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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너의 마음이 되고 싶어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8.10.23 15:34
최근연재일 :
2019.02.17 21:2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96
추천수 :
1
글자수 :
45,663

작성
18.11.03 17:58
조회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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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01화 - 3

DUMMY

//








“이거 분리수거 하고 있을게!”

“응, 그럼 난 남은 거 다시 가지고 올게.”

“응, 고마워!”



뭔가 교과서에 나올 법한 대화이지만, 그건 제가 긴장해서 그런 거에요. 청소시간, 저랑 연성이랑 같은 구역 담당이 돼서 청소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반 쓰레기통 비우는 담당. 함께 쓰레기를 들고 와서 쓰레기장으로 왔어요. 연성이는 저를 배려해서, 무거운 쓰레기를 다시금 혼자 가지고 온다고 하고 저는 분리수거를 하기로 했습니다. 에헤헤, 연성이랑 같은 청소 구역이라니.



“니야?”

“앗!”



사실 쓰레기도 별로 많이 없어서, 혼자 종이류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고 있는 찰나. 아기 고양이 소리가 납니다. 쓰레기장은 아까 점심시간에 저희가 앉아 있던 벤치 조금 뒤에 있어서, 아마 아기 고양이가 사는 데와 가까운 모양이에요. 고양이는 경계의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 괜찮아, 이리 와~ 이리 와~”

“······냐아.”



쪼그리고 앉아서 고양이를 부르니 고양이는 주뼛거리며 천천히 다가옵니다. 오! 이번엔 저한테도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줄 거 같아요! 아까는 손 뻗자마자 ‘하앍!’ 그랬는데!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말하니 고양이는 저를 주시합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엉덩이를 살짝살짝 흔듭니다. 와, 엄청 귀여워요! 기분 좋은가봐요, 저한테 애교 부리려나봐요!



“니야앙!”

“앜!”



갑자기 호다다닥 내민 제 손으로 달려드는 고양이. 너무 빨리 공격해와서 미처 보지 못하고 저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졌습니다. 아흐윽, 저한테 오는 게 아니라 공격하려고 하는 거였다니······ 너무해요!



“앗.”

“엣!”



문득 쓰레기를 가지고 온 연성이와 눈이 마주친 저. 연성이는 저를 보고 눈이 커지며 화들짝 놀랍니다. 저는 뭐가 잘못된 지 모르고 멍하니 고양이에게 깨물리다가······ 엣?! 에에에엣!!?









“니야아!!”

“아, 안 돼, 이거 놔······!”



아기 고양이는 아기답지 않은 매서움으로 제 손을 깨뭅니다. 아픈 건 둘째치고 손이 분해돼 버렸어요. 그리고 아주 공교롭게도, 그 장면을 연성이가 봐 버렸어요. 반대편 손으로 얼른 고양이를 떼어내고 떨어진 손을 붙입니다.



“마리 너······ 손이······!”

“흐아앙!!”



망했어요, 어떡해요! 이제 학교 못 다닐지도 몰라요! 연성이한테, 제가 ‘로봇’인 걸 들켜버렸어요!!








//








로봇공학의 핵심은 ‘감정회로’와 ‘성장회로’였습니다. 정해진 패턴대로만 움직이던 기계였던 로봇은, 감정을 느낌으로써 타 생명체와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학습과 성장을 통해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에 대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불의의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늘 사회적 합의는 기술의 발전보다 더뎠습니다. 사람들은 감정을 지닌 로봇의 등장에 반기기도, 혼란스러워하기도, 반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저런 논의들이 오가고, 국가와 지역마다 제각기의 법 체계로 혼란스러운 때에,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바로, 로봇에 의한 혐오 살인 사건이지요.



“그 사건 이후로, 출시되는 모든 로봇들은 감정 회로와 성장 회로를 빼고 출시하게 되었지. 많은 로봇들이 잡혀갔고, 많은 사회적인 불안이 조성됐었지. 그게 20년 전 얘기인데.”

“······.”



