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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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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6,242
추천수 :
6,319
글자수 :
678,215

작성
22.11.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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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6
추천
96
글자
11쪽

18화 - 필드에 가다

DUMMY

최선호가 집을 나서 택시를 잡아탔을 때.

아파트 근처에 정차되어 있던 스타렉스 한 대가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저 택시가 맞는 거지?”


고개를 끄덕이는 운전사. 그는 다름 아닌 예승혁이었다.

옆에서 그에게 질문을 던진 건 추성민. 그리고 그 뒤엔 하상욱을 포함해 총 네 명의 사람이 앉아있었다.


추성민이 만든 50인짜리 길드 투스카. 그중에서도 정예라 뽑히는 인원들이 스타렉스 안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형님.”

“뭐냐.”

“저희 정말 이렇게 쫓아가도 되는 겁니까? 저쪽에서 알아채지 않을까요?”


추성민이 코웃음을 쳤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저런 녀석이 이런 일을 당해봤을 리가 없잖냐. 우리가 대놓고 가도 모를걸?”

“그것도 그렇네요.”

“그리고 만에 하나 들킨다고 해서 저 녀석이 어쩌겠냐? 이렇게 눈에 띄는데 먼저 덤비겠어?”


그 말에 하상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추성민은 솔직히 이번 일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어제의 패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존심이 용납하진 않지만 만전의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싸움이었고 방심했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다만 이번 일을 맡기는 홍주한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어떻게 거기서 질 수가 있나! 자네 실력이라면 아주 일어나지도 못하게 밟아버렸어야지!


일에 실패할 때마다 아쉬움을 표한 적은 많았지만, 어제 보여준 반응은 평소보다 훨씬 격했다. 마치 절대 실패하면 안 되었던 일이었던 것처럼.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렇게 된 거, 자네가 제일 잘하는 걸로 하지.

-잘하는 거라면?

-던전이든, 게이트든, 필드든. 어디든 상관없으니 더 이상 눈에 띄지 않게 만들어주게.


그렇게 말하며 최근엔 뒤를 밟히면 안 된다고 주지 않던 거액의 돈까지 챙겨줬다.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타겟에 대한 이상할 정도의 집착. 왜 그렇게 급하게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봤지만 이렇다 할 답은 주지 않았다.


이런 일을 해 온 자신의 직감이 알려주고 있었다.

최선호라는 녀석에게 홍주한의 아킬레스건이 있다.


“최선호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되어간다더냐?”

“그게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고 전해달라더군요. 기자들 덕에 정보가 어느 정도 풀리기도 했고, 이렇다 할 특이 행적도 없다고 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오히려 좋았다.

평범한 일생일수록 그 안에 숨어있는 특이한 점을 찾는 게 쉬웠다.


우수 고객의 약점이 될 만한 걸 캐는 건 조직의 신념에 반하는 일이었지만, 조직이 망한 지금에 와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어디로 갈 것 같냐?”

“저렇게 가는 거면 아마 남산서울타워 필드 아니겠습니까.”

“스스로 제 무덤으로 들어가는군. 그럼 어떻게 처리할지 이야기해보자고.”

“예!”


하나둘 저마다의 의견을 꺼내기 시작한 길드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추성민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



“여긴 여전하네.”


오랜만에 들른 남산서울타워는 전과 다를 게 없었다.

전망대 앞에 자리한 커다란 게이트부터 그 앞을 오가는 헌터들.

반년도 전엔 어색했을 풍경이지만, 이걸 4년 넘게 봐온 나로선 이쪽이 더 익숙했다.


“오늘은 좀 챙겼어?”

“글쎄다. 다 해서 얼마나 쳐줄지는 모르겠네.”

“아직 파티 안 구하신 분 있으신가요! 저희 파티에 한 자리 남습니다! 아무나 오세요!”


앞이 시끄러운 것도 여전하다.


필드는 던전과 똑같이 리셋이 일어나지만, 그 기간이 일주일이라 엄청 긴데다 설령 리셋 중에 안에 있어도 위험한 일을 겪지는 않았다.

안에 있는 적들도 대부분 E급 이하라 상대하기엔 어렵지 않았다.


