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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이중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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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1,067
추천수 :
258
글자수 :
355,081

작성
23.05.25 21:35
조회
179
추천
4
글자
12쪽

분노의 주먹

DUMMY

목소소는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나도 정말 즐거웠어요, 그런데 오빠는 왜 저렇게 불량한 사람들까지 잔뜩 끌어 모으려는 것이죠?”

“아무래도 무령은 고수 몇 사람이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무령의 사악함을 알리고 그들과 같이 상대하려고 해”


사실 무령이 현재의 걱정거리라면 목소소는 장래의 걱정거리였다.

이 소녀가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무림의 안위가 걸리게 된다.

최악의 경우 전무후무한 입신지경의 흑령술사가 된다면 아무도 그녀를 말릴 수 없다.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악운룡은 검을 들고 목소소를 죽이려 다시 올 각오였다.

장래 천하에 살겁을 일으킬 수 있는 싹을 지금 자른다면 그런 걱정이 없어지겠지만

아직 아무런 잘못이 없는 소녀를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죽일 수는 없다.


만약 나의 판단이 어긋나서 그런 참혹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내 목숨으로 지는 수 밖에 없다.


목소소는 입을 달싹거리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사실 애정영주를 토한 후에도 내가 오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렇지만 그게 나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애정영주가 남긴 파편이나 후유증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솔직하게 얘기한다.

방년의 소녀가 이런 고백을 하기는 쉽지 않을 테지만 악운룡이 떠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가 놀랄만한 용기를 냈다.


‘그걸 누가 모르겠어, 여태 나와 성내를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그토록 즐거워했는데”


“남들보다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사용하지 않기는 어려울 거야,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가져오는 악한 힘이라면 어떻게든 자신을 통제해야지”


백만대군을 이기는 것 보다 자신을 이기기가 더 어렵다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만약 백 명의 인간이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몇 명이나 참을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더 비관적이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노점에서 파는 싸구려 국수는 둘 다 진심으로 맛있게 먹었는데

반점에서 가장 맛있고 비싸고 자랑하는 음식이 식어가고 있었다.


아까보다 비교할 수 없이 고급 음식이었으나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두 사람은 최고급 음식의 화려한 모습과 냄새를 보지도 맡지도 못하고 있었다.


얄궂은 운명이 두 사람을 만나게 만들고

단 하룻밤 사이에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스런 상처를 남겨 주었다.


그 사이 포위가 끝났는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사람이 걸어 들어온다.

땅딸막한 사내는 밖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서방주 맹탕이다. 악운룡, 그렇게 변장해도 소용 없다. 이미 포위 됐으니 나와서 정체를 밝혀라”


‘정체를 밝히기는 개뿔, 다 알고 있으면서’


“헉, 탄로 났나? 이거 큰일인데?”


악운룡이 익살스럽게 말하면서 목소소에게 눈을 찡긋 했다.

그 나름대로의 작별인사였다.


‘우리가 서로 다시는 만니지 않기를···’


목소소가 쓰라린 가슴을 달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는 사이 그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마지 못해 비실거리며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악운룡, 현실을 인정하고 너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여’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지만 가슴 한 편에 쌓인 가혹한 운명에 대한 원망과 회한이 울분으로 변해갔다.


걸으면서 영기단 다섯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문을 나서는 순간 곁에서 비릿하게 그를 바라보며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서방주 맹탕이 보였다.


“이 새끼가···”




맹탕이 불의의 일격을 맞고 코를 움켜 쥔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백여 명의 무림인들은 물론 멀리서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앞으로 일어날 격투를 기대하며 눈도 깜박이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 돌아왔다.

단 한 사람 맹탕만 제외하고


선빵필승


애초에 무공이 한 수 뒤져 있으니 기습을 막을 수 없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갑자기 미쳐 날뛰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는 사이

악운룡은 그 동안 쌓인 분노의 주먹을 시원하게 폭발시켰다.


“나를 잡으려고 천라지망을 펼쳐?”


그가 칼을 뽑아 들기도 전에 멱살을 잡고 옆구리에 주먹을 먹였다.


“꺼억”


고통으로 입을 벌리자 코에서 주르르 흘러내린 핏물이 입으로 새어 들어간다.


맹탕이 고통의 신음을 흘리는 사이 서방의 간부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든다.

악운룡이 맹탕의 몸으로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인다.


