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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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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7.07 10:0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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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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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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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8화 마녀의 사랑(3)

DUMMY

부명화를 생각하자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세옥을 도와주었다.

“무림인들은 서생의 배를 갈라서라도 내단을 꺼내가려고 할 거예요.”

내 배를 가른다고? 어이가 없다.


세옥은 아향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문득 마왕퇴에서 그녀와 함께 고생을 하던 일이 떠올랐다.

“주무세요.”

아향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향은 어떻게 할 거야?”

“난 지붕위에 있을 거예요.”

“왜?”

“무림인들이 습격해 올지 모르잖아요? 쉬세요.”

아향이 지붕위로 신형을 날렸다.

‘나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은 모양이네.’

세옥은 가게로 들어왔다.


방에 들어가서 잘까하다가 주방으로 들어가 만두를 삶았다.

“저 계집은 누구예요?”

마녀 상아가 물었다

“적의군 군관······.”

“서방님 보는 눈빛이 음침하던데요?”

“자꾸 목소리로 나한테 말하지 말고 본 모습도 좀 보여 봐.”

“그게 쉬운지 알아요?”

“그럼 나는 마녀의 본 모습을 평생 볼 수 없는 거야?”

“알았어요. 잘 때 보여주면 되죠.”

“진짜?”

“네. 보여 드릴게요. 그 여자 갖다 줄 거죠?”

“나를 위해 고생하니 갖다주어야지.”

세옥은 만두와 술병을 들고 지붕으로 올라갔다.


아향은 지붕위에 앉아서 별이 빼곡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

술과 만두를 가지고 온 것을 보고 아향이 깜짝 놀랐다.

“시장할 텐데 좀 먹어봐. 내가 잘 하는 게 요리야.”

세옥이 젓가락을 건네주었다.

“자상하기도 하셔라.”

아향이 만두 하나를 집어서 입에 넣고 눈이 커졌다.

“맛이 엄청 좋아요.”

아향이 허겁지겁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목이 메지 않게 술도 한 모금 마셔.”

세옥이 술병을 건네주었다.

“같이 앉아 먹어요.”

“나는 술이나 한 모금 마시지.”

세옥은 아향의 옆에 앉았다.

아향이 호리병의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세옥에게 건네주었다.


세옥이 술을 마시고 아향에게 주었다.

“황후마마는 왜 나를 도와주시는 거지?”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황후마마가 여기도 다녀가셨나?”

“네. 대량성으로 가는 건 어때요?”

“대량성으로?”

“대량성에 있으면 황후마마가 여기까지 오지 않으셔도 되잖아요?”

세옥은 대답을 하지 않고 유성이 긴 꼬리를 만들면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대량성에는 그의 만두가게가 두 개나 있다.


*


그림에서 걸어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림과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세옥에게 사뿐사뿐 걸어왔다.

손에는 비파를 들고 세옥을 향해 생긋 웃는다.


‘누가 마녀가 아니랄까봐 요사스럽기는······.’


세옥은 속으로 굼시렁댔으나 얼굴에는 하나 가득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내 너의 얼굴을 잊지 않으리라.’

세옥은 손수 술을 따라서 한 모금을 마셨다.

천하에 다시 보기 어려운 미인이다.


마녀가 다소곳이 절을 했다.

‘좋을시고.’

세옥은 무릎을 쳤다.

꿈인들 싫을까.

미인이 있고 술이 있는데.


“서방님께 한 곡 올릴까요?”


마녀가 눈웃음을 쳤다.

“부탁하오.”

세옥이 미소로 화답했다.

마녀가 비파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산이 높고 물이 맑은 요지(瑤池)에

한 낭자가 살고 있었네.

얼굴은 단정하고 마음씨 곱도다.

눈썹은 길고

눈은 귀밑머리를 향하고

코는 오똑

입은 자그만하니 미인 중의 미인이다.


세옥은 웃으면서 무릎을 쳤다.

약간의 콧소리까지 섞여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마녀는 노래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혀는 향기롭고 부드러우며

귀는 그중에서도 제일 붉고 윤태 나네.

월나라 서시(西施)보다 아름답고

문장은 문강(文姜)을 능가하네.


목은 백옥 같고

머리는 구름송이 같고

눈썹은 그린 듯하며

손은 봄날 죽순 같고

젖가슴은 포근포근


허리는 호리호리하고

발은 꼭 싸매 맵시 좋으니

다른 것은 더 묻지 않아도 알 만하더라.


세옥은 유쾌하게 웃었다.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간드러지기 짝이 없었다.

“어때요?”

노래를 마친 마녀가 세옥의 앞에 와서 앉았다.

“아름다워. 마녀가 아니라 천상의 여자야. 선녀야······.”

세옥이 술을 한 잔 따라주었다.


마녀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좋아요?”

마녀가 활짝 웃었다.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화사한 웃음이다.

“좋아.”

“나도 좋아요.”

마녀가 세옥의 무릎에 와서 얹었다.

“에그 예뻐라.”

세옥은 마녀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


날이 밝았다.

창밖에서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세옥은 온 몸이 나른했다.

