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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호 님의 서재입니다.

피의 군주는 귀환하기 싫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하호
그림/삽화
작하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1:21
최근연재일 :
2021.06.17 12:5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405
추천수 :
312
글자수 :
154,761

작성
21.05.19 10:55
조회
293
추천
12
글자
9쪽

8화 (고스트 타운 2)

DUMMY

평범한 게이트와 달리 미스터리 게이트는 특정 조건을 맞춰야 클리어가 가능하다.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모든 몬스터를 죽여야 하는 게이트도 있고, 보스만 죽여도 되는 게이트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들어온 게이트는 ‘리퍼’라는 살인자를 찾는 것이었다.


“혀, 형님 ···.”


등에서 거대한 도끼를 꺼내들며 준성이 몸을 떨었다.


겁에 질려 울먹이는 그와 눈이 마주친 준표가 자신의 엄지 끝을 깨물었다.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준표가 피로 단도를 만들며 준비 자세를 취했다.


“안 죽는 거 맞죠?”


“아마도.”


그는 깔끔한 한마디만 남긴 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유령들을 베어 나가기 시작했다.


-휙! 휙!


준표의 칼날이 허공과 맞닿는 소리만 냈다.


베어도 베어도 타격을 입지 않은 유령들을 보며 그가 혀를 찬다.


“젠장 ···.”


아무래도 물리적인 피해는 그들에게 통하지 않는듯했다.


“준성아! 괜찮냐?!”


공격이 먹히지 않는 것을 확인한 준표가 도망치는 준성을 향해 소리쳤다.


“아니요!!”


준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만 다니고 있었다.


‘저 정도면 뭐 ···’


대충 저 정도 속도 면 한동안 죽을 일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느 정도 전투에 감을 잡은 준표가 다시 자신의 감각을 집중 시킨다.


-훅! 훅!


자신을 향해 손 뻗는 유령들을 피하며 준표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리퍼를 찾아야 해.”


한국의 미스터리 게이트 중 가장 정보가 없는 게이트가 바로 이곳 이었다.


1레벨부터 5레벨까지만 들어올 수 있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전하기를 꺼려 했다.


게다가 평범한 게이트와 달리, 몬스터가 빠져나오는 경우도 없었으니, 어찌 보면 공략할 이유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종종 게이트 밖을 서성이는 유령이 발견된다고는 한다.


그럼에도 신인들이 이름을 알리기 이보다 좋은 게이트가 없었기에, 종종 도전하는 플레이어가 있었다.


당연히 결과는 처참했다.


덕분에 기본적인 정보를 제외하면, 보스의 패턴도 특성도 모든 것이 의문인 상황이다.


하지만 그만큼 이 게이트를 클리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은 굉장했다.


지금까지 이 게이트를 도전한 사람들의 전리품과 더불어, 미스터리 게이트를 클리어했을 때 받는 스킬까지.


마계에 가기 위해 강해져야 하는 준표는 이 게이트 클리어가 필연적이었다.


유령들의 손을 피하며 준표가 계속해서 머리를 회전 시켰다.


과연 리퍼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지.


킬러 라면 자신의 사유지의 침범한 도둑들을 어떻게 혼내 줄지.


걸리 적 거리는 유령들의 공격을 피하던 그의 눈이 허공에서 유령과 마주쳤다.


-P, Please ···. Find ···. Him ···.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약간의 불투명한 신체.


옷에 잔뜩 묻은 핏자국.


신체 곳곳에 보이는 크고 작은 상처들.


사람을 도망가게 만드는 비주얼이다.


그때 골머리를 앎던 그의 머릿속을 무언가가 스쳐갔다.


“설마 ....”


준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게이트에서 나오지 않는 몬스터들.


한이 맺힌 듯 떨리는 몬스터들의 목소리.


그리고 킬러.


답은 하나다.


‘지박령.’


한이 맺혀 한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혼(魂)을 칭하는 말이다.


저승사자의 말을 듣지 않는 영혼들이 있다는 소문은 마계에서 꽤나 자주 듣던 이야기다.


모든 정보들이 지박령을 가리켰다.


‘그렇다면 ···.’


준표가 침을 꼴깍 삼켰다.


한이 맺힌 영혼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한을 풀고 성불하는 것.


눈앞에 유령들의 한은 뻔하다.


‘리퍼를 죽이는 것.’


준표는 천천히 손에 쥔 검을 내려놓았다.


-착!


땅으로 떨어진 검이 이 웅덩이가 되어 바닥에 깔렸다.


그와 동시에 몸을 멈춰세웠다.


-Hel ···..


-Please ···.


-Anyone ···. please ···


귀신들의 처절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로 들려왔다.


준표는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손들을 보며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안 아프잖아 ···”


유령들의 손은 준표의 몸을 꿰뚫을 뿐 아무런 대미지도 주지 못했다.


그제서야 모든 퍼즐이 완성되었다.


유령들의 어째서 존재하는지.


그들은 킬러에게서 자신들을 해방시켜 줄 존재를 몇 년 동안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게이트의 사실을 깨달은 준표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몸에서 검붉은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준표는 자신이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명의 가치를 먼지 보듯 보지는 않는다.


“WOW”


그때였다.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First time in a while!”


