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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호 님의 서재입니다.

피의 군주는 귀환하기 싫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하호
그림/삽화
작하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1:21
최근연재일 :
2021.06.17 12:5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401
추천수 :
312
글자수 :
154,761

작성
21.05.14 10:30
조회
605
추천
14
글자
10쪽

3화 (E급 게이트)

DUMMY

준표의 입에서 튀어나온 남사스러운(?) 말에 그녀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그,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에?”


몇 만 년간 마계에서 지낸 그는 잊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이성에게 접근했다간, 도착지가 교도소라는 사실을.


“헛, 헛소리 말고 준표 씨도 빨리 가서 씻으세요!!!”


“수진 씨도 원하는 거죠?”


준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천히 윗도리를 벗었다.


“잔말 말고 화장실로 들어가세요!!”


서서히 탈의되는 상체에 그녀가 눈을 질끈 감고 그를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아! 화장실에서 하자는 건가요?”


무언가를 깨달은 듯 그가 손바닥을 탁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던 그녀는 있는 힘껏 그를 화장실로 밀어 넣을 뿐이었다.


“샤워하고 나면 하는 거군요?”


샤워기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와 준표의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아니요!!!”


부끄러움이 잔뜩 섞인 대답이 화장실 문밖에서 들려왔다.


샤워를 하던 준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뭐가 문제지?


지구에서 1 더하기 1은 3이 아닌가?


아니면 레ㅈ ···.. 는 역시 아니겠지···.


모든 면에서 개방적인 마계를 떠올리며 그가 샤워를 끝마쳤다.


화장실에서 나가기 전 양치질을 하던 그의 눈에 거울이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소환되고 나서 아직 한 번도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


약간의 기대감이 섞인 눈빛으로 그가 천천히 거울을 들여다봤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자 그의 의문이 더욱 커졌다.


“이 정도면 준수 한데 ···.”


갸름한 턱 선과 높은 코, 날카롭지만 작지 않은 눈, 그리고 넓은 어깨.


여자라면 누구라도 선입견 없이 좋아할 얼굴이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자신의 허리 쪽을 내려보며 흡족한 미소를 흘렸다.


물건도 이 정도면 쓸만하네.


그렇게 의문만 쌓인 샤워를 끝낸 그가 화장실 문을 열었다.


-끼이익


녹슨 철이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에 갇혀 있던 습기가 문밖으로 터져 나왔다.


“수진 씨 저 나왔어요.”


준표가 방 안을 두리번 거리며 입을 열었다.


‘수진 씨는 밀당을 하는 거야!’


마계에서 연애를 몇백 번 이상 해본 그는 알고 있었다.


밀당을 대처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저쪽에서 밀면 내가 당기면 그만이야.’


그녀는 침구를 바닥에 깐 채 이불 속에 처박혀 있었다.


“저, 수진 씨 ···. 제가 미안했어요 ··· 아무래도 머리를 크게 다쳤나 봐요 ···”


준표가 몸을 꿈틀거리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흥! 다음부터는 조심해 주세요.”


고개를 돌리고 있었기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일부러 준표와 선을 긋고 있다는 건 확신했다.


‘역시나.’


준표의 얼굴에서 뿌듯함이 물씬 풍긴다.


마치 퀴즈쇼에서 정답을 맞힌듯한 표정이다.


“잘 자요 수진 씨···. 아니다 누나.”


“..... 응.”


준표의 신체 나이는 20살.


김수진의 나이는 22살.


어떻게 보면 누나라고 부르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화끈할 뻔했던 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준표는 아침식사도 하지 않은 채 가장 가까운 E급 게이트로 향했다.


그가 아무리 오랫동안 마계에 있었어도 변하지 않은 사실이 한 가지 있다.


한국은 여전히 약육강식의 세계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렇다.


예전에는 ‘돈’이 사회적 위치를 정했다면, 지금은 ‘힘’이 가장 중요했다.


사회적 힘이 아닌, 진짜 힘(力).


힘이 있다면 사회적 위치가 알아서 딸려온다.


준표는 누구 밑에서 빌빌 기는 성격이 아니었다.


무조건 머리가 된다.


그것이 준표를 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신념이었다.


물론 그 신념은 지구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게이트 관리인에게 플레이어 자격증을 보여주며 그가 게이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도적의 암석지대.}


푸른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운 모래가 깔린 사막.


지면 위 중간중간 돌출되어 있는 거대한 암석.


이름 그대로 암석지대다.


“흠 ··· 신기하네.”


준표가 신기한 듯 바닥에 깔린 모래를 만져보았다.


마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가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부드러움.


만약 이곳의 몬스터가 없다면 관광지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파티 구해요!”


“레벨 1당 50만 원!”


그때였다 주변에서 장사꾼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E급 게이트답게 신입 플레이어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플레이어들 또한 있었다.


물론 그들의 레벨은 5를 넘기지 않는다.


게이트마다 레벨 제한이 있기 때문에 고레벨 플레이어의 하위 등급 게이트 간섭은 불가하다.


저 자들은 레벨 5의 고인 물이다.


레벨업 말고 운동으로 능력치만 올리는.


상업적 플레이어.


하지만 자신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기에, 준표는 게이트 내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준표의 등에 한 남자가 손을 올렸다.


“거 형씨! 딱 봐도 초보인데 나랑 같이 파티 짤레? 돈은 안 받을게.”


손의 주인은 거구의 남자였다.


