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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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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6,240
추천수 :
6,319
글자수 :
678,215

작성
22.11.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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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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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5화 - 숙제가 끝나면?

DUMMY

“흐하하하하하!”


내 부탁을 들은 박강수 회장은 방이 떠나갈 정도로 박장대소했다. 내가 그렇게 웃긴 부탁을 했나?


“아, 미안하네. 웃을 일이 아닌 건 알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게 나와서 그만.”

“괜찮습니다. 딱히 기분 나쁘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잠깐 보긴 했지만 두 사람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아 보이긴 했네. 혹시 그의 손이 그렇게 된 것도 자네 작품인가?”

“그런 셈이죠.”

“그랬군. 아무튼 이유를 좀 들어보지. 왜 홍주한 헌터관리부장을 해고해야 한다고 내게 부탁하는 건가?”


곧바로 대답하려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홍주한이 나나 다른 헌터들에게 한 일을 전부 말하면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

하지만 아직은 시점상 그가 횡포를 부린지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나중에 벌어졌던 일까지 섞어 말한다면 신빙성을 잃을 게 뻔했다.


‘애당초 이런 자리가 마련될 거란 생각을 안 했었지.’


최대한 빠르게 지난날의 기억을 되돌아봤다. 간결하게 그의 악행을 강조할만할 것들을 정리한 나는 입을 열었다.


“D급 이하의 헌터들에게 조롱과 폭언을 일삼고, 부하 직원들에겐 권력을 앞세워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키면서 복지도 제대로 안 챙겨주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어디서 안 건지 모를 인간들에게 사주해서 사람을 잡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호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는데 유독 저한테 좀 더 지라······ 아니, 난리가 좀 심하네요. 지난번 게이트 제보 때도 뭐라 그랬더라?”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현장으로나 가라. 어차피 가도 할 일은 없겠지만.”


그걸 당신이 왜 알고 있어?

내 표정을 본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겠네요. 다른 헌터들에게 물어보면 말해줄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 자네만큼 나서서 말하는 걸 어려워하겠지.”

“그렇겠죠.”

“그래서 증거는 있나?”

“그게 있었다면 제가 회장님한테 털어놓을 게 아니라 매스컴에다 폭로했죠.”

“흐하하. 그것도 그렇군.”


회장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제법 오래된 물건인지 가죽으로 된 겉표지가 낡아 있었다.

만년필이 종이 위를 사각거리는 소리가 잠시 들린 뒤 수첩을 덮은 회장이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잘 들었네. 하지만 그 부탁을 들어주긴 어려울 것 같네.”

“이유가 뭐죠?”

“첫째. 그가 악행을 저질렀다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네. 둘째. 그가 물러나라고 해서 곧이곧대로 물러나진 않을 걸세.”

“회장님 권한으로도 무리입니까?”

“그렇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인맥은 상상 이상으로 넓은 편이네. 만일 자네가 증거를 확보해 매스컴에 제보했더라도 증거만 사라질걸세.”


이야.

생각보다 더 대단하신 양반이셨어?

하긴 그런 게 아니고서야 일반인이 각성자한테 저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할 리가 없지.


“그리고 마지막. 그가 사라진다 해도 대체할 사람이 없네.”

“그건 의외네요.”

“성격이나 행동이 그래서 그렇지, 일 수완은 뛰어나네. 그의 자리를 완벽하게, 아니면 그 이상으로 메울 인재가 현재로선 없네.”


어려울 거란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럼 그건 그렇다 쳐. 왜 유독 나한테만 더 지랄인 거지?


“다만.”

“다만?”

“그의 명성에 완벽히 흠집이 갈 증거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그 말씀은······.”

“증거를 가져와 주게. 나도 나름대로 수집은 해보겠네만, 결정적인 증거는 자네가 가져올 거란 예감이 드네.”

“우연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대답을 들은 박강수 회장은 다시 수첩에 뭔가를 적었다.


“참. 이건 부탁으로 안 치겠네.”

“꽤 후하시네요?”