기분좋은 피로감이 느껴졌다.

어젯밤에 마녀와 꿈결 같은 사랑을 나누었다.

“서방님.”

마녀가 세옥의 귓전에 속살거렸다.

달콤하다.

“응?”

마녀는 보이지 않았으나 이제는 그녀가 자신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


귓전을 울리는 그녀의 노랫소리.

꽃잎처럼 부드러운 입술.

그녀의 뜨거운 숨결······.


모든 것이 너무나 생생했다.

“무공을 연마하실래요?”

“무공?”

세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천 년 동안 마왕퇴에 봉인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무공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것이다.

“용의 내단을 내력으로 흡수하려면 내공을 먼저 연마해야 돼요.”

“할 수 있어?”

“호호. 나는 천 년 전의 무림에서 최고의 명성을 떨친 마녀예요. 아침을 드시고 뒷산의 대나무숲으로 가요.”

“나를 보호하려는 감시자들은 어떻게 하고?”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세옥은 아침을 먹고 마을 뒷산에 있는 대나무숲으로 갔다.

마녀는 대나무숲에서 흰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의복이 지금과 다르네. 월나라 때 의상인가?


월(越)나라는 이미 천 년 전에 멸망했다.

“서방님, 춤 한 곡을 감상해 보세요.”

“좋지.”

세옥이 무릎을 쳤다.

마녀가 너울너울 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나무 가지 하나를 들고 춤을 추는데 수양버들이 바람에 나부끼듯 한들한들 움직였다.


검무(劍舞)로구나.


세옥은 마녀가 춤을 추는 것을 보았다.

마녀는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회전을 하는 모습이 한 마리 새 같았다.


마녀는 갑자기 허공으로 솟아오르고, 찌르고, 베고, 여러 바퀴를 회전했다.

이내 마녀가 옷자락을 표표히 날리면서 날아내렸다.

그 뒤에 대나무 잎사귀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어때요?”

마녀가 화사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아름답소.”

세옥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무공은 내공을 먼저 배워야 돼요. 정좌를 하고 단정하게 않으세요.”

세옥은 대나무숲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마녀는 내공을 연마하는 법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단전으로 숨을 쉬는 법,

들숨과 날숨,

토납법을 설명했다.


“무릇 천하가 상생하는 것은 음양의 조화이니 모든 무공 또한 음양으로 인하여 비롯된다 할 것이다. 생(生)과 사(死)의 원천이 우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는 풀잎에 맺힌 작은 이슬방울 하나에도 존재하고, 들판에서 자라는 이름없는 들꽃에도, 허공에 떠도는 티끌 같은 먼지 하나에도 존재한다. 하늘의 천기(天氣)와 땅의 지기(地氣)를 받아들여 단전(丹田)으로 모으고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내공심법의 기초가 되는 원리였다.

원리를 헤아리고 단전에서 기를 모으는 작업이 내공심법이었다.

오로지 일체의 잡념을 없애고 무아의 경지에 빠져들어야 했다.

“심유일원(深幽一元)··· 청유일원(淸幽一元)···흑유일원(黑幽一元)······.”

세옥은 구결을 외면서 내공 연마를 시작했다.


마녀는 세옥에게 자신이 무공을 배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녀는 월나라 출신이라고 했다.

전국시대 말기 오나라와 월나라가 전쟁을 벌였다

오나라는 병법의 대가인 손자와 춘추전국시대 최고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오자서의 활약으로 월왕 구천에게 항복을 받고 오나라로 끌고 갔다.


월왕 구천은 10년 동안 와신상담하다가 석방되자 월나라로 돌아와 복수를 꿈꾸게 되었다.

이에 군사를 훈련시키기 위해 무림고수 남림처녀를 회계산에서 모셔왔다.

남림처녀는 범려의 간곡한 청을 받아들여 하산했다.

남림처녀는 군사들의 훈련을 시켰고, 월왕 구천은 10년을 준비하여 오나라를 공격하여 멸망시켰다.


범려와 함께 문종은 공신이었으나 간신들의 모함을 당해 죽었다.

이때 남림처녀도 간신들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남림처녀는 부상을 당해 군사들에게 쫓기다가 시골소녀 상아의 집에 이르렀다.

간신들은 남림처녀를 숨겨준 마녀의 일가까지 몰살시켰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상아는 남림처녀가 남긴 비급의 검법을 배워 간신들을 찾아다니면서 모조리 살해했다.

상아가 살해한 자들이 너무나 많아 월나라는 피바람이 불었다.

“얼마나 죽였어요?”

“월나라 대부(大夫, 대신)들 대부분······.”

상아는 월나라 도읍 회계(會稽)를 공포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왜 그렇게 많이 죽였어요?”

“왕이 문종을 죽이려고 하자 회계에 주구(走狗)들이 들끓었어요. 아부하고··· 침묵하고··· 그들에 빌붙어서 충신인 문종과 범려를 비난하고······.”

문종과 범려는 월왕 구천이 오나라에 끌려갔을 때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 왕에게 충성을 했다. 그런데 왕이 싫어한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문종과 범려를 비난했다.


