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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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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5.12 10:00
연재수 :
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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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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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3,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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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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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6화 현무도원(1)

DUMMY

부명화가 지붕으로 날아왔다.

8대고수라 경공이 바람처럼 빠르다.

아향은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부명화가 익주까지 와서 경악했다. 근방에 부명화의 군대인 적의군이 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생은 뭘하고 있어?”

부명화가 차가운 눈빛으로 아향을 쏘아보았다. 달이 뜨지 않아서 사방이 캄캄하게 어두웠다.

“노비로 있는 아이들을 사왔습니다.”

아향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만두가게의 방에서 잔잔하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왜?”

“전에 사온 부인의 아이들인 것 같습니다.”

“부인을 사?”

부명화가 얼굴을 찡그렸다.

노비는 사고판다.

그런데 부인까지?

하기야 노비를 팔고 사는 시대다.

전쟁으로 남자들이 무더기로 죽고, 흉년으로 농토는 황폐해졌다.


여자들은 무리를 지어 거지가 되어 떠돌고, 남자들은 부인도 팔고 딸도 판다.

“동냥하는 걸인들이나 노비들을 사서 부인으로 삼아 만두가게에서 일을 시키고 있습니다.”

“만두가게 여자들이 부인이야?”

“예. 부인이 4, 50명이 됩니다.”

“말도 안 돼. 왜 그렇게 해괴한 짓을 해?”

부명화는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해괴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소인도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명화가 지붕의 구멍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마마, 황궁은?”

아향이 부명화에게 물었다. 황궁을 비우고 밖으로 나와도 되느냐는 질문이다.

“조광윤이 돌아왔다.”

“마마, 조광윤도 위험한 자가 아닙니까?”

“조광윤은 폐하와 친구다. 서생이 내단을 갖고 있는 증거는 있나?”

“특별한 능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뭐야?”

“낮에 무거운 돌절구를 들었습니다. 장정 둘이 들 수 있는 무거운 돌절구를······.”

“돌절구?”

“예.”

부명화가 생각에 잠겼다.


서생이 무거운 돌절구를 들다니.

세옥에게 특별한 능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인가.

“가서 쉬어라. 오늘 밤은 내가 지킨다.”

“예.

아향이 조심스럽게 물러갔다.


부명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생이 돌절구를 들었다면 용의 내단이 반응하는 것으로 보였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세옥이 내단을 얻은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내단을 내력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부명화는 지붕의 구멍으로 만두가게 방을 내려다보았다.

세옥과 40대 여자, 그녀의 아이들로 보이는 남녀, 그리고 아이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길고 긴 인연이구나.’


세옥을 하음까지 데려다가 주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엮이게 된 것이다.


왕조가 바뀌기 전 부명화는 해씨보전을 훔치기 위해 황궁서고에 침입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해씨보전은 누군가 이미 훔쳐갔고, 그녀는 황궁 고수들에게 쫓겨 어느 전각으로 숨어들었다.

그곳의 침상에는 한 여자가 아이를 안고 있었다.

여자는 30대로 보였고, 아이는 5, 6세로 보였다.


황궁에 여자와 아기······?


부명화는 순간적으로 해귀비와 황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황궁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자는 후궁밖에 없다.

부명화가 피 묻은 칼을 들고 들어오자 궁녀들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조용히 해라.”

해귀비가 엄중하게 명을 내렸다.

궁녀들이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부명화는 해귀비를 가만히 쏘아보았다. 여차하면 그녀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씨보전 때문에 왔어요?”

해귀비가 부명화에게 낮게 물었다.

“어떻게?”

해귀비의 말에 부명화는 가슴이 철렁했다.

“무림인이 황궁에 침입할 이유는 딱 하나뿐이죠. 해씨보전··· 그런데 늦었네요.”

부명화는 침을 삼켰다.


늦었다니.

해씨보전이 사라진 것을 알고 있었나?

“해씨보전은 열흘 전에 도둑을 맞았어요.”

해귀비가 담담하게 말했다.


부명화는 실망했다.

그런데 이 여자는 해씨보전을 어떻게 알지?

“이리 와요.”

부명화는 어리둥절했다.


왜 나를 불러?


부명화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해귀비가 너무 담담하여 오히려 긴장이 되었다.

부명화의 칼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멀리서 금의위 군사들의 함성소리와 호각소리가 사납게 들려왔다.


여차하면 베고 튀는 거야.


부명화는 바깥의 동정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황궁에 침입할 정도면 8대고수쯤 되겠네요. 내가 그대를 황궁에서 살려 보내 줄게요.”

뜻밖의 말이다.

나를 살려 보내?

무슨 능력으로?

귀비라고 해도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인가?

“어떻게 말입니까?”

“해씨보전을 찾아도 이 아이가 없으면 해석 못해요. 이 아이의 도움을 받아야 돼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아이가 뭔데?


부명화는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눈빛이 맑고 귀여웠다.

이 여자는 해씨보전을 알고 있구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이는 해씨보전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왜 나를 도와주는 거예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아이를 도와줘요.”

