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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호 님의 서재입니다.

피의 군주는 귀환하기 싫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하호
그림/삽화
작하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1:21
최근연재일 :
2021.06.17 12:5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406
추천수 :
312
글자수 :
154,761

작성
21.05.15 12:47
조회
517
추천
14
글자
9쪽

4화 (E급 게이트2)

DUMMY

전투를 위해 그가 엄지손가락 끝에서 피를 뽑아냈다.


큐브를 만들 만큼의 소량의 피로는 고블린들과 싸워서 이기기 힘들다.


아무리 그에게 막강한 무공이 있다고 한들, 인간 준표의 몸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는 주먹싸움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빨 자국이 난 살점 끝에서 권력에 따라 피가 흘러나왔다.


마치 자신의 몸을 다루듯 피가 움직였다.


-콰아아아!!


작은 흉터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량의 피가 손끝에서부터 뿜어져 나왔다.


그 광경은 물 뿜는 수도꼭지를 연상시켰다.


“으으 ···.”


피가 빠져나갈수록 그의 몸이 잘게 떨렸다.


역시 인간의 몸으로 대량의 피를 뽑는 건 쉽지 않았다.


게다가 권력이 높지도 않았기에 신체가 지는 부담은 상당했다.


어느 정도 피를 뽑은 그가 권력을 사용해 피로 짧은 단도를 만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모아둔 피로 롱소드나 카타나를 만들었겠지만 ···


지금은 이게 최대였다.


날카롭게 빛나는 단도의 날을 만지며 그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네.”


"크에에에!!"


“크아아아!!”


한가하게 칼날이나 만지작거리는 준표가 건방지기라도 한 듯, 고블린들이 괴성을 지르며 공격을 휘둘렀다.


-휙!!


-훅!!


수십 개의 무기가 그를 향해 포물선을 그었지만, 그 어떤 무기도 그의 몸을 건드리지 못했다.


‘생각보다 더 허접하네.’


고블린들이 생각 없이 휘두르는 공격이 마계의 왕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


차라리 그가 지구에서 처음 싸웠던 근육 돼지 쪽이 몇백 배는 더 위협적이다.


그가 싱거운 듯 입맛을 다시며 단도를 쥔 손에 힘을 줬다.


“흡!”


숨을 들이쉬는 기합과 함께 그의 몸이 총알처럼 고블린 무리를 향해 쏘아졌다.


피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고체처럼 형체화 시킬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피의 흐름을 빠르게 할 수도 있다.


준표가 숨을 들이마시며 혈관을 도는 혈액에 속도를 불어넣자 피가 끓어올랐다.


몸의 산소가 순식간에 타들어갔지만, 그만큼 그의 몸에서 힘이 끓어올랐다.


몸의 피를 빠르게 회전 시킴으로써 몸의 능력치를 극대화하는 기술 혈련(血煉)이다.


-써걱!


-쓰걱!


빠르게 휘둘러진 단도가 고블린 수십 마리의 살점을 자비 없이 베어 나갔다.


고블린들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올 틈조차 없이 준표의 칼날은 더욱 민첩하게 흩날렸다.


단도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이 바로 움직임을 연계하는 것이다.


그래야 단도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속도감과 파괴력을 유지할 수 있다.


멈추지 않고 준표는 칼날을 휘둘렀다.


베는 곳을 가지리 않고 무참히 흩날리는 칼날에 고블린들이 맥없이 떨어져 나갔다.


급기야 잘못됨을 감지한 고블린들이 도망을 선택했지만, 이미 검과 호흡을 맞춘 준표를 상대로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케에에에에!!!”


“캬아아아아!!!”


급소를 찔리거나 베인 고블린들이 고통에 저려진 신음을 흘린다.


준표는 멈추지 않고 고블린들을 찾아 나섰다.


이왕 몸이 풀린 거 제대로 놀아보자는 마인드.


물 만난 물고기처럼 그는 학살을 시작했다.


도망치는 고블린들을 따라가다 보니 몬스터들의 아지트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오호 ···”


바위를 깎아 만든 어설픈 요새를 보며 준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뗸석기와 간석기로 만 듯 것 치고는 꽤나 그럴듯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잘 꾸몄네?”


고블린들이 얼마나 노력했을지 안 봐도 뻔한 수준이다.


침입자를 막기 위해 만든 돌벽.


그 앞을 지키는 기사 포지션의 고블린.


그리고 사냥한 플레이어에게서 강탈한 여러 가지 장신구들.


“이거 미안해지네.”


문 앞을 지키는 기사 고블린들의 심장을 찌른 준표가 잠시 멈춰 요새를 올려봤다.


고블린들이 수년간 노력해 만든 성이 처참히 무너뜨릴 생각에 그가 약간의 미안함을 표했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자비란 없다.


요새의 크기에 비해 왜소한 크기의 돌문을 밀고 들어온 준표는 계속해서 학살을 이어갔다.


확실히 이곳에 고블린들은 밖에 있던 고블린 보다 전투에 익숙지 않았다.


대부분 훈련생 이거나, 잡일을 도맡는 고블린들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중간중간 떠오르는 레벨업 메시지는 무시한 체 정신없이 싸우던 그때.


-쿵! 쿵!


