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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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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7.04 10: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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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9,996

작성
24.05.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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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6화 마녀의 사랑(1)

DUMMY

연방은 탁자를 닦다가 손님들의 이야기에 흠칫했다.

그들이 서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잖아도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흑암산이 무너졌다고 이야기를 하여 궁금하던 참이었다.


우리 서방님이 죽었다고? 아니야 그럴리 없어.


연방은 두 다리에 맥이 풀리는 것 같았으나 황급히 주방으로 돌아왔다.

주방에서 주여랑과 채령이 만두를 빚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그러는데 서방남이 죽었대.”

연방의 속삭이듯이 낮게 말했다.

채령과 주여랑이 놀라서 쳐다보았다.

“무. 무슨 소리야?”

채령이 더듬거리면서 물었다.

세옥이 죽었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서방님이 현무도원에 가셨잖아? 현무도원 뒤에 마왕퇴라는 무덤이 있는데 거기 올라갔다가 산이 폭발해 죽었을 거래.”

“아니야. 그럴리 없어.”

채령이 고개를 흔들었다.

“누가 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주여랑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현무도원까지는 30리길이 넘는데······.”

채령이 고개를 흔들었다.

“말을 타고 가면 되지.”

연방의 말이다.

“누가 말을 탈 줄 알아?”

“내가 말을 탈 줄 아는데······.”

주여랑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녀도 세옥이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가 죽으면 그녀들의 운명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럼 언니가 가봐요. 음식도 챙기고 옷도 준비해 가지고······.”

“말은?”

“내가 시장에서 빌려올게요.”

“해가 기울고 있는데.”

“날이 저물면 자고 돌아오면 되죠. 나는 시장에 말 빌리러 갈게요.”

연방이 만두가게를 나갔다.

연방은 말보다 행동이 더 빠르다.

주여랑은 우두커니 거리를 내다보다가 서둘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서방님··· 서방님······.”


간드러진 목소리였다.

온 몸이 쑤시고 아픈데 어디선가 애교가 가득한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세옥은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죽은 것인가 살아 있는 것인가.

머리가 어지러웠다.


“서방님······.”


노래하듯이 부르는 목소리였다.

나를 부르는 소리인가?

간신히 눈을 뜨자 흙탕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흙탕물이 흘러 내려가는 내린천이다.


그리고 갈대숲······.


뭐냐? 내가 왜 갈대숲에 쓰러져 있는 거야?

몸도 허리 아래가 물에 잠겨 있었다.

“물가로 나오세요.”

상냥한 목소리가 햇살처럼 귓전을 간지럽혔다.

세옥은 목소리에 이끌려 엉금엉금 기어서 물가로 나왔다.

급류로 뛰어내렸는데 내가 죽지 않고 산 것인가?

온 몸이 부서질 듯이 아픈데.

세옥은 물가로 나오자 비로소 사방을 살폈다.


흑암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내린천이었다.

물살이 콸콸대고 흐르는 것이 보였다.

세옥은 비로소 자신이 급류로 몸을 던졌는데 살아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흑암산이 보였다.

가운데 여산봉은 무너져 내리고 양쪽의 봉우리가 마주보고 우뚝 서 있었다.


‘여산봉이 사라졌네.’


세옥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호호. 마녀퇴가 사라졌으니 당연하죠.”

“누가 이렇게 자꾸 떠들어대?”

사방을 둘러보아도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또렷한 목소리가 떠들어대고 있는데. 내가 환청을 듣고 있는 것인가.

세옥은 혼란스러웠다.

“서방님 부인이요. 호호.”

“누구야? 대체······.”

“부인이라니까요. 입까지 맞추고··· 사랑도 했으민셔······.”

입을 맞췄다고? 설마 마왕퇴의 그 마녀?

“어디서 떠들고 있는 거야?”

세옥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저는 어디에나 있어요.”

“보이지도 않는데······.”

“서방님 가슴이요.”

“내 가슴?”

세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제 정신이 아니구나. 헛소리가 다 들리고······.


물가에 나와 앉자 자신의 꼴이 험하고 몸의 여러 곳에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목소리가 끊임없이 웃고 떠들며 속살거리고 있었다.


세옥은 수양버들에 기대앉았다.

옷도 완전히 흙투성이였다.

‘급류에 어디까지 떠내려 온 거야?’

20리는 족히 떠내려 왔을 것 같았다.

마왕퇴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마녀와의 사랑······.


꿈인가? 환상인가.

그런데 느낌이 너무 확실했다.

그녀의 거친 숨결.

부드러운 입술과 풍만한 가슴.

그녀와 사랑을 나눈 일이 너무나 생생했다.


아향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우문호는 완전히 비열한 작자야.’

우문호를 생각하자 얼굴이 찡그려졌다.

호일도도 수상하고 사마염도 음침해서 싫었다.

도복을 입은 장전일은 왔다.

그들 중에 누가 죽고 누가 살았을까.


‘아향이 물에 휩쓸렸으니······.’


