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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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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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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68,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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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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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DUMMY

“이히히히히······.”


음산한 귀곡성이 들려왔다.

아향은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숲에서 하얀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악귀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세옥은 악귀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듯, 귀에 들리지 않는 듯 걸음을 서둘렀다.


“이히히히히······.”


악귀의 소리는 더욱 사나워졌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물어뜯을 것처럼 옷자락을 펄럭이고 날아왔다.

기괴하다.

사방은 캄캄하게 어둡고 악귀들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 날아다니고 있다.

여기가 저승인가 이승인가.

아향은 악귀들을 보지 않으려고 발밑을 보고 걸음을 떼어놓았다.

“엄마야!”

발밑에서 악귀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아향은 자신도 모르게 세옥의 허리에 바짝 매달렸다. 그러나 악귀들은 춤을 추듯이 날뛰고 있었다.

“엄마야.”

나무 밑을 지나는데 이번에는 악귀가 거꾸로 매달려 손을 뻗어 아향을 움켜쥐려고 했다. 아향은 머리카락이 일제히 곧추서는 것 같았다.

소름이 쫙 돋는다.

악귀들이 몰려다니자 아향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세옥이 빠르게 걸음을 놀렸다.

놀라지도 않는다.

뭐 이런 인간이 있어?

아향은 그의 걸음을 제대로 따라갈 수 없었다. 이상하게 정신이 혼미해져가고 있었다. 다리에 맥도 풀린다.

그때 누군가 죽창으로 찔러왔다.

“앗!”

아향은 죽창을 피하다가 함정을 밟았다.


“아아악!”


함정이 끝없이 내려가고 있었다.

아찔한 순간 아향은 팔을 벌려 허우적거리다가 돌출한 돌을 움켜잡았다.

함정의 중간에 가까스로 매달렸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뱀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이거 잡아.”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세옥이 칡넝쿨을 내렸다.

아향은 간신히 칡넝쿨을 잡고 올라왔다. 무공을 하지 않았으면 뱀굴로 떨어졌을 것이다.


‘하마터면 뱀의 먹이가 될 뻔했네.’


아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옥은 아향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진정될 때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온몸이 축축하게 젖었다.

“안 되겠다. 나에게 업혀.”

세옥이 허리를 숙였다. 그녀의 반응은 상관하지 않는다.


또?


아향은 당황했다.

아무리 산속이라고 해도 어떻게 남자 등에 또 업히냐?

“네?”

아향은 뾰족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너 때문에 나까지도 산만해.”

“업, 업히라고?”

“처음도 아닌데 뭐가 어려워? 빨리 업혀.”

세옥이 재촉했다.

아향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래. 처음도 아닌데 뭐 어떠냐?


달리기 시합을 할 때는 서로가 업고 달리기도 했다.

이놈의 제마진 무서워 죽겠는데 못이기는 체하고 업혀주는 것이 도와주는 거다.

아향은 세옥의 등에 냉큼 업혔다.

무공을 하는 내가 서생의 등에 업히다니.

그러나 허공을 날아다니는 악귀를 상대할 수 없었다.

그것이 환영(幻影)이라고 해도.


세옥이 아향을 등에 업고 빠르게 숲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악귀들이 더욱 사납게 소리를 질러대면서 달려들었다.

‘이게 환영이야 뭐야?’

아향은 세옥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악귀를 보는 것조차 싫었다.

‘무슨 진이 이따위야?’

악귀들의 소리가 귓전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

세옥은 숲을 빠르게 달려 올라갔다.


서생은 무서워하지도 않네. 강심장인가?


그러나 잠시 후 사방이 조용해졌다.

아향은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세옥이 무엇인가 찾아서 발을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생이 제마진을 파훼하고 있어!’

아향은 감탄했다.

세옥이 의외로 믿음직스러웠다.

절벽 사잇길이 나타났다. 세옥이 걸음을 멈추고 아향을 내려놓았다.


왜에?


아향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업혀 있을 때 포근해서 좋았는데. 히히······.

아향은 얼굴을 붉히면서 야릇한 감각에 몸을 떨었다.

양쪽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수십 장이 되어 보인다.


우르르, 우릉······.


무엇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세옥이 아향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떼어놓았다.

이제는 손을 잡는 일이 어색하지 않다.

절벽 사잇길은 꼬불꼬불 이어지고 있다.


우르, 우르릉······.


이상한 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 소리가 기이하게 심장을 옥죄고 있었다.


콰당당탕, 콰당. 쾅······.


그때 절벽 사잇길로 갑자기 바윗돌이 굴러 내려오기 시작했다.

