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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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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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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1,161

작성
24.04.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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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4화 마왕퇴의 비밀(4)

DUMMY

월녀선자 삭월은 의외로 선녀같은 여자였다.

강호의 소문과 달리 그녀는 문란한 생활을 하지 않았고, 농사를 짓고 고요히 명상을 했다.

삭월이 살고 있는 곳은 대량성 동쪽에 있는 운악산 계곡이었다.

계곡 옆에 작은 오두막 하나를 지어놓고 살고 있었다.


삭월은 채음이 남녀의 행위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음양의 화합에 중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사람들 중에 음기가 유난히 강한 여자가 있으면 음기를 몰아내야 하고, 양기가 지나치게 강한 남자는 양기를 몰아내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채음공은 소녀진경(素女珍經)에서 비롯된 음양조화의 원리를 이용한 내공 증진 방법이에요.”

삭월은 50대의 여인인데 살결이 뽀얗고 건강해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몇 살인지 알 수 없었다.


젊은 여인같기도 하고 노년의 여인같기도 했다.

“소녀경이요?”

“소녀경에서 말한 것처럼 건강한 음양화합은 사람을 이롭게 해요.”

부명화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소녀경은 황제 헌원시대에 씌어진 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책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상에 전해지지 않고 있다.

“왜 이런 무공을 배우려고 해요?”

“제 무공을 향상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누군가를 치료하려고 해요.”

부명화는 삭월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상대방도 같은 생각이어야 돼요.”

“같은 생각이 아니면요?”

“위험할 수도 있어요.”

“천면마희나 매염방은 순전히 쾌락을 위해서 채음을 하고 무공을 증진시키잖아요?”

“사술이에요. 깨끗한 진기가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늙을 거예요. 채음을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어요.”

부명화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았다.


부명화는 밤마다 월녀선자 삭월을 찾아와서 채음공을 배웠다.

채음공의 이름은 현녀진경(玄女珍經).

황제 헌원으로부터 소녀(素女), 현녀(玄女), 채녀(采女)가 비법을 배웠는데 소녀의 기록은 소녀진경, 채녀의 기록은 채녀진경, 현녀의 기록은 현녀진경이라고 불렀다.

“이제 그만 와도 돼요.”

열흘이 되었을 때 삭월이 부명화에게 말했다.


채음공에 대하 서책도 보았다.

춘화도처럼 남녀의 정사 장면이 그려져 있고, 주석이 있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부명화가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상대 남자는 누구예요?”

삭월이 잔잔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말씀드릴 수 없어요.”

“상대방이 동의했어요?”

“아직······.”

“단순하게 채음공을 연마하려는 것이 아닌 것 같은데······.”

“말씀드리지 못하는 걸 이해해 주세요.”

“혹시 내단 때문이에요?”

“내단······.”

부명화의 얼굴이 굳어졌다.


삭월도 용의 내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내단에 대해 들었어요?”

“아니요. 나는 이 골짜기에 살아요. 세상의 일에는 귀를 닫고 있어요.”

“사례를 하고 싶은데 필요한 거 있으세요?”

“없어요.”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부명화가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부인, 조금 기다렸다가 가요.”

“네?”

“실전을 보셔야지요.”

삭월이 신비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어디선가 희미하게 퉁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넝쿨 뒤에서 지켜보세요.”

삭월이 낮게 말했다.

부명화는 넝쿨 뒤로 돌아갔다.

해가 설핏이 기울고 서편하늘에 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퉁소소리가 점점 가까이 오더니 황소가 오두막 마당으로 들어왔다.

황소 위에는 건장한 청의사내가 앉아서 퉁소를 불고 있었다.

얼핏 보면 농부나 목동처럼 평범해 보이는 사내였다.


‘어디에 사는 사람이야?’


부명화는 청의 사내가 이 세상 사람같지 않았다.

삭월과 사내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마당에 앉아서 술잔을 주고받았다.