“서방이 장보도를 차지하고 보물을 독차지하겠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을 세웠을 것 같지는 않고, 너희들의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지?”


서방은 암흑가의 무리 중에서는 제법 규모도 있고 실력도 갖춘 조직이었다.

그래도 이 많은 군웅들에 대항하여 장보도를 빼앗고 또 그것을 지킬 실력은 없다.

누군가 뒤를 봐주는 세력이 이들을 앞세워 장보도 쟁탈전에 뛰어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도 이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그 배후가 사주하는 것이리라


“네놈들 때문에 발이 묶여 끄으 움직이지도 못했잖아?”


그의 민감한 기감을 이용해서 숫자가 많지 않은 고수들을 피해 도주하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서방의 포위망만 아니었으면 벌써 도망치고도 남았다.


퍽 퍼벅


“크으윽”


맹탕은 단 일수도 반격해보지 못하고 주먹세례를 고스란히 받았다.

삽시간에 눈탱이가 밤탱이로 변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구경꾼 무리들 중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어깨가 떡 벌이진 땅딸막한 체구에 눈썹이 유난히 짙은 청년이었다.


“악운룡, 그것도 모르나?”


악운룡이 그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한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네가 그 배후냐?”


사내는 더욱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서방은 우리 전가보(全家堡)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는 말이냐? 수안성의 코흘리개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 그럼 네가 서방의 보호자라는 말이지?”

“허! 보호자는 또 뭐라는 거야? 화산의 촌놈이 별 이상한 헛소리를 다 지껄이는구나”


암흑가의 무리에는 대개 뒷배가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 뒷배를 보호자라로 부르지는 않는다.

이들의 관습이나 용어에 어둡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악운룡에게는 그런 사소한 일을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네가 꼭 나와 이놈 사이의 일에 개입하겠다는 말이냐?”

“나는 전가보의 소보주 소벽력권(小霹靂拳) 전광대다, 설마 내 이름도 모르는 것이냐?”


전가보는 수안성 외곽에 있는 문파로 근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자신들은 정파라고 주장하지만 하는 짓은 사파였다.


전광대는 보주 전태무의 장남으로 아버지를 빼 닮았다.

외모도 비슷한데다 그의 절학인 벽력권을 구사하는 모습이 너무나 흡사하여 소벽력권이라고 불린다.

수안성에서 못된 짓을 하는 망나니라면 누구나 첫손을 꼽는 대표 망나니


악운룡이 그를 알 턱이 없으니 입을 비죽거리며 말한다.


“그렇게 스스로 제 명성을 자랑하는 놈 치고 끄으··· 얼뜨기 아닌 놈이 없지, 너 같은 놈은 모르는 게 나아”


전광대가 콧김을 뿜으면서 주먹을 쥐고 다가선다.

이 촌놈이 내상을 입고 있다는 사실은 들어서 알고 있다.

물론 그 상태에서도 잘 싸웠다는 말은 들었지만 보기에도 약해 보이는 촌놈이 내상까지 입은 상태라면 열 번이라도 자신이 있었다.


“촌놈 아니랄까 봐 귓구멍이 막혔으니 일단 다리몽둥이 하나 부러뜨려 놓고 얘기하자”


악운룡이 얼른 손을 들어 제지하며 말한다.


“잠깐, 나에게 공짜로 도전하겠다는 것은 아니지?”

“뭔 개소리냐?”

“어제까지는 도전료가 금자 백 냥이었는데 끄으 이제 올랐다, 금자 오백 냥을 내지 않으면 도전을 받아주지 않는다”

“헛소리 그만 해라”

“고개를 돌려 좌우를 둘러 봐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도전하기 위해 끄으··· 기회를 노리고 있는지”


둘러볼 필요도 없이 다 알고 있다.

뭔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면서 말이 되는 것 같다.


어차피 손님을 모으기 위해 벌이는 짓

서민들에게 은자 한 냥도 큰 돈인데 평생 금자라고는 구경조차 하지 못한다.

그걸 오백 냥이나 걸고 결투를 한다면 수안성이 뒤집어질 화제거리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

흥미를 끌기에는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촌놈이 아니라 미친 촌놈이구나, 누가 너에게 오백 냥을 걸고 도전을 해?”

