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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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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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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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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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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화. 재미있는 거 해, 좋아하는 거 해.

DUMMY

“크큭······.”



나는 혼자서, 중2병 걸린 소년처럼 혼자 웃으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주말. 평소라면 하릴없이 게임을 하며 청춘을 낭비하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다르다. 뭐, 하린이나 희세랑 사귈 때라면 만나서 놀았겠지만─ 지금의 나는 여자친구가 없으니까.



“흠.”



거울에 비친 나를 살핀다. 원룸에 큰 거울이라곤 화장실 밖에 없으니 화장실에서 보는 내 자신이 좀 처량하긴 하지만. 어쨌든. 적절한 옷차림. 원래 남자는 그렇게 많이 꾸미는 거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안 꾸며도 안 된다. 예전의 나라면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하며 이 옷 저 옷 입었다 어쨌다, 인터넷도 보고 그랬겠지만. 이제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여자친구 세 명 째 사귄 짬이 있지.






토요일 아침부터 이렇게 부산을 떠는 것은 그래, 바로······ 데이트를 하기 때문이다. ······소미랑. 히힛.








--








“데이트 합시다.”

“?!”



갑작스런 돌직구. 화들짝 놀라는 소미. 평화로운 점심시간은 나의 폭탄발언에 깨지게 됐다. 이런 것을 가만히 놔둘 리 없는 하린이. 득달같이 달려들 준비를 한다.



“뭐에요 뭐에요 오빠?! 데.이.트.라뇨!? 설마설마 소미 언니랑 그렇고 그런 어떤 그런!!?!”

“아, 아니야아! 그게, 저번 주에 그······.”



하린이의 추궁에 소미는 어쩔 줄 몰라한다. 라나 누나는 특유의 은밀한 시선으로 ‘재미있겠는데~’ 하는 눈치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오히려 당당하다. 이제 창피해하거나 당황할 레벨은 지났잖아? 언제까지 쪼렙(?)으로 살 건데.


우리는 과방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이제 OT 주간도 지나고, 슬슬 2학기가 궤도에 오를 무렵. 1학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밥 패밀리는 이렇게 2학기에도 과방에 뿌리를 내린다. 보통 우리가 이렇게 밥 먹고 있으면 대게 과방에 잘 안 온다. 형들이나 누나들은 보통 밖에서 사먹더라구. 우린 나가는 것도 귀찮구, 해서 시켜 먹는다.



“뭘 망설이겠어. 이거 데이트 신청하는 겁니다.”

“우, 웅도는 뭘 또 그리 당당한데!”

“아니 그럼 데이트 신청을 비굴하게 해? 데이트 하고 싶다고 물어보는 건데.”

“그, 그, 그런 거는 쫌~~! 모, 몰래 말할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왜.”

“으······ 으읏!”



나는 더욱 당당하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돌직구가 아니라 돌을 던지는 심정으로. 소미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져선 어쩔 줄 몰라한다. 하린이와 라나 누나 앞이라 그런지, 진짜 창피해하는 것 같다. 귀하고 목덜미까지 빨개졌어. 감정이 얼굴하고 몸에 다 드러나는 타입이라 재미있다. 소미는.



“그런데 오빠. 저는 이렇게 수절하고 있는데 오빠는 이렇게 잘도 다른 여자랑 썸을 타시네요······ 실망이에요······.”

“네가 헤어지자고 했잖아.”

“데헷☆ 들켰네요♪”



하린이는 갑자기 싸늘한 눈초리로 나를 보며 한 마디 한다. 나도 지지 않고 받아친다. 하린이는 특유의 ‘데헷☆’ 하면서 대충 넘어가는 레파토리를 시전한다. 애초에, 그냥 카톡이나 전화, 혹은 소미만 불러서 데이트를 신청해도 됐다. 굳이 밥 먹을 때 얘기하는 건, 나는 이제 그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고 선언하는 거지.



“너는 사귀는 남자 안 생기냐. 그래야 나도 마음 놓고 사귀지.”

“어머나~ 우리가 함께 해 온 불과 2주 전의 많은 추억들은 어찌 놓고 이렇게 싸늘하게 얘기하실 수가 있나요~ 흑흑~”

“응 아니야. 다 끝났어.”

“으하앙. 매정하시네요.”



어찌 보면 살짝 화풀이일 수도 있다. 어느 방면에서는 복수라고 할 수도 있고. 쒸익쒸익, 감히 날 차버려? 두고 봐, 안하린. 날 차버린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뭐 이 정도 감정은 아니지만. 하린이는 싱긋 웃으며 말한다.



