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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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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2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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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2화-아이도 크면 어른이 된다(6)

DUMMY

테이가 모포 속으로 들어가자 주변은 고요해졌다. 오직 풀벌레 소리, 모닥불 타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저스틴은 모닥불에 땔감을 넣으며 생각에 잠겼다.

요 몇 주 사이에 자신의 인생이 엄청나게 바뀌었다. 자신의 지난 모든 인생 동안 항상 옆에 계셔 주시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집이 불타 없어졌다. 그리고 자신은 지금 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용병이 되려 하고 있었다.

저스틴은 라이네시아를 꺼내 꼭 쥐었다. 자신의 곁에 없는 부모님, 할아버지가 이 안에서 자신과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라이네시아를 쥐고 입 속에서 맹세를 되뇌였다. '반드시, 내 어깨에 걸린 이 의무를, 보답하겠어.' 소년의 소리 없는 맹세가 바람을 타고 흘러갔다.

저스틴은 문득 생각이 난 듯 라이네시아를 옷 속에 집어넣고 자신의 짐을 뒤적였다. 그가 꺼낸 것은 아디아스가 준 마법서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마법서. 그는 책을 펼쳤다. 딱히 마법을 익힌다는 것보다는,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였다. 밤은 길고, 할 일이 없는 시간은 지루했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예전에 여기 마법에 대해서까지 읽었으니깐…저스틴은 자신이 읽던 부분을 찾아 펼쳐들고는 모닥불의 빛에 의지하여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빠졌을까, 그가 책에서 잠시 눈을 때니 어느 새 별이 저쪽으로 움직여 있었다. 그는 책을 짐 속에 갈무리하고 테이를 깨워 불침번을 세워두었다. 모포 속으로 들어가면서, 그는 다시 별을 바라보았다. 밤은 여전히 길고 별들은 반짝였다. 겨울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저스틴, 일어나. 아침이야."

잠깐 눈만 감은 것 같았는데, 어느 새 아침이었다. 그는 일어나 앉아 기지개를 폈다.

"아하암…"

"저 쪽에 개울이 있으니깐, 얼른 씻고 와. 늦으면 아침 안 준다?"

키야가 배낭에서 육포를 꺼내 적당한 크기로 찢으며 말했다. 저스틴은 아직도 잠이 덜 깨었는지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냇가로 갔다. 냇가에는 차가운 날씨 때문이었는지 살얼음이 떠 있었다. 저스틴은 잠결에 손으로 한 가득 냇물을 퍼 얼굴에 뿌렸다. 물의 차가움을 자각한 건 그 다음이었다.

얼굴에 닿는 그 차가움에 저스틴의 맑은 청은빛의 눈동자를 깨웠다. 처음에야 잠결에 그랬다지만, 정신이 번쩍 든 지금으로써는 더 이상 얼굴에 차가운 물을 뿌리는 짓은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소매에 물을 조금 묻혀 얼굴을 닦는 방식으로 세수를 대충 하고 올 수 밖에 없었다.

자기 전에 활활 타던 모닥불은 이제 소복한 재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그 재 주변에 둘러앉아 육포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는 말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 저스틴. 오늘은 나와 테이 둘 다 상대해야 할 거야."

저스틴은 기겁해 버렸다. 테이 한 명으로도 버거운 데, 키야까지 상대해야 한다니? 테이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용병시험은 B급 3명을 상대하는 거잖아? 아무리 내가 널 상대해 준다 하더라도 1대 1로 싸우는 것과 1대 3으로 싸우는 것은 차이가 있단 말이야. 그렇지만 지금 우리들은 너까지 3명이니, 아쉬운 데로 우리 둘이 달려들어야지, 뭐. 너무 심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

그 날 이후 저스틴은 말텐에 도착할 때까지 하루에 한 번 둘과 대련해야 했다. 테이와 키야 모두 속도 위주의 공격이었지만 그들의 손발은 완벽히 맞았다. 테이의 창이 넓은 범위를 점유해 나가며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는 거대한 막이라면 키야는 그 막 사이사이에서 튀어나가는 날카로운 칼이었다. 때론 키야의 검이 서로를 완벽히 방어한 체 테이의 할버드가 넓은 지역을 누비기도 했다.

그들이 여행을 떠난 지 나흘째 되던 날, 대련을 마치고 지쳐 쓰러져버린 저스틴의 옆에 테이가 다가와 앉았다.

"이 대련도 오늘이면 끝이구나."

