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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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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17,576
추천수 :
112
글자수 :
591,161

작성
24.04.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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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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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9화 무림맹주(4)

DUMMY

붉은 깃발이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고 있었다.

조광윤은 말을 타고 가면서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주(周)나라의 10만 대군이 도성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4열로 행군하는 군사의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선생, 첩자들이 그러는데 요즘 강호가 떠들썩하더군요.”

조광윤이 말에 앉아서 수염이 하얀 노인을 향해 말했다.

노인은 화산처사 진박이었다.

“당가촌 말입니까?”

진박이 빙그레 웃었다.


군대의 행렬이 이어지는 길에 빗줄기가 흩날리고 있었다.

“예. 용이 나타났다고 하던데 한번 살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래서 당가촌으로 행군을 돌리라고 했습니다.”

“하하. 장군은 천기를 보시는군요.”

“내가요?”

“그렇지 않습니까?”

“천기를 본다는 말씀은 당치 않습니다. 나는 마음이 끌리는대로 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진박이 대답했다.

“하하. 그것이 천기를 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진박이 하얀 수염을 쓰다듬었다.

“천기노인이 왔다 가지 않았습니까?

“황후마마의 영패를 가지고 왔습니다.”

조광윤의 얼굴이 흐려졌다.


황후 부명화의 이야기가 나오면 조광윤의 얼굴이 어두웠다.

“어떻게 황후마마의 영패를 가지고 있습니까?”

“태자비 때의 영패입니다.”

“음.”

“천기노인이 무엇을 원했습니까?”

“당가촌에 사마독이 와 있습니다.”

“무림맹주?”

“예.”

“용의 내단 때문이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당가촌에 사마독을 두려워하는 자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당문에도 들릴 생각입니다.”

“당문에는 왜요?”

“천기노인의 외손녀가 당문의 딸인데 당문에도 들려달라고 하더군요.”

“영악하군요. 장군의 위세를 빌어 당문을 보호해달라고 하는군요. 허허······.”

진박이 유쾌하게 웃었다.

“선생, 빗발이 굵어지고 있습니다. 선생께서는 마차로 들어가시지요. 소생이 안내하겠습니다.”

조광윤이 진박을 데리고 마차로 갔다.


마차의 휘장을 열자 책이 가득했다.

“장군은 전쟁터를 오갈 때도 책을 마차 하나 가득 싣고 이동한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구려. 어디 들어갈 자리가 있으려나.”

진박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조광윤은 무인인데 책벌레라고 불린다.

“하하. 한 사람이 들어가 누워서 책을 읽을 자리는 있습니다.”

조광윤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있었다.


진박이 마차로 들어갔다.

조광윤은 다시 장군들과 함께 행군을 하기 시작했다.

“왕 장군. 당가촌이 얼마나 남았나?”

조광윤이 왕심기 장군을 보고 물었다.

“한 시진 정도 남았습니다.”

“당가촌에 들어가면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군사들을 엄중하게 단속하게.”

“예.”

왕심기가 뒤로 돌아갔다.

조광윤의 명령을 군사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왕심기는 신장이 8척(尺)이 넘었고 고수머리에 권수(卷鬚, 쇠뇌 같은 수염)를 갖고 있었다.

두 눈은 불을 뿜을 듯이 이글거리고 팔다리는 쇠몽둥이처럼 단단했다.


왕심기는 백적(白翟) 출신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기골이 장대했는데 자라면서 더욱 힘이 강해져 하루에 호랑이 두 마리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역사였다.

천하장사라 말술을 마신다.


조광윤 밑에는 모두 다섯 장군이 있는데 첫째가 왕심기고 둘째가 석수신이었다.

석수신은 호랑이 눈에 고슴도치 모양의 수염을 갖고 있었다.

쌍극(雙戟, 끝이 두 가닥으로 갈라진 창)을 무기로 사용하는데 한 번 크게 휘두르면 병거가 박살이 났다.

괴력의 역사다.


고희덕은 창을 잘 다루고, 장영탁은 활을 잘 쏘았다.