상아는 그들이 너무 추악하다고 했다.

“주구들?”

“왕에게 아부하는 자들이요. 그들로 인해 월나라가 썩었어요. 존재할 가치가 없어요.”

상아의 말에 세옥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아는 월나라를 멸망하게 이끌었다.


*


백경천은 익주에서 집으로 돌아오자 부인 탁문정이 가지고 온 차부터 한 잔 마셨다.

마왕퇴에서 나온 비급을 읽어야 하는데 전부 고문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도 우문호를 통해 비급을 얻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제 용의 내단만 손에 넣으면 되는데······.’


용의 내단을 갖고 있는 자는 서생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게 비급이에요? 마왕퇴에서 나온······.”

탁문정이 비급을 살폈다. 탁문정도 무림고수였다.

“고문으로 되어 있어서 우리는 읽을 수 없소.”

“그러네요. 어떻게 할 거예요?”

“고문을 읽을 수 있는 자를 찾아야지.”

“재상.”

그때 변하방 방주 탁석인이 대청으로 들어왔다. 그는 탁문정의 오라버니다.

“방주······.”

백경천은 탁석인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추설을 찾았습니다.”

추설은 백경천의 딸이다.


그의 집에서 일을 하던 여종을 백경천이 유린하여 낳은 딸이다.

여종의 딸이었기 때문에 탁문정으로부터 학대를 받았다.

“어디 있다고 합니까?”

“적산에 있다고 합니다.”

“적산이라면 붉은 산?”

적산(赤山)은 사방이 온통 붉은 흙으로 덮여 있는 황량한 산이다.

그 일대 수십 리 안에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고 독충과 늑대만 우글거린다고 했다.


탁문정이 눈살을 찌푸렸다.

계집애가 어쩌다가 그런 곳까지 갔을까.

“그렇습니다.”

“거기서 무얼하고 있답니까?”

“백도교 교령 천태산의 비급으로 무공을 연마하고 있다고 합니다.”

“천태산이 살아있다고 합니까?”

백경천은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놀랐다.


탁문정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추설이에게 당해 장님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계집애에게 당해? 천태산은 무림맹주 시진국의 동문 사형이기도 했다.

“추설이는······.”

“그 게집애가 살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살성이요?”

살성(殺星)이라니. 그렇다면 무시무시한 살인자가 되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 일대에서 닥치는대로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합니다. 백도교의 무공을 전부 익힌 것 같습니다.”

백도교의 무공은 살인적이다. 무림인들은 백도교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다.

“그렇다면 데리고 와야겠군.”

“계집애가 제 어미 죽은 것을 알고 있지 않을까요?”

탁문정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추설의 어머니, 여종을 살해한 것이 탁문정이었다.

“계집애는 모를 거야. 어릴 때의 일이니까.”

“몽이를 보내지요.”

탁석인이 말했다. 몽이는 여종이지만 무공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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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마녀의 사랑(5) 24.05.07 219 0 13쪽
69 69화 마녀의 사랑(4) 24.05.06 189 0 12쪽
» 68화 마녀의 사랑(3) 24.05.05 206 0 12쪽
67 67화 마녀의 사랑(2) 24.05.04 198 0 12쪽
66 66화 마녀의 사랑(1) 24.05.03 200 1 12쪽
65 65 천 년 전의 여자(5) 24.05.02 208 1 12쪽
64 64 천 년 전의 여자(4) 24.05.01 191 1 11쪽
63 63화 천 년 전의 여자(3) 24.04.30 189 0 11쪽
62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24.04.29 202 0 12쪽
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209 0 13쪽
60 60 마왕퇴의 비밀(10) 24.04.27 205 0 12쪽
59 59 마왕퇴의 비밀(9) 24.04.26 206 0 12쪽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199 0 12쪽
57 57 마왕퇴의 비밀(7) 24.04.24 201 0 12쪽
56 56 마왕퇴의 비밀(6) 24.04.23 200 0 12쪽
55 55화 마왕퇴의 비밀(5) 24.04.22 201 0 12쪽
54 54화 마왕퇴의 비밀(4) +1 24.04.21 206 1 11쪽
53 53화 마왕퇴의 비밀(3) 24.04.20 205 1 11쪽
52 52화 마왕퇴의 비밀(2) 24.04.19 202 1 11쪽
51 51화 마왕퇴의 비밀(1) 24.04.18 210 1 13쪽
50 50화 현무도원(5) 24.04.17 205 2 13쪽
49 49화 현무도원(4) 24.04.16 204 1 13쪽
48 48화 현무도원(3) 24.04.15 212 2 12쪽
47 47화 현무도원(2) 24.04.14 212 2 13쪽
46 46화 현무도원(1) 24.04.13 225 2 13쪽
45 45화 용의 내단(5) 24.04.12 231 2 12쪽
44 44화 용의 내단(4) 24.04.11 210 2 11쪽
43 43화 용의 내단(3) 24.04.10 218 2 12쪽
42 42화 용의 내단(2) 24.04.09 22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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