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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호 님의 서재입니다.

피의 군주는 귀환하기 싫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하호
그림/삽화
작하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1:21
최근연재일 :
2021.06.17 12:5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404
추천수 :
312
글자수 :
154,761

작성
21.05.20 12:58
조회
268
추천
11
글자
10쪽

9화 (고스트 타운 3)

DUMMY

한이 풀린 유령들이 한 명 한 명 몸에 빛을 내며 사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눈이 팅팅 불은 준성이 준표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잘 살아 있네?”


준표가 생각보다 멀쩡한 준성을 향해 다가갔다.


“형님 ···. 제가 얼마나 무서웠다고요 ···”


준성이 준표의 몸을 껴안으려 하였다.


“워, 워 ··· 진정해.”


준표가 재빠르게 몸을 내빼며 준성과의 거리를 두었다.


“그것보다 ···. 너 눈깔이 왜 그러냐?”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준표가 준성이 팅팅 분 눈알을 유심히 바라봤다.


“흑 ··· 흑 ··· 형님 ···. 이곳에 유령들은 사실 살인마에게 죽어 지박령이 되었던 거였어요···.”


“응?!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어?”


준성의 눈치가 빠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유령들이 말해주던 데요?”


“에? 너 영어 할 줄 알아?”


아무리 둘러봐도 한국인 유령은 보이지 않았다.


“엣헴! 저 이래 봬도 부모님이 혼혈입니다.”


준성이 허리를 곳곳이 펴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부모님이 혼혈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젠장!!!! 준성아!!! 믿고 있었다!!!!”


그리고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형님!!”


자신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다가오는 준표를 보며 준성도 두 팔을 벌렸다.


유령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나는 네가 어 그로만 잘 끌어주길 바랐는데 ··· 이렇게 유능한 녀석이었다니!!”


준표가 그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잠깐만요 ··· 그럼 저는 어 그로만 끌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겁니까?”


“아무렴 어떠니?! 우리 이쁜이!!”


준표가 준성의 단단한 엉덩이를 토닥여줬다.


“아무렴 어떠냐?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저는 형님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에 뛰어 들었는ᄃ··· ”


“너 도망만 다녔잖아 ···.”


“.....”


준표의 말에 준성은 반박할 수 없었다.


사실상 이번 공략에서 준성의 기여도는 없다고 해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준성을 데려온 이유가 어 그로 였기에, 별다른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어쨌든 이제부터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준표가 야망에 가득 찬 눈으로 준성의 시무룩한 얼굴을 쳐다봤다.


“할 일이오? 뭐든 시켜만 주세요!!”


‘할 일’이라는 단어에 준성의 눈이 빛났다.


‘네가 무슨 유치원생이냐?’


마치 부모님이 자신에게 일을 준 것이 기쁜 어린아이처럼 준성이 몸을 들썩였다.


“가서 유령 몇 명 붙잡고 루키 장비 어디 있는지 좀 물어봐라.”


“루키라면 슈퍼 루키 말씀하시는 건가요?”


“응.”


이곳에 들어온 목적은 처음부터 게이트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장비들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형님!”


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서성이던 유령 몇 명에게 다가갔다.


‘단순해서 좋네.’


준표는 순순히 자신의 명령을 따르는 준성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


게이트가 소멸하기 전, 준표와 준성은 유령들을 따라 한 교회 건물에 들어왔다.


"웩 ···.”


처참하게 토막 나있는 시체들을 본 준성이 토사물을 쏟아냈다.


“리퍼가 진짜 시발놈이긴 하네.”


시체에 익숙한 준표조차도 경악할 정도로 시체들의 상태는 처참했다.


이곳저곳 생긴 크고 작은 상처.


끔찍하게 열린 배 위로 튀어나온 장기.


그리고 전부 절단돼 있는 손가락과 발가락.


시체들 모두 비슷한 방법으로 상해 당한듯하다.


이 모든 고통을 살아 있을 때 겪었다니.


준표의 치가 떨려왔다.


-There it is.


그때 한 유령이 강당 위에 있는 십자가 석상을 가리켰다.


유령의 목소리에 준표와 준성이 고개를 돌려 십자가를 확인했다.


“저건···!”



십자가 밑에 깔끔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장비들을 발견한 준표의 눈이 반짝였다.


“리퍼 이 자식 ··· 취미 한번 고약하네.”


심각하게 훼손된 시체와 달리 지금까지 희생당한 플레이어들의 몇몇 장비는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사냥한 사냥감들의 전리품들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는 변태 같은 취미가 있는듯하다.


“형님. 꼭 저희가 이 장비들을 가져가야 하겠습니까?”


그때 준성이 침울한 표정으로 준표를 바라봤다.


준성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고인의 물건을 탐하는 행동은, 절대로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건들을 주인 없이 썩히는 행동은, 주인이 죽은 애완견을 방치해 두는 것과 다를 것 없었다.


“준성아. 일단 장례를 치르자. 때마침 교회에 시체가 있으니까.”


준표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준성을 바라봤다.


“형님 ···.”


게이트가 소멸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꽤 남아 있었기에, 고인에게 명복을 빌 시간은 충분했다.


준표는 가장 먼저 눈알이 없는 시체에 다가갔다.


“내가 다시 마계에 돌아간다면, 꼭 당신에게 은혜를 갚겠어.”


그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십자가 밑에 있는 검을 집어 들었다.


