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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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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
작품등록일 :
2023.05.10 20:43
최근연재일 :
2023.07.12 23:15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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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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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글자수 :
355,081

작성
23.05.2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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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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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홀을 든 소녀

DUMMY

애정령주를 먹었다고 이지가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맹목적으로 한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 뿐

머리 속으로는 악운룡이 하는 말을 다 이해하고 있다.


“무령은 그런 방법 말고도 소소를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었어, 그렇지만 그렇게 귀찮은 방법을 사용한 이유가 뭘까?”

“모르겠어요”

“네 정신을 강제로 지배하면 이지가 상당부분 말살돼, 별로 쓸모 없는 사람이 돼 버린다는 말이지.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미끼로 네 능력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것이야”

“스승님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해 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얘기가 흘러가면 밤이 새도 설득할 수 없다.


좀 더 충격적으로 가자

논리가 통하지 않으면 감성에 호소하는 수 밖에 없다.


“또 그는 소소의 능력뿐 아니라 아름다운 육체를 원하고 있어, 그 애정령주를 먹으면 즉시 그의 성노예가 되는 거지”

“으음···”


소녀의 감성에 호소해 보았다.

충격을 받는 모습이 내가 그녀를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할 때보다 더 큰 충격을 준 모양이다.


스승의 해골 같은 모습

여태 스승으로만 생각했지 이성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대상

그런데 애정영주를 먹으면 어떤 결과가 될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 있는 두려움

단지 두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역겨움과 커다란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

무령이 이런 재료들을 이용해서 무슨 일을 하겠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말을 듣지 않아도 여기 있는 많은 물건들이 얼마나 사악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생각은 모두 무의식 깊은 곳에 뭍혀 있다.

자신은 이런 생각이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소소를 사랑하지 않는 노인에게 사랑을 갈구하면서 죽을 때까지 매달리게 되겠지, 네 몸과 마음을 바쳐 그를 위해 봉사해도 그는 조금도 고마워하지 않을 거야, 소소는 그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일 뿐이니까, 그가 원한 것은 그거야”


목소소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설득이 효과가 있었다는 의미


이 후로도 무려 한 시진이나 걸렸다.

결국 목소소는 힘없이 고개를 숙인다.


“오빠, 애정령주를 토하기 전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뭐지?”

“이걸 토한 뒤에도 오빠를 계속 사랑해도 되는 거지?”


전혀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애교가 철철 흘러넘친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몸속에 깊이 새겨진 것이다.


환인술은 미혼공, 섭혼공의 전단계

수련의 단계가 높아지면서 위력도 증가한다.

아직 미혼공을 익힌 것은 아니니 환인술의 영향이다.


또한 무령이 주입한 인격과 본연의 인격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성격이 수시로 달라지는 게 아니라 아예 인격 자체가 순간순간 바뀌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인격 중에서 어느 게 진실된 자신인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조건을 들고 나올 줄은 생각지 못했다.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절대 애정령주를 토하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정신을 차린 다음에는 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 그녀가 계속 날 사랑해도 문제는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녀의 사랑을 거절할 수 있는 남자는 없다.


이 소녀는 앞으로 왕권을 상징하는 홀보다 더 큰 힘을 가진 홀을 든 여인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물론이지”


목소소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상태에서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무진 노력한 끝에 결국 애정령주를 토해내었다.


“이건 오빠가···”

“아니야, 그건 네가 만든 것이니 네가 사용해”


저런 귀물을 쓰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저런 것을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목소소다.


이제서야 겨우 이야기를 할 여건이 마련되었다.


“소소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어?”

“스승님이 얼핏 천령체(天靈體)라고 한 적이 있어요”

“정확해, 천령체는 천령개가 열려 있다는 의미야, 세상의 영기를 누구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체질이면서 극한까지 능력을 계발한다면 세상의 영기와 소통할 수 있다고 해”


영기를 극한까지 포용할 수 있고

누구보다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

그것이 천령체였다.


“대단한 능력인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문제인가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능력이지, 무령은 그러한 너를 발견하고 사고를 일으켜 단전을 부순 다음에 제자로 만든 거야”

“아!”


누구보다 오성이 뛰어난 목소소는 금방 사건의 전말을 깨달았다.


