 짐승들이나 다니는 곳으로 보인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삼림은 대낮임에도 컴컴해서 고즈넉하다기 보다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목위방을 앞세우지 않았다면 한참을 헤맸을 게 분명했다.


뒤를 따르던 전태무가 물었다.


“설마 흥령사에 보물이 있다는 것이오?”

“보물이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장보도에 표시된 곳이니 탐사해 보는 것입니다”


전태무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나도 가본 적이 있지만 그 절의 주지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뭔가 음흉한 인물로 보여서 꺼려지는 사람이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이유도 아마 같을 것이다”


사람의 감각이라는 게 참 묘하다.

무령의 이름도 잘 모르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어딘가 위험한 인물이라고 느끼고 있다.


무령이 절을 지었다면 향화객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

그들에게 해코지하지는 않았으리라

꼭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각은 비슷한 모양이다.


자신의 딸이 무령의 제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목위방은 뭔가 착잡한 표정

입을 꾹 다물고 생각에 잠겨 있다.


그는 딸이 무령에게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그게 금강권왕의 무공일까?

어쩐지 전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한 편 흥령사에서는 해골처럼 삐쩍 마른 스님이 그들의 행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숲 사이로 힐끗 보였다가 사라진다.

그 수가 무려 수백 명이었다.


저들이 모두 자신을 치러 온다면?

전혀 두렵지 않다.

그는 마치 간절히 원하던 장난감을 선물로 받은 어린 아이와 같은 표정이었다.


“허어! 이럴 수가 있나? 하늘이 나를 돕지 않고서야 저렇게 훌륭한 영령체(影靈體)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다니, 내 평생 보지 못했던 대운이 드디어 오늘 터지는구나”


영령체라는 것은 영혼을 장악하여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만든 사람을 말한다.

이름은 문파마다 사람마다 다르게 부른다.

그는 일단 자신의 영기에 복속되면 마치 그림자처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영령체라고 이름 지었다.


“저건 목가장주, 소소를 각성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자인데 저렇게 제 발로 걸어와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목위방 본인이 들었다면 소름이 끼칠 말이었다.

목소소가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그를 영령체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목가장의 부와 명성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전가보, 시답잖은 서방까지, 아니 서방이 오히려 수안성을 속속들이 장악하기 위해서는 더 큰 도움이 되려나? 어쨌든 수안성 전체가 한꺼번에 내 품으로 몰려 들어오는군”


그 외에도 상당한 고수로 보이는 인물들이 여럿 있었다.


“쓸만한 재목이 많네”


무령의 눈에는 다 그저 그런 인물들

오히려 훌륭한 영령체들이니 반갑기만 하다.


“저렇게 많은 고수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 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오늘 하루에 내 세력기반이 이루어지는구나”


여태 한 명씩 찾아온 적은 있다.

전태무도 왔고 목소소의 아버지 목위방을 비롯해 맹탕 등도 왔다.

그렇지만 그들은 잡지 못했다.

그 여파가 만만치 않으니 여건이 성숙해질 때까지 참고 있었다.


이제 그 모든 조건이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흐흐흐··· 단체손님은 언제나 환영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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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뻔한 사기 23.06.13 122 3 12쪽
37 금강문주 23.06.11 122 3 12쪽
36 금강공 23.06.10 127 3 12쪽
35 바보 형 23.06.09 124 3 12쪽
34 보물 수호자 23.06.08 129 3 12쪽
33 탐사대의 영도자 23.06.07 136 3 12쪽
32 자승자박 23.06.06 136 3 12쪽
31 악마의 설법 23.06.05 132 3 12쪽
30 개소리 23.06.04 138 3 12쪽
29 호신강기 23.06.03 146 3 12쪽
28 대량학살 23.06.02 142 3 12쪽
27 금강불괴 불두타 23.06.01 144 3 12쪽
26 생불이 마귀로 23.05.31 155 3 12쪽
25 생불 23.05.30 152 4 12쪽
» 단체손님 환영 23.05.29 161 3 12쪽
23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23.05.28 159 4 12쪽
22 은거고수의 비밀제자 23.05.27 167 4 12쪽
21 망나니의 유래 23.05.26 176 4 12쪽
20 분노의 주먹 23.05.25 180 4 12쪽
19 손님 모으기 23.05.24 175 3 12쪽
18 장보도를 팔다 23.05.23 184 4 12쪽
17 홀을 든 소녀 23.05.22 188 3 12쪽
16 사랑을 먹은 소녀 23.05.21 198 4 12쪽
15 무서운 소녀 23.05.20 202 4 12쪽
14 신비한 소녀 23.05.19 202 4 11쪽
13 끝판왕이 나타났다 23.05.18 210 6 12쪽
12 장보도를 파시오 23.05.17 212 6 12쪽
11 우선 먹고 보자 23.05.15 226 6 12쪽
10 백련이 불여일전 23.05.14 246 6 12쪽
9 쇠불알 귀걸이 23.05.14 25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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