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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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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25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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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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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7화 무림지보(6)

DUMMY

두향은 태극권을 시전하고 있는 장전일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장전일의 무공은 독특했다.

강호의 무공은 대부분 빠르고 강한 것을 위주로 하는데 장전일의 무공은 느림과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강했다.


대량성을 행해 가는 길목에 있는 객잔 뒤뜰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에 장전일이 부하 무사 두향에게 태극권을 가르치고 있었다.

다른 무사들은 객잔에서 쉬고 있었다.

그때 발자국소리와 함께 냉표가 왔다.

“공자님.”

냉표가 예를 올렸다.

“어떻게 되었나?”

장전일이 태극권 시전을 멈추었다.


두향도 연마를 멈추고 냉표를 쳐다보았다.

불과 이각(二刻, 30분)도 연마하지 않았는데 땀이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무림지보가 대량성을 향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장전일은 맹주로부터 무림지보에 대해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무림지보 이세옥.


용의 내단도 얻고, 마왕퇴에도 있었다.

일개 서생인 그가 무림에서 기린아로 떠올랐다.

“우리가 도착할 때면 늦겠군.”

장전일이 한숨을 내쉬었다. 무림지보에 대해서 그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잠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를 현무문의 마왕퇴에서도 보았었다.

눈이 맑은 청년이었다.


‘장 공자님은 장차 무림 최고의 고수가 될 거야.’


두향은 우두커니 생각에 잠겨 있는 장전일을 쳐다보았다.

태극을 위주로 한 그의 무공이 머지않아 강호를 뒤흔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전일은 맹주인 사마독과 대립하고 있다.

사마독은 무림맹을 사악하게 이끌고 있었다.


하늘에는 달이 밝았다.

“공자님께서는 무림지보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냉표가 장전일에게 물었다.

“우리가 빨리 무림지보를 찾아야겠어.”

“공자님께서도 내단을 취하실 생각입니까?”

“아니야. 무림인들에게 그 친구가 죽기 전에 구해야 돼.”

장전일은 용의 내단보다 무림지보라는 사내를 더 걱정하고 있었다.


장전일이 마구간에 묶어 놓은 말을 끌고 나왔다.

“나 먼저 갈 테니까 내일 아침 뒤따라와.”

장전일이 말에 올라탔다.

“저희도 따라가겠습니다.”

두향이 황급히 말을 끌고 나왔다.

“이랴!”

장전일이 힘차게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두향도 빠르게 말에 올라타 장전일의 뒤를 따랐다.

‘무림지보 때문에 강호에 난리가 나겠구나.’

냉표는 장전일과 두향이 달빛 속으로 멀어져가는 것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


세옥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는 천면마희가 객잔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엉뚱하게 인적이 없는 산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천면마희는 무공이 약했으나 변장과 분장이 능했다.

천의 얼굴을 갖고 있다는 여자였다.

천면마희라는 별호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야?’


세옥은 도깨비에 홀린 기분이었다.

천면마희가 어두운 산길을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천면마희는 경공이 약해 세옥을 안고 달리느라고 헐떡거리면서 가쁜숨을 몰아쉬었다. 땀까지 흥건하게 흘렸다. 그녀의 몸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낭자, 어디로 가는 거요?”

세옥은 천면마희에게 말을 건넸다. 속절없이 당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헉헉··· 시끄럽다.”

“여자가 남자를 납치하는 법이 어디 있소?”

“헉헉··· 여자가 남자를 납치하면 세상이 뒤집어지기라도 하냐?”

“설마 나를 신랑 삼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농을 하듯이 말했다.

“신랑은 개뿔··· 내단만 취하고 목을 비틀어 죽일 건데··· 후후······.”

천면마희가 싸늘하게 내뱉었다.


세옥은 등줄기가 서늘했다.

싸가지 없는 여편네.

속에서 욕설이 튀어나오려고 했으나 억지로 참았다.

천면마희는 그런 짓을 하고 남을 여자다. 그렇다고 공포에 떨고 있을 수는 없다.

“왜 산속으로 들어가는 거요? 산짐승이라도 나오면 어떻게 하려고?”

