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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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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6,251
추천수 :
6,319
글자수 :
678,215

작성
22.11.28 18:00
조회
4,257
추천
87
글자
11쪽

24화 - 정신과 시간의 방

DUMMY

-시련은 끝났다.


칼을 집어넣기 무섭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가 이 훈련장의 새로운 주인이다.


그 말과 함께 땅에서 기둥이 솟아났다. 기둥 위엔 검은색 팔찌와 체스 말 하나가 놓여 있었다.


팔찌는 몸체가 금속 재질로 되어 있었다. 착용감이 부드러운 걸로 보아 귀한 금속인 것 같다.


왼쪽 손목에 팔찌를 끼자 팔찌에 박혀있던 푸른 보석이 빛나며 뭔가를 투영했다. 눈앞에 상태창이나 메시지 같은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뭔가 다양하게 적혀 있었지만, 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

읽어본 적 없는 글씨들이 떴기 때문이었다.


본 적은 있었다. 크샤크의 낡은 송곳니가 놓여 있던 제단에 적혀 있던 것과 같았다. 아마도 마족어일 텐데, 이걸 해독하려면 관련 능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얼마 가지 않았다.


[소유자가 변경됨을 확인.]

[텍스트를 소유자의 언어에 맞춰 변경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꼬부랑글씨들이 흐릿해지더니 한국어로 바뀌었다. 감탄하는 것도 잠시. 글씨들의 정체를 알게 된 나는 당황했다.


“이게 뭐야?”


소환하려는 적, 소환할 숫자, 원하는 지형.


반투명한 창에 적혀 있던 것들은 게임 같은 곳의 수련장에서나 볼 법한 것들이었다.


‘여기 이런 기능이 있었나?’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곳은 분명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 불리는 던전이었다.

이곳에서의 3시간이 바깥에선 1시간인, 말 그대로 시간 없는 사람들이 쓰기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런 획기적인 성능에 비해 인기는 적었다. 한 번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고, 내부 시간으로 하루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 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상대 없이 오직 혼자서 수련해야 한다. 대련 상대조차 데려오지 못하는 곳에서 혼자 있는 건 뛰어난 헌터가 아닌 이상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런 한계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내가 보고 있는 건 그런 단점을 완벽히 보완하는 것이었다.


대련 상대를 정할 수 있고, 숫자도 정할 수 있으며, 심지어 지형까지 정할 수 있다고?


한 번 실험해볼 생각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소환할 수 있는 목록은 지금까지 싸워온 마수나 마물로 한정된 것 같았다. 드래곤, 드레이크가 없는 게 그 반증이었다.

가장 간단히 고블린을 고르고, 수는 10마리로 설정했다. 지형을 그대로 둔 채 결정 버튼을 누르자, 진동과 함께 기사들이 나왔던 문이 열렸다.


“크르륵.”


하나둘 튀어나오는 고블린들. 정말 평범한 고블린들이었다.

손쉽게 처리하자 별다른 메시지 없이 창이 다시 나타났다.

그걸 보고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거 노가다 용으로 쓸만하겠는데?’


소환 목록엔 아까 죽인 마족도 있었다. 갑옷을 입고 있기에 기사인 줄 알았는데 이름이 ‘마족 병사’였다.


시험 삼아 10마리만 불러서 잡아봤다. 힘이 빠져서 애를 먹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특성 ‘칭호화’가 발동합니다.]

[업적 ‘마족을 처치한’이 칭호 ‘마족 사냥꾼’으로 진화합니다.]


[마족 사냥꾼]

[마족을 노리는 사냥꾼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족을 상대할 때 추가 피해를 줍니다.]

[마족 하나를 목표로 삼아 죽을 때까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추적은 칭호를 해제해도 유지됩니다. 한 번에 하나의 목표만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모르겠고 두 번째 효과가 마음에 든다.

마족이란 건 지성이 높아 대부분 한두 가지 비상 수단을 마련해둔다.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단, 아니면 죽어도 부활할 수 있는 등 그 종류는 다양했다.

이거라면 만에 하나 놓치더라도 끝까지 쫓을 수 있었다.


저번부터 느낀 거지만 그 녀석을 죽일 수 있는 게 자주 나오는 느낌이다. 특전인가?


