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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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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7.02 10:00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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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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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글자수 :
679,391

작성
24.04.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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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3화 천 년 전의 여자(3)

DUMMY

휘이이익--.


아향이 정확하게 연꽃 모양의 석판에 날아내렸다.


크르르릉.


석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석판의 위치가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아향은 연꽃만 찾아서 날다가 무사히 건너갔다.

나비처럼 날렵하다.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세옥의 차례다.

세옥이 석판 위로 걸음을 떼어놓았다. 왼쪽에서 가로로 세 번째··· 세로로 두 번째··· 오른쪽 대각선으로 세 번째··· 뒤로 세로로 한 번······.

그는 어지럽게 석판 위를 밟고 건넜다.

경공을 할 줄 모르는데도 건넌다.

모두 경이로운 시선으로 세옥을 쳐다보았다.


두 번째는 우문호였다.

그는 경공으로 가볍게 건너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석판을 거의 건넜을 때 쇠노가 빗발치듯이 날아왔다.

우문호는 공중에서 회전을 하여 물러서려고 했다. 그가 연꽃무늬 석판 위에 내려서자 그대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앗!”

우문호는 대경실색했다. 석판이 움직인 것이다.


‘내가 밟았을 때는 괜찮았는데······.’


아향은 눈을 크게 떴다. 석판이 변형을 한 것이 분명했다.

우문호는 허공에서 다시 신형을 뽑아 올렸다가 칼을 뽑아 쇠노를 쳐서 떨어트렸다. 우문호는 식은땀을 흥건히 흘리면서 건넜다.

장전일이 신형을 날려 석판 위를 달려왔다.

그가 석판을 밟자 석판이 움직이지 않았다.

우문호가 먼저 동굴 앞에 이르고 뒤이어 장전일이 도착했다.

우문호의 부하들도 무사히 건넜다.


호일도와 부하들이 석판을 통과했다.

그들은 통과하자마자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


호일도가 먼저 동굴로 들어갔다. 그는 장전일과 사마염까지 나타나자 당황했다. 호일도의 부하들이 우르르 뒤따라 들어갔다.

아향과 세옥은 이름이 없기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했다.

우문호 외에는 아향의 정체를 알지도 못했다.

사마염은 시동무사를 데리고 동굴로 들어갔다. 그는 세옥과 아향을 보고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문호는 여차하면 칼이라도 뽑을 듯이 눈빛이 사나웠다.

눈에서 살기가 번들거렸다.


‘노려보면 어쩌려고?’


아향은 우문호와 시선이 마주치자 눈에서 불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의 위선적인 성격을 이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는 기회만 오면 세옥과 아향을 죽여버릴 듯한 눈빛이었다.

우문호는 세옥과 아향을 노려보다가 동굴로 들어갔다. 우문호의 부하들도 동굴로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그대들은 어찌할 생각이오?”

장전일이 세옥에게 물었다. 장전일만이 세옥을 담담하게 보고 있었다.

“우리도 들어갈 생각입니다.”

“꼭 성공하십시오.”

장전일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는 온화한 인물이었다. 도인이나 다를 바 없었다.

“예. 도인께서도 성공하십시오.”

세옥이 답례를 했다. 세옥도 장전일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장전일이 미소를 지어보이고 동굴로 들어갔다.


세옥이 우두커니 산을 쳐다보았다.

달이 휘영청 밝아 달빛이 신비스러울 정도로 교교했다.

“안 들어가요?”

아향이 세옥을 재촉했다.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기 어려울 거야.”

세옥이 동굴 입구를 보고 우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서생이 뭐라는 거야? 그럼 죽으러 간다는 거야?’


아향은 세옥을 흘겨보았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잘 되면 천고의 보물을 얻을 수도 있다.

세옥이 성큼성큼 동굴로 걸어 들어갔다.

아향도 뒤따라 들어갔다.

동굴은 어두웠다.

세옥은 화섭자를 켜들고 앞서 걷기 시작했다. 화섭자의 불빛 때문에 동굴이 더욱 음산해 보였다.

동굴은 축축하고 서늘했다.

“굴이 여러 개네.”

아향이 걸음을 멈추었다. 동굴이 여러 개로 갈라져 있었다. 어느 쪽으로 들어가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굴은 왼쪽이 가장 깊어.”

“어떻게 알아요?”

