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28 10:0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2,204
추천수 :
121
글자수 :
657,459

작성
24.04.24 10:00
조회
181
추천
0
글자
12쪽

57 마왕퇴의 비밀(7)

DUMMY

우문호의 눈에서 흡사 살기가 뿜어지는 것 같았다.

아이씨··· 망했네. 오라버니를 여기서 마주치다니.

아향은 재빨리 말에서 뛰어내렸다.

세옥도 엉거주춤 말에서 내렸다.

“오, 오라버니······.”

아향은 말조차 더듬거렸다.


하필 이럴 때 걸리다니.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에 오금이 저렸다.

서생하고 말을 같이 탄 거 뿐인데··· 내가 죽을죄를 지은 거야?

아향은 속으로 반발심도 일어났다.

“무슨 짓이냐?

우문호의 목소리에서 얼음가루가 날렸다.


무슨 짓이냐고? 뻔히 알면서 그렇게 물어? 못 본 체 눈감아 줄 수도 있는 거지.

“오, 오라버니.”

“여기서 저 놈과 음탕한 짓을 하고 있는 거냐?”

“으, 음탕한 짓······?”

아향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음탕한 짓이라니. 말을 같이 탄 거 뿐인데.


아향은 당황하여 세옥을 돌아보았다.

세옥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에이그··· 지금 이 상황이 웃고 있을 상황이냐?

세옥에게도 화가 치밀었다.

“오, 오라버니···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흥! 내 말이 심해? 남녀가 말을 같이 탔는데 음탕하지 않다는 거냐?”

“오라버니.”

“더 말할 필요없다. 우리 정혼은 없던 거다.”

우문호의 눈에서 불이 뿜어지고 있었다.


아아, 이럴 수가······.


아향은 눈앞이 캄캄해져 왔다.

“파, 파혼을 하겠다는 거예요?”

“파혼이다. 부정한······.”

우문호가 세옥을 쏘아보았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세옥이 포권례를 올렸다.

“야비한 놈!”

우문호가 다짜고짜 세옥에게 일장을 날렸다.

맹렬한 파공성이 일어났다.

우문호의 장풍이 세옥의 가슴팍을 때렸다.


퍽--!


강렬한 타격음이 틀렸다.

“윽!”

느닷없이 기습을 당한 세옥이 주르르 밀려가다가 왈칵 피를 토했다.

무공도 모르는데 얼마나 세게 때린 거야?

아향이 가슴이 철렁하여 우문호를 쏘아보았다.

“무공도 모르는 놈이구나.”

우문호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듯이 말에 올라탔다.


세옥을 죽일 수도 있지만 인내하고 있다.

아향은 할 말이 없었다. 무엇이라고 말을 해야좋을지 알 수 없었다.

유구무언(有口無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이랴!”

우문호가 빠르게 말을 타고 달려갔다.

아향은 넋을 잃은 듯이 멀어지는 우문호를 바라보았다.


씨··· 내가 파혼을 당한 거야?


아향은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너무나 느닷없이 당한 일이다.

우문호가 왜 여기서 나타난 거야?

아향을 보면 항상 어린아이를 보듯 환하게 웃었는데 오늘은 더러운 벌레를 본 듯한 눈빛이었다.

우문호가 그녀에게 손을 쓰지 않은 것은 이종사촌 동생이기 때문이다.


서생······.


아향은 세옥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세옥을 돌아보자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간신히 일어서 있는데 오만상을 쓰고 있다.


이럴 때는 운기조식을 해야하는데.


우문호의 일장을 맞았으니 온전할 리가 없다.

그래도 우문호가 손속에 사정을 두었다.

세옥이 무공을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일장을 때렸다면 세옥은 숨통이 끊어졌을 것이다.

“괜찮아요?”

세옥에게 물었다.

“나는 괜찮은데 아향 낭자가 안 좋을 것 같네.”

“내가 맞았나?”

“저 사람이 정혼자입니까?”

“네.”

“진짜로 파혼한 겁니까? 화가 나서 그런 거 아닙니까?”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에요. 그쪽이 살아있는 것만 봐도 멀쩡하다는 증거예요.”

화가 나서 정신이 없었다면 세옥이 살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피까지 토했는데······.”

“손에 사정을 뒀어요. 무공을 못한다는 거 알고······.”

“성품이 대쪽 같은가 보네. 갑시다.”

세옥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세옥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아향은 말을 끌고 따라가기 시작했다.

기분이 미묘했다.

파혼은 당했고··· 부정한 여자가 되었다.

무림인이 말을 같이 탔을 뿐인데.

그래도 자신이 생각해도 오해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어떻게 하냐?


계속 걷기만 했다.

우문호의 마음을 달래주어야 하는데··· 정혼자니까··· 파혼이 뭐 대수야···? 내가 언제 오라버니와 혼인하고 싶다고 했어···? 자기들끼리 결정해 놓고······.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으로 지나갔다.

