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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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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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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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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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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1화 용의 내단(1)

DUMMY

우문호는 적의군이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황궁의 오문을 나가는 것을 시린 눈빛으로 보았다.

부명화가 현무문에 가는 것은 자신의 본거지에서 세력을 확대하려는 의도에서 일 것이다.

“조광윤이 돌아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광윤이 돌아오면 금의위도 바뀔 것이다.


황제는 조광의에게 금의위를 맡길 것이 분명했다.

우문호는 변방으로 가게 될지 모른다.

“음.”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습니까?”

고천범이 재촉하듯이 물었다.

우문호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강호로 돌아가시면 저희도 따르겠습니다.”

“차차 이야기하자.”

우문호가 낮게 말했다.


강호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광윤이 돌아오면 그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백경천 쪽에서 은밀하게 접근해 오고 있었다.

“지휘사님, 사천의 천문강에서 용이 나왔다면서요?”

“소문을 듣기는 했다.”

당가촌의 용 이야기가 도성까지 퍼졌다.

“용의 내단을 얻으면 이갑자의 내력이 생긴다던데··· 누가 그런 내단을 얻었을까요?”

“기연은 하늘의 뜻이 있어야 얻는 거야.”

우문호는 금의위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당가촌에 갈 수 없었다.

“흑암산에 마왕퇴(魔王堆)가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마왕퇴는 마녀로 불리는 여자에 대한 전설이다.


천 년 전 검으로 무림을 뒤흔들었던 여자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떠돌고 있었다.

“현무문에서 마왕퇴로 올라가는 길을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일까요?”

천 년 전 살인귀로 악명이 높았던 마녀의 무덤.

현무문에서 흑암산에 그녀를 가두고 봉인을 했다.

마녀가 사람들을 죽이던 절대무공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우문호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흑암산으로 올라가려면 현무문의 금역을 지나야 한다.

그러나 현무문에서도 흑암산으로 올라간 사람이 없다.

천고의 절진이 있어서 살아서 나온 사람이 없다고 했다.

현무문 사람들에게도 천년 동안 금역으로 선포되어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


*


세옥은 손수 요리를 하여 술상을 차렸다.

조광윤이 군대를 끌고 와서 무림맹주 사마독이 자취를 감추었다.

무림인들도 모두 사라졌다.

내일 아침 조광윤의 군대가 대량성으로 돌아갈 때 세옥도 함께 갈 것이다.

만두가게의 여자들과 당분간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별주를 마시는 것이다.


세옥이 세 여자에게 차례로 술을 따라주었다.

여자들이 웃으면서 세옥을 쳐다보았다.

“자 다 같이 마시자.”

세옥이 술잔을 들었다.

“네.”

여자들이 일제히 술잔을 들었다.

“건배.”

세옥이 외쳤다.


세옥도 기분이 좋은 표정이다.

“건배!”

여자들이 합창을 하고 술을 마셨다.

세옥도 천천히 술을 마셨다.


용 때문에 한동안 당가촌이 뒤숭숭했다.

무림인들이 횡행하고 많은 주민들이 살해되었다.

“서방님, 모처럼 우리 끼리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실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우부인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 좋아요. 서방님 얼굴의 수포나 진물도 아물었고요. 매일 이렇게 하루의 일을 마치고 우리 끼리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어요. 이야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화정이 말했다.

가족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저녁을 같이 먹는 것은 평화로운 일이다.

“나도요.”

등옥도 즐거워했다.


등옥은 얼굴이 불콰했다.

몇 번 취한 일이 있었는데 세옥은 야단을 치지 않았다.

오히려 침상에 눕히고 약을 손수 떠먹이기도 했다.

“이것이 저녁이 있는 삶이지. 전쟁이나 반란··· 흉년이 없으면 이런 삶을 살 수 있었을 거야.”

저녁이 있는 삶.


세옥은 저녁이 있는 삶과 책이 있는 삶을 원했다.

“여자는 남자를 좋은 사람 만나야 돼요. 평민이나 종으로 태어나면 여자들은 팔려 다니기 일쑤예요.”

우부인이 지난 일을 돌이켜 보듯이 말했다.


우부인의 삶은 고통스러웠다. 지금은 평화롭다.

그러나 다시 어려운 일에 부딪쳐야 했다.

“맞아요. 여자들은 첩이 되고 종이 되죠. 주인에게 맞아죽는 종들도 얼마나 많은데요.”