저스틴은 테이를 바라보았다. 내일이면 말텐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네가 용병이 된다면… 아, 이건 그 다음에 해도 되겠구나. 지금까지 우리와 대련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용병 시험에서는 합격할 수 있을 거다."

테이는 저스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저스틴은 약간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테이와 키야가 그렇게 대련해 주셨는데도, 전 하나도 늘어난 게 없는 것 같은걸요…"

테이는 풋 하고 웃으며 말했다.

"넌 많은 성장을 했어. 단지 네가 느끼지 못했을 뿐이지. 처음에 나와 키야가 합공할 때는 단 1분도 못 버티던 녀석이, 지금은 한 3분 정도는 버티잖아? 네 나이 때에는 대단한 거라고."

키야가 옆에서 거들었다.

"지금 네 실력이라면 보통 C급 용병들 정도는 될 거다. 네 나이 때 그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은 드물지. 그러니 희망을 가지라고."

그러고 둘은 한 마디 덧붙였다.

"물론 아직 우리를 따라오려면 멀었지만 말이지."

마지막 한 마디에 둘의 말은 칭찬인지 놀리려는 건지가 애매모호하게 되어 버렸지만 사실인 것은 확실했다. 저스틴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땔 수 있었다.


"와아…"

말텐에 도착한 저스틴은 감탄했다. 크기도 크거니와 마을 전체를 성벽이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처음 와 보는 모양이지?"

저스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만 듣던 도시를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는 것에 그는 말도 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아센 왕국에서는 마을들을 '마을'이라고 불렀지만, 큰 규모의 마을 전체를 성벽으로 감싸거나 백작 이상의 작위를 가진 영주의 직영지를 '도시'라고 불렀다. 말텐은 도시 전체를 성벽으로 감싸고 있는 '도시'였다.

"이 정도 가지고 놀라면 섭섭하지. '왕의 길'에 있는 도시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만의 기사단을 가지고 있는걸. 거의 대부분이 백작 이상의 귀족들의 직영지들이니깐."

테이는 앞장서서 말텐의 성문을 향해 나아갔다.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근처의 강물을 끌어다 돌려 만든 해자는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 위로 석조 다리가 놓여 말텐과 바깥을 이어 주고 있었다. 저스틴은 이 날 석조 다리를 처음 보았다.

"정지! 신분과 방문 목적을 밝히시오!"

석조 다리로 이어진 성문을 지키던 병사가 자신의 창을 내밀어 그들 일행을 막으며 말했다. 테이는 가방 속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뒤지기 시작했다. 키야는 테이를 보고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품속에서 은빛을 띈 네모 납작한 패를 꺼내 병사에게 건넸다. 패는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병사는 패를 받아들고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테이도 마침 자신이 찾던 것을 찾았던지 가방 안에서 패를 꺼내 병사에게 건넸다. 그 패는 키야의 것과 똑같아 보였다.

두 사람의 패를 살펴 본 병사는 그들에게 패를 돌려주며 말했다.

"B급 용병 키야스타 에리튼과 테이 로버트. 맞소?"

"맞습니다. 용병 길드에 일이 있어서 말텐에 왔습니다."

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는 저스틴에 대해 말하려 했지만 병사는 손을 내저었다.

"어린아이는 특별한 신분이 없는 한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소. 다만 저 아이가 당신들과 함께 말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리는 당신들을 저 아이의 보호자로 간주할 것이오. 이는 저 아이 혹은 당신들이 이 도시를 나갈 때 까지 지속되니 명심하시오."

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는 통행료를 지불할 것을 요청하였고 돈은 키야가 냈다. 병사는 그들이 도시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였다.

"아침 햇살과 같은 나날이 되길 바라오."

"그 창의 끝에 영광이 걸리기를 바랍니다."

테이가 대표로 병사의 인사에 답례하였다. 저스틴은 도시의 커다란 모습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도로는 널찍널찍했고 성문 주변임에도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성문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노리고 열려 있는 노점상들에서는 물건을 사고파는 목소리들로 왁자지껄했다.

"이쪽이야, 저스틴."

테이가 저스틴을 잡아끌었다. 그들은 도시의 중앙 광장 쪽으로 갔다.

중앙 광장은 포석이 깔려 있는 깔끔한 거리였다. 저스틴은 바닥에 돌을 깔아 두었다는 것이 못내 신기한 듯 발소리도 내 보고 돌을 이리저리 골라 밟아 보기도 했다. 예전부터 그가 이런 신기한 티를 내면 키야가 '촌놈'이라고 놀렸기에 대놓고 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열심히 이 신기한 길을 즐겼다. 테이는 광장 주변의 이층집 앞에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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