“내부의 암 덩어리를 쳐내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니겠나. 이런 걸 부탁으로 셀 수는 없지.”

“그럼 다른 부탁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게.”

“이 녀석의 칼집을 찾아주십쇼.”


난 옆에 세워뒀던 크샤크의 녹슨 송곳니를 가리켰다. 회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칼집 말인가?”

“네. 이걸 얻은 뒤로 이따금 꿈에 이 녀석과 한 세트인 것 같은 칼집이 보입니다. 대충 이렇게 생긴 물건인데······.”


난 지갑을 꺼내 모습을 그려둔 종이를 회장에게 건넸다.

사실 꿈에 나왔다는 건 거짓말이다. 크샤크의 녹슨 송곳니에 그런 기능은 없다.

다만 이렇게 말하는 쪽이 내가 이걸 아는 이유를 가장 그럴싸하게 만들어줬다. 실제로 회장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림 실력이 나쁘지 않군.”

“그냥 못 그린다고 해도 상처 안 받습니다.”

“이 정도면 특징은 잘 그린 편이지 않나. 아무튼 알겠네. 내 수소문해서 어떻게든 구해다 주겠네.”

“감사합니다.”


수첩을 닫은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면 서로 할 이야기는 다 한 것 같군. 이거 고생한 사람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던 것 같아 미안하군.”

“괜찮습니다. 이 뒤엔 다른 일정도 없고······.”

“자네만 괜찮다면 돌아가는 길은 차를 얻어타고 가게. 가는 길에 안내할 사항이 있다고 하더군.”

“네?”

“들어오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며 선글라스를 낀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인사하게. 헌터관리과 조진명 대리일세. 이쪽은 최선호 헌터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최선호 헌터.”

“아, 반갑습니다.”


악수하며 그를 위아래로 훑었다. 훤칠한 키와 옷 아래로 보이는 근육질 몸은 그가 상당한 실력자임을 시사했다.

현장직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역시 헌터 협회라 그런지 관리직인 것도 어색하진 않았다.


“조진명 대리, 내려가면 차가 기다리고 있을 걸세. 최선호 헌터를 잘 데려다주게.”

“알겠습니다. 최선호 헌터님, 따라 오시죠.”

“만나서 즐거웠네, 최선호 헌터.”


고개 숙여 인사한 나는 조진명 대리를 따라 방을 나섰다.



***



최선호가 떠나고 10분이 지났을 무렵.


똑똑.


누군가 회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목에 차고 있는 사원증엔 ‘헌터 관리과’가 적혀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사내를 본 박강수 회장은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 들어오면 바로 풀어도 된다고 하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조심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괜찮네. 자네가 편한 대로 하게.”


사내가 손을 튕겼다. 그의 얼굴 주변이 일순 일렁이는가 싶더니 전혀 다른 얼굴이 나타났다.

그의 목에 달려 있던 사원증의 내용도 어느샌가 ‘헌터 감시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헌터가 아닌 일반인을 감시하는 일은 어땠나, 설용환 감시과장?”

“감시하는 일 자체는 쉬웠습니다. 너무 쉬워서 이게 일이 맞나 싶더군요.”


설용환 감시과장은 품에서 USB를 하나 꺼내 보였다.


“최근 홍주한 관리부장이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그가 근래 만났던 국회의원, 기업 CEO, A급 헌터 등등에 대한 자료도 넣어놨습니다.”

“수고 많았네.”


USB를 건네받은 박강수 회장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지금의 헌터 협회는 허울 좋은 기관에 가까운 상태였다.

기본적인 기능은 제대로 되고 있다. 문제는 그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

설립 의도 자체가 헌터들을 정부의 관리하에 두기 위함이긴 했지만, 헌터들을 지원하는 것 역시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자의 역할이 더 강조된 상태. 거기에 더해 권력 있는 자들이 헌터들, 나아가 이 기관을 마음대로 주무르기 위해 온갖 공작을 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홍주한이 있었다. 기관의 개혁을 위해선 그를 잘라내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지금 받은 자료는 홍주한을 자를 결정타가 되지 못한다.