아무튼 이걸로 증명됐다.

난 게이트가 없을 때 쓸 수 있는 최적의 노가다 장소를 손에 넣었다.

원래 있던 단점인 인원 제한은 알아봐야겠지만, 시간제한은 확실히 없는 것 같았다. 원래 있어야 할 타이머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마물 소환엔 한계가 있는지 추가로 부르려 하니 더 이상 소환되지 않았다.


‘역시 날로 먹는 건 방지했네.’


그럼 어떠하리. 쿨타임 될 때마다 하면 충분히 이득인걸.


그나저나 왜 회귀 전엔 이런 게 밝혀지지 않은 건지 의문이 들었다.


‘뭔가 조건이 있던 건가?’


이 던전이 발견되었을 땐 한 팀이 클리어했다고 했으니 그때와 다른 건 나 혼자 클리어했다는 것뿐이다. 지금으로선 이 차이로 인해 결과가 달라졌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생각을 뒤로하고선 체스 말을 집었다.

방금 쓰러뜨린 기사의 모습을 본뜬 체스 말. 이걸 쓰면 아까 싸웠던 마족 기사를 소환할 수 있었다.

지속 시간은 짧다. 하지만 아까 상대할 때 보인 실력이라면 그건 단점이 되지 않을 거다.


‘꽤 버거웠지.’


대검을 장난감처럼 손쉽게 휘두르며 압박한 것도 그렇고, 검술 실력도 상당했다. 최근 들어 수 싸움에서 밀려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역시 이 던전, 아니 훈련장의 원래 주인 다운 실력이었다.


이 훈련장은 원래 이 마족 기사가 자신이 섬기는 마왕에게 부탁해 하사받은 거였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도 그의 힘에 의한 거였다.

여기서 수련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모종의 이유로 그는 여기서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뒤늦게 문이 열렸을 때 그는 이미 죽은 후였고, 그 정신만이 이곳에 남아 자신을 대신해 이곳을 사용할 실력자를 찾고 있었다.


‘라고 대백과에 적혀 있었지.’


헌터 협회에서 발간한 대백과.

아이템과 게이트, 던전에 대한 정보를 집필해둔 책. 만에 하나 필요한 정보가 있을지 모른다며 발간한 건데, 나처럼 남는 시간에 심심해서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클리어 보상은 이게 전부인 것 같았다.


[칭호 ‘게이트 오너’가 해금되었습니다.]


메시지가 뜨기 전까진.


[게이트 오너]

[자신만의 아늑한 공간. 그게 게이트일 수도 있는 법이죠.]

[자신의 소유가 된 게이트를 불러들이고 설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저장할 수 있는 게이트 1개]

[현재 설치할 수 있는 게이트 0개]


“이게 무슨 소리야?”


두 눈을 의심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나는 지금 던전 입구를 마음대로 이동시킬 수 있단 소리다.

두말할 것 없이 바로 실험해보기로 했다.


클리어와 동시에 생긴 게이트로 걸음을 옮겼다. 아까 들어왔던 숲으로 돌아와 있었다.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들어갈 때 시간이 7시였는데, 지금 시간은 7시 10분이었다. 안에서 대충 30분 정도 있었으니 얼추 맞다.


“칭호 ‘게이트 오너’ 장착.”


[칭호 ‘게이트 오너’가 장착되었습니다.]

[저장할 수 있는 게이트가 발견되었습니다. 저장하시겠습니까?]


“저장.”


[저장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메시지가 뜨더니 앞쪽 공간이 순간 일그러졌다. 손을 뻗자 아까처럼 빨려 들어가지 않고 손이 허공을 통과했다.


“진짜 됐다고?”


[저장된 게이트가 발견되었습니다. 설치하시겠습니까?]


“설치.”


[설치합니다.]


앞쪽이 일렁이더니 아까까지 보이지 않았던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자 투기장이 그대로 있었다.


“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많은 길드가 던전을 얻고도 아쉬워하는 데는 접근성이 가장 컸다.

아무리 좋은 던전이라도 첩첩산중에 있거나, 섬 한가운데에 있거나 하면 헌터들이 잘 찾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있으면······.

자세한 건 생략해도 되겠지.


“일단 이건 집에 설치하는 걸로 하고.”