연성이의 말에 저는 몸을 작게 떨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의 다정한 얼굴이 아닌, 다소 무표정하고 무거운 얼굴의 연성이. 저는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어쩔 줄 몰라하고 있습니다. 연성이의 말에 정답이 있습니다. 그래요, 로봇은 원래 감정을 느끼면 안 되요. 20년 전의 ‘그’ 사건으로. 하지만 저는, 저는. 저는 로봇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고 있구요.



“그런데 마리는, 어떻게 된 거야?”

“어······ 저······ 그게······.”



이런 때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는 배우지 못 했습니다. 박사님께선 그냥, ‘네가 로봇인 거 들통나면 나도 너도 다 깜방 가는 거야~’ 하는 식으로 반쯤은 장난인 것처럼 말하기만 하구. 그랬는데 여고생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렇게 돼 버리다니. 전 정말 너무 덜렁이인 거 같아요.



“설마 의수 같은 거야?”

“아! 그거 진짜 좋은 생각인 거 같애! 그거야!”



연성이의 말에 번뜩 아이디어가 샘솟습니다. 그래요! 로봇공학이 극도로 발달된 이 시대이니, 의수 정도는 무리없이 만들 수 있어요! 실제로 팔이나 다리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기계 의수/의족은 많이 개발되고 사용되고 있거든요! 그건 로봇도 뭣도 아니고, 그냥 보조 기구니까! 사람인 거에요!



“좋은 생각이라니. 역시 로봇이구나.”

“아, 아, 아니야! 의수야! 의수 맞다니깐! 이렇게 분리돼서!”

‘치이익, 픽.’

“알았으니까 분리는 하지 말아줄래. 좀 무섭거든.”

“히이잉······.”



저는 분리된 제 손을 붙들고 시무룩하게 다시금 연결합니다. 너무 그럴듯한 생각이어서, 저도 모르게 ‘좋은 생각이야!’ 라고 말해버린 게 화근이에요. 전 이제 망했어요······.



“어쨌든 로봇이구나. 신기하네.”

“로, 로봇 아니야······ 읏!”

“애완로봇이나 그런 거 말고, 이런 인간형 로봇은 처음 보는데. 정말 전혀 모르겠네. 피부도 부드럽고, 따뜻하고.”

“으으······.”



최대한 로봇이 아니라고 우겨보지만, 연성이는 제 말을 듣는지 어쩐지 분리되었던 제 손을 매만지며 말합니다. 아, 앗! 아무렇지도 않게 손 붙잡다니! 너무 부끄러워서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게 됩니다. 여, 연성이가 제 손 자꾸 만지고 있어요······!



“아, 미안.”

“으으응, 괜찮아.”



제 손을 만지던 연성이는 흠칫 놀라며 손을 놔 줍니다. 저는 더 매만져도 괜찮은데. 아, 이건 좀 변태 같았나요? 그치만! 관심있는 남자애가 그런 계기로 갑자기 손 잡았는데!



“어쨌든, 좀 충격이긴 한데.”

“흐그윽······.”



이제 더는 안 될 것 같아요. 이제 연성이가 경찰에 신고하면, 저는 물론이고 박사님까지 함께 구속될 거에요. 아, 모프는 어떡하죠. 모프, 성격 X랄 맞아서 유기로봇 센터 가면 개겼다가 부품으로 귀속될 지도 모르는데. 저는 그저 연성이의 처분을 기다릴 뿐입니다.



“솔직하게 얘기해준다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

“······.”

“라고 하면, 솔직히 누가 믿겠어. 그렇게 말해놓곤 떠벌리고 다니는 얼간이들 되게 많잖아?”

“······.”



연성이, 뭔가 무섭습니다. 제가 알던 상냥하고 다정한 연성이가 아니라, 뭔가 비열하고 계산적인 느낌이라 꼭 딴 사람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로봇인 걸 알아챈 사실을 빌미로 뭔가 할 것 같은 느낌은 아닌데······ 헉, 설마! 이런 걸 빌미로 매일매일 어떤 짓을 요구한다거나! ‘입으로는 싫다고 하지만 몸은 정직하군’ 같은 말을 한다거나! 흐갸악! 그치만, 그치만 연성이처럼 잘생긴 애가 그런 말 해주면······ 그런 취급 해주면······ 그건 그것대로 또······ 아, 빌어먹을 외모지상주의에요!