키만 봤을 때는 농구 선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남자를 힐끔 바라본 준표가 묵직한 손을 가볍게 쳐내며 입을 열었다.


“몬스터세요?”


“?”


도저히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피지컬과 피부색을 본다면, 누구라도 그같이 행동할 것이다.


“하하! 그냥 한국인입니다. 그것보다 저랑 파티 맺지 않으실래요?”


준표의 말을 농담이라고 생각한 남자가 호걸처럼 웃었다.


“사양하겠어.”


“허허,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가자고. 같이 안 가면 그쪽만 손해야.”


남자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파티를 권유했다.


하지만 몇 번을 권유해도 준표의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고맙지만, 난 혼자가 편해.”


준표는 남자에게서 가볍게 고개를 돌렸다.


“형씨! 위험하니까 몸조심해!!”


무기와 갑옷 하나 걸치지 않은 준표가 불안한 듯 멀리 떨어지는 그를 보면서도 남자가 입을 들썩였다


끝없이 들려오는 말소리에 그가 오른손을 뻗어 허공에 흔들어 주었다.


‘꽤 좋은 인간이네.’


준표는 남자의 순한 인상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나중에 크게 될 놈이야.’


수 만 년간 살아오면서 그는 이런저런 만남을 가졌었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그만큼 악한 사람도 많이 만났다.


그렇기에 준표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가 선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게이트 깊숙이 들어오니 입구에 비해 인적이 확실히 드물어졌다.


“흠 ··· 이쯤이면 되겠네.”


근처에는 사람은커녕 모래를 제외한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다.


빠르게 주변을 훑어본 그가 천천히 몸의 감각을 집중 시켰다.


-고오오오!!!


그의 격(格)에 짓눌리듯 바닥의 모래알들이 서서히 떨렸다.


하지만 인간 박준표의 몸에 들어오면서 그의 격은 예전에 비해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역시··· 얼마 안 되네···”


커다란 생수 병 밑에 남아있는 물방울.


그의 격이 딱 그 정도 남아 있었다.


어느 정도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 그가 곧바로 다음 실험을 감행했다.


몸의 감각을 끌어올리며 자신의 이빨로 엄지손가락을 물어뜯었다.


-특!


살점이 뜯기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끝에서 검붉은 피가 흘렀다.


그가 감각을 집중 시키며 피가 흐르는 엄지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러자 핏방울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그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피를 움직이는 것 정도는 가능한 듯하다.


물론 예전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그의 격이 낮아짐과 동시에, 그의 권력 또한 어느 정도 봉인 당했기 때문이다.


“쯧 ··· 이러면 곤란한데 ···”


그가 가볍게 혀를 차며 평소 습관대로 핏방울로 작은 큐브를 만들었다.


아무래도 지금 상태에서는 피를 전투에 응용하기에 한계가 있는듯하다.


잘 쳐봐야 무기를 만드는 정도?


그렇게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그때 주변에서 털 끝을 감도는 비릿함이 느껴졌다.


생선 기름이 살결에 닿는 느낌.


불안한 낌새를 느낀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인간의 피다.”


수년간 피를 다뤄온 그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어떤 피 인지.


물론 격이 낮아지면서 예전처럼 확실하게 감별하지는 못했다.


비유하자면, 코가 막힌 사람이 음식 냄새를 맡는 느낌이다.


그가 몸의 감각을 집중시켜 피의 흔적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피와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정적이 음산하게 느껴진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도착한 곳에는 처참하게 토막 난 인간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시체는 마계에서 밥 먹듯이 봤었기에, 그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간의 시체는 느낌이 다르다.


“뭐지?”


분명 인간의 피가 맞다.


하지만 인간의 피에서 느껴질 수 없는 익숙함이 시체의 피에서 묻어났다.


“이건 ···. 다른 피가 섞인 건가?”


그때였다 모래 바닥에 숨어있던 고블린 수십 마리가 그를 덮친 것은.


-휙! 휙!


그가 시체에 한눈 팔린 사이, 이곳의 주인 <사막 고블린> 들이 그를 습격한 것이다.


하지만 마계에서 살던 그를 상대로는 허술하게 짝이 없는 급습이었다.


고블린들의 어설픈 공격을 가볍게 피한 그가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했다.


“몬스터라는 게 이거야?”


온몸에 긁힌 흉터를 갖고 있는 고블린들을 보며 그가 헛웃음을 흘렸다.


“귀엽네?”


당연하지만, 마계에서 머리가 3개 달린 <케르베로스>를 애완견으로 삼던 그에게 고블린들은 한낮 인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아까 전에 봤던 남자가 더 몬스터 같았다.


“마침 잘 됐네.”

레벨업이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궁금했던 준표가 손목과 목을 까딱거리며 몸을 풀었다.


"너희들 피 ···. 내가 가져가마.”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장’이라는 기대감에 그의 몸이 들썩였다.


-고오오!!


지축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그의 몸에서 소량의 핏빛 오라가 흘러나왔다.


[1차 개화 특성 : ‘공허 (B)’ 발동]


[공허가 피를 갈망합니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해요! (꾸벅)

오늘 다시 보니까 오탈자가 좀 있더라구요 ...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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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E급 게이트) +4 21.05.14 606 14 10쪽
3 2화 (먼저 씻을게요) +2 21.05.13 812 16 8쪽
2 1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데 ...) +8 21.05.12 1,252 23 11쪽
1 [프롤로그] +6 21.05.12 1,336 4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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