부명화는 해귀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무슨 소리야?

황자라면 귀한 존재인데 왜 내 도움이 필요해?


부명화는 해귀비를 노려보면서 머리를 굴렸다.

“부탁해요.”

해귀비가 간절하게 말했다. 오히려 그녀가 부탁하고 있다.

“나를 황궁에서 어떻게 내보내 줄겁니까?”

부명화는 해귀비가 의심스러웠다.

해귀비가 영패 하나를 내밀었다.

부명화는 영패를 받아서 살펴보았다.


영패는 황금빛으로 영(令)자가 새겨져 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부명화는 입술을 깨물었다. 함정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 아이는 이름이 세옥입니다.”

해귀비가 조용히 말했다. 담담하지만 결기가 있어 보인다.


아이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해귀비의 궁녀가 영패를 가지고 부명화를 황궁밖까지 내보내주었다.

금의군의 경비가 삼엄한데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영패를 보여주자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고 길을 열어주었다.


‘귀신에 홀린 것 같네.’


부명화는 식은땀을 흘렸으나 무사히 황궁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반란이 일어났을 때 부명화가 세옥을 필사적으로 보호했던 것은 그러한 이유였다.

해귀비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목적이 달라졌다.

세옥은 용의 내단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주여랑은 가만히 이세옥을 보았다.

저 젊은 남자가 내 남편?

오늘 처음 보는 남자다.

노비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의 부인으로 팔려왔다.

그의 다른 부인인 연방이 그녀를 사왔다.


연방은 나이도 어리고 푼수기가 있다.

항상 덜렁대고 속없이 웃는다.


그런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연방은 이세옥의 허락을 받고 주여랑의 아들과 딸까지 사왔다.

그녀의 아들과 딸은 노비로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연방이 사 온 것이다.

조건은 이세옥이 주여랑의 남편이니 그를 의부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는 자유.


주여랑은 아들과 딸과 함께 같이 사는 것만으로도 감격했다.

만두가게 젊은 주인을 뭐라고 불러도 상관이 없었다.

주인님이라고 불러도 좋고, 서방님이라고 불러도 좋다.

어차피 팔려다니는 신세다.


아이들은 기쁘기는 하지만 난감해 했다.

새파랗게 젊은 이세옥을 의부라고 불러야하니.

아들은 열여섯 살, 딸은 열네 살. 이름은 각각 은석작과 은소소다.


주여랑이 겪은 만두가게에서의 삶은 편안했다.

연방과 채령이라는 이세옥의 두 젊은 부인은 자유롭게 장사를 하고 있었다.

만두가게에서 일을 하는 것은 자신들을 위한 것이기도 해서 즐거워했다.


이세옥은 잠자코 있고, 이야기를 주도하는 것은 연방이었다.

이세옥은 석작과 소소를 보고 미소만 짓고 있다.

이세옥은 눈빛이 맑다.

“석작과 소소는 우리한테 고마워해야 돼.”

연방이 석작과 소소에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석작과 소소가 대답했다.

“우리랑 같이 살고 우리 보고도 어머니라고 불러야 돼.”

“예?”

석작과 소소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라고 부르기에는 연방과 채령이 너무 젊다.


주여랑은 당황했다.

“우리뿐이야? 서방님은 의부님이라고 불러야 되고······.”

연방이 세옥에게 미소를 날렸다. 마치 착한 일을 했으니 칭찬을 해달라는 표정이다.


석작과 소소가 세옥을 쳐다보았다.

세옥은 아직 30세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아, 이게 무슨 난리냐?


주여랑은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았다.

노비에서 해방이 되었으나 만두가게 주인과 엮이었다.

주인이 서생 같은 얼굴이지만 주여랑도 당황스러웠다.


나보다 10여년이나 어려 보이는데······.

서방님으로 모셔야 하나?


주여랑은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면이 서지 않는다.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까지 그렇게 부를 필요없어. 편한대로 불러.”

이세옥이 얼굴을 찡그리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의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럼 나는?

나도 편하게 불러?

아니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잠자리는 어떻게 하냐?

나이 어린 서생과 합방을 해야 하잖아?


주여랑은 세옥을 쳐다보았다.

앞으로 그와 합방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자 난감했다.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의부라고 부르는 자식들이 생긴 거야? 내가 미치고 팔딱 뛴다.


이세옥은 그런 표정이다.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물러들 가서 쉬어. 가족들이 모처럼 만났으니 하고 싶은 얘기들 나누고······.”

이세옥이 주여랑과 아이들에게 말했다.


주여랑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엄마,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밖으로 나오자 딸 소소가 물었다.


석작과 소소는 주여랑을 보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몇 년 동안 헤어졌던 어머니다.

노비로 전락했다가 평민이 되어 만났다.

“엄마와 같이 사는 거야.”

주여랑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울었다.

“저 남자가 우리를 산겁니까?”

아들 석작이 물었다.


주여랑과 같이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젊은 사내를 의부로 불러야 하다니.

