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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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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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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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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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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7화 마녀의 사랑(2)

DUMMY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고 검기가 허공에서 난무했다. 군중들이 분분이 뒤로 물러섰다.

‘우문세가의 검법인가?’

청명은 숨을 죽이고 장중을 노려보았다.

사마염은 암암리에 왼손을 폈다. 그의 손이 붉게 물들었다.

‘공자님이 혈수장을······.’

사마염의 손바닥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청명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마염의 혈수장.


수십 년 전에 무림을 피로 물들였다는 백도교 교령 천태산의 독문장법이다.

그의 장풍에 맞으면 상처가 핏빛으로 물든다.

‘저놈이 비겁하게 혈수장을?’

고천명은 사마염의 손바닥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보고 흑연을 꺼냈다. 그러나 벌써 사마염의 장풍이 우문호의 가슴팍을 때리고 있었다.


퍽--!


살가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우문호가 뒤로 주르르 미끄러졌다.

사마염의 암습에 가슴을 격중당한 것이다.

“이 비열한 놈··· 윽······!”

우문호가 비명을 지르면서 가슴을 움켜쥐었다.

고천범은 재빨리 흑연 주머니를 던졌다.


펑--!


흑연주머니가 터지면서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군중들이 소매로 얼굴을 가리면서 우왕좌왕했다.

고천범은 재빨리 우문호를 부축하여 달아나기 시작했다.

“쫓아라!”

사마염이 다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잡아라!”

사마염의 부하들이 일제히 우문호를 쫒아갔다. 그러나 자욱한 흑연 때문에 그들을 놓치고 말았다.


때마침 장전일이 부하들을 데리고 달려왔다.

“공자.”

장전일이 말을 세우고 사마염을 살폈다.

“총순찰.”

사마염은 장전일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장전일도 마왕퇴에서 탈출한 모양이다. 얼굴이 가벼운 상처가 있기는 했으나 크게 다친 것 같지 않았다.

“총순찰도 살아나왔소?”

“다행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우문호가 이쪽으로 달아났소? 우문호를 보지 못했소?”

“저쪽으로 말을 타고 갔습니다.”

사마염은 장전일이 가리킨 쪽을 보았다. 그곳은 인가가 없어서 캄캄하게 어두웠다.

“으음. 놓쳤네. 그놈을 그냥 두었소? 우리를 죽이려고 한 놈인데······.”

사마염이 마땅치 않은 듯이 말했다.

“악인은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

장전일이 담담하게 말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가자!”

사마염이 시동무사 청명에게 명령을 내렸다.

청명이 장전일에게 예를 올리고 후닥닥 사마염을 따라갔다.


*


폐가는 공자(孔子)의 사당이었다. 반란이 잇달아 일어나고 전쟁이 그치지 않아 폐가가 되어 있었다.

폐가는 지붕에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벽은 허물어지고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누군가 자고 간 듯 사당의 바닥에 마른짚이 깔려 있었다.

세옥은 주여랑이 가져온 음식으로 저녁도 먹고 술도 마셨다.

“서방님, 현무도원에 다시 다닐 거예요?”

주여랑이 눈을 반짝이면서 물었다.

“산이 무너져서 수련을 못할 거야.”

“마왕퇴 얘기를 해주세요.”

세옥은 마왕퇴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주었다. 마왕퇴의 비급을 탈취당한 이야기나, 마녀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서방님~.”

주여랑이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주여랑은 얌전하고 조용한 여자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헉! 왜 이러는 거야?’

눈빛이 요염하고 사랑스럽다. 치명적인 태도로 세옥에게 달려들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서방님~.”

목소리가 간드러진다.

“왜 이래?”

“서방님하고 극락에 가고 싶어요.”

그런가.

나하고 사랑을 원하는 것인가.

세옥은 거부할 이규가 없다고 생각했다.

주여랑을 껴안고 입술을 포갰다.

“아이 좋아.”

주여랑이 몸을 떨었다.

세옥은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여랑이 한 겹씩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아, 왜 이러는 거야?


세옥은 자신도 모르게 주여랑을 끌어안았다. 그녀에게서 지독한 요기가 풍기고 있었다.

설마 마녀가 빙의한 거야?

세옥은 소름이 끼치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여랑의 눈이 게슴츠레했다.


주여랑이 세옥에게 나신을 바짝 밀착시켰다.

나긋나긋한 나신이다. 육향까지 물씬 풍긴다.

“아이 좋아라.”

주여랑이 세옥의 무릎에 올라와 앉았다.