천천히 손뼉을 치면 유령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는 한 남자.


검은 양복에 검은 모자 그리고 한 손에 들고 있는 피 묻은 단검.


킬러 리퍼가 오래간만에 수수께끼를 푼 플레이어를 보며 손뼉을 친다.


“한국어로 말해 개새끼야.”


준표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리퍼를 바라봤다.


“Do you speak English?”


“좆까.”


준표가 살 끝에서 느껴지는 꺼림직한 감각에 미간을 구겼다.


"도대체 그 칼로 몇 명을 죽인 거야.”


리퍼의 칼끝에서 느껴지는 짙은 피의 감각.


절대로 한사람의 피가 아니었다.


군주의 권력을 대부분 봉인 당했음에도 느껴지는 여러 혈액들에 그의 핏줄이 곤두섰다.


“덤벼.”


그가 손끝에서 환도를 만들며 리퍼를 향해 다가갔다.


“Hmmm ··· OK ···”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준표를 보며 리퍼가 준비 자세를 취했다.


“먼저 유령들로 사냥감의 체력을 뺀다 ···. 그리고 지친 사냥감은 이제 간편히 입맛대로 요리해 먹었겠네 ··· 너 악마냐?”


준표의 환도가 리퍼를 향해 날카롭게 내질러졌다.


-깡!


피와 철이 아닌, 철과 철이 맞닿는 듯 경쾌한 소리를 흘리며 둘의 검이 부딪친다.


자신의 공격을 받아친 리퍼를 보며 준표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좀 치네.”


짧은 단검임에도 불구하고 긴 환도의 힘을 정확히 튕겨내는 리퍼의 실력이 놀랍다는 듯 준표가 계속해서 간을 보는 공격을 가했다.


“괜히 미스터리 게이트가 아닌가 보네?”


E등급 게이트의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그의 실력은 꽤나 볼만했다.


물 흐르듯 흩날리는 칼날이 강하게 부딪쳤다.


-카가가각!!!



호흡을 맞추던 둘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왔다.


“What the fuck?”


지금까지 봤던 플레이어들과는 차원이 다른 준표의 검술에 리퍼가 흐르는 땀방울을 닦았다.


“왜? 뭔가 아닌 거 같아?”


준표는 뉴비를 괴롭히는 고인 물처럼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Son of Bitch!!!”


비릿하게 웃음을 흘리는 준표를 보며 리퍼가 소리쳤다.


준표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의 비열한 웃음의 의미는 뻔했다.


“흣, 뻑큐. 개새끼야.”


준표는 귀엽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자신이 아는 유일한 영어 단어를 유창하게 외쳤다.


리퍼는 강하다.


웬만한 C등급 보스와도 충분히 견줄 수 있는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거기 까지다.


아무리 오랫동안 사람을 죽여왔어도, 몇만 년 동안 마계에서 싸워온 준표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슬슬 끝낼까?”


준표가 숨을 들이마시며 혈련을 준비했다.


“I’m gonna kill you!!!”


살기 그윽한 눈빛으로 리퍼가 달려왔다.


분노에 가득 찬 단검이 준표의 목을 향해 그어졌다.


-꽈직!


수십 년 동안 사람의 살점을 베어 온 칼날이 부서지는 소리가 주변에 울렸다.


“너무 상심하지 마.”


무게 중심이 흩틀어진 리퍼의 몸을 준표가 가볍게 걷어찼다.


혈련에 부풀어 오른 근육이 리퍼의 가느다란 갈비뼈를 으깨버렸다.


-우둑!


“FUCK!!!!”


갈비뼈가 나간 리퍼의 입에서 거대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푸욱!!



칼날이 심장을 꿰뚫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리퍼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상대가 나잖아.”


[‘킬러 더 리퍼’를 처치하였습니다.]


[게이트 클리어 보상이 청산됩니다.]


피분수를 뿜는 그의 시체를 향해 준표가 손을 갖다 댄다.


그러자 중력을 따라 떨어지던 핏방울들이 준표의 손끝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혈스텟이 상승합니다.]


[피의 군주로서 권력이 상승합니다.]


그리 많은 량의 피는 아니었지만, 오늘 사용한 량의 피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었다.


“나쁘지 않네.”


몸에 흘러들어온 피를 느끼며 그가 짙은 미소를 지었다.


-Thank you.


그때 그의 뒤에서 수십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이 잘리고 흉터투성이인 몸을 한 채 자신을 바라보는 유령들을 보며 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한낮 몬스터라고 생각했던 존재들이, 이제는 자신을 향해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묘한 기분이 든다.


뿌듯함을 느끼며 준표가 입을 열었다.


“오케이. 땡큐.”


준표의 마지막 한마디를 들은 유령들이 한 줄로 행진을 잊기 시작했다.


“형님!!!!”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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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E급 게이트 3) +2 21.05.16 434 14 9쪽
5 4화 (E급 게이트2) +2 21.05.15 517 14 9쪽
4 3화 (E급 게이트) +4 21.05.14 606 14 10쪽
3 2화 (먼저 씻을게요) +2 21.05.13 812 16 8쪽
2 1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데 ...) +8 21.05.12 1,253 23 11쪽
1 [프롤로그] +6 21.05.12 1,336 4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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