“그 후에는 너에게 흑령술을 가르친 거지”

“그걸 배우는 동안 너무나 재미 있어서 잠도 자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그것도 그럼 스승님이 그렇게 하도록 만든 것이네요”

“한 번 그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벗어날 수 없어”


운명적인 마수였지만 이제 벗어났다.

세상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기이한 인연으로 참혹한 운명을 회피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내가 영환을 만들도록 한 것도 그것 때문인가요?”

“영환은 한 번 만들면 지우고 다시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한 번 흑령환을 만들면 끝이지, 그러나 이제 네가 만든 영환은 정상적인 것이니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지”


무령은 그녀가 알면 곤란한 것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게다가 너는 자신도 모르게 미혼술과 환인술(歡人術)을 익히고 있어, 누구든 네가 마음만 먹으면 너를 좋아하도록 만들 수 있고 나아가 네가 원한다면 노예로 만들 수도 있지”


목소소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소녀

이제 곧 성숙한 여인이 된다면 세상 모든 남자들의 심장을 뜨거워지게 만들 여자가 되겠지만

내가 두려운 게 바로 이거였다.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건 내 의지일까, 아니면 그녀가 나를 조종한 것일까?

나아가 이 소녀가 나를 유혹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의지일까?

아니면 무령에게 지배를 당해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유혹하도록 설정된 것일까?


그렇게 조종을 해 놓고 만약 마음이 바뀐다면?

심장이 떨려 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앞으로도 이 소녀를 사랑할 수는 없어,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소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좋아’


“나도 모르게 그걸 가르쳤다구요?”

“앞으로 네가 그에게 해 줘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지, 세상 사람들, 특히 남자들을 유혹하고 정신지배를 실행해서 너의 노예로 만드는 것”

“스승님··· 아니 무령은 그런 나만 조종하면 되는군요”

“정확해, 그의 계획을 실행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오빠 말이 맞아요, 스승님은 뭔가 커다란 계획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게 뭘까요?”

“많은 고수들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을 갖는 게 그의 목표지”

“그럼 나는 그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네요”


이제 얘기가 제대로 돌아간다.


방을 돌아다니며 목소소가 그려 놓은 영기진들을 둘러보았다.


“이걸로 영기환을 만드는 거야, 이건 약한 정신지배, 이건 완전한 정신지배, 저건 신체강화에 쓰이는 것이야”

“신체강화 중에서도 최상급이죠”

“최상급으로 신체강화를 하면 거의 금강불괴에 가까워지기는 하지만 이지는 거의 상실하지”

“완벽한 노예가 되는 거죠”


완벽한 노예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노예에게도 인생이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격이 상실된다.

일종의 안드로이드나 좀비로 변한다.


“이런 것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소소와 같이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극히 드물지”

“내 활용처가 상당히 많았군요”


그 외에도 영기진은 상당히 많고 종류도 다양했다.


“이건 정신지배, 이건 환인술, 이건··· 지독하네”

“흡령술이어요”

“다른 사람의 영기를 모조리 흡수해버리면 그 사람은 죽지 않아, 영혼이 없는 실혼인이 돼 버리지”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영기진을 둘러보니 흑령술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몇 개 얻을 수 있을까?”

“오빠가 나에게 베푼 은혜를 생각하면 여기 있는 것을 다 주어도 모자라죠, 이것들은 다시 그리면 돼요”


영기진 몇 가지를 영주로 만들어 품에 넣었다.


배낭을 뒤져 영기단을 꺼냈다.


“이걸 하루에 세 번 한 알씩 먹어, 당분간은 도움이 될 거야”


목소소가 혹시라도 무령의 손에 들어가면 강제로 영환를 교체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물론 그녀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이럴 경우 영환이 강할수록 교체가 어려워진다.


영기환 곁에 있는 장보도가 눈에 띈다.


장보도를 꺼내 탁자에 펼쳐 놓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고의 전문가가 악소소다.

물론 일부 분야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예측할 수 없지만 지금 그녀는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

장보도보다 열 배는 중요한 비밀들을 이미 서로의 목숨을 걸고 공유하고 있다.

장보도의 비밀을 나 모르게 유출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게 장보도에요? 이걸 차지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있군요”

“이걸 아무리 보아도 해석이 안 돼, 같이 궁리를 좀 해 보자고, 우선 기감으로 조사를 해 보자”

“진품 여부를 감정하자는 말이죠?”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조사한 결과


“이건 진품이 틀림 없어요, 종이와 먹이 모두 백 년 가량 된 거여요”

“이 부분을 빼고는 전혀 손 댄 흔적이 없군”

“맞아요, 동굴 앞에 그려진 칼 그림은 누가 나중에 그려 넣은 거에요, 조작된 부분이죠”


두 사람의 예리한 기감이 일치한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걸 그려 넣었을까?”