세옥은 그녀의 하얀 몸을 껴안았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두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뜨거운 입김, 거친 숨결······.

그리고 일체가 되어 구름 위를 날아다녔다.

“서방님~.”

“으응?”

“너무 좋아요.”

“나도.”

속삭임도 달콤했다.

무진(無盡).

끝이 없을 정도의 경지.

세옥은 몇 번이나 무진에 이르렀다.


아아······.


주여랑은 세옥이 잠들 때까지 사랑을 나누었다.

속된 말로 하얗게 불태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다.

세옥은 눈을 떴다. 날이 부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세옥과 주여랑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잠들어 있었다.


주여랑은 나신 위에 하얀 속치마를 덮고 있다.

세옥은 주여랑이 잠든 모습을 보자 기분이 이상했다.

석작과 소소라는 아이까지 있는 여자다.


‘내가 잘못한 건가?’


세옥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서방님.”

주여랑이 부스스 눈을 떴다.

“이리 와.”

세옥은 주여랑의 손을 잡아당겨 가슴에 안았다.

“제가 어제 술이 취했었나봐요.”

주여랑이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귀신에 홀린 것 같았지?”

“네.”

세옥은 어젯밤에 주여랑에게 마녀가 빙의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마녀는 주위에 있을 것이다.

“후회해?”

“아니요. 행복했어요.”

“그럼 됐어.”

세옥은 주여랑에게 입을 맞추었다.

“서방님.”

“제가 서방님을 밤새 괴롭혔죠?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어요.”

세옥은 주여랑을 포옹했다.


*


세옥이 돌아오자 여자들이 환호하면서 좋아했다.

석작과 소소도 기뻐했다.

모화는 연춘을 데리고 활짝 웃었다.

세옥은 걱정을 하던 여자들에게도 마왕퇴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얘기해 주었다. 물론 마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여자들은 세옥이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고 했다.


세옥은 익주교점에서 며칠 보내기로 했다.

여자들에게 적응을 하지 못하는 모화를 도와주었다.

마왕퇴에서 비급을 얻지는 못했다. 때때로 마녀의 소리가 들릴 때도 있었다.

“에이그. 무슨 부인이 이렇게 많냐? 부인이 넷이나 돼?”

마녀가 혀를 찼다.

“후후. 내 만두가게가 여러 곳에 있거든. 만두가게마다 부인이 있어.”

세옥은 마녀의 약을 올리듯이 말했다.

“그럼 부인이 몇이야?”

“한 50명 쯤 될 거야.”

“미쳤다. 그 여자들을 어떻게 다 거느려?”

“그러니까 나한테서 떠나.”

세옥은 마녀가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녀의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은 떨떠름한 일이었다.

“싫어요.”

“왜 싫어?”

“절대로 안 나가요. 서방님 부인이잖아요? 마왕퇴에서 나하고 입을 맞추었을 때 내 정화(精華)가 서방님 입속으로 들어갔잖아요?”


마녀의 정화?


마왕퇴에서 시체와 입을 맞추었을 때 무엇인가 세옥의 입으로 들어왔었다. 그것이 마녀의 정화였다는 말인가.

그건 이미 녹아서 뱃속으로 들어갔는데.


세옥은 익주에서 여러 날을 보냈다.

흑암산의 현무도원에는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포원제에게서 내단에 대한 치료를 할 수 없었고, 여산봉이 무너지면서 현무도원도 재정비를 해야했다.


마녀는 세옥에게 지겨울 정도로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마왕퇴에서 비급을 가지고 나오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세옥은 점점 그녀의 이야기에 익숙하게 되었다. 등 뒤에 여자를 하나 업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세옥은 아이들과 놀았다.

용의 내단으로 인한 통증도 많이 가라앉고 있었다.

모화와 연춘에게 옷을 사주기도 했다.

한가하고 평화로운 날이 계속되었다.

“저 여자는 몇 살이야?”

마녀가 모화를 보고 물었다.

“40세가 넘었을 것 같은데··· 자세히는 몰라. 본인도 모를 걸.”

“왜 저렇게 나이 많은 여자를 부인으로 삼아요?”

“나이로 따지면 마녀가 훨씬 많을 텐데······.”

세옥은 마녀와 농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마녀와의 공생이다.

“그런데 나는 마녀의 얼굴도 모르잖아? 내 부인이라면 얼굴이라도 알아야지.”

“그림 있잖아요?”

“이거?”

“네.”

세옥은 가슴속의 그림을 꺼내보았다.


이 여자가 마녀인가? 마녀답지 않게 예쁜데······.


