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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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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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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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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7)

DUMMY

광장과 집 사이로 있는 작은 길옆에는 누군가가 정성들여 가꿔둔 듯 꽃이 피어 있었다. 평화로운 분위기의 집이었다. 목제 특유의 낡은 듯 세월이 느껴지는 그 재질이 더욱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문 옆에는 나무로 만든 작은 문패가 걸려 있었다. 문패에 그려진 방패는 그 색이 바라 이리저리 삐걱거렸다.

"자, 다 왔다."

저스틴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용병 길드에 다 왔다고? 그의 얼굴에 떠오른 의아함을 읽은 키야는 앞의 이층집이 바로 용병길드라고 알려줬다. 저 평화로워 보이는 집이, 용병 길드라고? 키야는 '그럼 뭘 기대했는데?'라는 듯 한 표정을 지어 보인 다음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뭐 해?들어가지 않고."

테이는 저스틴을 재촉하여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보기보다 넓었다. 문 옆에 데스크에서 졸고 있는 아가씨 한 명 외에 홀에 있는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몇 되지 않는다는 점이 길드를 더욱 크게 보이게 했을 지도 모른다. 키야는 데스크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꾸벅꾸벅

"로냐."

꾸벅꾸벅

"로냐"

꾸벅꾸벅

"로냐!"

쿵!

키야의 소리 덕분에 로냐는 깜짝 놀랐고 그 바람에 데스크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에게 소리친 사람을 보려고 머리를 들었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키야와 눈을 마주쳤다.

"아, 하하, 오셨어요? 키야 언니?"

"침이나 닦고 얘기하라."

로냐는 재빨리 입가를 손으로 훔쳤다.

"오셨어요, 언니? 어머나, 테이 씨도 오셨네요."

테이는 그녀의 인사에 입이 귀에 걸려 앞으로 나와 로냐와 인사를 나누려 했다. 키야가 그의 미소를 보고 뒤통수를 날려버리지 않았다면 테이는 한참동안 로냐를 붙잡고 인사라는 명목 하에 수다를 떨었을 것이다. 둘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로냐는 저스틴과 눈이 마주쳤다. 로냐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아직도 티격태격하는 테이와 키야를 향해 외쳤다.

"아들?!"

"아니야!"

테이와 키야가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스틴을 로라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말했다.

"이번에 새로 용병이 되려고 하는 저스틴 린카스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응? 응. 반가워. 난 로냐 아니야. 이곳 말텐 지부 용병길드 '바람의 집'의 마스터이자 집주인이야. 그런데 린카스터?"

로냐는 테이와 키야를 돌아보고 말했다.

"불륜?"

"아니라니깐!"

테이와 키야는 악을 버럭 쓰고는 로냐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로냐는 식은땀을 흘리며 '장난이에요'라고 변명했다.

"꼬마야, 용병이 된다고? 아서라. 여긴 병아리들이 삐악거리는 꼬꼬마 유치원이 아니야. 가서 엄마하고 놀거라."

홀에서 느긋하게 불을 쬐던 몇몇 용병들 중 하나가 다가와 저스틴에게 말했다. 그는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매우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말에 발끈한 키야가 뭔가 말하려던 찰나, 저스틴이 먼저 그의 말을 받았다.

"돌아가도 놀아 줄 어머니는 없습니다."

"허, 이제 보니 어느 귀족님네 도련님인 모양이로군. 엄마가 돌아가셔서 '세상 따위 다 필요 없어!'라고 외치고 집을 뛰쳐나온 모양인데, 돌아가거라. 꼬마야. 여긴 너희 귀족님네들의 놀이터가 아니란다."

그는 작정한 듯 저스틴을 비꼬고 나섰다. 저스틴이 무어라 대꾸하려던 찰나, 테이가 그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쯤 해 두시지. 이 아이는 그쪽이 생각하는 데로 어느 할 일없는 귀족의 자식 놈이 용병하겠답시고 나타난 게 아니야. 오히려 절박한 사정이 있는 아이다."

상대는 테이를 살펴보다가 그의 할버드에 눈이 멎었다. 그는 진득한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 할버드를 보아 하니 네가 바로 폭풍의 용병인가 뭔가 하는 놈이로구나. 절박한 사정이 있는 애라고? 누군 절박한 사정 같은 것이 없어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의 희번뜩거리는 눈동자는 분노를 담고 있었다.