“먼 곳에서 울림이 있는 것 같아.”

“헐!”

아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옥은 눈과 귀가 밝으니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모른다.


아향은 왼쪽 길로 걸음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비린내가 희미하게 풍기는 것 같았다.

“박쥐가 있는 것 같아.”

“네?”

“날개짓하는 소리가 들려.”

아향은 세옥이 귀신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파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박쥐 떼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아향이 검을 뽑아들고 세옥이 상의를 벗었다.

“뭘하는 거예요?”

아향이 얼굴을 찡그렸다.

왜 옷을 벗고 난리야?

동굴에 축축한 기운까지 감돌고 있는데.

“여기에 불을 붙여.”

아향은 세옥의 상의에 불을 붙였다. 세옥과 아향은 바짝 엎드렸다.


찌익. 찌이익······.


박쥐 떼가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머리위로 날아왔다. 그러나 상의에 불을 붙여 흔드는 탓에 접근하지를 못했다.

박쥐는 빛을 싫어한다.

박쥐 떼가 머리 위로 모두 날아간 것은 한참이 지났을 때였다. 다행이 박쥐로부터 공격을 당하지는 않았다.

세옥이 자신의 옷을 태워 박쥐의 공격을 막은 것이다.


다시 동굴 안을 걷기 시작했다.

“추워요?”

아향이 동굴을 걸으면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동굴 안을 울렸다.


저벅저벅--.


그들의 발자국 소리도 동굴에 울려퍼졌다.

세옥은 상의를 태워 얇은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괜찮아.”

세옥이 몸을 떨면서 대답했다.

동굴 안이라 냉기가 느껴졌다.

세옥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세옥은 조심조심 걸었다.


저벅저벅--.


발자국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사방이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다.

“아아악!”

어디선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동굴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굴이 내려가고 있는지 올라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숨이 차요.”

아향이 가쁜숨을 몰아쉬었다.


동굴이 끝이 없이 계속되는 기분이었다. 동굴 안을 얼마나 걸었는지 알 수 없었다.

세옥은 숨이 차지 않았다.

“용의 내단 때문이에요?”

아향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말하지 마.”

“용의 내단은 만독불침이고 피는 영약이래요.”

용의 내단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다.

“그런 건 아직 잘 모르겠어.”

아향의 눈이 세옥의 왼쪽 팔로 향했다. 어디서 다쳤는지 팔뚝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가 나와요.”

“괜찮아.”

“어디 줘봐요. 병균이 들어갈 수도 있어요.”

아향이 세옥의 팔을 잡아 입으로 가져갔다.

“뭐하는 거야?”

“나 피 좀 줘요?”

“엥?”

세옥은 어이가 없었다.

피를 달라니. 이 여자가 제 정신인가? 지가 무슨 흡혈귀라고 피를 빨아?

괴이하기 짝이 없다.

“조금만 줘요.”

아향이 조르기 시작했다.

세옥은 황당했다.

머리에 털 나고 이런 여자 처음 보네.

어떻게 피를 달래?

세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달랠 걸 달래야지.


아향이 야릇한 표정으로 웃더니 상처가 있는 세옥의 팔에서 피를 빨기 시작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세옥은 아향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정신 나간 여자인가?

“히히······.”

아향이 웃으면서 세옥의 팔에서 계속 피를 빨았다. 그녀의 입술이 피로 물들어 흡혈귀 같았다.

이 애는 분명 제 정신이 아닌 거야.

세옥은 얼굴을 찡그렸다.

흡혈마귀 같으니.

“그만해.”

세옥이 잘라 말했다. 아향이 그제야 입을 뗐다.

“내 피가 무슨 먹고 살 거라고 자꾸 빨아대냐?”

“맛있어요.”

“뭐?”

“피가 달아요.”

“미쳤네.”

세옥은 문득 아향이 그의 피를 영약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피를 마시는 거야?

어이가 없다.

‘얘는 제 정신이 아니야.’

그러면서도 아향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똑, 똑······.


어디선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을 걷자 동굴이 끝이 났다.

동굴밖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다.

“엄마야.”

아향이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고 기겁을 하여 비명을 질렀다.


절벽 아래가 천길 벼랑이었다.

아래가 너무 깊어 바닥이 내려다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절벽에 사람이 간신히 걸을만한 잔도가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부서지고 낡아서 밟을 때마다 삐걱거렸다. 구멍이 훤하게 뚫린 곳도 있다.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이었다.