“너야말로 귓구멍이 막혔구나, 어제 백무련의 영호직 끄으 공자가 금자 오백 냥을 걸고 도전했다는 말을 듣지도 못했어? 하긴 너 같이 입만 번지르르한 거지 끄으 새끼에게 오백 냥이 있을 리가 없지”


전광대의 코뿐 아니라 귀에서까지 뜨거운 김이 솟아난다.

귀하게 자란 그로서는 여태 이렇게 모욕적인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백무련의 영호가와 비교하면 전가보가 밀린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

그게 더 속상하다.

자존심 강한 그는 그 사실을 꼭 집어 말하는 저 입을 뭉개주고 싶다.


“이 새끼 주둥이를 뭉개···”


막 덤비려는데 악운룡이 품속에서 전표를 꺼내 흔든다.


“이게 바로 어제 영호직 공자에게 딴 전표다, 너는 오백 냥은커녕 다섯 냥도 없는 거지잖아?”


돈이면 돈, 무공이면 무공, 세력이면 세력 모두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해본 일이 없는 전광대로서는 처음 당하는 기가 막힌 꼴이었다.

언제나 남을 업신여기고 괴롭히기만 했었는데 자신이 그런 꼴을 당하니 누구보다도 견디지 못한다.


남들이 보면 수안성 우물 안의 개구리

그래도 여기는 수안성이다.


“이 새끼가 내 앞에서 돈 자랑을 해?”


아무리 부자라도 평소 금자 오백 냥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전광대의 주머니에 오백 냥이 있을 턱이 없다.

용돈이 아니라 부동산을 거래한다든지 큰 일에 필요한 금액이다.


“너 같은 거지새끼와는 얘기할 시간이 없다, 비켜”


전광대는 꼭지가 돌아버렸다.

무공으로 조져놓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놈에게 당한 거지새끼라는 말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특히 수 많은 수안성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서 이런 망신을 당한다면 앞으로 보호세를 받는데 체면이 서지 않는다.


“나도 걸 게 있다”

“그래? 그럼 주둥이만 털지 말고 뭐든지 내 놔 봐”

“서방의 보호권을 걸겠다”


웅성웅성


거리가 멀어서 잘 들리지는 않지만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제각기 한 마디씩 하고 있었다.


‘서방의 보호권이라는 게 제법 가치가 있는 모양이지?’


얼핏 생각해도 조직원이 백 명이 넘는다면 그들이 보호세로 바치는 금액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흐음, 그거 삼백 냥도 안될 것 같은데···”

“이 새끼가···”


전광대의 주먹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전가보주 전태무도 있었다.

그의 곁에서 누군가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한다.


“도련님이 선을 넘는 것 같은데요? 보호권을 겨우 오백 냥에 걸다니···”

“넘긴 뭘 넘어 새끼야? 너는 배포가 새가슴이라서 그 모양 그 꼴인 거야”

“하하 그렇죠, 적어도 도련님 정도는 돼야죠”


꼬리를 내리는 게 광속이다.


“저 촌놈과 싸우는데 뭘 걸든 대수냐?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혹시라도 내 아들이 지면 내가 다시 찾아 오면 되잖아?”

“그 그렇죠?”


보통 사람들과는 사고방식이 좀 다르다.

어쩐지 전광대가 망나니가 된 유래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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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개소리 23.06.04 138 3 12쪽
29 호신강기 23.06.03 146 3 12쪽
28 대량학살 23.06.02 142 3 12쪽
27 금강불괴 불두타 23.06.01 144 3 12쪽
26 생불이 마귀로 23.05.31 155 3 12쪽
25 생불 23.05.30 152 4 12쪽
24 단체손님 환영 23.05.29 160 3 12쪽
23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23.05.28 159 4 12쪽
22 은거고수의 비밀제자 23.05.27 167 4 12쪽
21 망나니의 유래 23.05.26 176 4 12쪽
» 분노의 주먹 23.05.25 180 4 12쪽
19 손님 모으기 23.05.24 175 3 12쪽
18 장보도를 팔다 23.05.23 184 4 12쪽
17 홀을 든 소녀 23.05.22 18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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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끝판왕이 나타났다 23.05.18 210 6 12쪽
12 장보도를 파시오 23.05.17 212 6 12쪽
11 우선 먹고 보자 23.05.15 226 6 12쪽
10 백련이 불여일전 23.05.14 246 6 12쪽
9 쇠불알 귀걸이 23.05.14 25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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