세옥과 아향은 경악하여 피할 곳을 찾았다.

바윗돌은 우당탕 사납게 굴러 내려오고 있었다. 내려오면서 가속도가 붙어 더욱 무시무시했다.

아향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이리 피해요.”

아향이 절벽 사이의 작은 틈으로 피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다급한 상황이다.

세옥이 빠르게 아향에게 붙어섰다. 위태로워 몸이 닿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윽!”


세옥이 비명을 질렀다. 바위돌이 굴러가면서 등을 스친 모양이다.

“더 바짝 와요!”

아향이 소리를 질렀다.

세옥이 자신의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둘의 몸이 닿아버렸다.


‘에그······.’


아향은 난감했다.

‘아유 이게 뭐야?’

가슴이 닿고 얼굴이 닿았다.

“으··· 으··· 윽······!”

세옥이 이를 악물었다.

바윗덩어리들이 맹렬하게 지나갔다.

세옥은 고통스러운 듯이 이빨 새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아향은 눈을 감고 잠자코 있었다. 조금만 벗어나면 바윗돌에 깔려 죽게 된다.

그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니.

돌이 몸에 닿아도 어쩔 수가 없다.

바윗덩어리들이 한바탕 쓸고 내려간 것은 한참이 지났을 때였다.

세옥이 아향에게서 떨어졌다.

바윗돌은 어디까지 굴러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많이 다쳤어요?”

아향은 세옥이 측은하여 물었다. 그의 등짝은 만신창이 되었을 것이다.

“괜찮아. 빨리 벗어납시다.”

세옥이 앞에서 걷기 시작했다.

반 시진 정도를 힘들게 걸었다.

절벽 사잇길을 구불구불 이어지다가 숲이 나타났다.

숲을 지나자 넓은 공터였다.


공터에는 호일도와 장전일이 숲에서 나와 쉬고 있었다.

아향은 호일도와 장전일을 모두 처음 보았다.

그들은 세옥과 아향이 제마진에서 나오자 놀라서 쳐다보았다.

“그대들은?”

호일도가 물었다. 의혹이 가득하면서도 경계하는 눈빛이다.

“이세옥이라고 합니다.”

세옥이 먼저 예를 올렸다.

“나는 호일도요.”

호일도는 흑의를 입고 있었다. 한눈에 사파로 보일 정도로 눈빛이 음침했다.


호일도는 부하들을 여러 명 거느리고 있었다. 그가 살인을 하고 돌아다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파인 장전일과는 공존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지금은 마왕퇴를 찾아야 하는 시간. 서로 칼을 뽑지는 않았으나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그때 사마염이 시동무사를 데리고 숲에서 나왔다.

사마염도 진을 통과한 것이다. 그도 여러 곳에 상처가 있었다.


무림의 젊은 고수들이 모조리 왔네.······.


아향은 속으로 감탄했다.

그때 우문호도 부하들을 거느리고 나왔다.


‘하필이면 저 인간까지······.’


아향은 우문호를 보자 화가 치밀었다.

우문호도 세옥과 아향을 보고 불쾌한 기색이었다.

‘저 놈이 내 일장을 맞고도 살아있어? 무공도 모르는 놈이······.’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기회를 봐서 연놈을 죽여야 돼.

부정한 짓을 저지르고 뻔뻔하게 여기에 나타나?

우문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세옥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다리에 맥이 빠졌다.

계곡에 운무가 자욱하고 그 사이에 구름다리가 놓여 있었다.

구름다리는 밧줄로 엮여 있고 건너편 잔도(棧道)로 이어져 있었다.

운무 아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골짜기다.

“여기서 떨어지면 뼈도 못 추리겠네.”

아향이 한숨을 내쉬었다.

“구름다리의 널빤지가 썩었어. 건너기 어려울 것 같아.”

세옥이 사방을 둘러보다가 칡넝쿨에 시선이 머물렀다.

“저 칡넝쿨 좀 거둬와.”

세옥이 아향에게 말했다. 아향이 검으로 칡넝쿨을 거둬왔다.

“이걸 어떻게 하려고?”

“구름다리가 썩었을 거야. 이걸 올가미를 만들어 건너편 바위에 매달 수 있어?”

“해볼게요.”

아향이 칡넝쿨로 올가미를 만들어 건너편 바위로 던졌다. 무공을 했기 때문에 칡넝쿨이 어렵지 않게 바위에 걸렸다.

세옥이 잡아당기자 튼튼했다.

“아향이 먼저 건너.”

아향이 심호흡을 한 뒤에 칡넝쿨을 잡고 구름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구름다리의 나무가 부서지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아향은 위태롭게 구름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구름다리가 출렁거리기까지 했다.