그림의 여인은 상당히 아름답다. 그림에는 상아(裳娥)라는 글자가 하나 씌어 있었다. 상아는 치마 입은 예쁜 여자라는 뜻이다.

“상아가 누구야?”

“나요. 예쁘죠?”

“예쁘네.”

그때 지분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이어 세옥의 입술에 촉촉한 꽃잎이 스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녀 상아가 입을 맞춘 것이다.


그때 지붕위를 누군가 날아다니고 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밤이었다.

가게의 영업이 끝나 밖에 나왔을 때였다.

무림인들이 지붕에서 싸우고 있었다.


세옥은 다른 사람들보다 눈과 귀가 밝았다.

‘왜 남의 가게 지붕에서 싸우는 거야?’

세옥은 지붕위에서 싸우는 자들을 보았다.

남자와 여자 무림인이 지붕위에서 치열하게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

달은 휘영청 밝았다.

달빛이 교교한 지붕위에서 검술을 펼치는 그들의 모습이 흡사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아아악······!”


남자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지붕위에서 굴러 떨어졌다.


여자가 무공을 잘하네.


세옥은 여자의 검술에 감탄했다.

여자가 세옥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가게 앞에 나와 있는 세옥을 발견한 것이다.

세옥은 여자가 검을 휘두를까봐 바짝 긴장했다.

여자가 뚜벅뚜벅 걸어서 가까이 왔다.


어······?


세옥이 놀라서 손으로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도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서생······.”

“아향······.”

세옥과 아향이 동시에 외쳤다.


아향은 붉은 옷, 적의군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세옥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을 허리에 꽂았다.

‘후후 마왕퇴에서 탈출했네.’

아향은 세옥이 살아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저절로 얼굴에서 미소가 번졌다.

“어떻게 탈출했어요?”

포원제의 병사에 있으면서도 내내 세옥을 생각했다. 오늘 그가 만두가게에 돌아왔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남자들이 세옥을 감시하고 있었다.

“나도 급류에 휩쓸렸어. 급류가 어찌나 거친지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떠내려 오다가 정신을 잃었어. 깨어나보니 흑암산에서 5리나 떨어진 내린천이더라고··· 어떻게 온 거야?”

세옥은 아향이 살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서생이 돌아왔는지 살피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그래서 만두가게로 왔는데··· 숨어 있는 놈이 둘 있더라고요 골목에 있는 놈을 잡아서 심문하고 지붕에 있는······.”

무사와 싸워서 살해한 것이다.


아향은 세옥과 같이 있을 때 무공을 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뜻밖이었다.

“다친 곳은 없어?”

“왼쪽 다리가 부러졌는데 포 의원이 치료를 잘해 줘서 금방 나았어요.”

부러진 다리가 벌써 나았다고? 포원제의 의술이 그렇게 뛰어난 것인가. 의문이 일어났다.

“저 자는 누구야?”

“우문호의 부하··· 밤에 서생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대요. 마왕퇴에서 건진 거 없어요?”

아향이 정색을 하고 물었다.

“무얼 건져?”

“비급이나 검 같은 거······.”

“비급은 우문호가 가져갔잖아?”

마녀에 대한 이야기는 아향에게 할 수 없었다.

세옥도 반신반의하고 있는데.

“만두가게 서생이 가져갔다고 우문호가 소문을 퍼트리고 있어요.”

“황당한 놈이네.”

우문호의 얼굴이 떠오르자 세옥은 분노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할 거예요. 우문호는 다른 소문도 퍼트렸어요?”

“또 무슨 소문을?”

세옥은 짜증이 났다.


우문호가 지저분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서생이 용의 내단을 얻었다고요. 내단을 빼앗아 내력을 흡수하면 이갑자의 내력을 얻는다고 소문을 퍼트리고 있으니 무림인들이 눈이 벌게져서 찾아올 거예요. ‘

“짜증나는 인간······.”

세옥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래서 아향이 세옥을 보호하고 있는 것인가.


부명화······.


아향은 적의군이니 부명화의 명령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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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화 무림지보(4) 24.05.12 166 0 12쪽
74 74화 무림지보(3) 24.05.11 152 1 12쪽
73 73화 무림지보(2) 24.05.10 160 0 12쪽
72 72화 무림지보(1) 24.05.09 16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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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마녀의 사랑(4) 24.05.06 165 0 12쪽
68 68화 마녀의 사랑(3) 24.05.05 175 0 12쪽
» 67화 마녀의 사랑(2) 24.05.04 17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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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 천 년 전의 여자(4) 24.05.01 16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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