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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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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7.04 10: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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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9,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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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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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5화 영웅호색(6)

DUMMY

세옥과의 사랑은 격렬했다. 그는 젊은 나이인데도 여자를 행복하게 할 줄 알았다.

낯선 기분, 낯선 장소, 낯선 남자······.

남편 마영풍과 거의 사랑을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욕망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세옥과의 사랑은 달콤했다.

세옥은 그녀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아아, 너무 좋아.


포숙정은 그에게 안겨서 몸부림을 쳤다.

포숙정이 세옥을 생각하고 있을 때 장전일이 들어왔다.

‘내가 또 서생을 생각하고 있었네.’

포숙정은 세옥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에 대한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내가 제 정신이 아니야.


자신을 탓하면서도 그에게 마음이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의원님, 몸은 좀 어떻습니까?”

장전일이 인사를 하고 물었다.

도복을 입은 장전일을 보자 포숙정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포숙정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지난밤에 세옥이 구해준 이야기를 장전일에게 했다.

“이 공자님이 의원님을 도와주어 다행입니다.”

“장 공자님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고마워요.”

장전일은 무림맹 무사들과 함께 살수들과 치열하게 싸웠다. 그의 손에 살수들이 여섯이나 죽었다.

“경비를 더 강화하겠습니다. 무림맹에 지원도 청하고요.”

“나중에 신세를 꼭 갚을게요.”

“아닙니다. 제가 의원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장전일은 시원시원했다.

무림맹의 총순찰인데 교만하지 않았다. 장차 한 문파의 대종사가 될 만한 그릇이라고 생각했다.

“표사들은 표국으로 돌려보내야겠어요.”

포숙정이 말했다.

표사들은 백만겁의 지휘를 받고 있다. 이제는 양생당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지켜야 한다.

“예.”

포숙정은 장전일에게 무사들을 시켜 음식과 물을 공급해 달라고 부탁했다.

세옥의 말마따나 배신자들이 치명적인 독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제는 작전을 시작해야 돼.’

포숙정은 금화에게 백만겁을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


백만겁은 포숙정을 쳐다보았다. 어느덧 오후가 되어 있었다. 백만겁은 포숙정이 명줄이 길다고 생각했다.

몇 번이나 극악무도한 살수들의 습격을 받고도 살아나다니.

“총표두는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해요?”

포숙정이 백만겁을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백만겁은 잔뜩 긴장했다.


이 여자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


요즘은 포숙정이 자신을 멀리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여자는 육감이 발달해 있다.

“국주님은 살해당하고··· 나도 습격을 받았어요.”

“강호에서 그런 짓을 하는 건 살수들밖에 없지 않습니까?”

“배후가 있지 않겠어요? 누구라고 생각해요?”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강남표국 짓이 아닐까요?”

백만겁이 포숙정의 눈치를 살피면서 대답했다.


강남표국은 초주(蕉州)에 있다. 용문표국과 함께 명성을 떨치고 있다. 멀리 있으니 그들에게 의심을 떠넘겼다.

“강남표국?”

“국주님과 사모님이 원한을 산 일도 없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증거가 있어요?”

“아닙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사라도 해볼까요?”

백만겁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론 진짜로 조사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포숙정의 의심을 강남표국에 덮어씌우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총표두님,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우리 표국에 배신자가 있는 것 같아요.”

“배신자요?”

백만겁은 가슴이 철렁했다.


이 여자가 눈치를 챈 것인가?


백만겁은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듯이 세차게 뛰었다.

“국주님이 살해당한 뒤에 내가 비밀리에 조사를 했는데 아랫놈은 짐작이 가는데 위엣 놈은 아직 알 수 없어요. 위엣 놈만 드러나면 찢어죽일 텐데······.”

포숙정은 일부러 백만겁을 보지 않고 말했다.


찢어 죽인다고?


백만겁은 오싹한 한기가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포숙정이 이를 갈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한 짓이라는 것이 발각되면 정말 개돼지처럼 도살될 것이다.

백만겁은 침이 말라왔다.

“아랫놈은 누구입니까?”