“그러니까 담보로, 내 비밀도 얘기해줄게.”

“······비밀?”

“응. 절대 단순한 비밀 정도가 아닌, 심각한 비밀. 알게 되면 절대 누설해서는 안 되는 그런 비밀.”

“······??”



연성이의 진지한 태도에, 저는 기가 죽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게 됩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연성이는? 단순히 제가 로봇인 게 그렇게나 신기한 걸까요? 자기 비밀을 말할 정도로? 왜 그러는지 연성이의 심리를 알 수가 없어서, 섣불리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어, 어떤 비밀?”

“너한테 관심이 생겼거든. 마리 네가 정말 로봇이라면.”

“에, 에에······.”



저에게 관심이 생겼다는 말에, 저는 다시금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물른 연성이가 말하는 관심이 제가 생각하는 ‘관심’이 아니겠지만, 어쨌든 마음에 드는 남자애가 저한테 관심이 있다고 하니까 부끄러워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박사님한테 여쭤봐야 하나 어쩌나 생각이 들지만, 지금 박사님하고 연결하면 로봇인 게 들통나는 꼴이니까, 그러느니 차라리 제 감을 믿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연성이는 착한 아이일 거에요! 저렇게 잘 생기고 키 큰 애가 악역일 리 없어요! 그런 악역도 나쁘지만은 않은 거 같아요!!



“나, 로봇이야······!”

“그렇구나.”



남한테 비밀을 말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아까는 고양이한테 물려서 들킨 거지만, 지금은 제 입으로 말하는 거잖아요? 고백이라도 하는 것처럼 떨리고 괴롭습니다. 사실 이것도 일종의 고백이에요! 다른 사람한테 제가 로봇이라는 거, 들킨 적도 없고 말한 적도 없거든요. 지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떨려요. 제 말에 연성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합니다.



“확실히 로봇 맞아? 아까 손은 의수라던가,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응, 여기 이렇게 하면 비상탈출기능을 잠깐동안 쓸 수 있어서─”

‘피슈욱.’



목덜미와 등 사이 어딘가에 비상탈출 버튼이 있어요. 사실 이거, 자동차 에어백 같은 느낌이라 웬만하면 기동할 수 없는 거지만, 지금은 잠깐이니까······ 앗, 찾았다. 버튼을 누르자 제 목에서 피슈욱 하는 소리가 나고, 이윽고 헐거운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우와······ 다른 사람 볼 수도 있으니까 얼른 붙여.”

“어, 응!”



머리를 몸과 분리해서 떼서 보여주자 연성이의 눈이 커집니다. 우으······ 뭔가 창피하지만 전력으로 머리를 들어 보여줍니다. 연성이의 자그마한 목소리에 저는 화들짝 놀라 얼른 머리를 연결했습니다. 다행히 머리를 높이 들어 주위를 봤을 때엔 아무도 없긴 했어요. 머리가 높다, 머리가 높아······.



“그렇구나. 진짜 로봇이었어.”

“······으응.”



이제 제 운명의 열쇠는 연성이가 쥐고 있습니다. 살짝 두려움에 떨며 연성이의 눈치를 살핍니다. 복잡한 감정이 담긴 그의 눈빛. 그 시선은 이내 저에게 향합니다. 히익?!



“그럼, 내 비밀 알려줄게.”

“으, 으응······.”



도대체 무슨 비밀일까요? 딱히 남의 비밀을 알고 싶은 건 아니지만, 연성이가 말해주겠다니까, 긴장된 마음을 붙들고 들어보려 합니다. 제가 로봇인 것만큼 충격적인 비밀일까요?



“내 비밀은, 네가 로봇인 것하고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데.”

“헥! 연성이 너도 설마 로봇이야?!”