“희세 언니가 이런 심정이었겠네요. 저는 적극 권장해요.”

“뭐······.”



거기서 희세 얘기까지 나온다고. 희세는 내 아킬레스건 같은 느낌이라, 나는 입맛을 다시며 일단 한 발 뺐다. 하린이는 애잔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자기가 헤어지자고 해놓고 이제 와서 그런 표정 짓는 건 또 뭔데. 도무지 알 수가 없는 하린이다. 소미도 의아해서는 나와 하린이를 바라본다.



“왜. 소미가 좋아졌어?”

“그걸 확인하는 거죠.”



라나 누나의 은근한 목소리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소미를 바라보니 소미는 되게 부끄러워하며 눈을 피한다. 이쯤 되니까, 뭔가 선이 보인달까. 크큭······ 선이 보인다. 연애의 선이.



“뭐, 누구든지 만나서 천년만년 결혼할 때까지 사귈 것도 아니고. 확인해보는 거죠. 정말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후후. 웅도 주제에 건방지네.”

“제가 좀 건방지죠.”



하린이와의 사귐에서 얻은 교훈이다. 잘 해줘 봤자 소용없다. 나 혼자 애태우고 혼자 무슨 순정남처럼 굴어봐야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봐, 결국 헤어지고 이렇게 됐잖아. 그래서 나는 이제, 연애에 그렇게 큰 무게를 두지 않기로 했다. 그게 맞는 것 같고. 라나 누나는 재미있다는 듯 치킨 한 조각 집어 먹으며 말한다. 나도 나대로 절대 말로는 지지 않고 한 마디 보탠다.



“그래서 어때, 데이트 할래?”

“············으, 응.”

“오오오오오~~~”



물어본 건 소미한테 물어봤는데, 정작 대답은 못 듣고 하린이랑 라나 누나의 빈정거림만 들어서 살짝 짜증난 나는 다시 한 번 직접 소미를 빤히 쳐다보며 묻는다. 소미는, 되게 부끄러워하면서 힐끔힐끔 라나 누나와 하린이 눈치를 보더니 모기만한 소리로 간신히 대답한다. 옆에서 하린이가 놀리는 투로 ‘오오오~’ 하고 소미를 은근하게 바라본다. 소미는 부끄러워 죽겠는지 내 눈을 못 보고 곁눈질로 말한다.



“그, 어 언제?!”

“이번 주 주말.”

“주, 주말이면 일요일!?”

“아니 토요일.”

“으, 응······ 괜찮아, 그러면 토, 토요일에······.”

“그래.”



여전히 귀까지 빨개진 소미. 굉장히 수줍고 귀여운 반응으로 간신히 대답한다. 라나 누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런 소미를 바라본다. 하린이도 싱글벙글. 뭔가 싱겁게 승낙을 받으니 나도 좀 멋쩍다.



‘끼익.’

“야 과제 다 했냐.”

“점심시간은 좀 쉬었다 합시다.”

“나는 오후에 교양 때문에 공강 별로 없거든, 얼른 와.”

“그려. 이것만 먹고 갑시다.”



갑작스럽게 난입한 대현이. 분위기 망치는 데에는 일가견 있는 녀석이다. 대현이는 힐끔 소미를 바라본다. 얼굴 빨개져 있으니까. 소미는 역시나 굉장히 창피해한다. 툴툴대는 대현이의 말에 나는 황급히 밥을 먹는다. 그래도 대현이가 와서 어색해지려는 순간을 모면하는 느낌이다.



“갈게.”

“으, 응!”

“?”



사실 나도 창피하긴 하다. 그래서 얼른 밥 먹고, 자리를 뜨는 느낌으로 일어나 과방을 나서려다, 소미를 보고 작게 말한다. 소미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한다. 그랬다가 엄청 창피해서는 작은 손으로 작은 얼굴을 가리며 자리에 앉는다. 후후. 귀여워. 문을 닫고 대현이와 함께 걷는다.



“뭐여?”

“소미한테 데이트 신청했거든.”

“뭐시여?!”



심드렁하게 대답하니 대현이는 화들짝 놀라 또 툴툴대기 시작한다. 아니라고 하더니 또 기어이 손을 대네, 국문과 난봉꾼이 맞네 어쩌네 하며 태클을 건다. 나도 나대로 네가 그런 말 해서 내가 인식을 하게 된 거라고, 네가 트리거였다고 맞서 싸운다.