“말 타고 가요.”

세옥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말을 타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또 말을 타겠느냐는 뜻이다.

“어차피 이렇게 되었는데··· 앞에 타세요. 내가 뒤에 탈게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세옥이 말에 올라탔다. 아향은 세옥의 뒤에 올라타 그의 허리에 매달렸다.

그래 좋다.

파혼하자고 하면 내가 못할 것 같아?


*


우문호는 말 위에 앉아서 멀리 내린천 옆의 냇둑을 보았다.

흑암산이 멀지 않은 야산이다.

내린천 둑길을 아향과 서생놈이 말을 타고 현무도원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번에는 서생이 앞에 타고 아향이 뒤에 타고 있다.


하필이면 음란서생과 바람을 피우다니······.


우문호는 눈에서 불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가 파혼을 선언했는데도 또 같이 말을 타고 있다.

아향이 남자 놈 뒤에 바짝 매달려 있다.

이모가 임종을 할 때 부탁을 하지 않았으면 아향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서생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았다.

용의 내단을 취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은밀하게 나돌고 있었다.

조만간 무림이 떠들썩해질 것이다.


만두가게 주인 놈과 음탕한 짓을 저지르다니······.


아향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서생놈은 부인이 수십명이라고 했다.

그런 놈에게 눈이 멀다니.

부자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첩을 여러 명씩 거느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향이 일개 만두가게 서생놈과 그런 짓을 한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


혼인을 하기 전에 알았으니······.


혼인을 한 뒤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무림에 얼굴을 들지 못했을 것이다.

우문호의 꿈은 무림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이다.

오로지 그것만 보고 달려왔다.

천하제일인.

그런데 용의 내단이 출현했다.

우문호는 그런 것을 믿지 않았다.

천하의 명약이나 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 상황으로 용의 내단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생놈이 내단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하고, 그가 갖고 있다면 사파의 무리에게 넘어가지 않게 해야한다.


서생놈은 정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에게서 이갑자의 내력을 가져와야 한다.

이갑자의 내력이 있으면 천하제일인이 될 수 있다.

“지휘사님.”

금의군 영관 출신 곽범이 우문호를 쳐다보았다. 곽범의 뒤에는 금의군 출신 무사 1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


조광윤이 도성방어사가 되고, 조광의가 금의군 지휘사가 되어 우문호가 물러날 때 같이 물러났다.

그들은 모두 우문호를 따르는 무사들이다.

“나를 따르라. 그대의 앞날을 보장해 줄 것이다.”

재상 백경천이 손을 내밀었다. 우문호는 그의 손을 잡았다.

“독행자는 어디에 있느냐?”

곽범에게 물었다. 그의 눈에서는 아직도 불이 뿜어지고 있었다.

“유주(柔州)에 있다고 합니다.”

“음.”

우문호의 시선은 아향과 서생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이 내린천 둑길에서 벗어나 흑암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무공이 어느 정도 되느냐?”

“7품고수가 셋이나 죽었습니다. 무림맹에서 총순찰을 파견했다고 합니다.”

무림맹의 총순찰은 장전일이다.

그는 8품고수에 버금가는 인물이다. 태화산에서 무예를 연마했다.

‘강호에 고수가 점점 많아지는구나.’

강호에서는 우문호, 장전일, 사마염을 일컬어 청년고수라고 불렀다. 그들은 무림 3대 공자였다. 우문호는 스스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독행자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된 것이냐?”

“조사를 하고 있는데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살해한 수법으로도 알 수 없느냐?”

“예.”

“사마염은 흑암산에 와 있는데······.”

우문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말은 빠르게 달렸다.

아향은 세옥의 등에 얼굴을 바짝 기댔다.

우문호로부터 파혼을 당했다. 그는 우문세가 출신이다.

우문세가는 수나라의 2대 황제 수양제를 도왔던 세가였다.

수나라는 고구려를 침략하고, 운하를 건설하면서 민심을 잃어 왕조가 붕괴되었으나 우문세가는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우문호는 우문세가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우문세가를 중원제일가로 세우려는 야망을 갖고 있었다.

중원제일가.

천하제일인 .

그가 꿈꾸는 일이었다.


게다가 재상 백경천과 손을 잡았다. 아향에게도 백경천에게 오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성품은 까칠했다.

한 번도 다정한 말을 해준 일은 없고 잔소리만 했다.


그래. 난 강호인이야.


아향은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파혼을 당했으나 두렵지 않았다.

자유롭게 천하를 유랑하면서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와 여자가 말 좀 같이 타면 안 되냐?

아향은 파혼을 당한 일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파혼을 당한 탓인가?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이번 임무만 마치면 적의군으로 돌아가 무예 수련에 정진할 것이다.


이게 모두 서생 탓이야.