아지트 가운데 커다란 성에서부터 커다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고블린은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비교적 체격이 왜소한 편에 축한다.


하지만, 고블린 아지트 한가운데서 이런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니.


준표가 침을 꼴깍 삼키며 자세를 잡았다.


혹시 고블린이 아닌 다른 몬스터가 나타난다면, 단도를 변형 시켜야 하는 우려 또한 있었기에 그가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당겼다.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에 그가 단도를 쥔 손에 힘을 더욱 몰아넣었다.


“크아아아!!!”


거대한 성문을 열고 나타난 몬스터는 다름이 아닌 게이트의 보스 고블린이었다.


“뭐, 뭐야?”


보스 몬스터라는 존재를 처음 접한 그가 당황해하며 뒷걸음질 쳤다.


사전에 게이트에 관해서 조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보스 몬스터가 있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을 뿐.


보스 고블린의 눈이 붉게 빛났다.


백성을 잃은 왕의 슬픔이 물씬 풍기는 눈빛이다.


찢어지는 듯한 고블린의 포효를 들으며 준표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참된 왕 이구나.”


힘과 권력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은 왕이 아니다.


독재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진정한 왕은, 자신의 백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어야 한다.


준표는 거구의 고블린을 올려다보며 엄지 끝에서 더욱 많은 피를 뽑아넸다.


“흐으응 ···”


무리하게 피를 뽑는 그의 입에서 힘겨운 신음이 흘렀다.


하지만 거구의 덩치를 겨우 단도 하나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좋은 기술이 있다 해도 칼날이 짧은 단도는 고블린의 두꺼운 살점을 뚫기에 역부족일 것이다.


그의 지시에 따라 흘러나온 피가 단도의 ‘날’ 쪽으로 모여들었다.


“너는 특별히 이 녀석으로 상대해 주지.”


준표의 손끝에서 핏빛을 띈 환도(環刀)가 만들어졌다.


그가 마계에서 주로 다루던 형태의 무기였다.


물론 그때에 비하면 검의 퀄리티는 처참한 수준이었지만, 왕 대 왕으로서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였다.


준표는 말없이 검을 뽑아들었다.


“스으읍 ···.!”


그가 혈련(血煉)을 준비하며 숨을 크게 들이 마신다.


차분하게 자세를 취하는 준표를 향해 고블린이 거대한 중식도를 들고 달려온다.


그의 움직임은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예로부터 왕은 무슨 일이 있어도 평정심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왕으로서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인간의 절대적인 룰(Rule)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에 고블린이 평정심을 잃는 것은, 그 누구도 지적할 수 없을 것이다.


“크아아아!!!!”


고블린이 괴성을 지르며 준표를 향해 중식도를 내리쳤다.


지구에 와서 본 공격 중 가장 파괴력 있는 공격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파괴력이 있다고 수만 년 동안 악마들과 싸워온 그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다.


가볍게 스텝을 밟아 공격을 피한 준표는 곧바로 검을 내질렀다.


물 흐르듯 부드럽게 움직인 그의 칼날이 고블린의 다리 깊숙이 박혔다.


검이 박힌 정강이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지만, 고블린의 움직임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픔을 디딤 발 삼아 그 분노를 끌어올리고 있다.


“크아아아아아!!!!!!!”


고블린의 목청이 찢어질 듯이 울려온다.


분노에는 항상 후회가 따라온다.


분노 전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


그리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분노하던 자신에 대한 후회.


후회라는 감정의 무게를 잘 알고 있던 준표가 한 번 더 숨을 들이마셨다.


다시 한번 혈련을 일으키며 그가 이성을 잃은 고블린의 흉부를 향해 도약했다.


-푸북!!!


그의 발도에 환도가 고블린의 심장을 과감히 꿰뚫었다.


“부디 후회 없이 부하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군.”


준표의 검이 꽂힌 심장에서 피분수가 터져 나왔다.


“그어어어!!”


고통에 몸부림치는 고블린을 보며 준표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고생했다.”


피를 흘리며 고블린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졌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고블린의 몸이 모래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거대한 몸 덩이가 쓰러지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보스 처치로 인해 게이트가 곧 소멸합니다.]


메시지를 본 준표가 찝찝한 마음으로 몬스터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푸른 메시지가 아닌 붉은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공허가 피를 갈망합니다.]


“에?”


처음 보는 붉은 메시지에 그가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


메시지를 바라보는 그가 심장에서 이상을 감지하였다.


혈련을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도는 피.


마구마구 뛰는 심장.


심장에 수십 개의 바늘에 찔린 듯 저려왔다.


“크헉!!”


준표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급기야 그의 시야가 천천히 흐려졌다.


힘이 빠진 몸이 모래 위로 털썩 쓰러진다.


[공허와 대면합니다.]


무거워지는 눈꺼풀 사이로 메시지가 보였다.


“게, 게이트에서 나가야 하는데 ···”


작가의말

오늘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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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E급 게이트2) +2 21.05.15 518 14 9쪽
4 3화 (E급 게이트) +4 21.05.14 606 14 10쪽
3 2화 (먼저 씻을게요) +2 21.05.13 812 16 8쪽
2 1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데 ...) +8 21.05.12 1,253 23 11쪽
1 [프롤로그] +6 21.05.12 1,336 4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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