그런 만큼 사냥으로 얻는 보상은 적었지만, 경험을 쌓기엔 이만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파티나 길드 단위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사냥으로 얻는 보상이 적을 뿐, 필드에 존재하는 약초나 광석은 수가 적지만 제법 값이 나갔다. 그래서 필드가 리셋되는 매주 월요일엔 지금의 배 이상 되는 인원이 몰려들어 순위경쟁을 했다.


이제는 입장 등록을 담당하게 된 전망대 매표소로 향했다. 마침 사람이 없어 바로 순서가 왔다.


“어서 오세요, 헌터님. 앞에 보이는 단말에 헌터증을······.”


눈이 마주친 접수원이 말을 하다가 말았다.


“최, 최선호 헌터님?!”

“네. 그런데요.”

“어떻게 이런 곳에······ 아니, 이럴 게 아니지. 저 사인 하나만 해주세요!”


그렇게 말한 접수원은 창구 너머로 종이와 펜을 건네왔다.

얼떨결에 종이를 받은 나는 적당히 휘갈긴 사인을 건넸다.


“와······.”

“접수 완료된 거죠?”

“아, 네! 앞에 비치된 지도 챙겨서 들어가시면 됩니다!”


팸플릿을 챙기곤 몸을 돌려 게이트로 향했다. 등 뒤로 연신 감사하다고 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이런 일도 다 있네.’


아직도 얼떨떨하다.

살면서 사인은 계산서랑 계약서에 했던 게 전부였는데.


게이트 앞에 다다르자 주변에 있던 헌터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원래 같았으면 따가웠을 시선들이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다르단 게 느껴졌다.


“저 사람, 아침에 TV에 나왔던 사람 맞지?”

“그럴걸? 기사에서도 봤어.”

“며칠 전까지 E급이었다면서. 어떻게 한 걸까?”

“재각성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부럽다. 단번에 저렇게 강해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것보단 여긴 왜 온 거지?”

“나야 모르지. 양학이라도 하러 왔나?”


이런저런 듣기 좋은 소리를 들으며 게이트를 넘었다. 번쩍임과 함께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이국의 초원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성히 자란 싱그러운 풀은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라있었고, 이질적인 모습을 한 나무들이 서로 긴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그 위에는 지구에서도 볼 수 있는 토끼나 여우, 사슴 같은 동물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순해 보이지만 녀석들은 겉모습만 저렇지 엄연히 마수(魔獸)였다. 조금이라도 신경을 건드리는 순간 녀석들은 숨기고 있던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며 헌터들을 위협해 온다.

그리고 여기 들어온 사람들은 전부 그런 마수들을 사냥하러 온 헌터들이었다.


“앞에서 온다!”

“뒤쪽도 조심해!”


한쪽에서 한창 싸우고 있는 헌터들이 보였다. 왠지 예전 모습이 겹쳐 보여서 응원하게 됐다.


“이거 약초 맞아?”

“약제사란 놈이 그런 것도 모르면 어떡하냐?”

“그러니까 견습이잖아!”


다른 한쪽에선 채집하러 온 헌터들이 옥신각신 다투고 있었다.

게이트 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평화로운 모습. 마수들에게야 지옥일지 몰라도, 헌터들에겐 천국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이 구역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여길 벗어나면 긴장의 끈을 놓칠 수는 없었다.


사실 필드는 안전한 곳이라 단정하기엔 어폐가 있었다.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어디까지나 탐사가 끝난 영역뿐. 필드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넓었고, 아무리 탐사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미지의 영역은 언제나 위험으로 가득했다. 난데없이 함정에 빠지기도, 예상치 못한 마수 무리와 마주할 수도 있었다.


다만 그런 곳일수록 귀중한 게 있고, 그걸 얻을 수 있는 건 위험을 감수한 선발대뿐이란 걸 헌터라면 누구든 알고 있었다.


지금 가는 곳도 그런 선발대들이 알아낸 아이템 중 하나가 있는 곳이었다.


아까 지도를 보고 확신했다.

여기 숨겨진 히든 아이템은 아직 그 누구의 손도 닿지 않았다.


‘원래는 얻으러 올 필요가 전혀 없는 물건이었는데.’


획득 난이도도 꽤 있고, 내가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며 기간상 이미 누가 가져갔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우선순위 밖에 뒀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당장 그것만큼 필요한 게 없었다. 그것만 있다면 성장에 필요한 과정 몇 개를 과감히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


중간중간 덤벼드는 마수들에게 파이어볼을 날리며 초원을 가로질렀다.