저건 뭐야?


어디선가 검은 새떼가 날아와 아향을 공격했다.


까악. 까악······.


까마귀떼가 아향을 맹렬하게 공격했다.

아향은 까마귀떼의 공격을 받으면서 구름다리 건너편에 도착했다.

“건너와요.”

아향이 칡넝쿨을 세옥에게 던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위험하네.”

세옥은 전신이 팽팽하게 긴장이 되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세옥은 칡넝쿨을 잡고 구름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세옥을 향해서도 까마귀떼가 공격을 해왔다.


이놈들은 썩은 고기를 먹는 놈들인데······.


세옥은 까마귀떼의 공격에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우지끈--.


몇 걸음 떼어놓지 않았을 때 구름다리 발판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젠장!’

세옥은 칡넝쿨을 잡고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경공을 할 수 있었으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세옥은 자신도 모르게 당약란이 가르쳐준 녹수소요보의 구결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구름다리는 잇달아 부서졌다.


아향은 세옥을 지켜보다가 발을 동동 굴렀다.

세옥이 달려오는 구름다리가 부서져 운무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까마귀떼가 공격을 하여 위험했다.

“어떻게 하냐?”

아향은 발만 구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경공도 하나 못 배우고 뭘했어?”

아향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세옥이 구름다리 위를 날듯이 달려왔다.


경공을 하잖아?


아향은 눈이 크게 떠졌다. 세옥이 빠르게 구름다리를 건너왔다. 엉성해 보여도 경공을 전개하고 있는 것에 틀림없었다.

“경공이에요?”

아향이 세옥에게 물었다.

세옥은 가쁜숨을 몰아쉬면서 착지했다. 구름다리를 건넌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경공을 할 줄 알아요?”

세옥이 대답을 하지 않자 아향이 다시 물었다.

“내가 경공을 했어?”

“에이그······.”

아향이 혀를 찼다.

“녹수소요보야. 연마하지는 않았는데 엉겁결에 구결을 외웠어······.”

“녹수소요보는 전설의 경공인데······.”

아향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잔도를 걸어가자 동굴이 하나 보였다.


동굴 앞은 넓은 공터였다.

공터에 모두 1척(尺) 크기의 석판이 가로로 아홉 줄, 세로로 아홉 줄, 모두 81개가 놓여 있다.

호일도와 사마염, 우문호와, 정전일이 심각한 표정으로 석판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경공을 사용하여 세옥과 아향보다 먼저 구름다리를 건넜다.

“기관이에요?”

아향이 세옥에게 낮게 물었다.

“응.”

“통과할 수 있겠어요?”

“통과해야지.”

아향은 49개의 석판을 보았다. 어떻게 통과해야 좋을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경공할 수 있지?”

“네.”

“가로로 다섯 번째 세로로 다섯 번째 석판을 밟고 건너 가. 연꽃만 찾아서··· 다음에는 내가 갈게.”

세옥이 아향의 귓전에 속삭였다. 세옥이 말한 중앙의 석판에는 연꽃이 새겨져 있었다. 1척 크기의 석판마다 새, 꽃, 나비, 사슴 등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누가 먼저 건널 거요?”

사마염이 시비를 걸 듯이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우리가 먼저 건너겠습니다.”

세옥이 석판을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세옥에게 쏠렸다.


‘서생 주제에······.’


사마염은 가소롭다고 생각했다.

아향은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긴장했으나 신형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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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마왕퇴의 비밀(6) 24.04.23 185 0 12쪽
55 55화 마왕퇴의 비밀(5) 24.04.22 185 0 12쪽
54 54화 마왕퇴의 비밀(4) +1 24.04.21 18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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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화 현무도원(4) 24.04.16 188 1 13쪽
48 48화 현무도원(3) 24.04.15 193 2 12쪽
47 47화 현무도원(2) 24.04.14 192 2 13쪽
46 46화 현무도원(1) 24.04.13 209 2 13쪽
45 45화 용의 내단(5) 24.04.12 215 2 12쪽
44 44화 용의 내단(4) 24.04.11 195 2 11쪽
43 43화 용의 내단(3) 24.04.10 202 2 12쪽
42 42화 용의 내단(2) 24.04.09 206 2 12쪽
41 41화 용의 내단(1) +1 24.04.08 212 2 12쪽
40 40화 무림맹주(5) 24.04.07 195 2 11쪽
39 39화 무림맹주(4) 24.04.06 200 2 11쪽
38 38화 무림맹주(3) 24.04.05 20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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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무림맹주(1) 24.04.03 19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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