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28 10:0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2,188
추천수 :
121
글자수 :
657,459

작성
24.04.22 10:00
조회
181
추천
0
글자
12쪽

55화 마왕퇴의 비밀(5)

DUMMY

손삼랑은 지붕에서 목간통을 내려다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지붕위의 고양이를 쫓으라고? 손삼랑은 지붕위에 있는 고양이··· 하다가 고양이가 자신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내가 지붕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무공도 못하는 서생이······.


손삼랑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딱 벌렸다.

젠장, 피해야겠네.

손삼랑은 재빨리 옆집의 오동나무로 신형을 날렸다.

만두가게에서 여자가 나와 지붕을 쳐다보았다.

“고양이가 어디 있다고··· 아무 것도 없는데······.”

여자가 투덜거리면서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하하. 내가 졸지에 고양이가 되었구나.


손삼랑은 오동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만두가게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만두가게에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손삼랑은 만두가게를 쳐다보다가 앞집 가게로 들어갔다.

그 집도 만두를 팔고 있었다.


‘만두가게가 서로 마주보고 있네.’


손삼랑은 만두를 먹으면서 세옥의 만두가게를 지켜보았다.

세옥은 목욕을 마친 뒤에 가게에서 여자들을 돕고 있었다.

장작도 패고 야채도 다듬었다.

여자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었다.


사내자식이 계집애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고 있네. 쯧쯧······.


손삼랑은 추녀밑에서 혀를 찼다.

세옥이 한심해 보였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점점 잿빛으로 흐려지고 있었다.

그때 아향이 왔다.

“서생은 뭘하고 있어?”

“계집애놀이 하고 있어.”

“계집애놀이?”

“완전히 계집애야. 여자들하고 수다를 떠는데 장난이 아니야.”

손삼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향은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너 남장이 잘 어울린다. 사내라고 그래도 되겠어.”

손삼랑이 아향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수염만 달면 여자를 후려도 되겠어.”

“뭔소리야?”

아향이 눈을 흘겼다.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손삼랑과 아향은 삿갓을 쓰고 만두가게를 지켜보았다.

걸인 모녀가 누더기를 뒤집어쓰고 손삼랑의 옆에 와서 비를 피했다.

손삼랑은 걸인들의 더러운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걸인들이 쭈뼛거리면서 만두가게로 들어갔다.

“장사도 안 되는데 왜 더러운 몰골을 들이밀어? 재수없으니까 꺼져!”

만두가게 주인이 사납게 걸인들을 쫓아냈다.


걸인들은 앞집 만두가게로 갔다.

그들은 동냥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이는 7, 8세 정도 되어 보였는데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때 만두가게에서 여자가 나오더니 걸인들에게 만두를 주었다.

걸인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저 만두가게는 걸인들을 구박하지 않네.’


세옥의 만두가게가 인심이 후하다는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다.

조금 후에 세옥이 나오더니 놀라서 여자 걸인과 무엇인가 이야기를 했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세옥은 여자와 아이를 데리고 만두가게로 들어가려고 했고, 여자는 뿌리치고 빗속으로 뛰어가려고 했다.

세옥이 무엇인가 소리를 질렀다.

여자 걸인이 울음을 터트렸다.

여자가 울자 아이도 울음을 터트렸다.

“서생놈이 왜 걸인을 괴롭혀?”

아향이 분개하여 세옥을 노려보았다.

“세옥아.”

여자가 세옥을 와락 끌어안았다.


*


뚱뚱한 여자 걸인은 명주현의 왕초 거지 모화였다.

모화는 세옥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 옛날의 그 거지 새끼라고?

거지가 어떻게 만두가게를 해?

그의 어린 얼굴도 뚜렷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여자 아이와 남매처럼 같이 다녔는데······.

“여자 애는?”

모화가 더듬거리면서 물었다.

“완아 누이?”

여자 애의 이름이 완아였던가? 그 아이의 얼굴이 가물가물했다.

“죽었어요. 그 해 겨울에······.”

세옥의 눈에 슬픔이 가득해졌다.

두 눈에 눈물이 맺힌다.


모화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세옥을 만나고 헤어졌던 일이 한낱 꿈결 같았다.

그리고 나는······.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꿈인가 현실인가.

태어났을 때, 아니 기억이 아슴한 어린시절 이미 걸인이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걸인이었다. 계집애라서, 힘이 없는 걸인이라서, 남자들이 함부로 때리고 치맛자락을 들쳤다.


아이도 낳았다.

그 아이도 걸인이었고, 며칠 살지 못하고 죽거나 몇 년을 살다가 죽기도 했다. 그녀의 생은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옥과 완아가 떠난 뒤에 그녀도 명주현을 떠나 떠돌았다.

이제는 자신이 죽을 차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옥을 만난 것이다.

자신의 남루한 인생에서 잠깐 스쳐간 아이가 어른이 되어.

“소소 엄마. 얘 좀 씻겨주세요.”

세옥이 주여랑에게 말했다.

모화가 데리고 온 아이는 눈이 똘방똘방했다.

“얘는 이름이 뭐야?”

“없어.”

모화가 고개를 흔들었다.


