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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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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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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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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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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1화 영웅호색(2)

DUMMY

백만겁은 총총걸음으로 대량성의 남쪽에 세워져 있는 관우묘(關羽廟, 관우 사당)로 갔다.

관우묘에서 중개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혼곡의 살수들이 포숙정을 암살하는데 실패했다.

별채에 있는 서생이 포숙정을 업고 양생당으로 돌아왔다.


그 까짓 서생 하나 죽이지 못하고 놓쳐?


살수들은 서생의 경공이 너무 빨라 놓쳤다고 했다.

무엇인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서생은 무예초보가 아닌가? 그런 초보를 살수들이 놓치다니!

살수라는 이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포숙정은 부상 중에도 표사들을 동원해 의원을 경호하게 하고 무림맹의 총순찰 장전일까지 불렀다.

장전일이 호위무사들에게 포숙정이 있는 방 주위를 삼엄하게 경호하게 했다.

용문표국 표사들도 양생당을 둘러쌌다.


‘젠장, 돈을 그렇게 주었는데 실패하면 어떻게 해?’


백만겁은 화가 치밀었다.

포숙정을 죽이기 위해 살수들을 고용하는데 많은 돈을 들였다.

관우묘에는 중개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소?”

중개자가 백만겁에게 물었다. 중개자는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오. 포숙정은 살아서 돌아왔소.”

백만겁이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독침을 맞았는데 살아 있다는 말이오? 살모사의 독이라 두 시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중개자는 믿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독을 빨아냈다고 하오.”

“그럼 그 계집이?”

“그건 계집이 아니라 서생이오.”

“서생?”

중개자가 눈을 부릅떴다.

“무공초보요.”

“무슨 말이오? 그 자는 무공 초식은 엉성했으나 내력이 뛰어나고 녹수소요보도 전개했다고 하오.”

“녹수··· 그 전설의 경공 말이오?”

“그렇소.”

백만겁은 침이 마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서생이 녹수소요보를 전개하다니!

무엇인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찌되었든 포숙정을 반드시 죽여야 하오.”

“걱정마시오. 우리 사혼곡은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오.”

“이번에는 실패해서는 안 되오.”

“최고의 살수가 나설 것이오.”

“최고의 살수라면······?”

“사혼곡의 최고 고수요.”

“음.”

백만겁은 입을 다물었다.

사혼곡의 최고 고수라면 절대고수일 것이다. 절대고수가 나타난다면 포숙정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포숙정은 눈을 떴다.

밖에서 비가 가지런히 내리고 있었다. 비가 며칠째 계속 내리고 있었다. 집안이 비에 젖어 땅속 깊이 가라앉고 있는 기분이었다.

“의원님.”

침상 옆에 앉아 있던 제자 초란이 눈을 떴다. 의자에 앉아서 잠을 잔 모양이다.

“상태는 어때?”

초란에게 물었다. 그녀가 포숙정을 치료했다. 이미 10년이 넘게 그녀에게 의술을 배운 여자였다.

“아주 좋습니다.”

“독이 치료되었어?”

“네. 독을 잘 빨아서 그런지 아주 깨끗합니다.”

초란이 미소를 떠올리면서 대답했다.


포숙정은 눈을 감고 세옥이 독을 빨던 생각을 했다. 위급한 순간이라고 해도 기분이 미묘했다.

가슴에서 독을 빨기만한 것이 아니다.

독을 빤 뒤에 자신의 피를 그녀의 입에 넣어주기까지 했다.

“서생은 어때?”

“별채에 계십니다.”

“서생도 괜찮아? 독에 중독되지 않았어?”

“네. 서생도 깨끗합니다.”

포숙정은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독을 빨아서 뱉었으니 입에 독이 남았을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중독되지 않았다면 그가 만독불침의 몸이 된 것이 더욱 확실했다.

게다가 그의 피는 치유능력까지 있다.

용의 내단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가서 좀 쉬어.”

“네.”

초란이 물러갔다.

포숙정은 진기를 운용해 보았다. 진기는 잘 운용이 되고 독에 중독된 느낌도 없었다.


‘서생의 피 때문이야.’


포숙정은 저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기연이 세옥에게 거듭되고 있는 것 같았다.

기연은 무림인에게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백년 묵은 산삼 한 뿌리, 50년 묵은 영지 하나를 얻는 것도 쉽지 않다.

“의원님, 장 공자님이 와 계십니다.”

금화가 밖에서 말했다.

“들어오시라고 해.”

