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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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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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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1,161

작성
24.04.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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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0화 무림맹주(5)

DUMMY

조광윤은 세옥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나이는 젊은데 학문이 깊다.

아니 지혜롭다.

조광윤은 수많은 책을 읽었으나 이세옥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내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까?”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이세옥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눈빛이 맑아 남자인 조광윤마저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설마 천안(天眼)인가?


천안은 마음의 눈이다.

심안(心眼)이라고도 하는데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꿰뚫어본다.

도인의 경지에 이르거나 하늘의 뜻을 얻어야 한다.

한순간 그에 대한 질투심이 일어났다.


항상 내 자신을 다스리려고 했는데 아직도 수양이 부족한 것인가.


조광윤은 스스로를 탓했다.

이세옥은 여전히 담담하다.

그는 조광윤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고 있다.

“왜 나에게 솔직한 거요?”

“장군은 내단을 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용이 출현한 것도 하늘의 뜻이고 내단을 얻는 것도 하늘의 뜻이지요. 내가 탐한다고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광윤은 내단에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얻었으면 좋겠지만 이 신비한 청년이 얻었다.

장차 대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장군께서 포고령을 하나 내려주십시오.”

“포고령이요?”

“무림인이 당가촌의 주민을 살해하면 반역자로 처벌한다는 포고령을 내려주십시오.”

사마독의 행패를 막아달라는 부탁이다.

아직은 사마독과 맞설 능력이 없는 것인가.

하늘이 영웅을 낼 때는 시련도 함께 준다. 지금은 이세옥에게 시련의 시기인 모양이다.

“그렇게 하리다.”

조광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광윤은 이세옥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가 애민사상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호감을 느꼈다.

“저는 군대를 잠시 따라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조광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세옥이 당가촌에서 강호로 나가려고 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조광윤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이세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세옥은 뜻밖에 많은 서책을 읽은 것 같았다.

그는 제자백가에 막힘이 없었고, 묵자의 겸애 사상을 좋아했다.


겸애(兼愛)······.


타인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묵자의 교설이다.


*


조광윤은 어두운 하늘을 쳐다보았다.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서생 이세옥의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면 한나라가 멸망하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비슷하다.

조광윤은 몇 달 전 황제 시영의 친필 서한을 받았다.


『···벗이여, 나의 부탁을 들어주게. 간곡하게 부탁하네. 내가 죽으면 동생 시진국과 재상 백경천이 반란을 일으키고 나라는 혼란에 빠질 것이네. 이들은 탐욕스러운 무리들이네. 탐욕한 자들이 권력 갖게 되면 어떻게 되겠나? 우리가 흑암산에서 무예를 연마할 때 명화와 자네, 나 셋이 맹세하지 않았나? 우리의 의리를 영원히 함께 하기로. 내가 죽은 뒤에 명화와 아들을 자네가 거둬주게. 명화는 부인으로 삼고 아들은 양자로 삼게.』


황제 시영의 친서를 받은 조광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위독하다는 사실은 안타까웠으나 자신의 부인인 부명화를 조광윤의 부인으로 삼아 달라는 말에는 경악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처음에는 시영의 서신에 분노했다. 그가 자신을 짐승 취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아내를 친구에게 주려고 하다니.’


시영이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자 그의 생각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반란이 일어나면 부명화의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신과 어린 아들의 목숨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무지막지한 반란군에게 부명화는 능욕을 당하게 될 것이고, 어린 아들은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친구의 부인으로 주어 아내와 아들의 목숨이라도 보전하자.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죽어가는 시영이 선택한 고육책이다.


그가 얼마나 괴로웠으면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그러나 조광윤은 황제 시영이 죽는다고 해도 부명화를 부인으로 맞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조광윤도 한때 부명화를 좋아했다. 그러나 부명화는 시영을 좋아했다.

조광윤은 부명화가 시영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부명화는 시영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명의와 명약을 찾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적의군을 이끌고 자주 황궁을 비우고 있었다.


용의 내단이 있으면 시영이 살 수 있을까······?


조광윤은 시영은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명화는 조광윤에게 반란의 기운을 잠재워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조광윤은 부명화를 도울 생각이었다.

그녀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사랑하던 여인이었고, 동생과 같은 여인이었다.

게다가 반란으로 중원에 전쟁의 바람이 휘몰아치는 것이 싫었다.


이세옥의 얼굴이 떠올라왔다.

그가 내단을 취한 것은 거의 확실해 보였다.

그의 내단을 취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남녀가 정을 통하면서 채음을 하듯이 내단을 흡수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흡성공으로 내단을 취하는 방법.


두 가지 방법 모두 무림에서 금하는 방법이다.

조광윤은 이세옥에게 내단이 있다고 해도 빼앗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부명화라면 아들을 위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명화가 이세옥을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부명화는 황후이기 전에 사랑하는 여인이자 친구의 부인이다.

부명화가 이세옥을 찾아오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천하는 넓고 인재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하더니······.


조광윤은 이세옥의 학문에 감탄했다.

그와 밤새도록 서책을 앞에 놓고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금의군이 외궁을 순찰하는 소리가 조용한 황궁 안에 울려 퍼졌다.

적의군 장령 장태화는 담장위에 잠시 엎드려 있다가 내궁(內宮)으로 신형을 날렸다.

내궁은 푸른 달빛 아래 조용했다.

환관이나 궁녀의 무리들이 모두 잠이 든 듯 풀벌레 울음소리까지 들리고 있었다.


귀신같은 영감.


황궁의 정전인 양심전의 지붕에 환관 장지상이 앉아 있었다.