“아직 증거를 찾지 못했어요. 증거만 찾으면··· 총표두가 비밀리에 조사를 해봐요. 음모를 꾸미고 살인청부를 의뢰한 놈이 반드시 있을 거예요.”

포숙정은 아랫놈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다.


서달이 놈이 꼬투리를 잡힌 거야?

칠칠맞은 놈.

어떻게 하다가 눈치를 채인 거야?


백만겁은 서달에게 분노가 일어났다.

“예.”

백만겁은 포숙정의 방에서 물러나왔다.

‘서달이 놈이 발각이 된 게 틀림없어.’

백만겁은 표국으로 돌아오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


장전일은 살수들이 포숙정을 잇달아 공격하자 불쾌했다. 그들이 사혼곡의 살수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비열한 놈들!’

살수들은 돈을 받고 살인을 한다.

용납할 수 없는 놈들이다.

그러잖아도 살수들을 무림에서 제거하려고 했었다.

총순찰대 무사들이 살수들의 동정을 추적하고 있었다.


‘이놈들이 내가 와 있는데 감히 양생당을 습격해?’


사혼곡은 무림의 해악이다. 장전일은 사혼곡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생은 성품이 나쁘지 않아.’

장전일은 세옥이 마음에 들었다. 나이 차이를 떠나서 지기가 되고 싶었다.

영웅호색이라더니.

굳이 흠이라면 여자 문제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세옥은 눈이 맑고 사기가 없다. 그런 사람이 기연을 얻었다고 무림의 표적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무림맹 무사들이 양생당 뜰에 도열했다.

“천보는 사혼곡의 살수들에 대해서 조사하라.”

장전일은 천보에게 지시했다. 천보는 그가 데리고 온 무사들중에 무공이 가장 높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품이다.

“사혼곡은 워낙 은밀하게 활동해서 조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천보가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장전일을 쳐다보았다.

“살수들이 양생당을 침입하는 것은 이 자들이 근처에 있다는 증거야. 대량성 일대를 면밀하게 조사해.”

“예.”

천보가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두향은 포 의원과 별채의 이 공자, 손님으로 와 있는 해연화와 월화부인에게 음식물과 물을 직접 공급하라.”

“공자님, 왜 그렇게 합니까?”

두향이 어리둥절하여 장전일을 쳐다보았다.


두향은 무림맹의 여자 무사다. 이화산장의 제자다.

“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

두향이 비로소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냉표는 사혼곡의 위치를 추적하라.”

“사혼곡이요?”

냉표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무사들도 일제히 웅성거렸다.

사혼곡은 존재만 알려져 있지 소굴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이 기회에 살수들을 제거해야 한다.”

“예.”

냉표가 머리를 조아렸다.

장전일은 지시를 마치자 대문 쪽을 응시했다.

대문에서 총관 서달이 들어오고 있었다.


*


세옥은 운기조식을 마쳤다. 오전 내내 잠을 자고 오후에 일어나 운기조식을 한 것이다.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개운했다.

독침에 맞았는데도 중독이 되지 않았다.


후후. 내가 만독불침이네.


독이 침범하지 못하는 것은 절대적인 행운이다.

게다가 이문청의 장풍에 가슴을 강타당하여 피를 토했는데 오히려 개운했다.

내력이 모이고 있는 기분이었다.


설마······?


장풍이 내단을 깨드리고 있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단의 일부가 깨져 내력이 된 것이리라.

‘이씨세가 출신이라고?’

이충의 얼굴이 떠올라왔다. 이충도 이씨세가 출신이었다. 그와 살수들과 한 패는 아닌 것 같았다.

그때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세옥은 발자국소리가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공자님.”

해연화와 월화부인이다. 세옥은 일어나서 문을 열어주었다.

“공자님께서 도와주셔서 제가 회복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월화부인이 세옥에게 인사를 했다.

지난번에는 절까지 하더니.

“아닙니다. 선자께서도 저를 도와주시지 않았습니까?”

세옥은 해연화를 돌아보았다.


해연화가 세옥을 향해 밝게 웃고 있었다. 세옥은 그녀들을 방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게 했다.

“공자님, 밤에 고생을 많이 하셨지요?”

