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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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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7.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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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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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7화 영웅호색(8)

DUMMY

갈의녀(葛衣女)는 옷이 허름했으나 단정했다.

장전일은 옥나찰 염지은과 갈의녀를 데리고 난전의 국수가게로 갔다.

갈의녀는 악인들에게서 달아나느라고 상의의 어깨가 찢어져 보기에 흉했다. 피풍처럼 걸칠 수 있게 난전에서 천을 사주었다.

그때 갈의녀의 시선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난전 국수가게로 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여자가 배가 고픈가 보구나.’

장전일은 갈의녀에게 국수를 같이 먹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갈의녀가 수줍은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사내들에게 보따리를 빼앗겼다고 했다.

“낭자도 같이 가지 않겠소?”

옥나찰 염지은에게 물었다.


염지은은 그때까지 떠나지 않고 도도한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오지랖도 넓네.”

염지은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말투가 톡톡 튄다.

“나는 장······.”

장전일은 염지은에게 자신을 소개하려고 했다.

“무림맹 총순찰 대장 장전일··· 별호는 무영검······.”

염지은이 톡 쏘듯이 내뱉었다. 염지은은 장전일의 별호까지 알고 있었다.

“나에 대해서 알고 있었소?”

“무림맹에 있지 않고 어찌 대량성에 온 거예요?”

“하하. 일이 좀 있어서 왔소. 나하고 친구가 되는 것이 어떻소?”

장전일은 염지은을 처음 보았으나 좋은 감정을 느꼈다. 말투가 거칠어도 심성이 깨끗해 보였다. 그동안의 품행도 무림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무슨 친구······.”

염지은의 말투는 여전히 까칠했다.

“그대는 은편(銀鞭) 염지은······.”

장전일이 유쾌하게 웃었다.

“옥나찰이라고 부르지 않는 거예요?”

“하하. 그건 악당들이나 부르는 별호지··· 갑시다. 내가 사겠소.”

장전일은 그렇게 하여 그녀들을 데리고 난전의 국수가게로 온 것이다.

“낭자는 무슨 일로 그 자들에게 쫓기게 된 거요?”

주문을 한 뒤에 장전일이 갈의녀에게 물었다.


갈의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집을 나왔는데 금룡방 무리에게 잡혔어요. 그들이 돈을 빼앗고 기루에 팔려고 했어요. 보따리만 간신히 챙겨서 도망을 쳤는데······.”

갈의녀가 낮게 말했다.

돈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오?”

“집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요.”

“가족이 없소?”

“서방님이 있는데··· 제가 집을 나왔어요.”

“서방님이 학대한 거요?”

“옛날의 원수가 쫓아오고 있어요.”

옛날의 원수가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평범해 보이는 여자인데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어디로 갈 생각이오?”

“지금은··· 갈 곳이 없어요.”

갈의녀의 말에 장전일의 눈빛이 흔들렸다.

“서방님은 뭘하는 작자예요?”

염지은이 쌀쌀맞게 물었다.

‘까칠하기는··· 고슴도치도 아니고······.’

장전일은 웃음이 나왔다.

“우리 서방님은 좋은 분이에요.”

갈의녀의 대답. 남편에 대한 사랑이 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나이는 스무 살을 조금 넘었을 것 같았다.

“눈에 콩깍지가 씌웠구먼. 제 아낙도 돌보지 않는 서방놈이 뭐가 좋다고······.”

염지은의 가시 돋친 말이다.


그때 국수가 나왔다.

“서방님은 어디에 있소?”

장전일은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염지은도 국수를 먹는데 갈의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왜 안 먹소?”

장전일이 물었다.

“기도를 했어요.”

“무슨 기도?”

염지은의 말이다.

“서방님에게 복을 내려달라고 부처님에게 빌었어요.”

장전일은 기분이 묘했다.

여자가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섬기는 것 같아 감탄했다.


그런데 왜 집을 나온 거지?


갈의녀는 집을 나온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제 아낙은 돌보지 않고 기루에서 기생이나 끼고 술이나 퍼먹고 있을 서방놈이 뭐가 좋다고 기도를 해?”

염지은이 아니꼬운 듯이 비꼬았다.

“우리 서방님은 기생을 끼고 술을 마시지 않아요. 부인이 많은데 뭐하러 기생을 끼고······.”

갈의녀가 말을 하다가 재빨리 손으로 입을 가렸다.