천면마희가 신형을 멈추었다.


놈의 말이 옳다.

천면마희는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고 숨이 찼다.

세옥을 안고 경공을 펼치느라고 더욱 많은 기운이 소모되었다.

“말라깽이 같은 놈이 왜 이렇게 무거워?”

천면마희가 세옥을 풀숲에 내던졌다.


“어이쿠!”


세옥은 온 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천면마희가 그를 짐짝처럼 취급하고 있었다.

“아이고 아파라. 내 엉덩이 부서지겠네.”

세옥이 너스레를 떨면서 엄살을 부렸다.

뭐 이런 놈이 있지?

천면마희는 웃음이 빵 터졌다. 놈은 위험한 상황인데도 유들거리고 있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것인가.


천면마희가 세옥의 옆에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했다.

놈은 혈도가 찍혀 있으니 꼼짝을 못할 것이다.


세옥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별도 없이 캄캄하다.

세옥은 자신의 처지가 한심했다.

‘아아, 내가 이렇게 당해야 하다니······.’

수치스럽기 짝이 없다.

세옥은 천면마희의 수중에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천면마희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세옥은 흡사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 세상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천면마희가 운기조식을 마쳤다.

세옥이 천면마희를 쳐다보았다.

천면마희는 몸이 비대했다.

키는 크지 않은데 피둥피둥 살이 쩌 있었다.


천면마희가 주위를 둘러본 뒤에 옷을 벗기 시작했다.

“무, 무엇을 하는 거요?”

세옥이 당황하여 물었다.

“이놈아, 이제 내단을 취할 때가 되었다. 영광으로 알아라. 클클······.”

천면마희가 흐뭇하여 낄낄댔다.


‘이 여편네가 완전히 맛이 갔네.’


세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혈도가 찍혀 있어서 비참했다.

무림인들은 오로지 세옥의 내단을 탈취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흐흐··· 여기서 신방을 차릴 거요?”

세옥은 유들거리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든지 말로 그녀를 멈추게 해야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입만 사용할 수밖에 없다.

천면마희가 빠르게 옷을 벗었다.


‘아이고 나 죽겠네.’


세옥은 눈앞이 캄캄했다.

“이것 봐요. 신방을 이런 데서 차리는 거요?”

“이놈아, 신방이라니 무슨 개소리냐?”

천면마희가 눈알을 희번덕거렸다.

“내단을 취하기 위해 나와 합방을 하려는 것이 아니요? 그게 신방이 아니면 무어요?”

“그런 게 신방이라면 나는 수백 번의 신방을 차렸을 것이다. 호호.”

천면마희가 비대한 몸을 흔들면서 웃었다. 그녀의 거대한 가슴이 출렁거렸다.


놈과 대화를 하는 것이 유쾌했다.

고양이가 쥐를 갖고 놀듯이 서생을 갖고 놀 수 있었다.

“쳇! 술집 여자도 아니고··· 마누라 삼으려고 했더니 말아야겠네.”

“미친··· 서생놈이 입만 살았구나. 물에 빠져 뒤지면 입만 둥둥 뜨겠어.”

천면마희가 세옥에게 엎드렸다.


‘이건 악몽이야. 내가 악몽을 꾸고 있는 거야.’


세옥은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강호는 의협이 넘치는 곳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살인하는 세상이다.

정파든지 사파든지 살인을 하기 위해 무공을 연마한다.

의를 행한다고 하지만 명성과 권력을 얻기 위해 살인을 한다.


퍽--!


그때 살이 터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누군가 소리없이 나타난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세옥은 가슴이 철렁했다. 상상할 수도 없는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헉!”

그와 동시에 천면마희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세옥은 눈을 번쩍 떴다.

천면마희의 입에서 비릿한 것이 왈칵 뿜어졌다.

피가 세옥의 얼굴로 쏟아졌다.


‘에이 더럽게······.’


세옥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천면마희가 세옥에게 엎어졌다.

몸이 비대하여 묵직하다.

세옥은 천면마희의 무거운 몸뚱이에 깔려버렸다.


