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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호 님의 서재입니다.

피의 군주는 귀환하기 싫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하호
그림/삽화
작하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1:21
최근연재일 :
2021.06.17 12:5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394
추천수 :
312
글자수 :
154,761

작성
21.05.13 13:38
조회
811
추천
16
글자
8쪽

2화 (먼저 씻을게요)

DUMMY

준표의 눈이 창틀 사이로 들어온 일출 빛에 서서히 띄어졌다.


“익숙하지 않은 천장 ···.”


그가 중얼거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리스 물 떠와 ···.”


준표는 평소처럼 자신의 메이드를 불러본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무색하게 주변에서는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뭐야?”



당황한 그가 건조한 눈을 비비며 고개를 두리번 거린다.


그의 눈에 들어온 공간은, 호화로운 저택이 아닌 좁아터진 병실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침대에 기대어 자고 있는 장발의 여성.


준표가 복부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신음을 흘렸다.


“크흑 ··· 나 소환됐었지 ···.”


자신을 이곳에 소환한 머저리(?) 단체를 떠올리며 준표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때였다, 준표의 혼잣말 소리에 여자가 눈을 뜬 것은.


“어, 어?! 정신이 좀 드세요?”


군 근무를 끝내고 돌아온 남자친구를 반기는 듯 감동에 가득 찬 말투.


“누, 누구세요?”


방금 막 정신을 차린 준표가 당황해하며 여성에게서 떨어졌다.


“기억 안 나세요? 준표 씨가 저 구해줬잖아요 ···”


그녀가 실망한 듯 말끝을 흐렸다.


“기억이 나긴 해요 ···”


준표가 칼에 찔렸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여성이 준표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여긴 어딥니까?”


“플레이어 관리 센터에요 ···”


준표가 불편한 병원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근데 제 이름은 어떻게 ···.?”


“플레이어 신원조회해보니까 금방 나오던데요?”


“플레이어요?”


“역시 의사 말대로 기억을 모두 잃으셨군요 ···.”


준표의 의문 가득한 질문에 그녀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 혹시 차근차근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서 ···..”


그의 질문에 김수진은 설명을 시작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째서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지.


준표가 물어보는 모든 것을 친절히 설명해 줬다.


그의 수많은 질문 덕분에 설명이 끝난 지금, 시간은 훌쩍 흘러 있었다.


“그러니까 수진 씨는 그냥 레벨업을 하려고 들어왔는데, 남자들이 수진 씨를 죽이려 했다고요?"


“맞아요 ···”


당시 상황을 떠올린 듯 그녀의 목소리에 공포가 잔뜩 서려있었다.


“흠 ···. 뭐 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알겠네요.”


어느 정도 상황 정리가 끝난 준표가 병실 창밖을 바라봤다.


하늘을 벌써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제가 정신을 잃은지 얼마나 됐죠?”


“3일 지났어요.”


“슬슬 가족들한테도 연락을 해야겠네요.”


‘인간 박준표의 가족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그의 미간이 격하게 일그러졌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한 그때 수진의 표정이 서서히 암울해졌다.


어딘가 한이 있는 눈빛.


“저, 준표 씨 ···.”


그녀가 입을 들썩이며 말하기를 뜸 들였다.


“왜 그러시죠?”


“당황스럽겠지만, 준표 씨는 가족이 없어요 ···.”


···?


그러고 보니 가족이 있었다면 그를 간병하는 게 수진이 아니라 그의 가족이어야 했다.


“그, 그럼 제 집은 어디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표가 물어봤지만, 그 ‘혹시’가 정답이었다.


“......”


준표의 말에 그녀는 침묵할 뿐이었다.


“저, 노숙자군요?”


“네 ···”


가족 없고 집 없는 건장한 청년.


조직에서 납치하기 이보다 안성맞춤 일 수가 없다.


게다가 제물을 바치는 의식이라면 더욱.


준표는 비참한 현실에 절망하였다.


마계 최고의 미인들과 이러쿵 저렇쿵(?) 잘 놀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고향으로 소환되고.


빙의된 몸은 썡거지.


게다가 자신이 능력들은 대부분 봉인 당했다.


군 입대 보다 더 슬프네 ···.


그가 인간 시절의 과거를 떠올리며 한숨을 흘렸다.


준표가 뱉는 비통한 한숨에 수진이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서 머무르셔도 괜찮아요.”


그녀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올라왔다.


“정말 괜찮습니까?”


소환되고 처음 듣는 반가운 소식에 준표가 몸을 들썩였다.


“생명의 은인한테 이 정도는 약과죠···.”


그녀가 쑥스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부끄러워하는 수진의 태도에 준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귀엽기는.