세옥은 아향의 생사가 걱정이 되었다.

‘벌써 해가 지고 있네.’

어둠이 내리면 밖에서 밤을 보내야한다.

배도 고팠다.

기운이 없어서 걸음을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서방님.”


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완전히 실성을 했구나. 여자의 소리가 들리니.

마왕퇴에서 이상한 짓을 하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시체와 입을 맞추고······.

내가 귀신에게 홀린 것인가?

입을 맞추어야 마왕퇴에서 나갈 수 있다고 하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입을 맞췄는데.

“서방님.”

“왜 자꾸 불러대는 거야?”

“부인이 부르는데 왜 신경질을 내요?”

“너 마녀지?”

“맞아요. 마녀예요. 마녀라서 싫어요?”

세옥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마녀의 악귀가 달라붙어 있는 기분이었다.

“마녀가 왜 나한테 달라붙는 거야?”

“호호. 우리 혼인했잖아요?”

“마녀가 술수를 부린 거지? 이 요녀(妖女)야.”

세옥은 짜증이 났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호호. 요녀 좋다. 마녀보다 요녀라고 불러줘요.”

“요사스러운 게 뭐가 좋아?”

“요녀의 요(妖)자는 도깨비 요(妖)자라고 하지만 아리따울 요(妖)자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요녀는 아리따운 여자라는 뜻이라고요. 호호.”

“무슨 억지야?”

“아무튼 나는 서방님 부인이에요. 이제 서방님과 동행할 거예요.”

세옥은 자신이 마녀라고 불리는 여자의 악귀가 씌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말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세옥은 달려오는 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말을 타고 달려온 사람은 뜻밖에 만두가게의 주여랑이었다.

세옥이 그녀를 보고 벌떡 일어섰다.

“워!”

세옥을 발견한 주여랑이 급히 말을 세웠다.

“서방님.”

주여랑이 반색을 했다. 세옥이 그녀를 안아서 말에서 내려주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서방님이 산에서 죽었다고 해서 확인하러 가는 길이에요.”

주여랑의 말에 세옥은 웃음이 나왔다.

“누가 그런 말을 해요?”

“가게에 손님으로 온 사람들이 말하는 걸 연방이 들었어요.”

“벌써 거기까지 소문이 났나?”

“누가 산을 폭파시켰대요.”

산을 폭파했다고? 그자는 우문호라는 놈이다.

“몸은 괜찮으세요?”

주여랑이 세옥을 이리저리 살폈다.

“좀 어지럽기는 해도 크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아요. 배가 고프기는 하네.”

“음식을 싸왔어요.”

“잘 됐네. 우선 좀 먹읍시다.”

“여기서요? 오다가 보니까 가까운 곳에 폐가가 있었어요. 옷도 갈아입어야 하니까 그리로 가요. 인근에 민가는 없어요.”

날이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어둠이 내린 길에서 지낼 수는 없다.

세옥은 주여랑과 함께 폐가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후후. 서방님, 오늘 합방하는 거예요? 신난다.”


마녀의 목소리가 또 세옥에게 속살거렸다.

‘이 마녀가······.’

세옥은 등줄기가 서늘해져 왔다.


*


한 떼의 말이 객잔을 지나 관도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호일도가 마차를 경호하고 있었다.

재상 백경천이 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도읍인 대량성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호일도는 자신의 청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삿갓을 깊이 눌러 썼다.

재상의 행차를 조사할 군사나 무림인은 주나라에 없을 것이다.

‘재상놈이 여기까지 왔을 줄이야.’

사마염은 관도를 바라보면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놈을 습격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그는 객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객잔에 우문호가 머물고 있었다.

‘놈이 재상과 손을 잡고 있었어.’

우문호에게 분노를 느꼈다. 금의군 출신이 재상과 손을 잡다니. 놈을 살려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왕퇴에서 우문호 때문에 죽다가 살아났다.

쏟아지는 바윗돌, 거센 급류······.

기적적으로 살아나오자 우문호를 반드시 죽일 것이라고 결심했다.

게다가 황후가 사살령을 내렸다.

놈에게 무림비급도 있었다.

‘살려두면 방해물만 될 거야.’

원래는 재상인 백경천을 죽여야 했다.


아버지 사마독의 적인 백경천을 죽이면 면이 살뿐만 아니라 칭찬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백경천은 변하방이 호위하고 있었다.

그가 직접 나타났으니 어떤 고수를 데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변하방(汴河幇)의 방주 오혁련(吳赫煉).


신비막측한 인물이면서 변하를 오가는 수많은 조운선(漕運船)을 장악하고 있다.

조운선을 통해 거두어들이는 막대한 자금, 인력······.

대량성의 어두운 지하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세력 중 하나다.

금룡방(金龍幇)과 함께 대량성의 양대 세력이다.

금룡방은 전방(錢房)과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다


금룡방의 방주 탁왕손(卓王孫).