“아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러면 휴머노이드?!”

“그런 것도 아니야.”

“에!”



휴머노이드는 불의의 사고로 신체 대부분을 로봇 부위로 바꾼 사람을 칭하는 말이에요. 뇌나 일부 장기를 제외하곤 전부 로봇 부품이니까, 이걸 사람이라고 봐야 할지, 로봇이라고 해야 할지 논란이 있는 부류에요. 어쨌든 ‘뇌’가 있으니까 사람은 사람인데······ 그렇다고 하면 감정 논란 직전에 있던, 전뇌(電腦)를 이용한 로봇은? 하는 논란이 생겨서, 어쨌든 아직까지 말이 많은 부류입니다. 그 정도면 엄청난 비밀이긴 하지만!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대체?



“너는 로봇이지만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특수한 로봇이지.”

“응······ 어떻게 알았어?”

“네가 말해주기 전까진 전혀 모를 정도였으니까. 피부나 머리카락, 눈 따위의 정교함이 아니라······”

“앗.”



손을 뻗어 제 볼과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연성이. 우와. 우와아아! 미쳤나봐요! 가슴이 엄청 콩딱콩딱거려요! 이, 이럴 때엔 매뉴얼이! 낯선 남자가 함부로 만지려고 하면, 싫어요 안 되요 하지마세요, 였나요?! 그치만 연성이는 낯선 사람도 아니고, 마음에 드는 남자애인데······! 그냥 느끼고(?) 있으면 되는 건가요!



“네 웃음이나 당황스러워하는 건, 프로그래밍 된 패턴이 아니라 진짜 「감정」이라는 걸.”

“······!!”



앗. 아아아아아ㅇ앗. 너무 놀라서 진짜 잠깐 프로그램 다운될 뻔 했어요. 박사님이 저를 정말 인간에 가깝게 만드셔서, 전 정작 그런 거 못 느끼고 사는데, 정말 위험할 때엔 그런 식으로 제가 로봇인 게 드러나곤 하거든요. 그래도 거의 평생동안 본 적은 1번 뿐인데, 지금 그 비슷하게 될 뻔 했어요. 영화에 나오는 로봇 인터페이스처럼 될 뻔 했어요.


뭐에요, 연성이! 너무 멋있잖아요! 저렇게 말하면서 그런 미소 지으면 정말 반칙이라구요! 어떤 비밀이든 말해야 할 것 같잖아요! 너무 치명적이에요······ 연성이, 여자였으면 진짜 미녀 스파이 같은 거 했으면 적성에 맞았을 거 같아요. 물론 지금도 고위급 여성들을 상대로 스파이 하면 정보를 술술 캐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치명적인 남자애에요······.



“그렇다면 내 비밀을 말해줄게.”

“으, 응······.”



솔직히 이제는, 연성이 비밀이 뭔지 어쩐지 궁금하지도 않아요. 그냥 이런 느낌으로, 연성이랑 가까워질 수 있다면······ 하는 망상만 하게 되요. 머릿속이 푹신푹신해진 것 같아요.



“나는, 감정을 느낄 수 없어.”

“······에?”



짧은 문장 하나를 말한 연성이. 하지만 저는 이해가 가지 않아서, 연성이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감정을 느낄 수 없다뇨? 연성이도 로봇이에요? 로봇은 아니라고 했는데? 근데 왜, 감정을 느끼지 못 해요?



“로봇인 너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 인간인 나는 감정을 느끼지 못 하다니. 재미있지 않아?”

“······왜, 왜 감정을 느끼지 못 해?”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에?”



갈수록 미궁. 연성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감정을 느끼지 못 하다뇨? 지금 연성이, 표정이 뭔가 무서워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연성이 말대로,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에요. 평소의 나긋나긋하고 상냥한 미소와 대조돼서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표정입니다.



“사이코패스라던가, 소시오패스라던가 그런 얘기 들어 봤어?”

“어, 응, 범죄자 같은 거?”

“나 같은 경우엔 범죄자는 아니지만. 그런 부류인 것 같아, 내가.”

