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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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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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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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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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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1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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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2)

DUMMY

"이거 놔! 저 놈 죽여 버릴 거야. 복수에 눈먼 놈 따위, 아무 쓸모 짝에도 없다고!"

"그러니까 제발! 좀 앉아서 천천히 얘기하자고!"

테이는 억지로 키야를 끌어다 앉혀놓았다. 그리고 저스틴에게도 앉으라고 손짓했다.

"둘 모두, 칼 집어넣어. 로라 씨, 죄송합니다. 키야가 너무 성격이 급해서…"

"젠장할, 저따위 놈…"

"키야!"

"알았어, 알았다고!"

키야는 마지못해서 검을 집어넣었다. 저스틴 역시 검을 집어넣었다. 그의 검은 그 전까지 끝에서 작은 반원을 수없이 그리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들기엔 버거운 무게였던 것이다.

키야는 앉아서 팔짱을 낀 채 다른 곳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군. 테이는 저스틴에게 물었다.

"저스틴, 이렇게 해서라도 포기하게 만들고 싶은 거다. 네 생각은 어떠냐."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스틴의 말에 발끈한 키야가 소리쳤다.

"그러니까 개죽음이라고 했잖아!"

"개죽음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이 놈이 그래도…!"

쾅!

결국 테이가 식탁을 주먹으로 내리 치고 난 후에야 그들은 말을 접었다. 지금껏 온화하게 둘을 조정해오던 테이가 그렇게 나오자 둘 다 찔끔했던 것이다.

"저스틴, 사실 우리가 네 인생에 이것저것 참견할 권리는 없다."

"테이!"

"키야, 조용히 있어!"

키야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 같이 다니며 본 바로는, 저런 모습일 때 테이는 상당히 무서웠기 때문이다. 테이는 저스틴에게 말했다.

"하지만, 권유는 할 수 있겠지."

저스틴과 키야는 테이를 바라보았다. 테이는 저스틴을 한참 바라보더니 말했다.

"저스틴, 용병이 되는 것이 어떠냐?"

"테이!"

테이는 일어서며 저스틴에게 답은 내일 듣겠다고 말한 후, 키야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가버렸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키야는 테이를 무시무시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말해. 왜 그 애에게 용병이 되라고 권유한 거야?"

"키야, 일단 진정하고 좀 앉아 봐."

"말해."

키야는 문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끼며 말했다. 테이는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용병이 되면, 우리가 계속 볼 수 있을 거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설득시켜서 다시 돌려보내면 되는 거야."

"지금 설득시키면 되잖아! 왜 그 애한테 이런 길을 걷게 하려는…"

"키야."

테이의 나지막한 부름에 키야의 말이 멈추었다. 테이는 양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게 안 된다는 거 알잖아."

키야는 무언가 반박해 보려고 입을 때었다. 그러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입 속에서 맴돌 뿐이었다.

한참 만에 키야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아. 그런 것쯤은…알고 있다고."

"네가 왜 이렇게 저스틴은 돌려보내려는지 알아. 그리고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하지만 키야. 이번만큼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라도 꼭 저 아이를 설득시켜보자. 응? 그리고 정 안심이 안 된다면 네가 저스틴을 옆에 두고 계속 지킬 수도 있잖아. 안 그래?"

키야는 한참 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새 저녁때가 되었는지 식당 쪽은 사람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테이는 문에서 꼼짝 않고 있는 키야에게 정중히 축객령을 내렸다.

"그러니까, 아까 저녁도 대충 때웠겠다. 좀 이르지만 잘 생각이니깐, 네가 네 방에 가지 않는다면 내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흐이이익?"

퍼억

키야는 테이가 말하기가 무섭게 칼을 하나 꺼내어 던져버렸고 그 칼은 테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벽에 박혀버렸다. 키야는 테이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칼을 뽑아 든 후 빙긋 웃었다.

"허튼 소리 말고, 잘 자?"

키야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테이는 투덜거리며 자신의 할버드를 집어 들었다.

"쓰읍. 이거야 원 무서워서 농담도 못하겠군."

그는 습관처럼 품속에서 숫돌을 꺼내어 할버드의 날을 갈았다. 사아악, 하는 소리가 방 안을 메웠다. 얼마나 할버드에 매진했을까. 갑자기 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저 소리의 근원은 키야일테지. 테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숫돌을 품속에 갈무리했다. 하여튼 쓸데없이 귀는 밝아가지고.