이건 그저 현재 그가 얼마나 발을 뻗고 있는지, 누가 그를 뒤에서 지원하고 있는지 정도를 알게 해주는 것에 불과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를 찾자면 일이 터진 뒤엔 어떻게든 쓸 수 있는 카드. 이건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아니었다.


박강수는 그런 아쉬움을 뒤로한 채 USB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설용환이 말했다.


“참. 한 가지 보고하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잊고 있던 거라면?”

“최선호 헌터의 직업을 확인해 달라고 하셨던 건 말입니다.”

“아, 그랬지. 어떻게 나왔나?”

“불가능했습니다.”

“그게 사실인가?”

“네.”


각성자의 직업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본인이 직접 말하게 하거나, 상태창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태창은 오직 개인만이 볼 수 있었다. 허락하에 남에게 보여줄 수 있긴 했지만, 그런 걸 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자신의 약점을 특정할 수 있는 직업은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초창기 헌터들 간의 불화로 인한 싸움이 빈번하게 발생한 뒤로 그런 암묵적인 법칙이 돌고 있었다.

그래서 협회 규정에 직업을 명시하라고 되어 있음에도 실제 직업을 적어내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이 대분류인 검사, 마법사 등으로만 적어낼 뿐이었다.


이러한 기조는 확실한 전력 파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헌터 협회는 고심 끝에 상태창을 열람할 수 있는 각성자들을 찾았고, 그중 가장 능력이 뛰어났던 설용환이 감시과장에 오르게 되었다.


그런 그가 최선호의 직업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건 두 가지를 의미했다.


“최선호 헌터의 정신 방어가 뛰어나거나······.”

“제가 모르는 히든 클래스라는 겁니다.”

“내 눈이 아직은 나쁘지 않은 것 같군. 안 그런가?”


설용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더 투자해볼 가치가 있겠어.”


그렇게 말하며 박강수는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



“설명은 이상입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건 없으십니까?”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만 들었을 뿐인데 지친다. 이 감각, 학교 다닐 때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다.


돌아오는 내내 쉬지 않고 설명했지만, 조진명 대리의 이야기는 단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었다.

A급 헌터는 상당한 특권을 갖게 되는 대신 그만큼 일해줘야 한다.

이 간단한 이야기를 조항 하나하나 들어가며 설명하니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A급 헌터는 최대 10억까지 무이자 대출을 할 수 있다는, 전혀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까지 알게 되었다.


“알겠습니다. 마침 댁에 도착한 것 같으니 나가시죠.”


차에서 나오자 바깥 공기가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해방감 느끼기 쉽지 않은데.

기지개를 켜고 있으니 조진명 대리가 서류철을 건넸다.


“회장님 지시로 빠르게 뽑아왔습니다. A급 헌터증입니다.”


A급 헌터 최선호.

이걸 보게 될 날이 다 오네.


“공식 발표는 아마도 내일 오전 중으로 나갈 겁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들어왔다.

승급 시험 한 번 보고 오는 게 이렇게 진이 빠지는 일이었나?


“그냥 일이 많았어.”


살면서 처음으로 홍주한 손도 꺾어보고, 회장도 만나보고, 써보지도 못했던 오러 소드도 써봤다.


새로운 숙제가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잠이나 자자.”


오늘의 잠은 내일의 도약을 위한 것.

그렇게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어갔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꿈에도 모른 채.


작가의말

새로운 숙제가 생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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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 절찬리 성장중 +1 22.11.29 4,133 78 12쪽
25 24화 - 정신과 시간의 방 +1 22.11.28 4,257 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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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 - 첫 번째 코너를 돌아 +1 22.11.25 4,521 87 11쪽
22 21화 - 협상 테이블 +2 22.11.24 4,637 92 13쪽
21 20화 - 5대 길드 +4 22.11.23 4,830 96 10쪽
20 19화 - 이이제이 +2 22.11.22 4,843 9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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