서큐버스와 견줄 만큼 훌륭한 외모와 몸매를 소유한 그녀를 바라보며 준표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땡잡았네.’


“저 지금 당장 퇴원할래요.”


지금 당장이라도 움직이고(?) 싶은 마음에 준표가 팔에 꽂혀있던 링거를 벗어던졌다.


“벌써 그렇게 무리하시면 안 돼요!”


그녀가 벌떡 일어선 준표를 말렸지만, 준표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구에 적응하기로.


***


가벼운 힐(Heal) 마법을 처방 받고 퇴원한 준표는 수진의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저, 수진 씨 휴대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상관은 없는데···.. 어디다 쓰시려고요?”


“그냥 정보나 좀 찾아볼까 해서요.”


수진이 해준 설명이 있었지만, 계획적으로 움직이려면 추가적인 정보 수집은 필수였다.


휴대폰 스크롤을 내리며 틈틈이 보이는 신기한 기사들에 준표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B등급 플레이어 평균 연봉 1억?


-마석의 새로운 발견?


-최초의 한국 월드 랭커 ‘김민철’


방금 막 보도된 뉴스 기사들을 보며 준표의 입꼬리가 비틀어져 올라갔다.


특히나 플레이어에 관한 뉴스에 그는 큰 관심을 보였다.


단순히 게이트에 들어가서 몬스터를 잡고, 드롭되는 마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간단하지만 위험한 직업.


세계가 바뀐 이후 새로 생긴 직업이었다.


마계를 홀로 평정 지은 그에게는 무엇보다 적합한 직업이다.


게다가 빙의 전 박준표가 플레이어 등록을 해놨었기에 지금 당장이라도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정보를 읽다 보니 어느새 수진의 집 앞 정거장에 도착해 있었다.


허름한 지하방에 문 앞에 도착한 그녀가 열쇠로 문을 열었다.


“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집이 좀 더러워서···.”


문을 여는 그녀의 가느다란 뺨이 붉어졌다.


가족들과 독립해 처음으로 구한 자취방에 남자가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니, 그녀의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네, 천천히 하세요.”


준표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의 반응을 확인한 그녀는 신속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한동안 이어졌다.


‘너무 오래 청소하는데?’


체감상 10분은 거뜬히 넘겼을 것 같은 시간대에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슬슬 지겹다고 느끼는 그때 방 안에서 수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요!”


“실례하겠습니다.”


준표는 허름한 신발을 벗으며 집 안으로 발을 디뎠다.


‘드디어 유토피아 입성이다.’


흔히 곰팡이 쓰는 냄새가 진동하는 지하 단칸방과는 달리, 수진의 방 안에서는 향긋한 꽃내음이 풍기고 있었다.


코를 간지럽히는 향기에 그의 콧구멍이 천천히 벌렁였다.


‘이게 인간의 냄새?’


몇만 년 만에 느껴보는 인간의 냄새에 입꼬리가 비틀어져 올라갔다.


“저, 준표 씨 저부터 씻을 개요···..”


좁은 방을 서성이던 준표를 보며 수진이 말했다.


“네!”


준표의 목소리에서 기대감이 물씬 풍겼다.


‘먼저 씻을게요’라는 말을 마계 식대로 해석한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이 여자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네.’


마계에서 ‘먼저 씻을게요’ 란. 한국의 ‘라면 먹고 갈레요?’ 보다 살짝 매콤한 멘트 다.


슬며시 화장실로 들어가는 수진을 보며 준표의 미간이 음흉하게 움직였다.


“후욱! 후욱!”


그의 숨소리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고릴라 처럼 뿜어져 나온다.


이불에 누워 상상의 나라를 펼치고 있는 그때, 화장실의 문이 열렸다.


-끼이익


녹슨 철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불을 깔고 누워있던 준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저는 준비됐습니다.”


“네?”


“해봅시다!”

“예?”


당황해하는 그녀를 보며 준표가 야망에 가득 찬 미소를 흘렸다.


“뭘 그렇게 뜸 드려요!”


“그, 그러니까 도대체 뭘 ···.”


“뭐긴 뭐예요! 당연히 ···.!!”


작가의말

나도 언젠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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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E급 게이트 3) +2 21.05.16 434 14 9쪽
5 4화 (E급 게이트2) +2 21.05.15 517 14 9쪽
4 3화 (E급 게이트) +4 21.05.14 605 14 10쪽
» 2화 (먼저 씻을게요) +2 21.05.13 812 16 8쪽
2 1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데 ...) +8 21.05.12 1,252 23 11쪽
1 [프롤로그] +6 21.05.12 1,335 4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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