어딘지 모르게 한가해 보이고 평화로워 보였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사방이 어두워지고 달이 떠올랐다.

푸른 달빛이 가득한 마당에서 둘이 현녀진경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기 있었다. 고

달빛은 교교하고 어디선가 풀벌레 울음소리가 들렸다.

옆에 있는 계곡에서는 쉬지 않고 졸졸거리고 물 흐르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왔다.

그들은 포옹하고, 입을 맞추고, 한 몸이 되었다.


“마음이 하나가 되고··· 음과 양도 하나가 되는 것이 음양화평지인(陰陽和平之人)이라······.”


삭월이 전음입밀을 보내기 시작했다.

부명화는 정좌를 하고 앉아서 진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양화평지인······.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


부명화는 황후궁으로 돌아왔다.

황후궁은 옛날의 안락궁, 해귀비가 말년을 보낸 곳이다.


해귀비는 어떻게 된 것일까?


반란군이 황궁을 점령했을 때 부명화는 적의군을 이끌고 가장 먼저 안락궁으로 달려갔다.

해귀비가 반란군에게 능욕을 당하기 전에 그녀를 구출하려고 했다.

그런데 안락궁의 궁녀와 내관들이 모두 도륙되어 있었다.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거야?


부명화는 안락궁의 참혹한 모습에 몸을 떨었다.

안락궁은 궁녀와 환관이 모두 죽어 있었다.

여기저기 피가 뿌려지고 바닥에 피가 낭자했다.

부명화는 죄없는 궁녀와 환관들의 참혹한 모습에 넋을 잃었다.


부명화는 반란군들을 소집하여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추궁했다.

반란군들은 자신들이 안락궁에 들어왔을 때 이미 이런 참사가 벌어져 있었다고 했다.


해귀비는 왜 보이지 않지?


부명화는 어리둥절했다.

안락궁을 샅샅이 뒤졌으나 해귀비는 찾을 수 없었다.

시체도 보이지 않았다.

“군장님.”

장태화가 눈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부명화는 그때 적의군 군장이라는 직책에 있었다. 장태화도 놀라서 눈이 커져 있었다.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탈출한 건가요?”

장태화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가서 살펴봐.”

“예.”

장태화가 물러갔다.

부명화는 천장의 구멍으로 신형을 솟구쳤다. 구멍이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컸다.


휘이이익--.


아향이 가볍게 따라 올라왔다.

부명화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지붕에서 보자 담장과 가깝고 수구문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군장님, 납치되었나 봅니다.”

아향이 말했다.

“뭐?”

“탈출하는 자가 남은 사람들을 죽이고 탈출할 리 없지 않습니까?”

아향의 말에 부명화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향의 옳다.

해귀비는 납치되었다.


그렇다면 왜 납치한 것인가?

누가 납치를 한 것인가?


안락궁의 궁녀들 중에 다행히 숨이 붙어 있는 상궁이 있었다. 그녀를 심문하자 어린 궁녀와 함께 황자가 수구문으로 달아났다고 했다.

“해귀비는 누가 납치했나?”

“누군지는 모릅니다. 복면을 쓰고 있었습니다.”

“혼자였나?”

“예. 그 자가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죽였습니다. 마치 저승사자 같았습니다.”

상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혼자서 수십명의 궁녀와 내관들을 죽이고 해귀비를 납치하다니!


살인귀가 예사로운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부명화는 은밀하게 해귀비의 행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귀비는 찾을 수 없었다.

그 후 해귀비의 소식은 귀신이 곡을 한 듯이 끊어졌다.


당문의 가주와 가모도 사라졌는데······.


사천 당문의 가주 당운성 부부가 사라져 천기노인이 찾고 있었다.

그들의 행방불명은 보장도와 관계가 있었다.

보장도는 해씨보전이다.


해귀비는 해씨보전 때문에 납치된 것인가?


해귀비는 해씨의 후손이다.