화정이 맞장구를 쳤다.

여자들은 전쟁이 아닐 때도 삶이 고통스러웠다.

“서방님, 우리에게 할 말이 있으신 거죠?”

등옥이 세옥을 쏘아보았다.

“맞다. 나는 군대를 따라갈 것이다.”

세옥은 등옥이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했다.


여자들이 술을 마시다가 눈을 깜박거렸다.

세옥이 작별을 통고하는 것인가.

“군사가 될 거예요?”

“아무래도 강호인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세옥은 무림인이 아니다.


그런데 강호인이 되겠다고?


여자들이 선뜻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를 버리고 떠나려고 하는 거예요?”

“버리려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주려는 것이다. 나를 떠나 좋은 남자를 만나 살도록 해라.”

“싫어요.”

여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말했다.

“왜 싫어?”

“우리는 서방님이 좋아요.”

등옥이 생글생글 웃었다.

“내가 뭐가 좋아?”

“우리들한테 서방님처럼 잘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나하고 같이 있으면 무림인들에게 죽게 될 거야.”

“우리는 죽어도 좋아요.”

여자들이 까르르 웃었다.


술이 취하자 여자들이 웃음이 헤펐다.

“그런 소리 말아. 어찌되었든 살아 있어야지. 당분간 나는 당가촌을 떠날 거야.”

“그럼 우리도 따라 갈게요. 우리를 버리고 가지 마세요.”

“우리를 버리고 가면 10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나요.”

우부인이 불만스럽게 내뱉고 여자들이 웃으면서 동조했다.

세옥은 계속 여자들을 설득했다.

여자들이 마침내 그의 말에 동의했다.


취기가 올랐다.

당분간이라도 헤어질 결심을 하자 여자들이 계속 술을 마셨다.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불렀다.

여자들이 세옥에게 입을 맞추고 포옹하기도 했다.


*


이상한 인간들이네.


적의군 초관 아향(娥香)은 지붕에서 만두가게를 내려다보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한 남자가 세 여자를 거느리는 것은 부자나 귀족들에게는 흔한 일이다.

부인 하나에 첩을 여럿씩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일개 만두가게 주인이?


좋게 평가해야 서생일 뿐이다.

여자들이 억지로 서생에게 달라붙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좋아서 서생에게 애교를 부리고 달라붙고 있다.


서생과 여인들이 유희를 하듯이 즐겁게 놀고 있다.

세 여자가 모두 부인들이라는데 즐거워하고 있다.


저 서생놈이 바람둥이네.


아향은 얼핏 납득이 되지 않았다.

세 여자가 한 남자를 에워싸고 놀고 있다니.

넷이 모두 즐거워 보인다.

남자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부자가 아니고 무림인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서생인데.

일개 만두가게 주인을 여자들이 왜 좋아하는 거야?


아향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조광의가 지붕으로 날아왔다.

군대의 장군인데 무공이 초절하다.

당가촌을 조가군이 에워싸고 있었다.

아향은 그의 허락을 받고서야 당가촌에 들어올 수 있었다.

조가군과 적의군은 항상 협조해 왔다.

“형님께서 서생을 감시하지 말라는 명을 내리셨다.”

조광의의 말투는 퉁명스럽다.


서생을 감시하지 말라고?

당가촌에서 제일 수상한 놈인데.


형인 조광윤은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말을 듣는데 조광의는 심지가 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는 황후마마의 명을 받고 있어요.”

“조가군에서는 황후마마의 명이 통하지 않소.”

조가군은 주나라 최강의 군대였다.

조광윤이 강직해서 군사를 움직일 때는 황제의 명령도 따르지 않았다.

당연히 황후의 명령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조광윤과 황제가 친구지만.

“저 서생이 용의 내단을 취한 것이 틀림없죠?”

조광의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죽일 건가?”

“보호해야죠.”

이세옥을 죽이라는 명령은 없었다. 보호한다는 말은 얼떨결에 나온 말이다.


황후 부명화는 지켜보라는 명령만 내렸다. 그러나 이세옥이 죽어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내일 당가촌을 떠날 거야.”

조광의가 말했다.

조가군이 당가촌을 떠난다는 말이다.

“알았어요. 군이 떠나면 나도 철수해야죠.”

조광윤의 군대가 떠나면 무림맹주 사마독이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는 잔인한 작자이고 무공이 뛰어나니 그녀가 상대할 수 없다.

“그럼······.”