의자에 기대어 잠시 몸을 젖히고 생각하던 악운룡은 장보도의 비밀을 풀 방법을 알아냈다.


“소소, 이 산들을 납작하게 눌러서 펴 줘”


목소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눌러서 펴요?”

“세상에 이렇게 생긴 곳이 있을까? 그림 속에서는 모두 험산준봉이 뾰족뾰족 솟아 있지만 현실적인 광경은 아니지”

“과장해서 산을 높게 그렸다는 것이군요”


산수화에 흔히 보이는 모습

산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는 모습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산은 없다.

그런데 옆에서 보니 문득 산을 낮은 모습으로 다시 그리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이렇게 죽순처럼 솟아 있는 산을 보통의 산들처럼 평평하게 그리면 장보도 속의 풍경을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역시 오빠는 천재야”


목소소가 종이와 먹을 꺼내 장보도의 축척을 바꿔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에게는 식은죽 먹기

이보다 열 배는 복잡하고 정교한 영기진을 수 없이 그려낸 사람이다.


스스스슥


거침 없이 손을 놀리니 빠르게 그림이 완성되어간다.


곁에서 그 모습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아!”

“왜요?”

“······”


너무나 아름답다.

이마에서 눈, 코, 턱으로 이어지는 선

발그레하게 빛나는 뺨

뺨으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한 올과 그걸 쓸어 올리는 손까지

미혼술, 정확히 말하면 환인술과 관계 없이 이 소녀는 너무나 아름답다.


그러나 표현할 수는 없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겠다고 했는데 나는 그걸 말려야 하는 입장

혹시라도 오해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 주면 안 된다.


곁에서 보고 있으니 그대로 한 폭의 미인화다.

계속 보고 있으면 결심이 흔들리는 일이 생길까 염려될 즈음


“됐어요”


목소소가 그려낸 장보도는 같은 높이에 좌우로 네 배 가량 넓어져 있었다.


“이렇게 그려놓고 보니 이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 같네, 그럼 이 곳이 어딘지 찾기만 하면 되나?”

“그럴 필요 없어요, 이 곳이 어딘지는 이미 알고 있어요”

“뭐라고?”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어요”


놀라운 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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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뻔한 사기 23.06.13 122 3 12쪽
37 금강문주 23.06.11 122 3 12쪽
36 금강공 23.06.10 127 3 12쪽
35 바보 형 23.06.09 124 3 12쪽
34 보물 수호자 23.06.08 129 3 12쪽
33 탐사대의 영도자 23.06.07 136 3 12쪽
32 자승자박 23.06.06 136 3 12쪽
31 악마의 설법 23.06.05 132 3 12쪽
30 개소리 23.06.04 138 3 12쪽
29 호신강기 23.06.03 146 3 12쪽
28 대량학살 23.06.02 142 3 12쪽
27 금강불괴 불두타 23.06.01 144 3 12쪽
26 생불이 마귀로 23.05.31 155 3 12쪽
25 생불 23.05.30 152 4 12쪽
24 단체손님 환영 23.05.29 161 3 12쪽
23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23.05.28 159 4 12쪽
22 은거고수의 비밀제자 23.05.27 167 4 12쪽
21 망나니의 유래 23.05.26 176 4 12쪽
20 분노의 주먹 23.05.25 180 4 12쪽
19 손님 모으기 23.05.24 175 3 12쪽
18 장보도를 팔다 23.05.23 184 4 12쪽
» 홀을 든 소녀 23.05.22 189 3 12쪽
16 사랑을 먹은 소녀 23.05.21 198 4 12쪽
15 무서운 소녀 23.05.20 202 4 12쪽
14 신비한 소녀 23.05.19 202 4 11쪽
13 끝판왕이 나타났다 23.05.18 210 6 12쪽
12 장보도를 파시오 23.05.17 212 6 12쪽
11 우선 먹고 보자 23.05.15 226 6 12쪽
10 백련이 불여일전 23.05.14 246 6 12쪽
9 쇠불알 귀걸이 23.05.14 25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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