그들은 모두 조광윤의 심복이었고 맹장들이었다.

“석 장군.”

조광윤이 뒤에서 오던 석수신을 불렀다.

“예.”

석수신이 조광윤의 옆으로 왔다.

“장군은 용을 보았나?”

“소인은 본 일이 없습니다.”

석수신이 고개를 흔들었다.


석수신은 멀리 발해(渤海) 출신이다.

천웅산 쪽에서 왔다.

“당가촌에 용이 나타났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용이 있다고 생각하나?”

“글쎄요. 제가 살던 마을에서 5척(尺, 약 150cm)되는 물고기를 잡은 일이 있습니다. 고기 맛이 흡사 닭고기 같았습니다.”

석수신의 말에 조광윤이 빙그레 웃었다.

5척이나 되는 물고기라면 사람들이 용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군대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조광윤은 언덕에 이르자 멀리 당가촌을 내려다보았다.

초승달 모양의 강이 유유하게 흐르는 것이 보였다.


“저기가 천문강이군.”


조광윤이 강을 보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강물은 대량성까지 흘러간다.

당가촌은 겉보기에 평화로워 보였다.


*


조광윤의 대군은 당가촌 외곽에 주둔했다.

수많은 군막을 세우고 처처에 깃발이 나부꼈다.

조광윤은 별동대를 거느리고 당가촌에 먼저 들어온 조광의와 함께 천문강을 향해 걸었다. 수염이 허연 진박이 그들을 따라왔다.

당가촌은 조광윤의 군대가 완전히 에워싸고 있었다.


여기가 용이 나타났다는 강인가?


조광윤은 천문강이 도도하게 흐르는 것을 보았다.

강은 얼추 평범해 보였다.

강폭이 넓고 주위의 경치가 수려했다.


대나무가 무성한 강가에서 아이들이 웃고 떠들면서 물고기를 잡는 것이 보였다.

한가로운 풍경이다.

어디선가 어부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데 잡지 않고

죽순을 캐야 하는데 캐지 않고

천문강의 뱃사공 꾸냥

하루종일 노래만 부르네.

그건 노래가 좋아서가 아니라

책 읽는 선비에게 들으라는 거지


노랫소리마저 풍경과 어울리는 것 같았다.

조광윤은 잠시 시름을 잊었다.

강가에는 평바위가 있어서 사람들이 앉아서 쉬었다.

군복을 입은 조광윤과 조광의가 오자 슬금슬금 물러갔다.

“당가촌에서 무슨 일어났는지 조사해 봤나?”

조광윤이 강풍경을 살피면서 조광의에게 물었다.


당가촌이 의외로 조용했다.

평화로워 보이기도 한다.

“예. 천문강에 용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조광의도 강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당가촌의 상황을 조사했다.

이런 아름다운 강에서 용이 출현하고 사람이 죽다니.


강가촌은 어쩐지 우울해 보였다.

“선생. 선생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광윤이 진박을 돌아보고 물었다.


진박이 주위 풍경을 살피다가 조광윤을 쳐다보았다.

“용이 출현한 것은 하늘의 뜻입니다.”

진박이 탐스러운 수염을 쓰다듬었다.

“용의 내단에 이갑자의 내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강호인들이 당가촌에 몰려와 소동을 부렸습니다.”

조광의의 말이다.


용과 혈투를 벌이느라고 죽고, 사마독이 용의 내단을 찾느라고 많은 촌민들을 죽였다.

“백성들이 많이 죽었나?”

“수십명이 죽은 것 같습니다. 무림맹주 사마독이 왔었다고 합니다.”

“흥! 그 자가 사천까지 와서 살인을 저지르는군.”

조광윤은 사마독이라는 말에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다. 그 자가 가는 곳에는 으레 살인이 벌어진다.

“사마독은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떠났다고 합니다.”

“외곽에 숨어 있겠지.”

조광윤이 비웃듯이 말했다.


조광윤은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악한다.

사마독이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간파했을 것이다.