뭘 많이 얻어서 잊고 있었는데 지금 모습은 걸레짝이 따로 없었다. 입고 있던 옷은 다 찢어졌고 틈 사이로 흘렀던 피는 굳어 딱지가 앉아 있었다.

체력도 간당간당한 게 이러다 자기 딱 좋았다.


하지만 쉴 수 있을 틈은 없어 보였다.


띠리링!


요란하게 울리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번호를 보니 태산 길드장인 송인준이었다.


-“어, 최선호 헌터! 혹시 시간 괜찮은가?”

“시간은 괜찮습니다. 몸이 영 아니라 문제지.”

-“그럼 호출권 좀 쓰겠네. 홍대로 와주게.”

“알겠습니다. 그전에 부탁 하나만 하겠습니다.”

-“부탁?”

“보내드리는 위치로 차 좀 보내주십쇼. 옷이랑 함께요. 돈은 드리겠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며 의문을 표하는 송인준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



30분 뒤 홍대 입구 옆에 자리한 경의선숲길공원.


“산에서 심하게 굴렀다니······.”

“야경 구경하다 보니 발을 헛디뎌서 말이죠.”

“여기 올 게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할 게 아니었나 모르겠군.”

“호출권을 거절할 정도는 아닙니다. 간단히 처리도 했고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송인준이 손을 튕겼다. 뒤에 서 있던 정장을 입은 여성이 내게 상자를 건넸다.


“전에 주기로 했던 방어구네. 갑옷으로 줄까 고민하다가 이게 더 낫겠다 싶어서 말이야.”

“이건······?”


상자를 열자 방패 장식이 달린 반지가 보였다. 전체적으로 푸른 빛이 감도는 반지엔 마법이 걸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토 가드라는 아이템일세. 주인이 막을 수 없는 공격을 하루 세 번까지 자동으로 막아준다네.”

“효과만 들어도 상당히 귀한 아이템인 것 같은데 길드원에게 주시는 게 맞지 않습니까?”

“자네도 계약했으니 우리 길드원 아닌가? 아, 아니긴 하군. 흐하하.”

호탕하게 웃은 송인준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한 번 주기로 한 이상 좋은 걸 주는 게 내 철칙이네. 정 받기 그러면 자네에 대한 투자라 생각하고 받게.”

“네.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감사 인사를 하고는 손에 착용했다. 전신에 반투명한 푸른 막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그럼 미안하지만 바로 일을 해줬으면 좋겠군.”


송인준이 저 멀리 솟아오르는 연기를 보며 말을 이었다.


“1시간 전에 게이트가 발생했었네. 우리 인력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는데 40분 전에 게이트 폭주 경고가 있어서 말일세. 만에 하나를 상정해 자네를 불렀는데 정답이었던 모양이야.”

“다른 길드 중원들은 어디에?”

“며칠 전에 충청에 게이트 이상 징후가 보여서 다들 그쪽에 가 있네. 원래는 천성이 맡아야 하는데 그 친구들도 오늘은 바쁘대서.”

“그래서 길드장님이 직접?”

“맞아. 내가 자네를 지켜줄 테니 영광으로 생각해도 좋네.”

“정말 지켜주십니까?”

“푸하하하하.”


내 말에 송인준이 폭소했다.

송인준의 직업은 광전사.

이성은 있다는 점에서 아군을 해치진 않지만, 그의 모습은 엄밀히 말하면 든든한 방패라기보다 돌격 전차였다.


“자네를 해칠 적을 죽여버리면 그것도 엄연히 지켜주는 게 아닌가.”

“맞는 말씀이네요.”

“그럼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가도록 하지.”


송인준의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랐다. 그의 눈에선 붉은 안광 같은 게 일렁였다.

제자리에서 도약한 그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게이트가 있는 현장에 착지했다.


펑!


뒤이어 들려오는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하늘로 솟아오르는 마수.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노다지다 노다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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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 절찬리 성장중 +1 22.11.29 4,133 78 12쪽
» 24화 - 정신과 시간의 방 +1 22.11.28 4,258 87 11쪽
24 23화 - 마법과 시련과 보상 +1 22.11.26 4,457 86 12쪽
23 22화 - 첫 번째 코너를 돌아 +1 22.11.25 4,521 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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