거지로 살아가는데 이름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모두 거지년이라고 불렀다.

거지년.

엄마도 거지 딸도 거지.

“이름이 없어?”

“그냥 애기야.”

모화는 딸을 애기라고 불렀다.

“애 아버지는?”

모화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두운 밤에 스쳐 간 남자.


그도 거지였다.

“내가 이름을 하나 지어주어야겠네.”

세옥이 엷게 웃었다.

세옥은 만두가게 잘 되자 몇 번이나 명주현에 가서 모화를 찾았다. 그와 완아가 굶주리고 있을 때 모화가 자신의 젖을 먹여주었었다.

우리는 짐승의 시대를 살았어.

명주현에서 완아와 지낸 생각을 하자 가슴이 아팠다.


여자들이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아이와 모화를 쳐다보았다.

주여랑이 모화와 아이를 데리고 가서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다.

세옥은 여자들에게 모화와의 관계를 얘기해 주었다. 자신이 한나라의 황자 출신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서방님, 부인 삼을 거예요?”

연방이 물었다.


이놈의 철딱서니없는 계집애. 오로지 그 생각뿐이냐?


세옥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여자들도 덩달아 웃으면서 묘한 표정이 되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그야 서방님 마음이죠.”

“같이 잘 지낼 수 있겠어?”

“나하고 합방을 해주면요. 히히······.”

연방이 웃음을 깨물었다.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늘 천방지축이라 연방 때문에 여자들이 자주 웃었다.

여자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세옥은 비가 오는 거리를 내다보았다.

비가 오고 있어서 가게에 손님이 많지 않았다.

모화를 만나려고 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나.

기쁘고, 슬프고, 안타까웠다.

아이를 보자 통곡을 하고 울고 싶었다.


세옥은 모화의 딸에게 연춘(燕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제비 연(燕)자를 써서 봄의 제비라는 뜻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속명은 제비로 부르기로 했다.

제비는 아픈 곳이 없었으나 모화는 오장이 상한 곳이 많았다.


연방에게 처방전을 써주어 약을 사다가 달여 먹이게 했다.

“그럼 합방해 주는 거예요?”

연방이 생글거리고 웃었다.

“아이고, 이놈아. 합방 못해 죽은 귀신이 환생한 거냐?”

세옥은 너털대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어떻게 합방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거냐?


*


비가 저녁때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가 굵지는 않다.

그래도 보슬비에 옷 젖는지 모른다고 가만히 서 있자 한기가 느껴졌다.

아향은 손삼랑과 함께 삿갓을 쓰고 세옥의 만두가게를 바라보았다.

“거지 모녀가 나오지를 않네.”

손삼랑이 투덜거렸다.

하루종일 만두가게를 지켜보자 지루했다.

“우문 오라버니는 뭘하고 있어?”

손삼랑이 물었다.

우문 오라버니는 우문호로 아향의 정혼자다.

조광윤이 도성으로 돌아오면서 금의위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지방이나 변경으로 가게 될 것이다.


시영의 무공을 모두 전수받아 시영이 청출어람이라고 칭찬했었다.

장차 장군에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금의위에 있겠지.”

우문호를 생각하자 긴장이 되었다. 그는 청년 무림인들중 손가락에 꼽힌다. 오로지 무공 수련에만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아향을 볼 때마다 잔소리를 하려고 했다.

마치 어린 동생을 다루듯이.


아향이 동생이기는 했다.

우문호의 어머니가 큰이모고. 우문호는 이종사촌 오빠였다.

어머니가 병에 걸려 임종할 때 우문호의 손을 잡고 장래를 당부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향이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우문호는 어머니에게 굳게 다짐했다.


아향은 어릴 때부터 그를 정혼자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혼례를 올리고 부부가 되는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언제 혼인할 거야?”

“폐하께서 환후중인데 어떻게 혼인을 해?”

황제가 앓아누워 혼인은 미루어졌다.


향은 어쩐지 안도감이 들었다.

마치 포승줄에 묶여 있다가 풀려난 기분이었다.

혼인을 하여 한 남자에게 얽매여 있는 것보다 강호를 자유롭게 유랑하고 싶었다.


그때 현무도원의 수련무사 정삼과 황우가 만두가게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 작자들은 왜 왔어?”

이향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누군데?”

“우리 방 동료들이야.”

“남자들하고 같은 숙소를 쓰고 있어?

“후후. 곰탱이들이라 내가 여자인지 몰라. 한 사람만 빼고는.”

“누가 알아?”

“서생······.”

아향의 눈가에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를 등에 업고 뛰고, 그의 등에 업혀서도 뛰었다.

“눈치를 챘는데 같은 숙소에 있는 거야?”

“비밀을 지켜준대.”

“의리 있네.”

손삼랑이 웃었다.


그때 여자들이 얼굴을 감싸쥐고 우락부락한 사내들과 함께 세옥의 만두가게로 몰려왔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주인 나와! 어디서 썩은 만두를 팔아 사람을 이 꼴로 만들어?”

여자들이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썩은 만두를 팔았다고?

아향은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뭐야?”

손삼랑이 삿갓을 치켜올렸다.