“용은 어떻게 되었나?”

“여러 무림인이 공격을 했는데 이튿날 아침에 시체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용이 사람들에 의해 죽었다.


영물을 인간이 죽여도 되는 것인가.

조광윤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마치 하늘의 뜻을 묻기라도 하듯이.

“허. 그럼 내단은?”

“용에 내단이 없어서 모두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벌써 내단을 취했군. 선생, 대국에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조광윤이 진박에게 물었다. 그는 앞을 내다보고 있다.


용의 내단을 얻은 자가 정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군을 당가촌으로 부른 자가 취했을 겁니다.”

진박이 단정을 짓듯이 말했다. 조광윤을 부를 정도면 보통 인물이 아니다.

“천기노인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는데······.”

조광의가 낮게 말했다.


조광윤과 진박은 말의 행간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마치 선문답을 주고받는 것 같았다.

“아마 위험에 빠졌을 거야.”

조광윤이 대답했다. 그는 조광윤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도움을 청하러 옵니까?”

“예. 우리는 물러가지요.”

진박이 조광의에게 말했다. 조광의가 어리둥절하여 조광윤을 쳐다보았다.


조광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광의는 진박을 따라 강가에서 물러가기 시작했다.


조광윤은 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강에 용이 있고, 용의 내단을 취한 사내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는 황궁을 생각했다.

도성에 또 반란의 기운이 싹트고 있었다.

“장군.”

그때 등 뒤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조광윤은 몸을 돌렸다. 역광을 받고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갈의를 입은 서생.

얼굴에는 수포 자국이 있지만 눈빛이 맑다.

뒤에는 젊은 여인이 바구니를 들고 따르고 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소생은 이름이 세옥이고 성이 이가입니다.”

세옥이 공손히 예를 올렸다.

“반갑소. 나는 이름이 광윤이고 성은 조가요”

조광윤도 예를 올렸다.

그의 눈이 빠르게 세옥과 등옥을 훑어보았다.


등옥이 들고 있던 바구니를 평바위에 내려놓고 보자기를 벗기자 술과 만두가 나왔다.

“저는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서생입니다. 만두맛이 괜찮다는 평판이 있어서 장군을 위해 조금 가져왔습니다. 한 잔 올리겠습니다.”

세옥이 하얀 옥잔에 술을 따랐다

“같이 드시지요.”

조광윤도 그에게 술을 따랐다.

두 사람이 술잔을 부딪치고 마셨다.


조광윤은 술을 마시다가 깜짝 놀랐다.

술맛이 청량하고 그윽했다.

조광윤은 만두도 하나 먹어보았다.


허어 만두맛이 이렇게 좋다니!


조광윤은 술과 만두맛에 감탄했다.

“만두맛이 참으로 절묘합니다.”

세옥에게 칭송의 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세옥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조광윤은 여자를 힐끗 보았다.

여자도 수수하게 갈의를 입고 있었다.

세옥이 눈짓을 하자 여자가 물러갔다.

“내가 소형제라고 불러도 되겠소?”

“예.”

“소형제가 용의 내단을 얻었소?”

세옥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조광윤은 세옥이 용의 내단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장군을 당가촌까지 모셨으니 선물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선물이요?”

세옥이 품속에서 책 한권을 꺼내 조광윤에게 건네주었다.

제목은 삼도<三道>였다.

“삼도라면 혹시 제도(帝道), 왕도(王道), 패도(覇道)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조광윤은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삼도는 춘추전국시대 관중이 제환공에게 설파했던 책략이다.


제환공은 관중의 책략 중 패도를 실천하여 중원을 지배했다.

세옥이 삼도를 선물한 것은 장차 천하를 다스릴 때 도움이 되라는 뜻이다.

삼도는 소위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다룬 책이다.

“그렇습니다.”

“왜 이걸 저에게 줍니까?”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조광윤은 세옥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역사가 되풀이 된다고?

과거의 일이 오늘 다시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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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15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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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마왕퇴의 비밀(2) 24.04.19 15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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