“세상에!”

아향이 탄성을 내뱉었다.


세옥은 가슴이 철렁했다.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고 위를 쳐다보았다.

희디흰 달빛이 하늘에서 내려와 기암괴석에 부서지고 있었다.

이 세상 같지 않은 풍경이다.

그러나 무섭고······.

아찔하기만 했다.


아아, 이런 곳이 있다니!


세옥은 몸을 떨었다.

아향도 불안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천길 벼랑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아래를 보지 말고 앞을 봐야 돼.”

세옥은 아향에게 손을 내밀었다. 무공을 한 아향이지만 세옥의 손을 꽉 잡았다.

잔도를 계속 걷자 다시 동굴이 나왔다.

세옥과 아향은 동굴로 들어갔다.

“아아 살았다.”

아향이 동굴 바닥에 주저앉았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세옥도 아향의 앞에 앉아서 쉬었다.

“어떻게 이런 곳이 있어요? 절벽에 잔도가 있다니.”

“잔도를 처음 봤어?”

“보기는 했지만 여기처럼 험하지는 않아요.”

“마왕퇴가 있다면 허술하지는 않겠지.”

봉인을 쉬운 방법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이 나오지 못하게 봉인을 한 것인가.

마녀의 비급? 마녀의 검?

들어가지 못하게 봉인을 한 것인가. 나오지 못하게 봉인을 한 것인가.

세옥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오늘 중으로 마왕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어디 있는지 알아야 찾지.”

마왕퇴의 위치도 짐작이 되지 않았다.

동굴의 벽에 기대어 한 식경을 쉰 뒤에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들 앞에 또 다시 동굴이 나타났다.


두 번째 동굴도 길었다.

세옥과 아향은 동굴속을 계속 걸었다.

동굴 안은 빛이 희미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일까요?”

동굴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헤맸는지 알 수 없다.

시간을 짐작할 수 없다.

한나절이 지났는지, 하루가 지났는지 알 길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세옥은 아향과 함께 동굴을 계속 걸었다.

세옥도 다른 사람들이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마왕퇴를 찾았을까.

“어디에 불이 있나봐요. 동굴 안이 희미해요.”

“야명주라도 있나?”

그러나 그런 것들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달빛이 스며드는 곳이 있는지··· 앗······!”

아향이 말을 하다가 세옥을 잡아당겼다. 세옥은 엉겁결에 아향에게 딸려갔다.


“아··· 아··· 아··· 아······!”


아향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세옥은 아향과 함께 추락하기 시작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첨벙!


다리에 무서운 충격이 느껴졌다.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세옥은 그제야 어떤 물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면서 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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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24.04.29 190 0 12쪽
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199 0 13쪽
60 60 마왕퇴의 비밀(10) 24.04.27 194 0 12쪽
59 59 마왕퇴의 비밀(9) 24.04.26 194 0 12쪽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189 0 12쪽
57 57 마왕퇴의 비밀(7) 24.04.24 190 0 12쪽
56 56 마왕퇴의 비밀(6) 24.04.23 190 0 12쪽
55 55화 마왕퇴의 비밀(5) 24.04.22 190 0 12쪽
54 54화 마왕퇴의 비밀(4) +1 24.04.21 194 1 11쪽
53 53화 마왕퇴의 비밀(3) 24.04.20 192 1 11쪽
52 52화 마왕퇴의 비밀(2) 24.04.19 190 1 11쪽
51 51화 마왕퇴의 비밀(1) 24.04.18 197 1 13쪽
50 50화 현무도원(5) 24.04.17 194 2 13쪽
49 49화 현무도원(4) 24.04.16 193 1 13쪽
48 48화 현무도원(3) 24.04.15 201 2 12쪽
47 47화 현무도원(2) 24.04.14 201 2 13쪽
46 46화 현무도원(1) 24.04.13 214 2 13쪽
45 45화 용의 내단(5) 24.04.12 221 2 12쪽
44 44화 용의 내단(4) 24.04.11 200 2 11쪽
43 43화 용의 내단(3) 24.04.10 208 2 12쪽
42 42화 용의 내단(2) 24.04.09 21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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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무림맹주(3) 24.04.05 212 2 11쪽
37 37화 무림맹주(2) 24.04.04 20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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