“엑?!”



갑작스런 고해성사 같은 건가요?! 사실 나, 범죄자였어, 그런 거요! 영화나 TV에서 보면, 사이코패스는 대부분 감정을 느끼지 못 해서 살인을 저질러도 아무 죄책감도 못 느끼는 그런 냉혈한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연성이가 그런 말을 저에게 하고 있습니다.








─사실 난 사람을 죽여봤어. 근데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 하겠더라고.

─근데 여기,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 있네?

─어차피 로봇은 고철덩어리니까, 죽여도 아무 감정도 못 느끼는 게 당연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라면······ 굉장히 구미가 당기는데. 흥미롭지 않아?








히이이이익!!! 그런 거 아니죠, 그쵸!?



“나 그런 거 아니야. 믿어 줘. 왜 나를 사람 한 5명 죽인 연쇄살인범 보듯이 보는데.”

“그, 그, 그치만! 감정을 느끼는 로봇을 죽이는 손맛을!”

“무슨 무서운 망상 하는 거야. 그리고 로봇은 죽이는 게 아니라 정지시키는 거지. 로봇이니까.”

“무서워어어어어!!”



저를 진정시키면서도 또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말을 일삼는 연성이. 봐, 봐봐요! 저를 이미 로봇 취급하고 있어요! ‘죽인다’는 표현이 아니라 ‘정지시킨다’고 말하고 있어요! 제 말에 연성이는 웃어 보입니다. 평소의 다정하고 상냥한 웃음이지만, 저에겐 사이코패스의 거짓 웃음으로 보입니다. 그보다 진짜 본인이 사이코패스라고 인정 했잖아요!



“어쨌든, 나는 단순히 감정을 느끼지 못할 뿐이고, 공감을 못 한다 뿐이지 그렇다고 사회 부적응자이거나 그런 건 아니야.”

“으······ 그걸 어떻게 아는데!”

“너처럼, 손을 분해한다거나 목을 분해한다거나 해서 직관적으로 로봇이라는 걸 증명해보이듯 할 수는 없겠지만. 믿는 건 인격체로서의 네 생각이겠지. 로봇의 ‘분석’이 아닌 인격체의 ‘생각’.”

“으······.”



아리까리 합니다. 연성이가 저를 물건 취급 하는지 사람으로 생각해주는지. 연성이는 갑자기, 손을 들어 검지로 제 이마를 톡 찍습니다.



“여기 안에 들어 있는 거. 로봇의 CPU야? 아니면 전뇌?”

“······둘 다 들어있지만. 일단은 주 연산장치는 전뇌야.”

“계산기라던가 어플이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야?”

“비상시에는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평소에는 박사님이 정지시켜놔서, 할 수가 없어.”

“응.”



저는 제가 로봇인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로봇으로서의 기능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 기능은 다 들어 있다고 하는데, 박사님이 그냥 사람처럼 살으라고, 기능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지도 않고 잠금처리 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냥,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는 것처럼 피상적인 화면만을 안구 센서를 통해 보고 있을 뿐입니다. 사람과 거의 똑같은 인공적인 뇌, 전뇌를 통해서 인간과 흡사한 연산을 하고 있구요.



“여기······ 는 만질 수가 없네.”

“벼, 변태야!”



이마에서 검지를 떼고, 이번에는 한 손을 자기 가슴팍에 대는 연성이. 자신의 심장박동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제 가슴 쪽으로 향하다가 ‘아차’ 하는 느낌으로 멈칫 하며 말합니다. 어, 어딜 만지려고 그러는 거에요! 은근히 변태 같애요, 연성이!



“어쨌든 여기에도. 심장이 있지?”

“응. 기본적으론 휴머노이드랑 흡사한 체제니까.”

“그렇다면 역시, 로봇이라고 하기는 그렇잖아? 감정회로도 있고, 성장회로도 있는 것 같으니까. 2관왕이네, 범죄 클래스? 실제로 범죄자인 건 마리 쪽이 더 심한데?”

“으으!”