“부인이 많다고? 그러니까 바람둥이지. 기루에 가지 않았으면 유부녀 꼬셔서 야반도주를 했을 거야.”

염지은이 은근히 갈의녀를 갈구고 있었다.

“우리 서방님도 곤경에 처해 있어요.”

여자의 시무룩한 대답이다.

“무슨 곤경? 살인이라도 했나? 아니면 바람피우다가 들통이라도 난 건가? 그러니까 남의 여자를 건드리면 안 되는 거야. 하하!”

염지은이 계속 갈의녀를 자극했다.

“서방님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거예요.”

갈의녀가 새침한 표정으로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염지은이 자극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갈 곳은 있소?”

장전일이 물었다. 갈의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금룡방이 그냥 있지 않을 거요. 나는 남자니 같이 있자고 할 수도 없고······.”

“나에게 미루지 말아요.”

염지은이 칼날처럼 내쏘았다. 자신에게 갈의녀를 맡기지 말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녀는 빠르게 국수를 먹어치웠다.


장전일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객잔을 통째로 빌렸소. 두 분이 괜찮다면 내가 빌린 객잔에서 당분간 머무는 것이 어떻소? 내가 두 분에게 조용한 방을 내드리겠소.”

“좋아요. 나중에 꼭 신세를 갚을게요.”

갈의녀가 환하게 웃었다.

염지은은 아니꼬운 표정이었다. 턱을 도도하게 세우고 있다.

“염 낭자는 경성에 왜 온 거요?”

장전일이 염지은에게 물었다.

“사혼곡을 처단하러 왔어요.”

단호하게 내지른다. 역시 칼날 같은 성격이다.

“사혼곡하고 원한이라도 있소?”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자들이니 처단해야지 무슨 원한이에요? 돈받고 살인을 한다는 게 말이 돼요? 찢어죽일 놈들!”

“그 자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 않소?”

그때 시장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붉은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여자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적의군이다.


*


해연화와 월화부인이 떠났다.

그녀들이 양생당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포숙정은 그녀들에게 깊이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녀들은 남편 마영풍과 표사들의 관을 가지고 온 것이다.

해연화와 월화부인을 호송하러 해북에서 한 무리의 무사들이 말을 타고 왔다.

말에게까지 갑옷을 입힌 개마(介馬)무사들이다.

“공자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뵙게 될 거예요.”

해연화가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세옥에게 인사를 했다.

“편한 여행이 되십시오.”

세옥도 정중하게 포권을 했다.


해연화는 포숙정과도 인사를 나누고 마차로 갔다.

날씨는 비가 그쳐 청명했다. 하늘이 구름 한 점없이 푸르다.

양생당 앞에서 해연화와 월화부인이 마차에 올랐다.

“출발!”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말에 앉아서 손을 번쩍 들었다.

“출발!”

무사들이 복창했다.


해연화의 행렬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 군인들 같아요. 훈련 받은 냄새가 나요.”

포숙정이 세옥의 옆에서 말했다.

“맞습니다. 무사들의 움직임이 절도가 있어요.”

“해북에 전쟁의 바람이 휘몰아칠 것 같네요. 해연화가 해씨 나라를 건설시킬 수 있을까요?”

“선조들의 나라니까요.”

세옥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해연화의 가녀린 어깨에 무거운 짐이 얹혀있는 기분이었다.


해연화의 일행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때 무사들이 일제히 깃발을 일으켜 세웠다.


아······.


세옥은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깃발의 해(解)자!


붉은 글자가 청천하늘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그것은 대륙의 상징 해씨들의 나라를 상징하는 문양이었다.

세옥은 어떤 감동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한때 영토가 사방 9천리에 이르렀던 강대국 발해가 멸망했다.

그 광대한 영토에 해씨들이 나라를 세우려고 하고 있었다.


*


세옥은 얼굴에 지분을 바르고 눈썹을 그렸다.

입술에는 붉은 연지를 발랐다.

포숙정이 화장을 도와주었다.

“깜찍하다. 호호······.”

포숙정이 화장을 마친 세옥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어울리나요?”

세옥은 멋쩍은 듯이 웃었다. 여장을 하려니 아무래도 어색했다.


세옥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견희의 만두가게에 가볼 생각이었다.

무염이 달아난 일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그냥 가면 무림인들의 눈에 띌 것 같아 변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

“어울리다 뿐이에요? 감쪽같아요. 이제 남자들을 유혹하러 다녀도 되겠어요. 호호······.”

포숙정이 웃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옆구리의 상처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하하.”