그렇게 걷던 내 눈앞에 커다란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원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우뚝 솟아 있는 산. 가까이 가니 정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눈앞엔 커다란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엔 약간의 텁텁함이 느껴졌다.


마나를 느끼지 못했을 땐 그저 갑갑했을 뿐이었는데, 이젠 이게 짙은 마나로 인한 압박감이라는 걸 알 것 같다.


손전등을 꺼내 안을 비췄다.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굴 안은 정말 어두웠다. 그런 주제에 곳곳이 움푹 파여있어서 손전등이 없었다면 진즉 넘어졌을 거다.

안으로 향할수록 마나 농도가 보다 짙어졌다. 숨을 쉴 때마다 입 안이 텁텁하고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눈앞에 세 갈래 길이 나타났다.

이대로 앞으로 가면 황무지로 갈 수 있다. 왼쪽 길로 가면 이 동굴에 사는 다양한 마수들과 희귀한 광석들이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오른쪽 길.

들어가면 얼마를 걷더라도 다시 입구로 돌아오게 되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길.


선발대가 별다른 수확 없이 길을 헤맬 수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여기 숨겨진 비밀 통로는 관련된 스킬을 가지고 있어도 찾기 어려웠으니까.


“업적 얻어두길 잘했다니까.”


히든 업적 ‘비밀 통로’.

어떤 숨겨진 길이라도 그 입구와 끝을 찾아낼 수 있게 해주는 업적.

지금 내 눈엔 가느다란 빛줄기가 이정표처럼 길 안에 늘어져 있었다. 저걸 따라가면 숨겨진 통로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대로 가도 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슈우욱!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화살. 뒤를 보자 여섯 명 정도의 사내가 동굴 한쪽을 가득 채우고 서 있었다.

어둠 속이었지만 익숙한 실루엣들이 보였다. 야간 투시경까지 쓰고 온 걸 보니 본격적으로 붙겠단 심산이다.


“용케도 알아챘군.”

“이 동굴에서 나 이외의 발소리가 그렇게 나는데 못 알아채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제발로 이런 외진 곳까지 와줘서 고맙다. 덕분에 수고가 줄었어.”


추성민이 슬레지 해머를 들어 보였다. 시험 때 썼던 것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묵직한 모습이었다.


“어제 그렇게 꼴사납게 지고도 오다니. 자존심 다 버리셨나 보네?”

“그거야 내가 철저한 준비를 못 해서 그랬던 거고······.”

“말은 잘해요. 그래서 이렇게 떼로 몰려오는 게 그 철저한 준비?”

“네 이 녀석! 형님한테 무슨 말 버릇이냐!”

“응? 지금 누가 말했나?”


도발이 끝나기 무섭게 화살이 날아왔다. 미간을 향해 정확히 날아온 화살을 칼로 튕겨내는 게 신호였는지 추성민을 필두로 녀석들이 날 향해 달려왔다.


“오늘 여기가 네 묫자리가 될 줄 알아라!”

“미안한데 내 오늘 운세에 죽는 이야기는 없더라고!”


칼과 슬레지 해머가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그와 함께 싸움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이렇게 끈질긴 사람은 취향이 아니라던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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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 S급 게이트. 그리고 리벤지 매치 (3) +1 22.12.07 3,718 79 12쪽
31 30화 - S급 게이트. 그리고 리벤지 매치 (2) +1 22.12.06 3,651 7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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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 불신 22.12.01 3,878 7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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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 절찬리 성장중 +1 22.11.29 4,133 78 12쪽
25 24화 - 정신과 시간의 방 +1 22.11.28 4,257 87 11쪽
24 23화 - 마법과 시련과 보상 +1 22.11.26 4,457 86 12쪽
23 22화 - 첫 번째 코너를 돌아 +1 22.11.25 4,521 87 11쪽
22 21화 - 협상 테이블 +2 22.11.24 4,637 92 13쪽
21 20화 - 5대 길드 +4 22.11.23 4,830 96 10쪽
20 19화 - 이이제이 +2 22.11.22 4,843 91 12쪽
» 18화 - 필드에 가다 +1 22.11.21 4,907 9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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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 숙제가 끝나면? 22.11.17 5,585 100 11쪽
15 14화 - 헌터 협회장 +2 22.11.16 5,637 10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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