해씨보전의 행방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많았다.

무림인들이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시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원수를 만나 살해되었거나 누군가와 결투를 하여 죽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죽음의 진실이 밝혀져 <무림풍성> 같은 책에 기록된다.


독왕 심목풍의 부인도 납치되었다고 했는데······.


부인이 납치되자 심목풍은 강호에서 은거하여 약왕곡에서 살고 있었다. 그 외에도 납치된 무림인들이 많았다.

부명화는 해귀비의 일을 잠깐 생각한 뒤에 침실로 들어갔다.


*


세옥은 만두가게로 돌아왔다.

“서방님.”

여자들이 환성을 지르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에그, 내 마누라들······.’

세옥은 오래간만에 여자들을 보자 활짝 웃었다.


주여랑은 아들과 딸과 함께 있어서인지 얼굴이 한결 밝아져 있었다.

석작과 소소도 환한 표정으로 가게 일을 돕고 있었다.

그들의 밝은 모습에 세옥도 기분이 좋아졌다.


세옥은 객청의 식탁에 앉았다.

“오늘은 어떻게 나오셨어요?”

주여랑이 차를 따라 주면서 물었다.

전에는 세옥의 부인이 되었는데도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열흘에 하루를 쉬게 해준답니다. 오늘은 휴가입니다.”

세옥은 천천히 차를 마셨다.

“훈련이 힘들지는 않고요?”

“남자로서 할 만합니다.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네.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서방님, 덕분이에요.”

서방님이라는 말도 달콤하게 했다. 세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서방님, 목욕물 데웠어요.”

연방이 생글거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세옥은 먼 길을 여행하면 으레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여자들에게도 자주 목욕을 하게 했다.

“알았어.”

세옥은 주방으로 갔다.


주방에서는 연방과 채령이 일을 하고 있었다.

석작은 장작을 나르고 소소는 야채를 다듬는다.

간단한 고기볶음도 팔지만 팔할은 만두를 판다.


세옥은 만두소를 살피고 밀가루 반죽도 살폈다.

“의부님.”

소소가 세옥에게 와서 인사를 했다.

“우리 만두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가족이야. 그러니 서로 아끼어라.”

“네.”

소소가 활발하게 대답했다.


세옥은 천으로 가려놓은 목간통으로 들어갔다.

일종의 목욕탕이다.

목간통은 커다란 나무로 제작되어 있다.

두꺼운 천을 벽처럼 쳐 놓아 주방에 있지만 들여다보이지는 않는다.


세옥은 옷을 벗고 탕속으로 들어갔다.

물이 따끈따끈하다.

탕속에 누워 눈을 감았다.


지붕에 누가 있네.


세옥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붕위에서 지분냄새까지 풍겨왔다.

세옥은 귀와 눈이 밝아졌다. 냄새도 잘 맡을 수 있었다.

신체의 모든 감각기관이 예민해졌다.

“서방님.”

연방이 들어왔다.

얘는 왜 목간통으로 들어오는 거야?

남자가 목욕을 하는데.

“응.”

세옥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등 밀어드려요?”

“됐다. 남자가 목욕을 하는데 왜 들어와? 부끄럽지도 않냐?”

“히히··· 서방님인데 뭐가 부끄러워요?”

이런!

얼굴이 철판을 깔았네. 세옥이 여자들에게 살갑게 대했기 때문에 누구도 어려워하지 않았다.

“됐고··· 나가서 고양이나 쫓아라.”

“네? 고양이가 어디 있어요?”

연방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붕위에 있다.”

“지붕위에 있는 고양이를 어떻게 쫒아요? 그리고 고양이가 있으면 쥐가 들어오지 않으니 좋잖아요?”

“고양이가 내가 목욕하는 걸 훔쳐본다. 돌멩이를 던져서 쫓아라.”

“알았어요.”

연방이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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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마왕퇴의 비밀(2) 24.04.19 15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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