세옥은 옷을 터트렸다.


내가 이게 무슨 꼴이냐? 무림인들의 눈을 피해 여장까지 하다니.


세옥은 도리질을 했다.

“이제 이걸 입어요.”

포숙정이 여자의 옷을 건네주었다. 치마와 저고리다. 세옥은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었다.

“완벽해요. 호호······.”

포숙정이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에이.”

세옥은 여장이 거북했다. 그러나 무림인들의 이목을 끌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걷는 것만 조심스럽게 걸으면 되겠어요.”

“어떻게 걸어요?”

“보폭을 크게 떼지 말아요.”

포숙정이 장삼을 입혀주고 머리꽂이와 비녀를 꼽아주었다. 거울을 보자 자신이 보기에도 반쯤은 여자로 보였다.

“미인이다. 아이 예뻐라.”

포숙정이 세옥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댔다.

“왜, 왜 이러십니까?”

세옥이 당황하여 물러섰다.

“애걔··· 처음도 아니잖아요?”

포숙정이 눈을 흘겼다.

그렇다.

그녀와 입을 맞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녀를 거부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다.


세옥은 피풍을 걸쳤다.

포숙정이 대문까지 세옥을 배웅했다. 무림맹의 무사들이 세옥을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세옥은 대로를 느릿느릿 걸었다.

경성의 서문에서 황궁으로 가는 길은 주작대로(朱雀大路)라고 불린다.

주작대로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때 한 무리의 군사들이 오는 것이 보였다.

세옥은 방해가 되지 않게 한쪽으로 비켜섰다.

행인들이 행렬을 보고 웅성거렸다.

“사신의 행렬이네.”

“촉(蜀, 후촉)나라의 황태자와 화예부인(花蕊夫人)이야.”

“화예부인?”

“화예부인은 촉나라 최고의 미인이고 유명한 시인이래.”

세옥은 촉나라 황태자와 황태자비 화예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나란히 말을 타고 오고 있었다.

황태자비 서씨(徐氏)의 시가 널리 알려져 있어서 세옥도 외고 있었다.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는데

오동나무 그림자 사창에 비쳤도다.

별빛은 사위어가고 먼동이 트려 하니

풀벌레도 새벽을 재촉하누나.

님의 손목 잡고 이별주 권하노니

눈물 되어 금잔에 떨어지네!

묻노라 님이여

오늘 밤에 떠나시면 언제 돌아오시려오?


화예부인이 지었다는 시다.

세옥은 말 위에 앉아 화예부인을 보고 감탄했다.

후촉은 훗날 송나라를 세운 조광윤에게 멸망하고, 그녀의 미모를 탐낸 조광윤의 후궁이 된다. 후촉이 망했을 때 저 유명한 망국시를 남겼다.


임금이 성위에 항복 깃발을 세웠는데

나는 구중궁궐에 있어서 알지 못했네.

촉나라 14만 대군이 모두 투항을 했으니

촉나라에 대장부는 하나도 없다는 말이냐?


화예부인은 강제로 조광윤의 후궁이 되었으나 남편의 죽음과 망국의 복수를 하기 위해 조광의를 유혹하여 조광윤을 죽인다.


*


사신 행렬이 황궁을 향해 멀어져 갔다.

세옥은 총총 걸음으로 견희네 만두가게로 향했다.

날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걸음을 떼어놓으면서 주위를 살폈으나 미행하는 기척은 없었다.

견희네 만두가게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가게에서 불빛이 아슴하게 흘러나왔다.


세옥은 주위를 한참동안이나 살피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견희가 자리로 안내했다.

가게에는 마침 손님이 없었다. 주방에서는 여자들이 하루의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만두 드릴까요?”

견희가 차를 따르면서 물었다.


세옥은 견희를 쳐다보고 웃었다.

“어······?”

견희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눈을 깜박거렸다.

“서··· 서방님······!”

견희가 입을 딱 벌렸다. 웃지도 못하고 어리벙벙한 표정이다.

“후후. 서방님 얼굴을 벌써 잊은 거야?”

세옥이 그제야 견희를 덥석 안아서 무릎에 앉혔다.

“정말 서방님이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견희가 그제야 활짝 웃었다.

“사정이 있어서 변장을 했어.”

“얘들아, 나와 봐.”

견희가 주방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주방에서 수수와 문강이 달려왔다.

“어머나!”

“우리 서방님이 왜 여자가 되었어?”

여자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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