"이 아센 제국의 수도 펠하임의 용병 길드에, 하루에 저런 아이들이 몇 명이나 찾아오는지 아나? 부모의 원수를 갚겠다고, 혹은 형제자매, 친구의 원수를 갚겠다고 그러기 위해 용병이 되겠다고 찾아오는 정신 나간 놈들이 몇이나 되는지 아느냔 말이야! 그놈들은 열이면 열 평생 칼이라곤 식칼조차도 제대로 만져 본 일 없는 놈들이지. 그런 놈들이 부지기수인 이 마당에, 저런 근사한 칼까지 차고 와서 용병이 되겠다고 빌빌거리는 귀족놈 따위를 내가 왜 봐주고 있어야 하느냔 말이다!"

테이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건 뒤에서 나서려던 키야와 로냐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새 홀에 있던 용병들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 긴 침묵이 내려앉았다. 테이도, 키야도, 그 사내까지도.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 했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저스틴이었다.

"제가 어찌 하길 바라십니까."

"네 가치를 증명하라. 집을 나와 버린 귀족 놈이 아닌, 정말 한을 가진 용병이 되려 한다는 것을 증명해 봐."

그리고 그는 로냐를 바라보았다.

"마스터, 이 녀석이 용병 시험을 보려고 한다고 했죠? 그 시험, 제가 봐 주겠습니다. A급 용병인 저라면 B급 용병 3명이 하는 것과 같다고 인정되겠죠?"

로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는 틀린 점이 없었다.

"말도 안 됩니다! 원래 시험은 B급 3명이서 주관하게 되어 있어요! A급 한 명이니 뭐니 하는 규정 따윈 없단 말입니다!"

테이는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로냐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B급 3명을 A급 한명으로 대체하는 것은 최근 B급 용병의 숫자가 줄어들어 용병 길드에서 내린 방침이었기에 테이와 키야가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요사이 B급 용병의 숫자가 많이 줄어, 길드에서 A급 한 명으로 대체할 수도 있도록 결정했어요. 최근에 내려 온 공지라 테이와 키야는 모를 거예요. 적어도 이 말텐에서는 A급이 시험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깐요."

테이와 키야는 더 이상 그녀의 말에 파고 들 여지가 없음을 알았다. 길드에서 내려온 공지를 어기는 것. 그것은 용병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로냐가 선언했다.

"말텐 지부 용병길드 '바람의 집'의 마스터인 저 로냐 아나야는 A급 용병 에드워드 겔라에 의해 용병이 되기로 희망하는 저스틴 린카스터의 시험이 치러질 것을 선언합니다."

로냐는 그들을 모두 길드 밖 광장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시 경비병에게 이곳 말텐 광장에서 용병 시험을 치를 예정이니 주민들을 통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용병 시험을 위한 양 편의 공증인들이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저스틴의 곁에 테이와 키야가, 에드워드 옆에 다른 용병 두 명이 다가와 섰다. 로냐는 그들에게 공증인으로서의 선서를 부탁했고 그들은 모두 선서했다.

그들은 저스틴과 에드워드를 중앙에 두고 광장 주변에 둥글게 섰다. 시험을 치르는 도중 다가올 민간인들을 통제하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혹시라도 생길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스틴은 자세를 잡기 전 에드워드에게 인사했다. 에드워드는 피식 웃더니 자신의 무기를 들었다. 그의 무기는 묵직한 브로드 소드였다.

"아주 예의 없는 것은 아니었군, 귀족 도련님. 그럼 실력을 볼까?"

저스틴은 케이베인을 아래로 늘어트렸다. 요 며칠 간 테이, 키야와 대련하며 케이베인에 많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능숙하게 다루기에는 아직 무리였다. 기초적인 근력이 부족한 탓이었다.

에드워드는 저스틴의 자세에 천천히 몸을 긴장시켰다. 보통 검을 아래로 늘어트리는 자세는 잘 취하지 않는다.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것이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는 것 보다 훨씬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런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뭔가 있는 것이다!

저스틴은 자세를 취한 체 가만히 있었다. 그렇지만 보는 사람들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 사이에서 천천히 생겨나는 것 같은 긴장감이, 어느 새 광장 전체를 내리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에드워드 역시 그런 긴장감을 느꼈고, 내심 경악했다. 저 꼬마는, 상황에서부터 싸워가는 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긴장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지는 거였다. 에드워드는 상대가 꼬마라서 덮어놓고 돌진해 올 것이다, 라는 생각을 지웠다. 그는 브로드 소드를 어깨에 턱 하니 걸쳤다. 어떻게 보면 어서 오라고 도발하는 듯 보였고, 달리 보면 공격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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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월, 목요일에만 글을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죄송해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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