응, 대현이가 말한 거 듣고 소미랑 옷 사러 가면서 깨우쳤거든. 내가, 소미한테 어느 정도 감정이 있긴 하구나 하고. 헤어진 지 이주도 채 안 됐는데 이래도 되나 싶지만, 알 게 뭐야. 내 감정이 중요하지. 그래서 오늘 데이트 신청한 거다. 대현이가 방아쇠가 된 셈이다.






**






“와 대박대박! 언니 언제 그렇게 오빠한테 꼬리 치신 거예요?!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부뚜막에 먼저 오르시는 타입이군요!”

“아, 아니이······.”



웅도가 가고, 과방에서. 아직 밥을 먹고 있는 셋은 방금 전 웅도의 패기 있는 데이트 신청에 아직까지 시끌벅적하다. 하린이는 조롱과 비꼼의 중간 쯤의 저 세상 말투로 소미에게 말한다. 소미는 여전히 부끄러워하며 대답을 얼버무린다.



“이거는 농담이구요, 제가 이제 무슨 권한이 있나요. 헤어졌는데. 불쾌했다면 죄송해요, 언니.”

“아, 아니야아.”



갑자기 깍듯해져선 사과하는 하린이. 웅도도 웅도지만, 하린이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심리상태이기에 소미는 그저 조심스러울 따름이다. 저번에도 갑자기 재미있게 얘기하다 울기도 했고. 헤어지고 얼마 안 됐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미다. 말투가 띠꺼운 건 원래 하린이 말투가 그런 거고.



“소미는 웅도한테 관심 있어?”

“아, 저는······ 그냥······ 음······.”



라나 언니는 늘 그렇듯 제 3자의 입장에서 즐기는 투로 묻는다. 소미는 그저 창피할 따름이다.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사실 학기 초부터 어느 정도 생각은 있었다. 여중/여고를 나오고, 남자애들이나 남자 선배를 대하는 게 껄끄러운 소미에게, 처음 생긴 친구인 남자애니까. 다만 처음부터 여자친구가 있었고, 헤어진 다음에는 바로 하린이가 사귀어서 그런 감정을 단념했을 뿐이지.



“웅도 오빠, 그래 보여도 괜찮은 사람이에요! 되게 착하구, 좋아요! 저는 추천해요! 헤어졌지만.”

“나,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

“잘 모르겠으면 왜 데이트 신청은 받아줬죠? 1mm라도 감정이 있으니까 받아준 거 아닌가요오~ 네에에~~??”



하린이는 잔뜩 놀리는 투로 소미를 몰아붙인다. 소미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 하다.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에, 여중/여고 조합까지 합쳐져서, 남자애를 좋아한다거나 그런 감정은, 그런 자신은─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니까. 초등학교 때도 사실 남자애를 적극적으로 좋아해서 사귀거나 한 적이 없는 소미다.



“데이트 가서 확인해보면 되겠네. 두근두근 하면 좋아하는 거야. 간단하지?”

“네, 네······.”



라나 언니는 그래도 언니다운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그래, 썸이라는 건 그런 것. 감정이 있나 없나 확인해 보는 거지. 말이 좋아 데이트지, 그냥 노는 것이다. 그게 성별이 달라진다고 데이트라고 붙인 것일 뿐이지. 그냥 하린이나 라나 언니랑 주말에 영화 보고 노는 거. 그게 웅도로 바뀔 뿐이다. 그런 간단한 것인데, 어째서 이렇게나 창피하고 부끄러운지.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전 여친인 제가 옆에서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그래도 돼?”

“아 뭐 제 허락 맡고 사귀어야 하나요! 언니가 좋으면 사귀는 거지! 그리고, 저도 그래요. 언니가 빨리 오빠 데리고 가야! 저도 마음 편히 다른 남자 막 만나고 다니죠! 에헤헷☆”

“그, 그런가······.”

“그래요! 어차피 평생에 4년 뿐인 대학생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인데 이 남자 저 남자 막 만나고 다녀야죠!!”



학교에서 현모양처나 맹모삼천지교 이런 것을 배운(???) 소미에게는 너무 과분한 연애관이다. 소미는, 어찌됐든 보수적이니까. 사귀는 것은 장난처럼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린이의 말이 다소 부담스럽다. 뭐, 어쨌든 말은 맞다. 확인해봐야지. 자신의 감정을. 자신도 잘 모르겠는, 웅도에 대한 마음을. 주말까지, 소미는 더 마음을 졸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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