게다가 기껏해야 만두가게 주인이 아닌가.

“응.”

주여랑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노비는 가장 천한 존재다.

주나라에서는 개나 돼지 같은 짐승 취급을 받는다.

“그럼 우리가 의부라고 불러야 합니까?”

주여랑은 아이들을 끌어안았다.

“여기는 노비들을 때리지 않아.”

주여랑이 한숨을 내쉬었다.


서생의 부인이 되었다고 해도 노비나 다름없는 것이다.

매를 맞지 않고, 굶주리지 않고 사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은 나쁜 것 같지 않는데······.


주여랑은 세옥을 생각하다가 아이들만 학대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세옥은 연방과 채령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현무도원에 가서 무공을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엑··· 서생이 무슨 무공을 배워요?”

연방이 호들갑을 떨었다.

채령은 멍하니 세옥을 쳐다보았다.


채령은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좋으면 살짝 웃고, 싫으면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이 너무 없어서 답답할 때가 많다.

얼굴이 창백한데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세옥이 약을 처방했는데도 낫지 않았다.


“무공도 배워야지.”


세옥이 낮게 말했다.

연방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용의 내단이나 통증에 대해서.

“그건 그거고··· 서방님, 이제 합방해야지요?”

연방이 눈을 반짝였다.

“누구랑?”

“에··· 부인을 새로 얻었으니 새 부인과 합방을 해야죠.”

“무슨 헛소리야? 나보고 주여랑과 합방을 하라고?”

“부인하고 합방을 안 할 거예요?”

“너는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일에 신경을 쓰냐?”

“부인을 맞아왔으면 합방을 해야죠. 합방을 안하면 여자를 무시하는 거예요.”

세옥은 입맛을 다셨다.


주여랑은 40대다.

만두 팔면서 편하게 살라고 했더니.

세옥은 입맛을 다셨다.

“우리야 못 생겼고··· 주여랑은 미인이잖아요?”

주여랑이 연방과 채령보다 미인인 것은 맞다.

“괜히 엮으려고 하지 마. 그러려면 연방이 합방을 하던가.”

세옥은 연방과 채령과도 합방을 한 일이 없었다.

“엑··· 저하고요?”

“다른 사람을 합방시키려고 하지 말고 본인이 합방을 하지.”

“에··· 우리하고는 합방을 안 하는 거 아니었어요?”

연방이 당황하여 얼굴이 벌게졌다.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나?”

“어, 없었어요. 근데 채령이 하고도······?”

“원하면··· 싫은가?”

여자들이 원하면 굳이 거부할 일이 아니다.

“아, 아니요. 좋아요. 너무 좋아요. 히히······.”

연방이 수줍어하지도 않고 낄낄대고 웃었다.


얘가 왜 이래?

그렇다고 좋다는 말이 넙죽 나와?


세옥은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래도 오늘은 주여랑과 합방을 하세요. 오늘이 첫날인데··· 호호······.”

연방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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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무림지보(3) 24.05.11 51 0 12쪽
73 73화 무림지보(2) 24.05.10 65 0 12쪽
72 72화 무림지보(1) 24.05.09 56 0 13쪽
71 71화 마녀의 사랑(6) +3 24.05.08 71 0 12쪽
70 70화 마녀의 사랑(5) 24.05.07 88 0 13쪽
69 69화 마녀의 사랑(4) 24.05.06 71 0 12쪽
68 68화 마녀의 사랑(3) 24.05.05 83 0 12쪽
67 67화 마녀의 사랑(2) 24.05.04 82 0 12쪽
66 66화 마녀의 사랑(1) 24.05.03 82 1 12쪽
65 65 천 년 전의 여자(5) 24.05.02 94 1 12쪽
64 64 천 년 전의 여자(4) 24.05.01 89 1 11쪽
63 63화 천 년 전의 여자(3) 24.04.30 86 0 11쪽
62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24.04.29 93 0 12쪽
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99 0 13쪽
60 60 마왕퇴의 비밀(10) 24.04.27 93 0 12쪽
59 59 마왕퇴의 비밀(9) 24.04.26 96 0 12쪽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92 0 12쪽
57 57 마왕퇴의 비밀(7) 24.04.24 98 0 12쪽
56 56 마왕퇴의 비밀(6) 24.04.23 97 0 12쪽
55 55화 마왕퇴의 비밀(5) 24.04.22 98 0 12쪽
54 54화 마왕퇴의 비밀(4) 24.04.21 102 1 11쪽
53 53화 마왕퇴의 비밀(3) 24.04.20 104 1 11쪽
52 52화 마왕퇴의 비밀(2) 24.04.19 96 1 11쪽
51 51화 마왕퇴의 비밀(1) 24.04.18 107 1 13쪽
50 50화 현무도원(5) 24.04.17 106 2 13쪽
49 49화 현무도원(4) 24.04.16 102 1 13쪽
48 48화 현무도원(3) 24.04.15 108 2 12쪽
47 47화 현무도원(2) 24.04.14 11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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