제 가슴팍을 가리키며 말하는 연성이. 네, 사실이에요. 말이 로봇이지, 실제로는 앞서 말했던 휴머노이드와 비슷해서, 심장이나 다른 장기들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뭐가 인간이고 뭐가 로봇인지,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그래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려고 20년 전에 그런 걸 금지시킨 거겠죠? 그리고 여기, 그걸 생각해보려는 아이가 있어요. 연성이요.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건 그렇게 뭐, 어려운 건 아니야. 그냥 감정이란 게 없는 거야.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그럼 기쁘지도 않아?”

“응.”

“슬프지도 않구?”

“으응.”



연성이의 말에 저는 의아함을 느꼈습니다. 그치만, 연성이, 반에서 벌써 애들에게 인기 장난 아닌걸요? 잘 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도 있지만, 무엇보다 말도 잘 하고, 모두에게 상냥하고, 그러기 때문에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연성이에요. 아까도 말 했잖아요? 스파이 해도 될 것 같다구요. 그만한 화술인데. 감정을 못 느낀다뇨?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인데. 그거 다 연기야.”

“에!”

“공감을 못 한다는 거지 학습능력이 없는 건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런 때엔 어떤 반응인지, 반복적으로 보고 분석해서 학습하는 거지. 그렇게 보면 내 쪽이 오히려 더 로봇 같네. 지금 시대 로봇들은 그런 거잖아. 수많은 패턴을 익혀 놓고 거기에 맞는 반응을 하는 것.”

“으으······ 이해가 안 가는뎅.”



연성이 말대로, 20년 전의 금지 이후로 출시되는 로봇들은, 감정은 없지만 마치 감정이 있는 것처럼 주인의 기분을 맞춰주곤 합니다. 주인이 슬퍼하는 것 같으면 위로하는 말을 해준다거나 슬픈 음악을 틀어준다거나, 주인이 기뻐하면 마찬가지로 기쁜 듯한 모습을 보이거나. 그건 연성이 말대로,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닌, 수많은 패턴들 중 하나를 꺼내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인 연성이가 그렇게 하고 있다구요?



“아주 어릴 때에, 나는 다른 애들하고 다르다는 걸 지각하게 됐거든. 점차 자라면서, 처세술이 늘고, 초등학교 고학년쯤 됐을 때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지. 감정이 없는 사람도, 세상에 있을 수 있다는 걸.”

“······응.”

“나름대로 조숙한 편이었으니까. 그 뒤로는 아주 편하게, 연기하는 삶을 살게 되었지. 그래, 그 ‘편한’ 거.”

“······.”



뭔가 소름이 돋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연성이가 보인 미소는 전부 연기였던 거에요? 전부 거짓이었던 거에요? 입학식 첫 날, 저를 안내해주던 해맑은 미소도, 다른 친구들에게 선보인 100만불짜리 웃음도, 웃긴 얘기에 웃고, 심각한 얘기에 공감하는 듯 위로해주고, 그런 모습들이 전부, 연기? 남우주연상도 그 정도는 안 될 거에요. 그래서 더 무서워요.



“나라고 아주 완전히, 감정이 거세된 건 아니야. 나한테 피해 끼치는 것. 귀찮은 것. 그런 것들을 피하려는 회피 기제나 방어 기제 정도는 남아 있어. 그래서 내가 연기하는 건,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내가 피해를 입거나 내가 귀찮아 지는 걸 막기 위해.”

“······뭔가 연성이 무서워.”

“목이 빠지고도 얘기할 수 있는 로봇인 애가 말할 얘긴 아닌 것 같은데.”

“그, 그건 연성이 네가 해보라고 해서!”

“후후.”



이제는 연성이의 밝디밝은 미소도 미심쩍게 느껴집니다. 정말 무서워요, 사이코패스!


작가의말

앞에 내용을 조금 추가해서, 2편이었던 것이 3편이 되었습니다. 앞을 다시 읽어주시는 수고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분량배분이...... 이상하게 됐네요. 앞 1,2편은 5500자인데 얘 혼자만 거의 1만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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