“추잡한 계집!”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다.

세옥은 천면마희의 어깨너머로 암습자를 노려보았다.

묵직한 괴장(槐杖)을 들고 있는 노파였다.

세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가 괴장으로 천면마희의 등을 후려쳤고, 천면마희가 그대로 꼬꾸라진 것이다.


‘연화사의 정일사태!’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도 청풍객잔에 있었다.

세옥은 소름이 쫙 끼쳤다.

정일사태가 발길로 천면마희를 내질렀다.

발길에 내력이 실렸다.

천면마희가 4, 5장이나 풀숲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달빛에 정일사태의 기괴한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가 세옥을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태께서 무슨 일이오?”

세옥은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했다.


사람이 아니라 요물이라는 생각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쳤다.

“네놈은 무림의 공적이다. 없애 버릴 것이다.”

정일사태의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났다.

세옥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일사대의 무시무시한 괴력을 보았다.

“내가 왜 무림의 공적이오? 내가 사람을 죽였소? 강도질을 했소?”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무림에 어떠한 해악을 끼친 일이 없는데 공적이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네놈 때문에 강호무림이 음탕해지고 있다. 당연히 제거해야 한다.”

정일사태의 작은 눈이 쉴 새 없이 번들거렸다. 무엇인가 빠르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건 내 탓이 아니오. 무림인들의 욕망이 지나쳐서 그런 것이오.”

“너를 제거하면 무림이 깨끗해진다.”

터무니없는 말이다.

“연화사는 부처님을 모신 청정도량이 아니오? 어찌 자비를 베풀려고 하지 않소?”

“너를 죽이는 것이 자비를 행하는 일이다.”

세옥은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이런 개떡같은 할망구.

“내단이 필요하지 않소?”

세옥의 다급한 말에 정일사태의 눈빛이 흔들렸다. 자신도 내단 때문에 왔으면서 허세를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갑자의 내력이 악인들의 손에 들어가게 할 수는 없지. 그럴 바에야 차라니 내가 취하는 것이 낫다. 나는 무림의 정파니··· 어흠······.”

정일사태가 헛기침을 했다.


감추고 있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흐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이곳에서 내단을 취하고 죽여서 입을 막으려는 수작이겠지.”

세옥이 비웃었다.

정일사태는 입으로는 정의를 부르짖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흥!’

정일사태의 눈이 야릇하게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


세옥은 멀뚱멀뚱 하늘을 쳐다보았다.

천면마희에 이어 정일사태까지 눈이 뒤집혀 세옥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냐?’

정일사태는 비구니다.

비구니가 이런 짓을 해도 되는 거야?

세옥은 내공심법의 구결을 외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든지 정일사태와 맞서 싸워야했다.

정일사태는 세옥을 바짝 끌어안고 내단을 흡수하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용의 내단이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세옥이 정일사태의 내력을 맹렬하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 이놈이······!’


정일사태는 경악하여 내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러나 내단은 끌려오지 않고 그녀의 내력만 빠져나가고 있었다.

정일사태는 이를 악물고 안간힘을 썼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괴이한 일이었다.

놈이 흡성공을 발출하기라도 하듯이 무서운 흡인력이 그녀의 내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아, 안 돼!”

정일사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세옥을 떼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늦고 말았다. 정일사태가 몸을 부르르 떨다가 멎었다.

세옥은 정신을 집중했다.

이대로 내단을 빼앗기면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일사태의 몸이 갑자기 빳빳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경련이 멎었어!’


정일사태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눈이 고정되어 있다.

내력이 사라진 얼굴이 쭈글쭈글했다.

“사태!”

세옥이 경악하여 그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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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무림지보(3) 24.05.11 1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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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마녀의 사랑(4) 24.05.06 165 0 12쪽
68 68화 마녀의 사랑(3) 24.05.05 175 0 12쪽
67 67화 마녀의 사랑(2) 24.05.04 173 0 12쪽
66 66화 마녀의 사랑(1) 24.05.03 17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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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 천 년 전의 여자(4) 24.05.01 16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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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17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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