+


<필멸자의 검 S>


필멸자를 처단하기 위한 검입니다.


+


검을 집어 들자 검의 상태를 요약한 상태창이 나타났다.


하지만 준표는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다음 시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손톱 발톱이 모두 없는 시체를 보며 준표가 고개를 떨궜다.


“마계에서 고인에게 명복이 있기를.”


준표는 십자가 밑에 있는 코트를 몸에 걸쳤다.


+


<블랙 잭 코트 A>


사용자의 모든 스텟을 대폭 상승시켜줍니다.


+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메시지는 보지 않고 곧바로 다음 시체를 향해 묵념했다.


이번에는 귀가 잘린 시체였다.


“마계에서는 부디 이곳에서 못 이룬 한을 전부 이룰 수 있기를.”


그가 손을 뻗어 십자가 밑에 있는 거대한 도끼를 집어 들었다.


+


<바이킹의 도끼 B>


바이킹이 사용하던 도끼입니다. 사용자의 공격 스탯을 대폭 상승시켜 줍니다.


+


그 밖에도 여러 장비들이 있었지만, 전투 도중 전부 넝마가 되어 사용할 수조차 없는 물건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준표는 고철덩이와 다름없는 물건들을 전부 가방에 집어넣었다.


대장장이에게 맡긴다면, 누군가 이 장비들을 다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준표는 장례를 이어갔다.


그렇게 모든 시체들의 장례를 끝 맞춘 둘은 비가 내리는 19세기 런던의 길거리를 걸었다.


고요하게 내리는 비길 속에서 침묵이 이어졌다.


둘의 사이가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지금만큼은 고요함을 흩트리지 않았다.


주변에는 어떠한 유령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때 고요한 정적 속에서 준표가 입을 열었다.


“다들 잘 성불했겠지?”


“아마도요.”


“준성아···. 십일조다.”


준표가 <바이킹의 도끼>를 준성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나한테 하지 말고, 원래 주인한테 ....”


준표의 말에 준성은 말없이 비가 떨어지는 하늘을 올려봤다.


그 후로 둘은 아무 말 없이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세, 세상에 ···. 당신들 진짜 게이트를 공략한 거야?!”


게이트를 나온 준표와 준성을 맞이한 건 다름 아닌 게이트 관리인이었다.


“뭐, 그렇게 됐네요."


준표가 대수롭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빠, 빨리 이 사실을 알려야 ···.”


무려 60년 만에 처음으로 공략된 게이트.


절차 대로라면, 상류층에 보고를 해야 한다.


“아저씨, 잠깐 여기 좀 봐요.”


그때 몸을 떨며 휴대전화를 꺼내드는 관리인을 준성이 멈춰 세웠다.


“ㅇ, 예?”


준성이 지갑을 꺼내들어 은행잎(?) 수십 장을 남자에게 건넸다.


“이, 이건 ···”


“오늘 일은 그쪽이랑 우리만 아는 거야.”


준성이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등을 토닥였다.


“무, 무슨 말을 ···”


“닥치고 있으라는 거지.”


그때 준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관리인을 노려봤다.


“그, 그럴 순 없어요. 만약 이 사실을 걸리면 ···”


"아저씨, 나는 이 녀석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야.”


준성이 준성을 가리키며 허리춤에서 필멸자의 검을 꺼내 든다.


“정보가 샐 것 같으면, 아저씨를 살려 둘 수가 없어.”


그의 칼날이 남자의 목을 겨눴다.


“이, 이러지 마세요 ··· 저를 죽인다고 해도 정보는 언젠가 ···”


“나도 알아. 그냥 입만 다물고 있어줘.”


준표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했다.


“아, 알았어요.”


준표의 살기 그윽한 눈빛에 남자는 마지못해 지폐를 건네받았다.


“가자.”


검을 다시 허리춤에 넣으며 준표가 발걸음을 옮겼다.


게이트 관리인들은 기본적으로 싸움을 할 수 있는 훈련 받은 군인이다.


게다가 총까지 가지고 있어, 저항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준표가 내뿜는 살기는 저항을 하겠다는 의지조차 상실시켜 버렸다.


-털썩


관리인의 몸에 힘이 풀렸다.


그의 몸이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수고하세요 아저씨.”


준성이 찝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준표를 따라 걸었다.


“형님, 이런다고 정말 정보가 세나 가지 않을까요?”


“돈이라면, 내일까지 갚아줄게.”


그의 말에 준성이 손을 휘저으며 말한다.


“아뇨,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까지 해서 굳이 정보 유출을 막을 이유가 있나요? 미스터리 게이트를 공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유명 길드에 컨택이 들어올 수도 있을 텐데.”


“아, 그건 내 쪽에서 사양이야.”


“어째서죠?”


준표의 행동이 의아한 듯 준성이 고개를 갸웃 거린다.


“.... 그냥 그러려니 해.”


준표는 알고 있었다.


사실이 알려진다면, 자신을 원하는 그룹은 크게 2군대로 나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중 한 그룹은 상당한 머저리라는 사실을.


작가의말

오늘도 글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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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화 (E급 게이트2) +2 21.05.15 517 14 9쪽
4 3화 (E급 게이트) +4 21.05.14 606 14 10쪽
3 2화 (먼저 씻을게요) +2 21.05.13 812 16 8쪽
2 1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데 ...) +8 21.05.12 1,253 23 11쪽
1 [프롤로그] +6 21.05.12 1,336 4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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