포숙정은 침상에서 일어나 앉았다.

“예.”

문이 열리고 장전일이 들어왔다.

“의원님, 좀 어떠십니까?”

장전일이 예를 올렸다.

“덕분에 괜찮아요. 앉으세요.”

장전일이 의자에 앉았다.

“우리 무사들에게 지시하여 양생당을 지키게 했습니다.”

“고마워요. 이렇게 장 공자님에게 신세를 지내요.”

“하하. 의원님은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마땅히 도와드려야지요. 근데 서생이 의원님을 구했다고 들었는데··· 무림에 소문이 파다한 그 서생입니까?”

포숙정은 눈을 감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세옥의 정체를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대답이 곤란하신 것 같군요. 무림에 해가 될 사람입니까?”

“전혀.”

포숙정이 미소를 지었다.

장전일은 무림지보 세옥을 조사하기 위해 대량성에 왔다. 이미 그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인지 얘기해 주실 수 없습니까?”

“서생과 친구가 되어 보세요. 비밀을 지켜주시고······.”

그때 금화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알겠습니다. 절대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장전일이 천천히 차를 마셨다. 한 마디를 하면 두 마디를 알아듣는다.


*


세옥은 마녀 상아가 가르쳐준 내공심법으로 운기조식을 했다.

처음에는 내력이 전혀 모이지 않았다. 공연히 시간만 허비하는 것 같았다.

상아검법의 내공심법이라고 했다.

상아의 검법에는 원래 이름이 없었다.

후세 사람들이 상아검법이라고 불렀다.

“이 검법은 상아검법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상아검법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네.”

세옥은 상아의 이름을 따라 검법 이름을 짓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상아검법··· 좋아요. 호호.”

상아가 유쾌하게 웃었다.

상아는 내공심법밖에 알려주지 않았다. 그녀의 내공심법은 오묘했다.

갈대숲의 흑의인들도 마녀의 내공심법 때문에 물리칠 수 있었다.

양생당의 별채 정원이다.

정원을 잘 가꾸어 여름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꽃들이 합초롬히 비어 젖어 있다.


누구지?


별체로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세옥은 운지조식을 마치고 자세를 바로 했다.

장전일이 별채로 들어왔다.

세옥은 장전일을 향해 일어서서 미소를 지었다.

장전일은 놀란 듯 당황한 표정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세옥이 여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 공자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세옥이 먼저 정중하게 포권례를 올렸다.

“이 공자님이 무사하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다행한 일입니다.”

장전일도 비로소 포권례를 올렸다. 마왕퇴에서 살아나온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들은 탁자에 마주보고 앉았다.


세옥이 차를 따랐다.

“의관이 이래서 죄송합니다.”

세옥은 자신이 여장을 하고 있는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장전일도 묻지 않았다.

“연화사의 정일사태가 어찌 죽었는지 아십니까?”

정일사태의 죽음을 무림맹이 밝혀야 했다.

무엇보다 그녀의 옷이 벗겨져 있었기 때문에 무림이 금기로 여기는 짓을 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었다.


세옥이 정일사태를 추잡하게 유린했다면 무림의 공적이 된다.

“예.”

“어떻게 죽었습니까?”

“저에게서 강제로 용의 내단을 빼앗아가려다가 스스로 죽었습니다. 전 혈도가 찍혀 있었습니다.”

세옥이 혈도가 찍혀 있었다고? 그렇다면 정일사태가 오히려 달려들다가 내력을 흡수당한 것인가.


추악한 노파······.


장전일은 사태가 어떻게 된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없었다.

“용의내단 때문입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

장전일이 신음을 토했다.

“마왕퇴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죠? 비급은 우문호가 가져가고······.”

장전일은 세옥이 마왕퇴에서 무엇을 얻어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장 공자님에게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마녀의 검법을 배웠습니다.”

“상아검법이요? 그 비급은 우문호가 가져간 게 아닙니까?”

“우문호가 가져간 검법이 무슨 검법인지는 잘 모릅니다.”

“어떻게 마녀의 검법을······.”

“자세한 사정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장전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세옥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포숙정이 별채에 들어서자 장전일과 세옥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포숙정은 바둑을 두는 것을 구경하면서 차를 따라주었다.

그들은 이야기도 하지 않고 바둑만 두고 있었다. 그렇다고 표정이 심각해 보이지도 않았다.

‘무슨 바둑을 말도 하지 않고 두는 거야?’