“장사가 잘 되니까 시비를 거는 모양이네.”

여자들이 소리를 질러대자 지나가던 행인들이 몰려들었다.

가게 앞이 금세 사람들로 가득해졌다.

그들이 모두 세옥의 만두가게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세옥의 만두가게에서도 여자들이 나왔다.

“썩은 만두를 팔지 마라.”

“변상하라.”

여자들이 더욱 소리를 질러대고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야채와 돌멩이를 던졌다.

저것들이 본격적으로 시비를 거네.

아예 작정하고 온 거 아니야?

아향은 은근히 분노가 치밀었다.

가게에서 만두를 먹던 손님들이 놀라서 뛰어나왔다.


그때 세옥이 가게에서 나왔다.

“주인 나와라.”

여자들이 더욱 거칠게 소리를 지르고 남자들이 호응했다.

“내가 주인이오.”

세옥이 여자들 앞으로 나섰다.

“썩은 만두를 팔아서 내 마누라 얼굴이 이 꼴이 되었다. 변상해라.”

사내가 거칠게 세옥을 밀었다. 그때 정삼과 황우가 나왔다.

“뭐야?”

“왜 시비야?”

황우가 눈알을 부라리자 시비를 걸던 여자들이 주춤했다.

“이 집에서 썩은 만두를 팔아서 우리 마누라 얼굴이 이 꼴이 되었어.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당신이 이 가게 주인이야?”

사내들도 핏대를 세우면서 으르렁거렸다.

“어떻게 할 거야?”

손삼랑이 아향에게 물었다.


아향은 세옥만 뚫어질 듯이 보고 있었다.

“하하. 우리 가게 만두를 먹고 얼굴이 이렇게 되었다고?”

세옥이 행패를 부리는 여자들의 얼굴을 살폈다.

여자들의 얼굴이 두드러기가 난 것처럼 돌기가 솟아 있고, 진물까지 흐르고 있었다.

“그렇다. 썩은 만두를 팔았으니 얼굴이 이렇게 된 거 아니냐?”

“하하. 배는 아프지 않소?”

“배가 왜 아프냐?”

“만두를 먹지 않고 얼굴에 발랐소? 썩은 만두를 먹었으면 배가 아파야지 왜 얼굴이 이 모양이 된 거요? 당신들은 우리 만두가게에 시비를 걸려고 온 거 아니오?”

세옥이 코웃음을 쳤다.


아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상한 음식을 먹으면 배부터 아파야 정상이다.

“얼굴을 보니 두창(痘瘡, 천연두)에 걸린 것 같네.”

“개소리 마라. 이 가게를 때려부숴라.”

사내들이 우르르 가게로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세옥과 정삼, 황우가 막았다.

“죽여!”

사내 하나가 세옥의 복부에 주먹을 내질렀다.

“크억!”

세옥이 복부를 움켜쥐고 허리를 숙였다.

“이그······.”

아향이 혀를 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해씨세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2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24.04.29 181 0 12쪽
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190 0 13쪽
60 60 마왕퇴의 비밀(10) 24.04.27 185 0 12쪽
59 59 마왕퇴의 비밀(9) 24.04.26 187 0 12쪽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178 0 12쪽
57 57 마왕퇴의 비밀(7) 24.04.24 181 0 12쪽
56 56 마왕퇴의 비밀(6) 24.04.23 181 0 12쪽
» 55화 마왕퇴의 비밀(5) 24.04.22 182 0 12쪽
54 54화 마왕퇴의 비밀(4) +1 24.04.21 187 1 11쪽
53 53화 마왕퇴의 비밀(3) 24.04.20 183 1 11쪽
52 52화 마왕퇴의 비밀(2) 24.04.19 180 1 11쪽
51 51화 마왕퇴의 비밀(1) 24.04.18 188 1 13쪽
50 50화 현무도원(5) 24.04.17 187 2 13쪽
49 49화 현무도원(4) 24.04.16 185 1 13쪽
48 48화 현무도원(3) 24.04.15 191 2 12쪽
47 47화 현무도원(2) 24.04.14 190 2 13쪽
46 46화 현무도원(1) 24.04.13 207 2 13쪽
45 45화 용의 내단(5) 24.04.12 213 2 12쪽
44 44화 용의 내단(4) 24.04.11 192 2 11쪽
43 43화 용의 내단(3) 24.04.10 198 2 12쪽
42 42화 용의 내단(2) 24.04.09 203 2 12쪽
41 41화 용의 내단(1) +1 24.04.08 209 2 12쪽
40 40화 무림맹주(5) 24.04.07 192 2 11쪽
39 39화 무림맹주(4) 24.04.06 196 2 11쪽
38 38화 무림맹주(3) 24.04.05 201 2 11쪽
37 37화 무림맹주(2) 24.04.04 198 2 11쪽
36 36화 무림맹주(1) 24.04.03 196 2 13쪽
35 35화 용과 싸우다(5) 24.04.02 193 2 11쪽
34 34화 용과 싸우다(4) 24.04.01 193 2 11쪽
33 33화 용과 싸우다(3) +1 24.03.31 185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