해연화가 물었다.

“예.”

해연화도 지난밤의 일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했으나 누구보다도 총명한 소녀였다.

“공자님의 피가 도움이 되는 게 확실해요. 정말 기연을 얻으셨어요.”

“글쎄 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다행이지요.”

세옥은 무춤했다. 기연을 얻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해야할 일도 있을 것이다.

“보통 약이 아니에요. 독을 해독하고 병을 낫게 해요.”

“다행입니다.”

세옥은 자신의 피가 영약이 된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포숙정을 보더라도 그의 피를 마시고 빠르게 회복되지 않았는가. 그러나 무림인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더욱 조심해야 했다.

“내 병은 불치병이에요. 음한지기를 갖고 있는 사람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어요. 그런데 제 병이 많이 나았어요.”

해연화는 약간 흥분해 있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가 회복되고 있으니 흥분할만했다.

“그런데 조심하셔야 될 거예요.”

“네? 왜요?”

“공자님의 피가 기사회생의 약이 되는 걸 알면 사람들이 그냥 있겠어요? 모두 공자님의 피를 뽑으려고 난리를 칠거예요.”

세옥은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사람들이 그의 피를 뽑으려고 무림인들이 벌떼처럼 달려드는 생각을 하자 눈앞이 캄캄했다.

“내력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세옥이 화제를 바꾸었다. 아직은 완전하지 않다.

“그럼 열심히 연마하세요.”

해연화는 할 말이 있는 듯했으나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밖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설우가 만두를 가지고 오자 해연화와 월화부인이 돌아갔다.

세옥은 설우가 가지고 온 만두를 먹었다.

“서방님, 오늘은 특별 요리도 있어요.”

설우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다른 바구니를 열었다. 그 바구니에는 양념을 한 돼지갈비가 들어 있었다.

“하하. 고마워. 나를 챙기는 것은 우리 설우밖에 없네.”

세옥은 생글생글 웃는 설우를 보자 기분이 좋았다.

운봉과 설우가 번갈아 양생당의 별채를 드나들고 있었다.

“부인이 서방님을 안 챙기면 누가 챙기겠어요?”

설우가 살갑게 웃으면서 술을 따라주었다.


설우는 애교까지 부리고 있었다.

“내가 이 맛에 산다니까.”

세옥은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죽엽청이다.

술향기가 그윽하고 맛이 깔끔했다.

대나무 잎사귀로 빚은 술인데 홍도처럼 붉은 빛을 띤다.

“우리 서방님 고생이 너무 많으신가봐. 여기저기 상처투성이고··· 어떤 놈이 이랬어요? 잘 생긴 우리 서방님 얼굴에 상처를 내고······.”

설우가 세옥의 얼굴을 만지면서 말했다.

“내가 잘 생겼어?”

“잘 생겼죠. 세상에서 제일 잘 생겼어요.”

설우가 웃음을 깨물었다. 세옥도 유쾌하게 웃었다.

“사람들은 못생겼다고 하던데?”

세옥은 설우와 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는 제일 잘 생겼어요. 히히··· 그런데 멋도 생긴 것 같아요.”

“멋?”

“전에는 샌님 같았는데 이제는 사내대장부 같아요. 칼자국 때문인가?”

설우가 세옥의 얼굴을 부드러운 손으로 쓰다듬었다. 살수들과 싸울 때 작은 상처들이 생겼다.

“설우가 좋아하니까 칼자국을 많이 만들어야 하겠네. 하하.”

“애걔··· 하여튼 서방님 얼굴에 칼자국을 낸 놈은 뭐하는 놈이에요?”

“설우가 복수하게?”

“무공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복수하겠어요? 저주를 해야죠. 그런데 몸이 더 건강해진 것 같으니 어떻게 하냐? 호호······.”

설우가 깔깔대고 웃었다. 설우는 웃음이 헤펐다.

“눈도 초롱초롱 빛나고······.”

“내가 요즘 무공을 연마하고 있어.”

“무공은 배우기 싫다고 하셨잖아요?”

“좋아하지 않는데 세상이 그렇게 만드네.”

세옥은 술을 마시고 돼지갈비를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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