포숙정은 그들의 표정을 살피고, 바둑판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바둑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었다.

“왜 얘기를 안 하세요?”

“하하. 우리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장전일이 웃었다.

“네?”

“바둑으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에······.”

포숙정은 장전일의 말이 황당했다.

‘바둑판으로 무슨 얘기를 해?’

바둑판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얘기를 했는데요?”

포숙정이 세옥에게 물었다.

“세상 이야기요.”

세옥이 웃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세요. 흰 돌과 검은 돌이 무슨 말을 해요?”

“춘추전국시대 진평공 때의 일입니다. 임금이 충언을 하는 대신들을 모조리 죽이자 대신들은 두려워서 입을 다물었어요. 그러자 진나라 어느 마을에서 돌이 말을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어요. 사람이 말을 못하니 돌이 말을 하는 겁니다.”

포숙정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세옥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우리는 지음(知音)이 되었습니다.”

장전일이 웃었다.

“지음이요?”

“이 공자님을 벗으로 사귀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나는 뭐 좋은 일이 없나요? 두 분만 벗이 되고······.”

포숙정이 눈을 흘기는 시늉을 했다.

세옥과 장전일을 가깝게 지낸다면 손해 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


세옥은 장전일과 함께 뜰을 걸었다. 포숙정은 진료실로 돌아갔다.

빗줄기가 가늘어져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장마철이라 비가 자주 오고 있다.

세옥은 그에게서 무림의 형세에 대해서도 듣고, 용의 내단 때문에 무림이 어지럽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못 보던 검이네요. 마왕퇴에서 얻은 검인가요?”

장전일이 세옥의 검을 보고 물었다.

“예.”

세옥이 검을 장전일에게 건네주었다. 그가 검을 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장전일은 검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거무튀튀한 색의 검집을 잡자 알 수 없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이 가슴까지 서늘하게 하는 기분이었다.

장전일은 검을 뽑아 보았다.

검날도 특별하게 달라보이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무림맹의 총순찰입니다.”

“얘기는 들었습니다.”

“이 공자님에 대해서 조사하라는 맹주의 명을 받았습니다.”

장전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나는 무림에 해를 끼친 일이 없습니다. 무림인들이 오히려 나를 괴롭히고 있지요.”

세옥이 씁쓸하게 웃었다.

“제가 초식 몇 가지를 보여드려도 되겠습니까?”

장전일이 검을 돌려주었다.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하니 눈을 씻고 배워보겠습니다.”

“하하. 가시지요.”

세옥은 장전일와 함께 후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장전일이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 초식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세옥은 장전일의 초식을 바라보다가 따라 하기 시작했다.

장씨세가의 검법은 독특했다.

바람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태극의 파도구나.’


세옥은 장전일의 동작이 태극의 원리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검은 날이 좁은 면검이다.

가볍고 예리했다

“이 검법은 태극검법이라고 부릅니다. 모두 48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장전일은 검법의 이름을 말하면서 검초를 펼쳐 보였다.


세옥은 그의 날카로운 검법에 감탄했다.

검법을 제대로 연마하면 적수가 없을 것 같은 강력한 검법이었다. 그의 간단한 검초에도 무시무시한 칼바람이 불었다.


세옥은 땀을 흥건히 흘리면서 장전일을 따라 검법을 펼쳤다.

“삼재검법입니다.”

장전일이 두 번째 검법을 시연해 보였다.

삼재검법은 더욱 위력이 막강했다.

세옥은 삼재검법의 구결과 초식도 놓치지 않고 외웠다.

“어떻습니까?”

연마를 마치자 장전일이 물었다. 한 시진이나 걸려서의 일이었다.

“훌륭한 검법입니다.”

“하하.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제 평생 연구를 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울 생각입니다. 장법(掌法)도 한 번 보시겠습니까?”

“예.”

장전일이 장법을 펼쳐 보였다.

장법은 내공을 이용하여 손으로 진기를 발출하는 무공이다. 경지에 이르면 거목을 쓰러트리고 바위를 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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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화 여장남자(4) 24.05.21 1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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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화 여장남자(1) 24.05.18 15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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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화 무림지보(6) +1 24.05.14 162 0 12쪽
76 76화 무림지보(5) 24.05.13 162 0 11쪽
75 75화 무림지보(4) 24.05.12 174 0 12쪽
74 74화 무림지보(3) 24.05.11 162 1 12쪽
73 73화 무림지보(2) 24.05.10 16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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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마녀의 사랑(4) 24.05.06 17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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