흡사 용마루의 원숭이 조각상 같았다.


졸고 있는 것일까? 자고 있는 것일까?


장지상이 움직이지 않아 상태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현무삼검(玄武三劍)으로 8대고수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실제로는 대종사의 무공을 갖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황제 시영과 황후 부명화.

대장군 조광윤까지 그의 제자다.

제자들이 출중하여 무림에서도 명성이 쟁쟁하다.


명칭으로는 황제 시영과 황후의 대내시위였다.

황제가 암살을 당하지 않는 것은 장지상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황후마마는 봉황전에 계시다.”


장태화의 귓전에 장지상의 탁한 목소리가 날아와 박혔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움직였는데도 간파한 것이다.

“예.”

장태화는 짧게 끊어서 대꾸했다.

장지상의 귀가 예리하다.


휘이이익--.


장태화는 봉황전으로 신형을 날렸다.

자객은 장지상의 눈과 귀를 속이고 결코 황궁으로 잠입할 수 없을 것이다.


장태화가 지붕위를 달려서 봉황전으로 날아내리고 했을 때였다.

양심전 쪽에서 날카로운 기합소리가 들렸다.


‘저건 뭐야?’


장태화가 신형을 멈추고 돌아보자 흑의인이 지붕위로 솟아오르고 장지상이 신형을 날리는 것이 보였다.


누가 감히 황궁에 침입을······?


장태화는 돌아서서 양심전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푸른 달빛 아래서 몇 차례 옷자락이 펄럭거리는 것이 보였다.

흑의인이 상당히 고수다.

하기야 황궁을 침입한 자객인데.

그러나 장지상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장지상은 절대고수다.

그는 한 줄기 빛살처럼 신형을 움직였다.

밤은 깊고 달은 휘영청 밝았다. 그러나 지붕위에서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어쩐지 기괴해 보이기까지 했다.


흑의인은 금세 장지상에게 제압되었다.

장태화는 그들 앞에 날아내렸다.

“어르신, 끌고 가서 심문할까요?”

장태화가 장지상에게 물었다.

“죽었다.”

싸늘한 대답이다.

“예?”

“심문을 당할 것을 우려하여 이빨 사이에 물고 있던 독약을 깨물었다. 갖다가 버려라.”

장지상이 냉랭하게 내뱉었다.

장태화는 흑의인의 시체를 한 손으로 낚아채 금의위 처소로 달렸다.


벌써 두 번째로구나.


황제나 황후를 암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터였다.

다만 황궁의 경비가 어떤지 살펴보려는 수작이었으리라.

“이 자의 신분에 대해서 조사하여 보고하라.”

장태화는 금의위에 지시하고 봉황전으로 날아갔다.


*


황후 부명화는 금의위 감옥에 있는 자객의 시체를 보았다.

시체는 30대로 보였고 피부가 푸른 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자객은 독을 깨물어 현장에서 절명했다.

“무슨 독인가?”

부명화가 금의위 지휘사 우문호에게 물었다.


우문호는 황제 시영의 부관을 지낸 자였다.

“내일 의원이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묘강의 독으로 보입니다.”

우문호가 대답했다. 묘강은 독충이 많아 독의 서식지로도 불린다.

“오독문의 독인가?”

“독을 잘 사용하는 자들은 사천 당문과 묘강의 오독문입니다.”

사천 당문은 대량성까지 올라올 여유가 없다.


가주와 가모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사실은 무림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사천에 보낸 자들은 돌아왔는가?”

부명화는 사천 당가촌에 적의군 군관 아향을 파견했다.

아향에게서 아직 보고가 없었다.

아향은 우문호의 이종사촌 동생이다.

둘이 정혼한 사이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조광윤은 돌아오고 있나?”

“예. 10만 대군을 이끌고 오기 때문에 보름 정도 지나야 도착할 것입니다.”

부명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조광윤이 돌아온다면 황궁과 조정은 안정을 찾을 것이다.


황제의 동생 시진국.

전 왕조 출신의 백경천.

그들에게서 반란의 징조가 보이고 있었다.

백경천은 전 왕조를 배신하더니 현 왕조도 배신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 계집이 시진국에게 붙었나?’


적의군 장령 장태화가 신경에 거슬렸다.

내궁을 경호하는 적의군 장령이면서 자객의 침입을 허용했다.

장태화가 배신을 할 수도 있었다.


사천 당가촌은 용이 출현했다고 하여 발칵 뒤집혀 있었다.

수많은 무림인들이 당가촌으로 달려갔으나 내단을 얻지 못했다.


용의 내단이 폐하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지 몰라.


부명화는 용의 내단에 신경이 쓰였다.

현재로서는 용의 내단만이 황제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자객의 정체를 속히 파악하라.”

우문호에게 명령을 내렸다.

“예.”

“가자.”

부명화가 장태화에게 명을 내리고 말에 올라탔다.


장태화는 재빨리 부명화를 따라 말에 올라탔다.

부명화의 직속부대인 적의군이 금의위 앞에 도열해 있었다.

“이랴!”

부명화가 말에 채찍질을 했다.

“이랴!”

장태화는 부명화를 따라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랴!”

적의군이 일제히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금의위 관사 앞을 떠나 황궁 오문을 향해 달려갔다.

“황후마마께서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우문호의 옆에 있던 부관 고천범이 물었다.

“현무문에 가시는 것이겠지.”

“현무도원 말씀입니까?”

현무문(玄武門)은 흑암산(黑巖山)에 있고 현무도원은 현무문이 운영하는 초급 군관 양성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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