고리대금을 하는 전방과 도박장을 장악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 그는 부를 위주로 무사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때 우문호가 부하들을 거느리고 객잔에서 나왔다.

객잔 앞에 사마염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을 보고 흠칫했다,

“흐흐. 살아서 나왔구나.”

우문호가 음침하게 웃었다.

“비열한 놈!”

사마염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뽑아라!”

우문호가 먼저 검을 뽑았다.


“하앗!”


우문호가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객잔 앞을 오가던 행인들이 놀라서 분분히 뒤로 물러섰다.

“너 따위가 감히!”

사마염도 허공으로 신형을 솟구쳤다.


사아아악--.


우문호의 검이 사마염을 베어왔다. 날카로운 검기가 쇄도해 왔다.


“흥!”


사마염은 코웃음을 치면서 검을 맞받아쳤다.

검과 검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검이 빛살처럼 빨랐다. 둘이 모두 무림 3대 공자로 불린다. 그들은 쾌속하게 찌르고 베면서 순식간에 허공에서 여러 초식을 겨루었다.

구경을 하던 군중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우문호도 만만치 않네.’


사마염의 시동무사 청명이 감탄했다. 그가 보기에도 우문호의 검초식이 패도적이었다.


‘무림맹주의 아들이라 다르구나.’


우문호의 부하 고천범은 사마염의 검세를 보고 입을 벌렸다.

무림맹주 사마독은 무림의 정파와 사파를 아울러 무림맹을 결성했다.

일부 방파나 문파, 세가는 가입하지 않았어도 대부분의 문파를 무림맹 깃발 아래 두었다.

검법과 장법 모두 출중하다.

맹주의 진전을 이어받은 사마염이다.


무슨 검법이지?


고천범은 사마염의 검법을 본 일이 없는 것 같았다.

“이얏!”

사마염의 검이 우문호의 머리를 내리쳐왔다.

“하앗!”

우문호가 기합을 토하면서 옆으로 비켰다.

물 흐르는 것처럼 빨랐다.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었다.

“사마염, 네놈이 맹주의 위세만 믿고 날뛰었지? 오늘 버릇을 고쳐줄 것이다.”

우문호가 검을 위에서 사선으로 그었다.

그의 검에서 검기가 일어나면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날렸다. 우문호가 검에 내력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으음.”

사마염이 짧게 신음을 토하면서 허공으로 솟아올라 검을 휘둘렀다.


번쩍--!


그의 검에서 매서운 검기가 일어나 우문호를 향해 쇄도해 갔다. 사마염도 내력을 바짝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놈! 맹주 아들이라는 놈이 겨우 겨우 이 정도냐?”

우문호가 공격을 하면서 비아냥댔다.

“하하. 금의위라고 설친 놈은 누구냐?”

사마염이 잇달아 공세를 전개했다. 검세를 펼치면서 떠드는 것은 상대방의 기를 꺾기 위한 것이다.

“죽어랏!”

우문호의 공세가 더욱 사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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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화 마녀의 사랑(1) 24.05.03 199 1 12쪽
65 65 천 년 전의 여자(5) 24.05.02 208 1 12쪽
64 64 천 년 전의 여자(4) 24.05.01 191 1 11쪽
63 63화 천 년 전의 여자(3) 24.04.30 187 0 11쪽
62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24.04.29 201 0 12쪽
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208 0 13쪽
60 60 마왕퇴의 비밀(10) 24.04.27 204 0 12쪽
59 59 마왕퇴의 비밀(9) 24.04.26 205 0 12쪽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198 0 12쪽
57 57 마왕퇴의 비밀(7) 24.04.24 200 0 12쪽
56 56 마왕퇴의 비밀(6) 24.04.23 199 0 12쪽
55 55화 마왕퇴의 비밀(5) 24.04.22 200 0 12쪽
54 54화 마왕퇴의 비밀(4) +1 24.04.21 205 1 11쪽
53 53화 마왕퇴의 비밀(3) 24.04.20 203 1 11쪽
52 52화 마왕퇴의 비밀(2) 24.04.19 201 1 11쪽
51 51화 마왕퇴의 비밀(1) 24.04.18 209 1 13쪽
50 50화 현무도원(5) 24.04.17 204 2 13쪽
49 49화 현무도원(4) 24.04.16 203 1 13쪽
48 48화 현무도원(3) 24.04.15 211 2 12쪽
47 47화 현무도원(2) 24.04.14 210 2 13쪽
46 46화 현무도원(1) 24.04.13 223 2 13쪽
45 45화 용의 내단(5) 24.04.12 229 2 12쪽
44 44화 용의 내단(4) 24.04.11 208 2 11쪽
43 43화 용의 내단(3) 24.04.10 216 2 12쪽
42 42화 용의 내단(2) 24.04.09 221 2 12쪽
41 41화 용의 내단(1) +2 24.04.08 229 2 12쪽
40 40화 무림맹주(5) 24.04.07 211 2 11쪽
39 39화 무림맹주(4) 24.04.06 21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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