조광의가 먼저 지붕에서 떠났다.

아향도 당가촌을 떠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아향은 먼하늘을 쳐다보았다.

당가촌에서 와서 서생을 지켜보기 시작한지 닷새째였다.

그가 용의 내단을 취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저, 저런······.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자 서생과 우부인이 옷을 벗고 있었다.

아향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차올랐다.

남녀가 본격적으로 야사를 거행하려는 모양이다.


어떻게 하냐?


남녀의 야사를 계속 훔쳐보아야 할지 난감했다.

서생이 우부인이라는 여자를 침상에 눕히고 위로 올라갔다.


에그 음란한 것들······.


아향은 방안의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


부명화는 적의군을 이끌고 흑암산에 이르렀다.

흑암산은 높은 강과 산이 어우러지고 수많은 폭포가 있어서 중원 최고의 절경이라고 할만 했다.

흑암산의 주봉은 여산봉이다.


흑암산에는 현무문이 자리잡고 있다.

천년의 청정도량.

수많은 도인들이 도가(道家) 수행을 하고 있다.

현무문은 시영이 황제가 된 뒤에 현무도원을 설치하여 초급군관을 양성하고 있다.


흑암산의 주봉인 여산봉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산봉이 구름을 뚫고 솟아있어 괴기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현무문의 장문인은 여산진인 장한웅(張漢雄)이고 대내시위 장지상은 그의 동생이다.

현무문은 부명화의 사문이기도 하다.

“마마.”

현무도원의 산문에 이르자 산문을 지키던 제자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부명화가 말에서 내렸다.

“마마, 마마께서는 말에서 내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무문에 오는 자는 누구나 산문에서 말을 내려야 한다.

“내가 현무문의 제자인데 예를 안 지키면 어떻게 하겠는가?”

부명화는 말고삐를 건네주고 현무도관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장태화와 적의군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연무장에 이르자 제자들이 무공을 연마하고 있었다.

남녀 수십명이 도복을 입고 훈련을 하고 있다.

부명화는 제자들을 흘깃 쏘아보고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오솔길 곳곳에서 도를 수행하는 제자들이 명상에 잠겨 있었다.

부명화는 신형을 빠르게 날렸다.


멀리 평지에 여러 채의 건물이 있었다.

부명화는 여러 채의 건물 중에서 가장 낡은 건물로 갔다.

건물 앞에서 노인이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빗자루질을 하는 것이 보였다.

“아유, 할 줄 아는 게 빗자루질밖에 없나?”

부명화가 부러 짜증을 부리는 시늉을 했다.

“쓸모없는 것들은 아무리 쓸어도 자꾸 생기는구나.”

노인이 돌아보지도 않고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켰다

“이숙(二叔)! 그만 해요!”

부명화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흙먼지가 그녀를 향해 자욱하게 날아오고 있었다.

“계집이 어찌 빽빽대고 소리를 지르는 게냐?”

노인이 비로소 돌아보고 히죽 웃었다.

괴의(怪醫)라고 불리는 포원제였다.

“빗자루질은 왜 합니까?”

“여기서 도나 수행하랬더니 왜 하산해서 우거지상을 하고 돌아다녀?”

“여기 있다고 근심걱정이 사라집니까?”

부명화가 툇마루에 앉아 허리춤에서 호리병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향긋한 냄새가 진동했다.

“뭐냐? 모태주(茅台酒)?”

포원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명화가 그러거나 말거나 한 모금을 마셨다.

포원제가 재빨리 호리병을 낚아채려고 했다.

부명화가 재빨리 피했다.

“이 계집애가······.”

포원제가 약이 올라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모태주는 귀주 모태 지방에서 생산되는 중원 최고의 명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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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무림지보(3) 24.05.11 1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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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마녀의 사랑(4) 24.05.06 14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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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화 마녀의 사랑(1) 24.05.03 155 1 12쪽
65 65 천 년 전의 여자(5) 24.05.02 159 1 12쪽
64 64 천 년 전의 여자(4) 24.05.01 146 1 11쪽
63 63화 천 년 전의 여자(3) 24.04.30 141 0 11쪽
62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24.04.29 153 0 12쪽
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15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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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 마왕퇴의 비밀(9) 24.04.26 159 0 12쪽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151 0 12쪽
57 57 마왕퇴의 비밀(7) 24.04.24 155 0 12쪽
56 56 마왕퇴의 비밀(6) 24.04.23 15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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