세옥과 말을 같이 타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부인은 수십명씩 거느리면서 왜 말도 한 필 없는 거야?

세옥의 등짝을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

‘부인이 너무 많아. 음탕하고······.’

세옥을 좋게 평가할 수 없었다.

이내 현무도원의 산문에 이르렀다.

아향은 말에서 내렸다.


*


휘이이잉--.


바람이 음산하게 불었다.

거리는 인적이 완전히 끊어져 있었다.

무림맹 총순찰 무사 냉표는 담장 밑에 쪼그리고 앉아 호리병의 술을 한 모금 마시고 개방 분타주 호개에게 건네주었다.


호개가 호리병을 받아 한 모금을 마셨다.

유주에서 50리쯤 떨어진 칠보촌이었다.

밤이 깊어 달이 이지러져 가고 있었다.

“독행자가 익주로 갈 것이 확실하오?”

냉표가 호개에게 물었다. 개방은 수많은 제자가 전국에 있으니 무림의 소식이 누구보다도 빠르다.

“유주를 떠났다니까 흑암산으로 갈 것이 분명합니다.”

“흑암산에는 현무도원이 있는데······.”

냉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현무도원은 주나라 군사의 초급 군관을 양성하는 요람이다.

“혹시 상아검법을 노리는 것이 아닐까요?”

현무도원의 금역 마왕퇴에 무공비급이 있다는 소문이 무림에 파다하게 나돌고 있었다. 마왕퇴의 주인 마녀는 상아검법으로 유명했다.


상아검법을 사용한 여자는 이름이나 검법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녀가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에 마녀라고 부르고, 그녀의 검법을 상아검법이라고 불렀다.

당대의 모든 무림인들이 그녀를 흑암산의 깊은 땅속으로 유인한 뒤에 흑암산을 봉인했다고 했다.

“음.”

냉표가 무겁게 신음을 삼켰다.

“상아검법은 사악한 무공이라고 하는데 정말 마왕퇴에 있을까요?”

“천 년 전의 일을 어찌 알겠소?”

“총순찰께서는 오십니까?”

“오고 있는 중이오.”

“오늘 밤에 독행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총순찰 장전일은 냉표에게 독행자를 만나더라도 결코 대결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다.


휘이이잉--.


냉표는 바람이 불고 있는 거리를 응시했다.

오늘따라 거리가 더욱 음산해 보였다.

그들이 앉아 있는 곳은 칠보촌의 도화장(桃花莊) 담벼락 밑이었다.

도화장릉 기관지학(奇關之學)의 대가 도화노인 구문극의 장원이다.


“옵니다!”


호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냉표는 바짝 긴장하여 전방을 주시했다.

저만치 즐비한 집들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독행자 호일도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해씨세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2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24.04.29 181 0 12쪽
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190 0 13쪽
60 60 마왕퇴의 비밀(10) 24.04.27 185 0 12쪽
59 59 마왕퇴의 비밀(9) 24.04.26 187 0 12쪽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178 0 12쪽
» 57 마왕퇴의 비밀(7) 24.04.24 182 0 12쪽
56 56 마왕퇴의 비밀(6) 24.04.23 182 0 12쪽
55 55화 마왕퇴의 비밀(5) 24.04.22 182 0 12쪽
54 54화 마왕퇴의 비밀(4) +1 24.04.21 187 1 11쪽
53 53화 마왕퇴의 비밀(3) 24.04.20 184 1 11쪽
52 52화 마왕퇴의 비밀(2) 24.04.19 180 1 11쪽
51 51화 마왕퇴의 비밀(1) 24.04.18 188 1 13쪽
50 50화 현무도원(5) 24.04.17 187 2 13쪽
49 49화 현무도원(4) 24.04.16 185 1 13쪽
48 48화 현무도원(3) 24.04.15 191 2 12쪽
47 47화 현무도원(2) 24.04.14 190 2 13쪽
46 46화 현무도원(1) 24.04.13 207 2 13쪽
45 45화 용의 내단(5) 24.04.12 213 2 12쪽
44 44화 용의 내단(4) 24.04.11 192 2 11쪽
43 43화 용의 내단(3) 24.04.10 198 2 12쪽
42 42화 용의 내단(2) 24.04.09 203 2 12쪽
41 41화 용의 내단(1) +1 24.04.08 209 2 12쪽
40 40화 무림맹주(5) 24.04.07 192 2 11쪽
39 39화 무림맹주(4) 24.04.06 196 2 11쪽
38 38화 무림맹주(3) 24.04.05 201 2 11쪽
37 37화 무림맹주(2) 24.04.04 198 2 11쪽
36 36화 무림맹주(1) 24.04.03 196 2 13쪽
35 35화 용과 싸우다(5) 24.04.02 193 2 11쪽
34 34화 용과 싸우다(4) 24.04.01 193 2 11쪽
33 33화 용과 싸우다(3) +1 24.03.31 185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