창 밖에서는 여전히 장대비가 쏟아 부어지고 있었다. 솨아아, 겨울 비가 땅을 적시는 소리가 테이의 귓전을 부드럽게 때렸다. 그는 비를 바라보며 저스틴을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그들과 저스틴은 얼굴만 아는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저스틴이 복수하겠는 것을 말릴 이유도, 의리 따위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죽자고 저스틴을 말렸었다.

과거의 망령 때문 에겠지. 테이는 피식 웃었다. 세상 그 무엇과 바꿔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아이. 작은 장난에도 울어버리곤 했던, 언제나 쪼르르 달려와 환하게 미소 짓던, 이제는 그의 곁에 없는 작은 누이. 왜 그 아이에게서 누이를 보았던 것일까.

저스틴과 그의 누이는 닮은 점이라곤 전혀 없었다. 심지어 성별마저도 다른데, 그런데 왜… 저스틴을 보며 누이를 떠올렸을까. 왜 이 아이만큼은 지키고 싶었을까.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테이는 의아함을 느꼈다. 누구지? 설마 키야가 문을 두드릴 리는 없을 테고… 테이는 오른손에 할버드를 굳게 쥔 채 방문을 열었다. 방문 앞에 서 있는 것은 로라였다. 그녀는 테이가 할버드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이건 그러니까…들어오시오."

테이는 할버드를 등 뒤에 감추며 문 옆으로 비켜섰다. 로라는 할버드를 한번 흘끗 보더니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앉았다. 테이는 문 옆에 할버드를 세워 두고 로라를 향해 돌아섰다.

"테이 씨, 저스틴은 정말 용병이 되는 건가요?"

로라의 갑작스런 질문에 테이는 얼른 대꾸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로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정말 그랬군요. 아마 저스틴의 할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델로아 공작님일 거예요."

델로아 공작이라는 말에 테이는 움찔했다. 단순한 원한 관계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저스틴이 복수를 맹세한 상대는 왕국 최고의 기사단을 거느린 델로아 공작인 것이다.

테이는 미심쩍은 듯이 물었다.

"그걸 로라 씨가 어떻게 아오? 아, 로라 씨를 믿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오."

"저번에 저스틴과 처음 만나던 날, 델로아 공작님과 엔젤 기사단이 이 마을에 왔었잖아요. 그 때 영주님께서 그러셨어요. 델로아 공작님과 엔젤 기사단들은 반역자를 처단하러 왔다고. 그러고 나서 누군가 죽었다는 이야기는 저스틴의 할아버지밖에 듣지 못했거든요."

"로라 씨가 모르는 것 아니오? 가령…"

"이곳 '손님맞이'는 라이크 지방 일대의 모든 소식이 모이는 곳인걸요? 그런데, 이곳의 급사인 제가 다른 소식을 못 들었을 것 같으세요?"

로라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살포시 미소 지었다. 테이는 왠지 그 미소가 창 밖에 내리는 겨울비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부탁이에요, 테이 씨. 제발 저스틴이 복수를 포기하도록 해 주세요. 델로아 공작님에게 복수를 한다니,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요! 죽을 게 분명해요!"

로라는 정말 간절하게 테이에게 부탁했다. 테이는 로라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저스틴이 복수를 포기하게 만들려고 저스틴을 용병으로 만들려는 겁니다. 저희가 옆에 두고 차츰차츰 생각을 바꾸게 하려는 거죠."

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을 나가려고 했다. 테이의 질문이 그녀를 붙잡았다.

"로라 씨, 당신은 왜 그렇게 저스틴을 돌보려는 겁니까? 사실상 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 않습니까?"

"어…글쎄요…그냥 불쌍해서…"

로라는 조금 생각하는 듯 싶더니 테이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남기고 나갔다. 테이는 침대에 누워 뒹굴거렸다.

이젠 왜 저스틴을 그렇게 살리고 싶었는지 알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누이의 눈, 병으로 피를 토해내며 오라비를 바라보던 그 눈이 저스틴의 눈과 닮았기 때문이다. 하나는 죽어가는 자의 눈이었고 다른 하나는 살아남은 자의 눈이었건만 둘은 너무나도 흡사했다.

똑똑

두 번째 방문인가, 오늘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방에 찾아온다는 생각에 테이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번에 문 앞에 서 있는 상대는 저스틴이었다.

"대답을 드리러 왔습니다."

테이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청은빛 눈동자는 깊은 심연처럼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용병이 되겠습니다. 데려가 주십시오."

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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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3) +2 10.03.15 3,405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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